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8.10~11 배추 파종, 수행법회, 구룡마을 수해 복구
“고성방가를 하는 이웃 때문에 짜증이 올라옵니다,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8월 10일

“오늘은 가을배추 파종을 합시다.”

드디어 가을배추를 파종할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두북 수련원 교문 앞에 자리를 깔고 배추 파종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왜 이렇게 일할 사람들이 안 보여요?”

“봉사자들에게 배추 파종하러 오라고 공지를 했는데, 아무도 안 왔습니다. 스님께서 오늘 같이 파종을 했다고 하면 다들 엄청 아쉬워할 거예요.” (웃음)

오늘은 봉사자들 없이 스님과 행자들 세 명이 파종을 했습니다.

8월 말쯤 밭에 정식을 하려면 한 달 전인 지금 파종을 해야 합니다. 배추의 경우 파종하고 2일 내지 3일만 지나면 바로 싹이 올라옵니다. 그만큼 발아율이 높기 때문에 종자를 포트 하나 당 1개씩만 넣어도 됩니다.

포트에 상토를 가득 채운 후 먼저 스님이 열 손가락을 사용하여 구멍마다 상토를 꾹꾹 눌러 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옆에서 행자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스님, 꼭 피아노 치시는 것 같아요.” (웃음)

“이렇게 양손을 사용하면 한 손만 사용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잖아요. 항상 연구를 하면서 일을 해야죠.”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행자들의 손도 점점 빨라졌습니다. 행자들은 스님이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준 모종판에 구멍마다 배추 씨앗을 하나씩 떨어뜨렸습니다.


모종판에 씨앗을 다 떨어뜨리고 나면 다시 그 위에 상토를 얇게 덮어주었습니다.

파종을 끝낸 모종판은 모두 바닥에 나란히 놓은 후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몇 개의 모종을 만든 거예요? 개수를 세어 보세요.”

“총 8000개의 모종을 만들 계획인데, 오늘 4000개를 만들었습니다. 나머지는 주말에 봉사자들과 함께 만들게요.”

완성된 모종판은 모두 비닐하우스 안으로 옮겼습니다.


마지막으로 진딧물, 벌레 등의 공격을 막기 위해 한랭사를 피복한 후 울력을 마쳤습니다.

“수고했어요.”

교문 앞에는 벌써 코스모스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날씨가 무덥지만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무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이 되자 스님은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법문을 듣는 분들 중 수도권이나 중부 지역에 사시는 분들은 폭우가 쏟아져서 물난리가 났다는데 괜찮으신지요?

뉴스에서 나오듯이 서울에서는 폭우가 쏟아져서 강남이 다 물바다가 됐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낙후되었고 아직 판자촌이 남아 있는 동네가 구룡마을인데, 거기도 전부 가구가 젖고 모래가 쓸려 내려와 난리가 났다고 해요. 오늘 정토행자들이 답사를 했고, 내일부터 일손 되는 대로 가서 청소를 돕기로 했습니다. 저도 매일 농사짓기가 바쁘지만 내일 하루는 함께하려 합니다. 아침에 출발하면 점심때 도착하니까 새벽에 농사일을 하고 서울에 올라가서 조금이라도 일손을 거들고 내려올 생각입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도랑에 물이 안 내려갈 정도로 가뭄이 아주 심합니다. 마을에서는 단수 조치가 시행 중인 실정입니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손바닥만 하다는 한반도에도 이렇게 한쪽에서는 13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와서 물난리가 나는가 하면 남쪽에서는 비가 오지 않아서 밭작물 농사에 타격을 입고 있는 상태입니다.”

구룡마을에 가서 수해 복구를 함께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즉문즉설을 하기 전에 정토회가 각 지역마다 마련한 으뜸절의 미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으뜸절의 미래

“앞으로 으뜸절은 여러분이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계획 중입니다. 도시마다 있던 법당은 이제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필요 없어졌어요. 각자 집에서 법문도 듣고 정진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시, 도 단위별로는 종합적인 종교시설 겸 교육시설이 필요해요. 또 유통도 하고, 친목도 다지고, 농사도 짓고, 여행지도 되는 웰빙 공간으로 으뜸절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잠시 이러한 으뜸절 개발을 멈췄는데, 조만간 시설을 좀 보완하면 여러분이 주말에 와서 하루 잘 수도 있고 꼭 봉사가 아니라도 가족들과 함께 놀러도 올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다음 3년 안에는 대충 구색을 갖출 거예요.

