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2.20 영어 즉문즉설, 주말명상 회향식, 일요명상
“자폐증 진단을 받은 아이의 부모입니다, 완치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도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 서울공동체 대중과 함께 법당에서 예불을 했습니다. 예불을 마치고 대중은 각자 맡은 구역을 청소한 후 발우공양을 시작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대중은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코로나 확진자 수를 이야기하며 공동체 성원들의 방역을 위한 각별한 주의를 부탁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100명일 때는 엄청 방역에 신경을 쓰고 조심을 했는데, 지금은 확진자 수가 10만 명이 넘어섰는데도 예전보다 더욱 주의를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예전에 확진자 수가 적을 때는 오히려 조심할 필요가 없었는데 지나치게 조심을 했고, 지금은 정말 조심해야 할 때인데 방심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공동체 성원들은 외출이나 외박, 병원 출입을 자제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 스스로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외출하지 않도록 하고, 설령 외박을 하게 되더라도 반드시 격리 조치를 예전처럼 해주었으면 합니다.

개중에는 ‘오미크론 변종은 치사율이 높지 않으니 괜찮다’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개인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있기 때문에 단 한 명이라도 감염이 되면 공동체 전체가 감염이 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업무에 큰 차질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니 사회가 어떤 방침을 갖든 상관없이 우리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조금 더 주의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대중은 스님의 말씀을 명심하고, 코로나 방역 지침을 더욱 철저히 지키기로 하고 발우공양을 마쳤습니다.

오전 8시부터는 온라인 강연을 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오늘은 격주에 한 번 외국인을 위한 영어 즉문즉설을 하는 날입니다. 전 세계에서 300여 명의 외국인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세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에는 네 살 아이를 가진 부부가 있었습니다. 부부는 잘 자라던 아이가 갑자기 표현 능력이 떨어지더니 자폐아 진단을 받게 되었다며 슬픈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자폐증 진단을 받은 아이의 부모입니다, 완치할 수 있을까요?

“My second son is 4 years old. He grew up a normal kid with age appropriate development until two and half years. After that he started loosing his vocal skills, social skills, communication skills, cognitive abilities etc. At the age of 3 he was diagnosed to be in Autism spectrum. We want to know how we can help him to bring him back to his normal self. We are waiting to hear him call us Appa, Amma and have conversations with us in his sweet voice. Can you please advice us in how to make this happen. Also please tell us when is this going to happen?”

(제 둘째 아들은 4살입니다. 아이는 두 살 반 까지는 나이에 맞는 정상적인 아이로 성장하며 자랐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는 사회성이 떨어지면서 말하는 능력, 의사 표현 능력, 인식력 등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세 살이 되어서 아이는 자폐성이 있음을 진단받았습니다. 저희는 아이를 어떻게 도우면 아이가 다시 자신의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알고 싶습니다. 다시 저희를 아빠, 엄마라고 부르며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대화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지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언제 그렇게 될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먼저 아이의 건강을 발원합니다. 아이가 자폐증으로 진단받아서 마음이 많이 아프셨겠습니다.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어떻게 치료하면 아이가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 물어보셨는데, 엄밀히 말해 자연 생태계에서 정상이라고 규정지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무엇이 다수냐에 따라 평균이 달라질 뿐이죠. 인간의 성별을 예로 들어 볼게요. 보통 사람들은 남자, 여자 이렇게 두 가지의 성만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닌 사람도 있고, 남성이기도 하고 여성이기도 한 사람도 있어요. 남성 중에도 남성의 성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여성 중에도 여성의 성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은 비정상이 아니라 그 수가 적은 것뿐입니다, 그래서 소수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비정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이러한 소수를 다수에 속하지 않는다고 배척할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그 존재를 인정해야 합니다. 다수에 속하지 않는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어요. 어떤 이유로든 차별을 받지 않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육체적인 기준과 정신적인 기준에 따라 성적 지향을 나누면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이성애’입니다. 남성은 여성을 좋아하고, 여성은 남성을 좋아하는 거예요. 둘째, ‘동성애’입니다. 남성이 남성을 좋아하고, 여성이 여성을 좋아하는 거예요. 셋째, ‘양성애’입니다. 남성을 봐도 성애를 느끼고, 여성을 봐도 성애를 느끼는 거예요. 넷째, ‘무성애’입니다. 남성을 봐도 성애를 못 느끼고, 여성을 봐도 성애를 못 느끼는 거예요.

