스님의하루

2022.11.8 들깨 털기, 정토경전대학 반야심경 1강
“반야심경은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경전이에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한 달 전에 베어 놓은 들깨를 털어서 수확하는 날입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스님은 산앞밭으로 올라갔습니다. 농사팀 행자님들은 먼저 도착해서 들깨를 털 수 있도록 천막과 그물망을 깔고, 사전 준비를 했습니다.

들깨를 거의 한 달 동안 밭에 그대로 널어놓았더니 들깨가 완전히 까맣게 변해 있었습니다. 원래는 들깨를 베고 일주일 만에 터는 경우가 많은데 농사팀이 바빠서 수확이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늦어도 너무 늦었어요. 너무 오래 말리면 들깨가 다 떨어지고 없거든요.”

내일부터 정토회 행사 일정으로 더 바빠질 것이기 때문에 스님의 제안으로 서둘러 오늘 안에 들깨를 모두 털기로 했습니다.

커다란 포장을 바닥에 깔고, 그물망을 두 겹으로 올린 후 그 위에 들깨를 소복하게 쌓았습니다.

스님과 묘당 법사님이 막대기로 들깨를 세게 두들기자 ‘우두득’ 하고 깨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스님과 묘당 법사님은 도리깨질에 집중하고, 행자님들은 털기 전인 들깻단을 날라오고, 털고 난 들깻단을 옮겨서 한쪽으로 쌓았습니다.

“이제 마지막입니다.”

들깨를 다 털고 나서 소복하게 쌓인 들깨를 그물망에 담아서 들고 흔들었습니다. 검은색 먼지처럼 생긴 들깨 검불은 대부분 아래로 떨어지고 하얀 들깨의 양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두 번, 세 번, 같은 작업을 반복하자 드디어 1년 농사의 결실인 들깨가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포대로 두 포대가 가득 담겼습니다.

“이걸 두북 수련원에 가져가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한 번 더 까불어야 돼요. 들깨에 섞인 잡티를 바람으로 날려 내보내면 양이 조금 더 적어질 겁니다.”

무게를 재어보니 어제 산아랫 밭에서 35kg이 나왔고, 오늘 산윗밭에서 20kg이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털고 난 들깨를 모두 트럭에 실었습니다.

“이 들깼대를 잘게 썰어서 거름으로 사용하면 아주 좋아요. 모두 두북 수련원으로 가져갑시다.”

들깻대를 꾹꾹 눌러 담으니 트럭에 가득 쌓였습니다.

“수고하셨어요. 하루 종일 할 줄 알았는데 오전에 끝났네요.”

밭이 깨끗하게 정리되자 기분도 상쾌해졌습니다. 말끔해진 밭을 뒤로하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오후에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청소를 한 후 지팡이를 만들었습니다.

“요즘 지팡이 달라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 나누어 주었더니 제가 쓸 지팡이가 없어요. 새로 지팡이를 만들어야겠어요.”

스님은 산에 갈 때마다 적당한 나무를 주워서 모아 두었습니다. 껍질을 안 벗기고 놓아두었더니 껍질 사이에 벌레가 먹어서 문양이 되어 있었습니다.

껍질을 벗기고, 옹이 진 곳을 쳐내고, 사포질을 한 후 마무리로 속 벌레를 박멸하기 위해 불을 때어서 그을렸습니다. 자연 무늬가 생긴 지팡이를 17개 만든 후 울력을 마쳤습니다.

저녁 무렵에는 필리핀JTS 이원주 대표님을 비롯하여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두북 수련원을 찾아왔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스님은 경전대학 수업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반야심경 제1강

해가 저물고 저녁부터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월식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다 보고 난 후 방송실로 향했습니다.


저녁 8시에 경전대학 생방송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시간까지 대승불교의 흥기에 대한 배경 설명 2강을 시작으로 12번에 걸쳐서 금강경 강의를 마쳤습니다. 오늘부터는 반야심경을 함께 공부할 차례입니다.

반야심경 첫 번째 시간이기 때문에 스님은 반야심경이 대승불교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경전인지, 경전의 제목인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경전의 첫 구절에 나오는 관자재보살은 누구인지 한 시간 동안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오늘부터는 대승불교 사상이 가장 축약돼 있다고 알려진 반야심경을 공부하겠습니다. 현재 우리가 독송하는 반야심경은 약본이라고 불립니다. 전체 내용이 들어있는 것을 원본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광본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반야심경 광본 중에서 가장 주요한 내용인 정종분만을 독송하고 있습니다. 260자의 짧은 경입니다.

이 경은 부처님이 증명하시고, 관자재보살이 설법하고, 사리불이 질문하는 형식입니다. 장소는 마가다국 왕사성 또는 라자그라하의 기사굴산 또는 그리드라쿠타 또는 영축산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청중은 대비구와 보살들이라고 되어있습니다. 대비구는 소승 수행자를 말하고 보살은 대승 수행자를 말합니다. 이 경은 대승 경전이지만 소승을 포함해서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출가 수행자와 재가 수행자를 통틀어 법문 듣는 청중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대승 사상을 설명하고, 대승사 상의 입장에서 소승 사상을 비판하고, 대승의 위대함을 정리하고 있는 거예요. 이 세 가지 내용이 앞으로 배울 경전의 내용입니다.

반야의 세 가지 의미

반야는 앞뒤 문맥에 따라 세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실상 반야입니다. 모든 존재의 실제 모습을 뜻합니다. 둘째, 관조 반야입니다. 그 실제의 모습을 내가 확연히 아는 지혜를 뜻해요. 관조란 확연히 있는 그대로 비추어 보는 것을 말합니다. 셋째, 방편 반야입니다. 어떤 사람이 병이 났을 때 어떤 병이든 다 고칠 수 있는 능력을 뜻해요.

