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3.10 출가재일 기념법회
“모든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

안녕하세요. 오늘은 음력 2월 8일로 부처님이 출가한 날입니다. 7일 후인 음력 2월 15일은 부처님이 열반하신 날입니다. 정토회에서는 출가일과 열반일을 맞아 8일간 매일 법회를 듣고 300배 정진을 합니다. 오늘은 정진 첫째 날입니다.

오전 10시부터 출가열반재일 생방송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출가재일을 맞이하여 진정한 출가란 무언인지 알려주었습니다.

“오늘은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날을 기념하는 출가일입니다. ‘출가(出家)’란 집을 나간다는 뜻이에요. ‘집’은 나를 보호하는 안온한 장소입니다. 동시에 나를 속박하는 굴레가 되기도 합니다.

출가와 가출의 차이

사람들은 속박을 받으면 집을 떠나려고 합니다. 어린아이들도 부모가 속박을 하면 집을 나가고 싶어 하잖아요. 부부도 싸우다가 갈등이 해결이 안 되면 한 사람이 집을 나갑니다. 막상 나가면 보호처도 같이 없어지니까 외로운 떠돌이 신세가 돼요. 그래서 얼마 있다가 다시 집을 찾아 들어옵니다. 이렇게 집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은 출가가 아니라 가출입니다.

가출을 하게 되면 집을 나갈 때 돌아올 일이 이미 예정되어 있어요. 집을 나가면 외롭고, 집에 들어오면 답답합니다. 그래서 더 좋은 집을 찾아서 이 집을 나갔다가 ‘저 집이 더 좋은가’ 해서 저 집에 가 봐요. 저 집도 만족을 못 해서 또 더 나은 집을 찾아서 떠돌아다닙니다. 집이 안온하니까 들어갔다가 답답해서 나오는 일이 되풀이되는 거예요. 이것이 윤회이고, 가출입니다.

그러나 출가는 집이 속박의 굴레임을 알아서 집을 불살라버리는 거예요. 더 좋은 집을 찾는 게 아닙니다.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집 자체를 불살라버리는 거예요. 속박뿐만 아니라 안온함도 같이 불태워버립니다. 이게 어렵죠. 그래서 출가자는 ‘집을 갖지 않는다, 나무 밑에서 잔다, 동굴에서 잔다’라고 표현하는 거예요. 설령 머리를 깎고 절에 출가를 했다 하더라도 절에 살다가 답답하면 나가고, 나가서 외로우면 또 들어오고, 이렇게 왔다 갔다 한다면 가출입니다. 여러분 중에서도 수행자라고 하지만 출가를 한 게 아니고 가출을 한 사람들이 있어요. (웃음)

집은 안온함을 주는 보호처인 동시에 나를 속박하는 굴레입니다. 이렇게 두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안온함마저 불태워버려야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안온함의 본질은 속박입니다. 즐거움의 본질은 괴로움이에요. 이런 이중성을 확연히 꿰뚫어서 둘 다 버리는 것이 출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좋은 것만 가지고 나쁜 것은 버리려고 합니다. ‘공덕천과 흑암천’이라는 이야기 들어보셨죠? 아름다운 공덕천은 추한 흑암천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어리석은 자는 아름다운 공덕천을 얻으려고 추한 흑암천도 받아들입니다. 지혜로운 자는 흑암천을 버리기 위해서 공덕천도 포기해요.

함께 행복한 길은 없을까

부처님께서도 안온함의 본질이 속박이라는 것을 꿰뚫어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냥 어느 날 갑자기 깨달은 게 아니에요. 부처님은 출가하시기 전에 한 나라의 태자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안온하다고 할 수 있는 왕궁에서 자랐어요. 태어날 때부터 왕궁에서 자랐기 때문에 안온한 환경이 당연한 줄 알고 살았죠. 그러던 어느 날 왕궁 밖에서 열린 농경제에 참석했습니다. 태자는 그 농경제에서 자신이 왕궁에서 누리는 풍요로움과 안온함이 저 뭇 생명과 농부들의 고통 위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부와 빈곤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빈곤을 바탕으로 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는 ‘연기’라는 언어는 아직 몰랐지만, ‘나의 안온함이 저들의 속박과 고통 위에 있구나’라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태자는 이런 의문이 들었어요.

‘하나가 살기 위해 다른 하나가 죽어야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사는 길은 없을까. 하나는 불편하고 다른 하나는 편리한 게 아니라 함께 편리한 길은 없을까. 하나는 불행하고 다른 하나는 행복한 길이 아니라 함께 행복한 길은 없을까.’

어른들은 이런 현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겁니다. 당시에 부처님은 어린 소년이었으니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의문에 대해 자기가 존경하는 부모님과 스승님에게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대답을 못했습니다. 역사, 지리, 왕도, 무예, 철학 등 온갖 것을 다 아는 스승도 ‘함께 행복해지는 길, 함께 사는 길은 어떤 길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대답을 못했어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스스로 탐구할 수밖에 없었어요. 사람들은 어떤 문제를 풀 때 아는 범위 안에서 늘 해결책을 찾습니다. 아는 범위 안에서 찾을 수 없으면 대다수는 ‘에이 모르겠다’ 하고 포기합니다. 그러나 수행자는 ‘이 뭣고’ 하고 탐구를 해야 합니다. 알음알이가 끝나야 화두가 잡힌다고 하죠. 수행자는 바로 탐구하는 자입니다.