네 종류 중에서 이성애가 다수고, 동성애는 소수입니다. 양성애나 무성애도 존재하지만 세상에 잘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문제로 부각되지는 않는 거예요. 그런데 무성애자가 결혼을 하면 부부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생깁니다. 무성애자인 남편 또는 아내가 성관계를 거부하기 때문에 배우자는 ‘혹시 다른 사람이 있나?’ 이렇게 오해할 수 있어요. 반면에 무성애자가 스님 또는 신부님이 되면 특별히 노력하지 않고도 아주 훌륭한 스님, 신부님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동성애도, 양성애도, 무성애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단지 소수라는 이유로 비정상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노력한다면 성적 지향을 조금은 바꿀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바꾸기가 어려워요.

술을 한 말 마셔도 거뜬한 사람이 있고, 한 잔만 마셔도 쓰러져 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둘 중에서 어떤 사람은 정상이고, 어떤 사람은 비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어요. 술을 한 잔도 못 먹는 사람은 간에 알코올 분해 효소가 없을 뿐입니다. 어떤 사람은 사과를 먹으면 알레르기가 일어나요. 보통 사람들이 독초를 먹지 않듯이 그 사람은 사과를 먹지 않으면 됩니다. 이것은 다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다만 그 숫자가 적을 뿐인데, 이제까지는 다수와 비교해서 소수를 비정상, 잘못, 죄악으로 여기며 배척하는 일이 많았어요.

제가 성적 지향에 대해 이렇게 길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질문자가 아들을 어떤 관점으로 보아야 하는지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자폐 증상을 보였다면 질문자는 지금 이렇게 마음이 애달프지는 않을 겁니다. 자폐증을 받아들이고 그 상태에서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질문자는 아이를 도왔을 거예요.

그런데 아이가 2년 반 동안 잘 자라다가 자폐증이 드러났어요. 질문자는 예전 상태는 정상, 현재 자폐증이 나타난 상태를 비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예전 상태로 돌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에 힘든 겁니다. 자폐증을 가진 아이도 그 상태 그대로 존중받아야 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또, 자폐 증상을 가진 아이를 둔 부모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어요. 만약 현대 의학으로 개선할 수 있는 병이라면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대 의학 수준으로 자폐증을 개선할 수 없다면 아이의 현재 상태를 존중해야 해요. 치료할 수 없는 병을 치료하려고 하면 할수록 돈도 많이 들고 부모의 가슴도 아프고 아이도 고생합니다. ‘정상’이 있다고 생각하고 아이를 정상으로 되돌리려는 집착을 놓지 못하면 괴로울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정상이랄 게 본래 없다는 것을 알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여러분 자신도 행복하고, 아이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자꾸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 아이는 정말 문제 있는 아이가 됩니다.

만약에 말을 못 하는 아이가 태어났다고 합시다. 그 아이를 본 사람들이 ‘아이고, 말을 못 해서 어떡해.’ 이렇게 걱정을 해요. 그러면 아이 스스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심적으로 위축됩니다. 말을 못 하는 상태를 그냥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왜곡해서 받아들이고 정신적인 질환까지 생겨요.

말을 못 하는 것은 죄악이 아니고 다만 사는데 조금 불편할 뿐입니다. 이런 불편함은 수화를 배워서 어느 정도 해결하면 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그저 조금 불편한 아이로 대해야 해요. 부모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해야 아이에게 정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됩니다.

