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9.8. 로힝야난민촌 가스스토브 10만 개 전달식
“46만 명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로힝야난민촌에 가스스토브 10만 개를 전달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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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숙소에서 모든 짐을 싸서 UNHCR(유엔난민기구)의 차량을 타고 로힝야난민촌으로 향했습니다. 방글라데시를 오가며 가스스토브 10만 개를 주문, 제작한 인도JTS 사무국장 보광, 이혜옥, 김은희님도 함께 했습니다.


로힝야난민촌이 가까워지자 철조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철조망은 무엇인가요?”

“로힝야난민촌과 분리하기 위해 철조망을 설치해놓았어요,”

“아이고... 같은 땅인데...”

철조망은 도로를 따라 계속 이어졌습니다. 한 시간을 달려 JTS에서 기증한 가스스토브 10만 개를 보관해놓은 IOM(국제난민기구) 지역 거점에 도착했습니다.

IOM 대표님이 가스 스토브를 보관하는 곳으로 스님을 안내했습니다.



“여기가 가스 스토브를 보관하는 곳입니다. 보이는 이 창고에는 2만 개가 보관되고 있고, 나머지 창고에 10만 개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1500개는 이미 배분했습니다.”

보관 창고 앞에 현수막을 걸고 가스 스토브 10만 개 전달식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IOM 대표님이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IOM과 UNHCR이 함께 협력해서 난민들에게 LPG 가스와 가스 스토브를 지원했습니다. 나중에 난민촌을 직접 방문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곳에 산림이 모두 되살아나서 아주 푸르러졌습니다. 예전에 가스 스토브가 없을 때는 땔감을 구하기 위해 산속에 들어가거나 숲을 베어야 했는데, JTS가 가스 스토브를 지원해준 다음부터는 산 속이나 숲에 들어갈 필요가 없어져서 산림이 모두 살아났습니다.

가스 스토브를 지원하고 난 다음부터 건강 문제와 안전 문제도 많이 향상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땔감을 구하러 나갔다가 각종 범죄에 노출이 되거나 납치를 당하거나 인신매매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가스 스토브를 지원하고 난 다음부터는 그런 문제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여성과 아동은 그런 문제에 노출되기가 쉬웠는데 많이 해결이 되었어요. 이제는 가스 스토브가 있기 때문에 아무런 걱정이 없습니다.

2019년에 10만 개의 가스 스토브를 지원해 준 이후에 오늘 다시 한번 가스 스토브를 지원해 준 것에 대해 정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JTS가 지원해 준 가스 스토브로 46만 명의 난민들이 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저희가 46만 명의 수혜자 분들을 모두 데리고 와서 얼마나 감사한 지 표현하고 싶지만 제가 그분들을 대신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만 개를 지원해 달라고 하셨는데, 10만 개 밖에 지원을 못해서 죄송합니다. 나머지 10만 개는 한국 정부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지만 역부족이었어요.”

“JTS에서는 이미 2019년에 10만 개를 지원했기 때문에 이번에 10만 개를 지원해 준 것을 합치면 목표로 한 20만 개를 지원한 게 맞습니다.” (웃음)

이어서 현수막 앞에 서서 가스 스토브를 전달하는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IOM, UNHCR, 코이카 직원들이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전달식을 마치고 IOM 대표님은 스님과 JTS일행에게 선물을 주었습니다.

“로힝야 난민들이 마음을 담아 만든 선물입니다.”

종이가방 속에는 직접 수놓은 천과 마스크가 들어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차를 타고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UNHCR에서는 스님이 오후 4시에 다카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일정을 빈틈없이 잡아두었습니다.

다음 장소는 캠프14입니다. 이곳에서는 가스스토브를 직접 주민들에게 배분하고 사용법을 교육하고 있었습니다.

교육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IOM 대표님은 먼저 가스스토브로 인해 생긴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4년 전과 지금 변화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같은 곳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예전 사진을 보면 황무지와 다름없죠. 가스스토브를 사용하기 전에 주민들은 나무를 베어와 불을 땠습니다. 가스스토브를 사용하고 난 후 4년이 지난 지금 사진을 보면 매우 푸르릅니다. 이 현수막도 그래서 초록색으로 맞췄어요.”