앞으로는 농산물도 꼭 두북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각 으뜸절에서 구입 가능하도록 하려 해요. 농사짓는 규모를 조금 더 늘려서 전체 공급을 할 수 있게 되면 여러분이 봉사하러 왔다가 혹은 놀러 왔다가 간단한 식재료를 구입해 갈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이렇게 으뜸절을 단순히 종교적인 공간, 수행 공간, 교육 공간을 넘어서서 여러 가지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또 여러분이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공간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자연인이 로망이라고들 해요. 현대 사회에 너무 지쳤으니까요. 그런데 자연인이 되려면 마치 출가하듯이 모든 걸 다 버려야 되잖아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아도 주말에 2-3일 가서 지내다 오거나 은퇴하면 가서 살 수 있는 공간들을 지역별로 마련하려고 하는 게 으뜸절의 계획입니다. 으뜸절에 꼭 봉사만 와야 한다고 생각해서 너무 많은 부담을 갖고 있는데, 으뜸절 정비를 마치면 자유롭게 휴식 공간으로도 활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이유

저희 세대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우리는 성장 국면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미래는 우리가 과거에 경험했던 것과 같을 수가 없습니다. 경제가 정체되거나 어쩌면 하강할지도 모릅니다.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1997년 외환위기 때 하강한 경험을 딱 한 번 했었죠. 2008년 금융위기도 있었지만 그때는 그냥 지나갔고요. 앞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IMF 외환위기와 같은 심각한 위기가 닥쳐올 수 있습니다. 특히 식수, 식량, 약품 등 생존을 위한 기본 원자재가 매우 희소해지는 시대가 다시 도래할지도 몰라요. 이럴 때도 우리는 능히 극복해내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정토회에서 농사를 짓는 것도 그에 대한 하나의 대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봐야 얼마나 짓겠어요. 다 이런 고민에서 나온 실험입니다.

‘우리는 미래에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늙으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어떤 여유를 갖고 살아야 할까?’

여러분이 검소하게 사는 것만 전제가 된다면 노후를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다들 정토회에 와서 살아도 좋습니다. 물론 소비 수준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토회의 방향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각자 알아서 해야겠죠. 그러나 정토회의 방향대로 검소하게 살겠다면 누구나 다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 터전을 마련하려고 제가 이렇게 시골에 내려와서 이런저런 모색을 하고 있는 거예요.”

이어서 지난 주말에 으뜸절에서 회원들이 봉사 활동하는 모습과 스님이 애광원에 쌀과 과일, 채소를 전달한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자유롭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여러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분은 고성방가를 하는 이웃 때문에 짜증이 난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질문했습니다.

고성방가를 하는 이웃,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지역 주민이 주기적으로 고성방가를 합니다. 고릴라가 포효하듯 무서울 정도로 소리를 내질러요. 날씨가 흐리면 빈도수도 늘어납니다. 시끄럽다고 소리쳐 항의하고 싶을 때도 있고 신고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그렇게 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른 이웃이 한 번 신고해봤지만 그때 그 순간뿐이었습니다.

그분이 어딘가 불편해 보이기는 하지만 어떤 장애가 있는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길을 가다가 마주치기라도 할까 봐 저는 그분을 피해 다닙니다. 그분의 소리와 모습을 접하게 되면 ‘아, 저분은 환자이지’ 하면서 알아차리려고 하지만 시끄러워서 짜증이 종종 올라옵니다. 다 내 마음이 일으킨다는 걸 알지만, 어떤 관점을 가지고 상대를 봐야 할지 고민입니다.”

“소음이 심할 경우 우리는 그 소음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법에 그런 권리가 보장돼 있어요. 그 소음이 법에 규정된 수치 이상일 경우에는 법으로 제재를 가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소음이 법에 규정된 기준 아래라면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규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소음을 내는 상대도 질문자도 강제할 수 있는 것은 법뿐이라는 거예요.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경우는 서로 대화해서 문제를 풀어야지, 어느 누구에게도 강제할 수는 없어요.

동네 주민의 고성방가가 질문자에게 굉장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얘기를 들어보면 법이 그 사람을 규제할 정도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게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가끔 악을 쓰는 정도니까요. 마구 악을 쓸 때 바로 경찰이 와서 제지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막상 신고 전화를 해서 경찰이 왔을 때 그 사람은 벌써 자기 분을 다 풀고 조용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그건 법에 저촉되지 않아요.

이런 문제는 법조문을 찾아보고 법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해결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에게는 주어진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권리를 못 찾아 먹는다면 그건 바보지, 선량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나 모든 걸 다 법으로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또 이건 법으로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라면, 어느 정도 수용하고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매미가 계속 시끄럽게 운다고 파출소에 가서 신고할 수는 없잖아요. 매미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그러니 그냥 그 소리를 듣고 살든지 창문을 닫든지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말이에요.