그리고 부모를 위해서 아이가 있어야 합니까? 아이를 위해서 부모가 있어야 하잖아요. 질문자는 아이가 예전처럼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엄마, 아빠라고 말해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건 내 기쁨을 위해서 아이가 있어야 한다는 관점이에요. 올바른 부모의 관점이 아닙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를 위해서 내가 부모로서 무엇을 도울 수 있을까?’ 이런 관점을 가지셔야 합니다. ‘아빠라고 하지 않아도 좋고 똥오줌을 못 가려도 좋다. 우리는 너만 행복하면 된다’ 이런 관점을 가져야 해요. 이렇게 마음을 먹어야 질문자도 아이를 돌보는 것이 크게 힘들지 않을 수 있어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자폐증을 가진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셔야 합니다. 현대의학을 통해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개선을 위해 노력하셔야 해요. 그러나 정상적인 상태가 있다고 생각하고, 아이를 정상으로 만들려고 하면 부모도 불행해지고 아이도 고통스럽습니다. ‘아이가 언제까지 낫겠냐, 어떻게 하면 낫겠냐’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스님, 저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아이에게 정말 무엇이 중요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부모로서 가져야 할 관점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자폐증이 있는 아이를 둔 질문자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자유롭고 행복한 길을 가기를 축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추가로 질문이 있습니다. 앞으로 이 아이가 부모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며 살 텐데 나중에 우리가 아이 옆에 없을 때 아이가 혼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것이 제일 두렵습니다.”

“그 문제는 지금 일어나는 일이 아니고 먼 미래의 일입니다. 그 아이의 수명이 질문자보다 길지 짧을지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어요. 또 장애가 있는 아이를 돌보아야 할 책임은 아이를 낳은 부모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있습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가진 부모가 아이 때문에 불행하게 살아서는 안 됩니다. 질문자도 이 아이를 보살피면서 행복하게 살아야 해요. 자폐증이 생긴 아이는 소수지만 자연스러운 현상 중에 하나입니다. 하느님의 벌도 아니고 사주팔자도 아니고 전생의 죄도 아니에요. 또 부모의 잘못도 아닙니다.

점점 더 국가에서 이런 가족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되고 있습니다. 아이가 조금 더 자랐을 때, 부모보다 전문적으로 보살피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더 좋다면 질문자는 아이와 떨어지는 아픔이 있다 하더라도 아이를 전문기관에 보내셔야 합니다. 내가 아이를 보살피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보살펴야 해요. 그러나 전문가가 보살피는 게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아이와 떨어지는 아픔이 아무리 크더라도 부모는 아이를 위해서 전문가에게 아이를 맡겨야 합니다. 이런 상태로도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많은 교육과 훈련이 있습니다. 혹시 질문자보다 아이가 더 오래 산다면, 사회적으로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받아들일 것입니다. 지금도 많이 좋아졌지만 앞으로 10년, 20년 지나면 사회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 제도를 훨씬 더 잘 갖출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지금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합니다.”

두 부부는 스님에게 합장하며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스님도 합장으로 답했습니다.


스님은 마이크를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청중들에게 넘겼습니다. 청중 중에는 아동정신학을 전공한 의사도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조언해 주실 분이나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아동 정신학을 전공하는 전문의입니다. 자폐아를 많이 치료해봤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들의 반응입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아이를 신께서 내려주신 선물로 생각합니다. 아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존재로 생각했어요. 그래야 아이들한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어떤 부모들은 문제아 쪽으로 생각하고 아이를 증오의 눈으로 바라보는데 그러면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의 반응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스님 말씀에 매우 감동받았습니다. 저는 음악가인데요. 음악 치료로 자폐증 아이를 치료하는 병원에서 근무했습니다. 가족과 같이 살면서 치료받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자폐아들만 따로 살면서 치료받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부모가 없을 때를 걱정하셨는데 이미 이런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느껴져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는 버지니아 프리스쿨에서 자폐아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선생님입니다. 저희가 치료했던 아이들 중에 2살 아이도 있었는데요, 모든 아이들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님의 계속된 지원과 사랑에 힘입어 훨훨 날아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요. 힘들더라도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전문적인 조언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자의 고민 해결에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 주면서 분위기가 훈훈해졌습니다.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각자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스님의 지혜를 구하는 시간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 저는 108배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는 손으로 제 몸을 밀면서 일어나는 것이 안 됩니다. 절하는 것을 시각화해서 떠올리는 것은 안 될까요? 앉아서 108번 숫자를 세면 안 될까요?
  • 저는 공중보건 분야 전문가입니다. 제 오래된 친구가 사회에 유해한 견해와 행동을 SNS에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감동의 여운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다음 시간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곧바로 스님은 오전 10시부터 3월에 개강하는 정토불교대학 강의 준비팀과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준비팀은 실천적 불교사상과 인간 붓다, 사회 강의 등 각 과목별로 쟁점 사항에 대해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12시에 화상회의를 마치고 스님은 곧바로 평화재단으로 이동해 찾아온 손님들을 연이어 만났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너무 갈등 위주로 전개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국민 통합을 이루어내기 위한 어떤 장치가 마련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회 인사들을 계속 만나봐야겠어요.”