부처님은 결국 어두운 밤에 몰래 성을 떠났습니다. 성을 뛰어넘었다고 해서 유성출가(踰城出家)라고 합니다. 가난해서 출가한 것이 아니라, 부유했지만 그것이 속박임을 알고 벗어났다고 해서 뛰어넘었다고 표현해요. 사람들은 왕이 되거나 왕궁을 얻기 위해서 몸부림치는데, 부처님은 이렇게 이미 가진 왕궁도 버렸습니다. 왕궁이 주는 안온함이 크면 클수록 왕궁이 주는 속박도 커집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할수록 자식을 속박하는 정도가 큽니다. 자식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귀하면 귀할수록, 자식에 대한 집착은 커지는 거예요. 이게 인간입니다.

부처님은 어릴 때 가진 이런 의문을 품고 방황하다가 출가를 했습니다.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왕위를 버렸어요. 이것이 출가입니다. 오늘 출가절을 맞아서 ‘출가’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당장 집을 나가거나 가족과 헤어지라는 말이 아니에요. 출가의 자세로 내가 집착하는 대상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모든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

어제 대통령 선거가 끝났습니다. 당선된 사람은 좋아하고, 떨어진 사람은 낙담할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낙담할 일이 없습니다. 부처님은 이미 가진 왕위도 버렸는데, 원래 없던 것을 가지려다 못 가졌다고 낙담할 일이 뭐가 있어요? 빔비사라 왕이 부처님께 ‘이 나라를 가지십시오’라며 한 나라를 주려고 했을 때, 부처님께서는 ‘내 나라도 버렸는데 남의 나라를 무엇 때문에 갖겠습니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빔비사라 왕은 다시 제안했습니다.

‘그럼 군대를 드릴 테니 남의 나라를 쳐서 큰 나라를 만드십시오.’

‘내 나라도 버렸는데 왜 남의 나라는 뺐겠습니까. 내 입에서 필요 없다고 가래침을 뱉어놓고, 남이 뱉은 가래침을 보고 그것이 더 크다고 주워 먹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이렇게 집착을 탁 놓아야 출가를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형식을 갖추는 것이 출가가 아니에요. 마음속으로 늘 기대고 있는 안주처로부터 떠나는 것이 출가입니다. 부처님은 모든 신과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났다고 하잖아요. 신의 굴레로부터 벗어났다는 의미는 믿음, 사상, 이념 등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뜻입니다. 인간의 굴레로부터 벗어났다는 의미는 먹고 입고 자는 물질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뜻이에요. 신과 인간의 굴레에서 모두 벗어나야 속박이 없는 진정한 자유에 이를 수 있습니다.

속박이 없는 안주처를 구하는 게 아니에요. 안주처마저도 버려서 어떠한 속박도 없는 상태가 진정한 자유입니다. 진정한 행복이란 괴로움이 없어지고 즐거움만 있는 상태가 아니에요. 즐거움이 곧 괴로움이라는 것을 꿰뚫어 알아서 즐거움마저 버려야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런 진정한 자유와 행복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첫출발이 출가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왕궁을 떠나 출가할 때 왕궁을 돌아보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도를 이루기 전까지는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겠다. 독약을 먹고 죽을지언정, 성벽에 떨어져서 죽을지언정, 나는 다 같이 행복해지는 길을 찾기 전에는 이 성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

부처님은 가족 간에 갈등이 있거나 부모가 싫어서 출가한 게 아닙니다. 천상에 나거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출가한 것도 아니에요. 나를 포함한 이 세상의 일체중생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기 위해 출가하신 거예요.

이런 부처님의 출가 자세를 새기기 위해서 정토회에서는 출가재일인 오늘부터 열반재일인 다음 주 목요일까지 8일간 매일 정진을 합니다. 출가열반재일 정진이 우리가 1년 동안 하는 정진 중에 가장 기간이 깁니다. 온라인정토회 이전에는 다 법당에 와서 정진을 했는데 이제 각자 자기 집에서 정진을 하게 되었어요. 아무리 다른 일이 바쁘더라도 시간을 내서 꼭 정진을 하시기 바랍니다. 출가자의 초심을 되새기며 정진을 해봅니다.”

법회를 마치고 이어서 바로 300배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정진을 하는 모습도 랜선을 타고 전국에 방송되었습니다.


300배 정진을 하며 출가자의 초심을 돌아보고 명상을 한 후 모둠별로 나누기를 했습니다.

이후 스님은 하루 종일 불교대학 교재 작업을 하고 원고 교정 업무를 보았습니다.

내일은 출가열반재일 2일째를 맞이하여 법문과 300배 정진을 한 후 오후에는 농사일을 하고,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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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수행자의 아는 범위밖을 이해하기위해 탐구하는 사람이다. 고락이 함께 있음을 알아 나쁜 것을 바리기위해 좋은 것도 버릴 수 있는 행을 닦아 나갑니다. 지금 내 상황에서 진정한 출가는 내가 집착하는 대상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는 말씀을 가슴에 담습니다

2022-03-19 06:28:09

양계홍

즐거움도 안온함도 버리는 출가자의 마음을 다져봅니다.

2022-03-18 11:54:22

무애심

함께 행복해지는 길,
함께 사는 길.
모든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길.

나무 관세음보살_()_

2022-03-17 17: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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