설명을 듣고 교육장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눈만 내놓은 여인들이 가스스토브를 켜는 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로힝야난민들 중에 이전에 가스스토브를 사용해본 사람은 1%로도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난민들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불을 켜고 끄는 법부터 교육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가스 밸브를 열고도 오랫동안 불을 못 켜는 분을 보고 직접 시범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밸브를 열고 토치를 누르면 바로 불이 켜져요.”

가스불처럼 반짝이는 눈이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안쪽 방에서는 가스스토브 관리법을 영상으로 교육하고 있었습니다. 4년 전에 처음 가스스토브를 보급했지만, 이런 물건을 처음 써보는 사람들은 청소나 관리를 할 줄 몰라 금세 고장이 나곤 했다고 합니다. 그 점을 보완해 이번에는 보급과 함께 교육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깥쪽 창고에서는 난민들에게 가스스토브와 토치를 나누어주고 있었습니다.


창고 안을 둘러본 후 스님도 직접 가스스토브를 전달했습니다.


교육장을 나와 이번에는 난민촌 속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집과 집이 마주 보는 좁은 골목을 지나 딸 둘을 키우는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집이라고 하지만 대나무로 만든 뼈대에 비닐과 천막으로 막아 만든 집이었습니다.


바깥은 환한데도 집안은 컴컴했습니다. 전구 하나 없었습니다.


네 식구가 사는 방 한 칸을 지나 한편에 가스스토브가 놓여있었습니다. 아주머니는 능숙하게 가스스토브를 켰습니다. 4년 전부터 가스스토브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스님이 물었습니다.

“잘 사용하시니 좋네요. 써보니 불편한 점은 없으세요?”

“없습니다. 너무 좋아요. 예전에는 밥을 지으려면 나무를 주워 와야 했는데 가스스토브를 사용하고 너무 편해졌어요.”

“다행입니다. 이번에 자동 가스스토브를 드리려고 했는데, 활동가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모두 수동이 안전하다고 했어요. 써보니 좋다고 하셔서 다행이네요.”


집 바깥으로 나오자 아이들이 골목 가득 모여 있었습니다.

“아니, 아이들이 학교 갈 시간 아니에요?”

“학교는 없습니다.”

“아이고...”

“지금 정부와 교섭 중인데 교육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학년 없이 그냥 교육을 하고 있어요.”

“그나마 다행이네요.”

아이들은 무엇이 즐거운지 말이 통하지 않는데도 스님을 보고 계속 웃었습니다.

스님이 아는 노래가 있냐고 묻자 아이들이 어떤 노래를 함께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잘했어요!”

스님은 아이들에게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골목을 나와서도 아이들이 쫓아왔습니다.

“얼굴을 보고 싶어요!”

스님은 마스크를 벗고 활짝 웃었습니다.

“뭐가 더 필요해요?”

“축구공이요!”

“오케이! 제가 꼭 축구공을 줄게요.”

스님의 약속에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습니다. 아이들은 캠프 앞 공터까지 계속 따라왔습니다.

“이제 가야 해요.”

아이들은 스님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스님은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손을 꼭 잡아주었습니다.


한 아이가 물었습니다.

“What is your name?”(이름이 무엇입니까?)

“My name is pommyun.”(법륜이에요.)

아이들은 ‘펌뉸, 펌뉸’을 따라 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Thank you so much.” (정말 고맙습니다.)


난민 캠프13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IOM 대표님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잘 둘러보고 왔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축구공이 있으면 좋겠대요.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놀 거리가 없나 봐요. 제가 전 캠프에 공을 기부할게요.”

“너무 고맙습니다.”

아이들은 스님이 탄 차량이 떠날 때까지 힘차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은 햇살처럼 밝았습니다. 스님은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배울 수 없다니 문제네요.”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난민촌이 점점 멀어졌습니다. 다음은 캠프4로 이동했습니다.


캠프4에 에코쉐드(EcoShed)로 가서 로힝야난민캠프 전체를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설계하고 가꾸어 가고 있는지 설명을 들었습니다.

UNHCR에서는 난민들에게 가스스토브 전달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나무를 심고 지리를 이용해 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배수로를 만드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스스토브의 역할이 아주 중요했습니다. 나무를 심어도 계속 베어가니까 나무가 자랄 수가 없었거든요.”

설명을 듣고 질의응답을 하는 중에 점심 식사로 샌드위치를 나누어주었습니다.