부처님을 지혜와 방편이 구족한 분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병이든지 그 병이 무엇인지 아는 지혜가 있고, 그 병을 치료하는 방편을 안다는 뜻이에요. 부처님은 반야를 증득했기 때문에 관조 반야와 방편 반야를 모두 다 갖추고 있는 겁니다. 병을 아는 능력과 병을 고치는 능력 둘 다 반야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일상적으로 말하는 반야는 관조 반야를 뜻합니다. 실상을 확연히 파악하는 능력을 말해요. 지혜에 가장 가까운 개념이에요.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의 뜻

반야심경의 정식 명칭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입니다. 반야만 해도 완전한 지혜라고 할 수 있는데, 한량없이 크다는 뜻의 마하까지 붙여서 강조한 거예요. 핵심은 마하가 아니라 반야입니다. 마하가 반야를 수식해서 ‘한없이 큰 반야’를 뜻하는 거예요.

‘바라밀다’란 깨달음의 언덕에 도달한다는 뜻입니다. 이 언덕이 괴로움이라면 저 언덕은 괴로움이 없는 세상을 말합니다. 이 언덕이 속박이라면 저 언덕은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해탈을 의미합니다. 무엇으로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너갈 수 있을까요? 믿어서도 아니고 지식을 많이 쌓아서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벌어서도 아니고 지위가 높아져서도 아니에요. 바로 지혜를 증득하는 것입니다. 깨달음으로써 저 언덕으로 건너가는 거예요. 실제를 알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깨달으면 어둠에서 밝음으로, 무지에서 지혜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반야바라밀다’입니다. 깨달아서 모든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는 거예요. 정리하면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이란 한량없이 큰 깨달음의 지혜로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가장 요긴한 부처님의 말씀이란 뜻입니다.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蜜多時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관자재보살이 반야바라밀다를 깊이 행하여 오온이 공한 것을 깨달으니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났다는 얘기입니다. 보살은 중생도 아니고 부처도 아닙니다. 중생으로부터 출발해서 아직 부처에 이르지 못한 사람, 부처가 되는 과정에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보살은 어떻게 수행해야 할까요? 중생이 존재하는 한 아무리 부처 쪽으로 가려고 해도 항상 중생의 그림자가 보살에게 비쳐요. 그래서 보살이 부처를 이루려면 중생계를 다 구제해서 중생이 없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는 식으로 물들지 않기 위해 세속을 떠나는 게 아니라 중생을 구제해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겁니다. 중생에게 물들지 않고 중생을 정화할 때마다 부처에 가까워집니다. 그래서 보살은 중생구제를 수행의 방편으로 삼습니다.

지장보살은 지옥 중생을 구제하러 지옥으로 가는 분이고, 관세음보살은 사바세계 중생을 구제하러 사바세계로 가는 분입니다. 그러나 소승불교는 세속에 있으면 오염된다고 봅니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라고 하듯이 가정생활하고 사업하고 권력 잡으면 욕망에 물들게 되니까 세속을 다 떠나서 물들지 않는 곳에 가서 수행 정진하여 해탈하겠다는 것이 소승불교예요.

반면에 대승불교는 오히려 중생 속으로 들어가서 수행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범부중생은 물드는 사람이고, 현인은 물들지 않기 위해 자신을 중생과 분리하는 사람이고, 보살은 연잎이 흙탕물 속에서도 물들지 않듯이 중생 속에 있으면서도 중생에 물들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비유하자면 범부중생은 술꾼 하고 있으면 같이 술꾼이 되는 사람이고, 현인은 술꾼이 안 되려고 술 먹는 친구하고 안 만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보살은 술꾼 하고 같이 살아도 술을 안 먹습니다. 그런데 보살과 같이 살다 보면 그 술꾼이 술을 안 먹게 됩니다. 보살은 거짓말하는 사람하고 같이 살아도 거짓말에 오염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 그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거짓말을 안 하게 되는 거예요. 때가 묻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걸레가 되어서 오히려 때를 닦아내는 사람이 보살입니다.

대승불교의 보살은 세상을 혐오하거나 세상을 떠나지 않습니다. 세상 속에서 세상을 정화합니다. 소승불교에서는 출가수행자인 비구, 비구니, 사미, 사미니, 식차마나라는 출가 5중이 승단을 구성합니다. 대승불교에서는 부처를 이루겠다고 발심을 해서 수행하면 출가자인지 재가자인지를 논하지 않고, 그가 어디 있는지 어떤 모양인지 따지지 않습니다. 마음과 행실이 어떠한지만 따져서 보살이라고 부릅니다.”

여기까지 강의를 한 후 이번 주 수행 연습 과제를 이야기하고 생방송 수업을 마쳤습니다. 학생들은 교실별로 화상회의 방에 모여 마음 나누기를 이어나갔고 스님은 방송실을 나왔습니다.

공지

내일부터 3일 동안 정토회 실무자들 모두가 정일사(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수련에 참가합니다. 스님의 하루는 어김없이 계속되지만, 스님의 하루 제작팀이 정일사 수련에 참가하는 관계로 12일(토), 13일(일), 14일(월), 3일 동안 스님의 하루를 휴간하고자 합니다. 11월 15일(화)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전체댓글 63

0/200

박순은

감사합니다

2023-11-12 22:04:28

호롱불

반야심경 배우기 전에 사전 학습합니다.

2023-11-11 16:59:33

보리상

수계를 받고 진행자가 되어 다시읽습니다, 무슨복을 받아 여기까지 왔을까요, 공덕이 있다면 가족과 이웃에게 회향하고 다시 수행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11-10 1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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