이번에 문경 수련원에서 명상수련을 하는데 매미 소리가 큰 고민이었어요. 시골에서는 낮에 왕매미 우는 소리가 거의 소음에 준합니다. 법문을 하는 데 마이크에 매미 소리가 같이 들어갈 정도로 소리 크기가 굉장해요. 지금까지는 그래도 그냥 진행했는데, 여름만 되면 매미 소리가 너무 심하다고 해서 올해는 문을 닫고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문을 닫으면 더워서 또 안 되니까 에어컨을 틀었어요. 지금까지 문경 수련원은 에어컨 없이 살았는데 에어컨을 설치하고 문을 닫은 상태에서 법문을 하는 수밖에 없겠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일단 방송실에만 에어컨을 설치했습니다. 기계도 열이 나니까요. 에어컨 없이 사는 것이 그동안의 원칙이었지만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미 울음소리를 어떡하겠어요? 시끄럽다고 계속 돌멩이를 던지며 쫓을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질문자의 고민이 제가 겪은 것과 비슷해서 한 가지 예를 더 말씀드릴게요. 저희가 지금부터 23년 전에 서초동의 소위 ‘술집 많은 동네’, 즉 유흥가에 땅을 좀 싸게 구입해서 거기에 정토회관을 지었어요. 완공 후 이사 가서 살아보니 저녁부터 새벽 두세 시, 혹은 네 시까지 술 취한 사람들이 내내 악을 쓰며 소리를 지르고 길거리에 엎어져 있거나 건물 현관 앞에 엄청나게 토해놓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우리가 그런 속에서도 구애받지 않고 물들지 않고 산다는 큰 원은 세웠지만, 밤마다 악을 쓰는 소리를 들으며 사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잖아요. 게다가 제 방은 창문이 바로 길 쪽으로 나 있어서 더 힘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언젠가 스승님에게 약간 푸념처럼 얘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 사람이 얼마나 괴로우면 그렇게 술을 먹고 밤에 잠을 못 자고 악을 쓰겠어요? 그 사람도 누구네 집 아들이고 누구네 집 남편일 텐데요. 그러니 소리를 듣고 잠이 깼다면 그때는 ‘저놈의 새끼, 지금 밤이 몇 시인데 저렇게 악을 쓰느냐!’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3배를 하면서 ‘아이고, 뉘 집 아들인지 뉘 집 남편인지 모르겠지만 얼마나 속에 분이 쌓이고 스트레스가 많으면 저렇게 술을 먹고 악을 쓸까. 부디 저분의 마음이 좀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삼배를 해주세요.

저는 그동안 그런 생각을 못 했어요. 그래서 소리가 들려서 잠을 깰 때마다 일어나서 3배를 했더니 훨씬 더 편해졌어요. 그렇게 자다 깨서 3배를 하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까 소리가 여전해도 별로 신경이 거슬리지 않더라고요. 그런 경험을 질문자와 나누고 싶네요.”

“저도 마음이 편하고 좋을 때는 스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저분은 힘드시지, 어려우시지’ 이렇게 약간이나마 이해하는 마음이 나는데요. 제 마음 상태가 안 좋을 때 자다가 소리를 들으면 굉장히 짜증이 났어요. 스님께서 말씀해 주신 방법을 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일단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해보면서 제 마음을 살펴보는 연습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세 명과 더 대화를 나눈 후 수행법회를 마쳤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농사일을 하고 서울로 출발해 강남 구룡마을에서 수해복구 봉사를 하고 두북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8월 11일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산 밑밭으로 올라갔습니다. 가지, 오이, 호박, 아삭이 고추, 토마토를 수확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수해 복구하러 서울로 올라간 김에 채소를 많이 수확해서 서울 공동체에 좀 전달해 주고 옵시다.”

어제는 오이와 호박이 잘 안 보였는데, 오늘은 눈에 띄는 게 많았습니다.

“오늘은 잘 익은 오이와 호박이 제법 많이 보이네요. 어떤 날은 눈에 잘 띄고, 어떤 날은 하나도 안 보이고, 어떻게 된 걸까요?”

“잎이 무성해서 가려져 있었나 봅니다.”

제법 크기가 큰 것은 모두 수확한 후 산 아랫밭으로 이동했습니다. 아랫밭에는 얼마 전에 심은 들깨가 아주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서울공동체에 깻잎을 많이 가져다주면 대중들이 좋아할 것 같네요. 깻잎을 포대에 가득 담아서 갑시다.”

깻잎을 포대에 가득 담고, 바구니에는 수확한 채소를 가득 담아서 산을 내려왔습니다.

농사일을 마치자마자 오전 8시에 작업복을 입은 채로 곧바로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차로 4시간을 달려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강남 구룡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마을 입구에 차를 세우고 좁은 골목을 지나 마을회관 앞에 도착하자 JTS 봉사자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마을 주민 분에게 피해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들은 후 JTS 봉사자들은 스님에게 여는 말씀을 청했습니다.