스님의 수첩에는 만나야 할 사회 인사들의 명단이 빼곡하게 적혔습니다.

오후 3시가 되어 스님은 다시 서울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3시 10분부터는 온라인 주말 명상수련 소감문 발표 및 회향식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각자 자신의 방에서 혼자 노트북 화면만 바라보던 참가자들이 화상회의 방에 모두 모여 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발표자로 선정된 사람들이 한 명씩 소감문을 낭독했습니다.

소감문 발표를 모두 경청한 후 스님이 2박 3일간의 온라인 명상수련을 마치며 회향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명상을 할 때는 매 순간이 힘들었죠? 어느덧 2박 3일이 지나고, 이제 끝날 때가 되었습니다. 끝날 때가 되어 돌아보니까 2박 3일이 금방 지나갔죠? 지금 기분 같아서는 4박 5일이나 6박 7일, 9박 10일을 하라고 해도 능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4박 5일을 해보면 2박 3일째 되는 날이 여전히 힘들어요. 대신 4박 5일이 끝나는 날에는 ‘잘 쉬었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찬가지로 6박 7일을 해보면 4박 5일째 되는 날이 여전히 힘들어요. 대신 6박 7일이 끝나는 날에는 다시 ‘배운 게 많았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9박 10일을 해봐도 6박 7일째 되는 날이 여전히 힘들어요. 대신 9박 10일이 끝나는 날에는 ‘참 잘했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순간순간은 기쁘고 재미있는데 지나 놓고 보면 ‘허송세월 했다’, ‘건강만 해쳤다’, ‘시간만 낭비했다’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이 쾌락입니다. 순간순간은 힘이 드는데 지나 놓고 보면 ‘배운 게 많았다!’, ‘잘했다!’, ‘잘 쉬었다!’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이 수행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순간순간에 좋은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늘 지나 놓고 보면 후회가 되는 겁니다. 늘 좋은 것을 선택해서 잘한다고 했는데, 지나 놓고 보면 별로 잘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수행이란 지금 이대로 좋은 줄 아는 것

많은 사람들이 사는 게 힘들다고 아우성치며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산목숨을 스스로 끊는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이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사는 겁니다. 나무도 사는 게 쉬우니까 저절로 자라고, 동식물도 사는 게 쉬우니까 저절로 잘 사는 거예요. 애쓰고 힘들어하며 사는 건 사람밖에 없어요. 그러니 기왕 사는 거 좀 편하게 살아보세요.

왜 사는 게 힘든지 가만히 살펴보면, 편하게 살아 보겠다는 목표를 향해서 죽기 살기로 노력하느라 힘들게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편하게 살려고 하지 말고 지금부터 편하게 살아 보면 좋겠어요.

노력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노력해서 이룰 수 있는 것에 대해 노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욕심으로 하기 때문에 힘이 드는 거예요. ‘주어진 조건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라는 말은 안주하라는 뜻이 아니라 지금 행복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필요하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꾸 시도해 보면 돼요. 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그만이고, 그래도 해보고 싶으면 또 하면 됩니다. 안 된다고 괴로워할 이유가 없어요. 안 되면 연구해서 다시 도전하면 되고, 그래도 안 되면 그만두면 되지 그것이 왜 괴로운 일이냐는 겁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누군가에게 빌어서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것이 종교라면, 수행은 나의 어리석음을 내가 알아차려서 그것을 내려놓음으로 해서 지금 이대로 좋은 줄 아는 것입니다. 명상은 수행의 많은 방법 중의 하나에 불과해요.