“점심 먹을 시간이 따로 없어서 샌드위치를 준비했습니다.”

질의응답을 마치고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해 난민캠프에 살고 있는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풍기도 돌아가지 않아 직접 만든 부채를 하나씩 나누어주었습니다.


먼저 가족이 몇 명인지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 후 스님이 여성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여기서 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에요?”

여성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어려운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역시 자녀들의 교육 문제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듭니다. 아이들이 이곳 난민캠프에 온 이후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피난처가 협소해서 오랫동안 부모와 자녀가 같이 지내야 하는 게 힘듭니다. 성장하는 딸과 아버지와 형제들이 한 공간에서 지내야 하는 것도 어려운 점입니다.”

“가로등이 없어서 밤에는 화장실에 가기가 무섭습니다.”

“모기가 많고 뎅기열에 자주 걸립니다.”

“지붕이 비닐로 되어 있어서 피난처가 매우 습하고 더워요. 피부병에 걸려서 고생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여성들은 하루빨리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여러 차례 표현했습니다. 그나마 가스스토브 덕분에 여성들의 삶이 한층 개선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비록 지금은 힘들지만 희망을 잃지 않기를 당부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마지막으로 난민촌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지대로 올라가 다음 주 법회에 사용할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스님, 이제 바로 공항으로 가셔야 합니다.”

촬영을 마치자마자 바로 공항으로 가서 오후 4시에 콕스바자르에서 다카로 향하는 비행기를 탑승했습니다. 5시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방글라데시 수상이 공항에 오는 관계로 비행기가 하늘 위에서 두 번을 뱅뱅 돌고 5시 45분이 되어서야 다카공항에 착륙했습니다.


다카는 교통체증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숙소에 들르지 않고 바로 방글라데시 대사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저녁에는 방글라데시 대사님과 약속이 있었습니다.

공항을 빠져나가는 데만 20분이 걸렸습니다. 1시간 30분을 달려 방글라데시 대사관에 도착했습니다. 대사님이 나오셔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대사관을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관저로 들어가 먼저 방명록을 남기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로힝야 난민 문제 때문에 스님을 뵙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정부 공무원도 아닌 민간인이, 그것도 종교계에서 이런 국제적인 이슈에 기여하고 계신 스님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다른 종교계에서는 크게 관심을 안 갖는 것 같거든요.”

“저는 약간 좀 빚이 있어요. 불교 국가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활동은 불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좀 보여준 것 같습니다. (웃음)

앞으로는 한꺼번에 새 스토브를 대량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고장 난 스토브를 고쳐주고 못 쓰게 된 스토브는 교환해주는 시스템을 마련하려고 해요. 그러면 캠프에 신규로 넘어오는 난민들한테만 스토브를 지원해 주면 되잖아요. 필요할 때마다 교체를 해 주면 되고요. 그러면 예산을 세울 때도 유지, 관리, 보수비로 얼마를 책정해 놓고 사업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어제 가스 스토브 제작 회사와 얘기를 해보니까 초기에는 별로 돈이 안 들 것 같아요. 난민촌 거주자가 100만 명이니까 소비가 엄청나잖아요. 그래서 회사도 관심이 있다고 해요. 가스 스토브 제작 회사가 무료로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도록 연결시켜서 가스 스토브를 고치는 건 회사가 맡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은 UNHCR(유엔난민기구)와 IOM(국제이주기구)이 제공하고, 부품 교체에 드는 비용은 JTS가 내고, 이런 방식으로 진행해 보면 어떨까요?

예전에 썼던 스토브를 회수해서 쓸만한 것은 재활용을 할 수도 있고요. 못 쓰게 되면 폐품으로 버리지 말고 이 재료로 다른 것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10시가 가까웠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숙소에서 성지순례회의를 하고 천일결사기도 법문을 촬영한 후 방글라데시에서 다시 인도로, 인도에서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전체댓글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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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이기적으로 살아온 지난날을 반성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삶 살겠습니다
스님과 정토회 노고에 두손모아 감사합니다

2022-09-20 06:05:39

정민욱

스님의 하루는 법문과 같은 거 같습니다 항상 감사하며 지내겠습니다.

2022-09-17 12:55:33

선주행

스님과정토회의 노고에 고개가 숙려집니다♡

2022-09-14 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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