“긴급 구조단이 출동해야 한다고 공지를 했는데, 하루 만에 많이들 와주셨네요. 비가 갑자기 쏟아져서 강수량이 130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고 하잖아요. 특히 이런 판자촌의 경우 수해 대책이 제대로 안 되어 있어서 피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일손이 많이 부족한 만큼 우리가 함께 힘을 보태어 주면 좋겠습니다.”

명심문을 하고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마을자치회 대표님의 안내에 따라 한 사람이 겨우 지날 만한 골목을 지나 한 집에 다다랐습니다.


집 앞 골목에는 각 종 쓰레기와 살림살이가 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스님은 가장 앞에서 물건을 포대와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골목에 봉사자들이 쭉 늘어서서 물건을 바깥으로 뺐습니다.


딸과 둘이서 집 안을 정리하고 있던 집주인 분이 봉사자들을 반겼습니다.

“여기가 원래 물이 빠지던 하수구인데 꽉 막혔어요. 흙을 치워주시면 좋겠어요.”

골목에 물건이 어느 정도 빠지자 삽으로 흙을 퍼냈습니다. 두텁게 쌓여있던 흙 아래에 하수구가 모습을 드러내고 골목에 고여 있던 물이 빠졌습니다.


문을 여는 곳마다 물과 흙으로 뒤범벅된 물건들이 제멋대로 쌓여있었습니다. 물건을 꺼내고 흙을 퍼내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골목을 다 치우고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안방이며 부엌이며 화장실이며 가릴 것 없이 모든 곳에 물과 흙이 뒤범벅되어 있었습니다. 망연자실해 있던 집주인과 함께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하다 하다 안 돼서 포기한 상태로 있었어요...”

화장실에는 사용한 휴지들과 어디서 휩쓸려 왔는지 찻잔과 그릇이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집주인은 모두 버려달라고 했습니다.



“이 찻잔은 쓸 만한데... 월광법사님이 사용할 수 있게 좀 챙겨주세요.”

“네.”

집주인은 모두 버려 달라고 했지만, 스님은 그중에 씻으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알뜰히 챙겼습니다.

물건을 다 빼고 난 후 바닥에 흙을 퍼냈습니다. 다행히 화장실에만 물이 졸졸 나와 물로 살짝이나마 씻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라도 해두면 화장실이라도 쓸 수 있을 거예요.”



다음은 안방에 물건과 가구를 다 들어내고 물과 흙을 퍼냈습니다.




집주인의 요청에 따라 방을 하나씩 치워나갔습니다.




땀이 뚝뚝 흘렀습니다. 습하고 더운 날씨에다 토사와 쓰레기에서 나는 냄새에 머리가 어질 했습니다. 봉사자들도 땀을 뚝뚝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집이 이렇게 수해를 입은 것보다는 남을 도와줄 수 있는 게 낫지요? 기쁜 마음으로 합시다.”

“네.”

마을자치회 대표님의 안내에 따라 다음 집으로 갔습니다.

“이 집은 냉장고부터 세워주세요.”

냉장고를 세우고 부엌에 가득 차 있던 물건들을 밖으로 싹 빼냈습니다.


“신발은 안으로 다시 넣어주세요. 바깥으로 다 빼면 나중에 주인이 찾기 어려울 거예요.”


스님은 신발 하나하나를 씻고 짝을 맞추어 신발장에 가지런히 놓았습니다. 방 안쪽으로 들어가니 상태가 더욱 심각했습니다.




차근차근 물건을 빼니 방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집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낮은 지붕 너머로 고층 아파트들이 보였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너무나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스님은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가야 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주말에도 많이들 와주셔서 일손을 보태주시면 좋겠어요.”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봉사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올라탔습니다.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를 뚫고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은 장화를 벗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문경을 지나자 비는 그쳤습니다. 두북 수련원에 돌아오자 컴컴한 밤이 되어있었습니다.

구룡마을 수해복구 봉사자 긴급 모집

비는 그쳤지만 수재민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수재민들 대부분이 고령층인 데다 젊은 사람도 치우기 힘든 현장입니다. 혼자 힘으로는 방 한 칸도 치우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정토회와 JTS에서는 13일(토), 14일(일), 15일(월) 3일간에 걸쳐 구룡마을에 가서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동참하고 싶으신 분은 구룡마을로 와주세요.

전체댓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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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석

세상에~ 방송을 통해 대략의 소식은 접했지만 그 정도 인줄은 생각도 못 했네요.부산,멀리서 마음이나마 보탭니다. 같은 시대에 더불어 살아가는 처지로서 마음이 아픕니다.수고하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022-08-21 10:36:48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2-08-19 06:38:21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2-08-18 15: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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