호흡 알아차림을 연습하는 이유

호흡을 알아차리고, 느낌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알아차리고, 법을 알아차리는 것이 명상입니다 명상이란 다만 알아차릴 뿐이지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마찬가지로 참선도 생각을 멈추는 겁니다.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을 탐구하는 것이 참선인데, 이 말은 생각을 끊는다는 뜻이에요. 그것을 ‘화두’라고 합니다. 이것저것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이 끊어지는 경지로 가기 위해 몰두하는 것이 화두입니다.

불교의 명상법은 생각을 멈추는 것입니다. 가령 염불은 소리에 집중하는 거예요. 집중은 불교에서만 있는 수행법이 아닙니다. 인도의 전통 사상에도 여러 가지 집중법이 있어요. 그런데 불교의 명상법은 집중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알아차림도 함께 있어야 합니다. 알아차림만 있어서도 안 돼요. 알아차림과 동시에 느낌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그 변화도 자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일어났다가 사라지는구나! 무상한 것이구나!’ 하는 원리를 깨달아야 해요.

‘집착할 바가 없구나! 늘 변하고 있으니까 잡을래야 잡을 수가 없구나! 그런데도 그것을 잡으려고 하니까 괴로움이 생기는 거구나!’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은 이것을 깨닫기 위한 출발입니다. 그러나 호흡 알아차림은 첫 단계인 동시에 호흡을 여실히 알아차리면 나머지는 다 저절로 알아차려지기 때문에 호흡 알아차림이 전부이기도 합니다. 미세한 호흡을 알아차리게 되면 감각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고, 감각을 알아차리게 되면 곧 느낌을 알아차리게 되고, 느낌을 알아차리게 되면 마음이 알아차려집니다. 결국 호흡을 알아차리게 되면 나머지는 저절로 되는 겁니다. 그래서 첫 단계이기도 하고 전부이기도 한 호흡 알아차리기를 계속 연습하는 거예요.

인생을 좀 가볍게 삽시다

3일 동안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자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죠? 이런 조건에서도 잘 지냈는데 뭔들 못 하고 살겠습니까? 이렇게 인생을 좀 가볍게 하고 살면 좋겠어요. 놀면 뭐해요? 그래서 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일도 하고, 지구를 살리기 위한 일도 하고, 마음이 괴로운 사람들을 돕는 일도 부지런히 합니다. ‘뭘 해야 한다!’ 하고 각오를 하라는 뜻이 아니에요. 안 죽고 살았는데 이런 일들이나 하지 뭐 하겠어요? (웃음)

상대를 위해서 애를 쓰게 되면, 나중에 상대가 나의 노력을 안 알아주면 섭섭해집니다. 그러면 원망이 생기고 한이 맺혀요. 그러니 내 인생은 자립해서 살아야 합니다. 남을 도와줄 때도 애써서 돕지 말고 능력이 되는 만큼만 도와주면 돼요. 바람이 우리의 얼굴을 시원하게 해 줬다고 대가를 달라 하지 않잖아요. 물이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게 해 주었다고 해서 대가를 달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게으름을 피우라는 뜻이 아닙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서 하되, 못 하면 또 그만인 거예요. 남들이 바라는 일을 내가 다 해줄 수가 없습니다. 이런 자세로 인생을 가볍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여러분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명상하면서 좀 더 편안하고 자유로워지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삶을 나뿐만 아니라 생명 가진 모든 존재들도 살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며 2박 3일 동안의 명상수련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사홍서원을 하며 온라인 주말 명상수련을 잘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온라인 일요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98번째로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오늘은 30분씩 두 번 연속으로 명상을 하고 중간에 포행 시간을 갖는 방식으로 명상을 해보았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이런 방식으로 명상을 해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스님의 안내에 따라 곧바로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탁, 탁, 탁!

죽비소리와 함께 명상을 마친 후 포행을 하고 다시 명상을 했습니다.

명상을 마치고 실시간 채팅창에 올라온 소감을 스님이 직접 읽어준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스님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전법활동가 법회를 한 후 오후에는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를 온라인으로 참여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하루 종일 평화재단을 찾아오는 손님들과 미팅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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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회

할수 있는 만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2-26 22:22:17

박윤정

스님 감사합니다 🙏

2022-02-26 14:22:38

ㅎㅎ

생각을 하는게 아니라 생각을 멈추는거군.. 감사합니다

2022-02-24 16: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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