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2.19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 결사행자회의
“수행은 직접 경험하는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어젯밤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마치고 곧바로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예불,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 경전독송을 차례대로 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어제 북한 인도적 지원과 관련하여 미국의 NGO 단체들과 대화한 내용을 소개한 후 수행이란 생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직접 경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오늘 읽은 경전의 내용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저는 어제 울산 두북수련원에서 금요일 법회를 하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기도는 서울법당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체험, 머리보다 마음

수행은 생각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보다는 생각이라도 하는 게 낫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만히 보면 생각은 꿈같고 환상과 같아요. 생각을 하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불교를 지식으로만 받아들이면 머리로는 이해해도 그 가르침이 내 것이 되지 않습니다. 수행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몸과 마음으로 체험해야 합니다.

우리는 북한 주민들을 직접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니까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그들의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삽니다. 인도 수자타 아카데미와 둥게스와리 마을도 지난 2년 동안 방문을 못하다 보니 그곳에서 활동하면서 느꼈던 애절함이 흐려집니다.

반면 자식들은 늘 눈앞에서 보기 때문에 집착을 합니다. 또, 자식을 낳고 핏덩이 때부터 키운 기억이 있기 때문에 집착을 놓지 못해요. 이런 측면에서 보면 눈앞에 두고 자주 보는 것이 오히려 자유로운 마음에 장애가 됩니다.

이처럼 우리의 정신작용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있습니다. 내가 배고파 보고, 내가 아파 보고, 내가 추워 보면 어려운 사람들의 아픔을 내 것처럼 느낄 수 있어요. 반면, 부부 사이의 갈등, 부모 자식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발 떨어져서 바라봐야 합니다. 이런 문제들은 대개 너무 가까이서 보기 때문에 해결책이 안 보여요. 오히려 떨어져서 봐야 나도 괴롭지 않고, 상대방도 괴롭히지 않는 길을 갈 수 있습니다.

때로는 가까이서 내 문제처럼 느껴야 하고, 때로는 한 발 떨어져서 봐야 하고, 이렇게 적정한 거리를 찾는 것이 곧 중도입니다. 너무 멀어지면 형제라도 이웃사촌보다 못한 경우가 생기고, 그렇다고 너무 가까이에서 지내면 아무리 가까운 부모 자식 사이, 형제 사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여러분도 지금 가까이서 지내는 사람과의 갈등에 있어서는 한발 떨어지는 자세가 필요하고, 너무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조금 가까이서 바라보는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런 중도를 지킬 때 우리는 외면하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인 중도입니다.

괴로움의 바다를 건너

오늘 읽은 경전에 나오는 ‘탐진치 삼독’도 지금 하고 싶고, 먹고 싶은 이 순간에 집착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또 오랫동안 쌓아온 삶의 습관과 성질대로 하려고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과 갈등이 생기는 이유도 상대를 ‘나와 다르다’ 이렇게 보지 않고, 나를 중심에 두고 ‘이 사람은 틀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조금 시간을 두고, 조금 거리를 두면, 우리는 이런 문제로부터 충분히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짧은 시간, 일시적인 면만 바라보기 때문에 늘 지나서 후회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욕심, 성냄, 어리석음이라는 세 가지 독을 버리면 편안한 마음에 이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비구들이여!
비구나 비구니가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버린다면
그것은 파도치고 소용돌이치며
악어나 귀신이 사는 바다를 건너
깨달음의 언덕에 다다라
땅에 우뚝 선 바라문이라 일컫는다.”

여기서 ‘파도치고 소용돌이치며 악어나 귀신이 사는 바다’는 번뇌와 괴로움이 많은 마음을 비유한 거예요. 욕심, 성냄, 어리석음을 버리면 편안한 마음, 즉 깨달음의 언덕에 이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바라문’은 수행자를 뜻합니다. 당시 주류 수행자를 ‘바라문’이라고 하고, 새롭게 나타난 비주류 수행자를 ‘사문’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경전을 보면 부처님께서 ‘바라문이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 사문이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 이렇게 바라문과 사문을 예로 든 경우가 많습니다.

거친 파도가 쳐서 배가 뒤집어질 듯한 상황이 현재 우리의 모습입니다. 탐진치 삼독에 휘말려 있는 모습이에요. 파도가 치는 바다를 건너 깨달음의 언덕에 우뚝 선 상태란 탐진치 삼독을 버리고 열반에 이른 것을 비유한 겁니다.

여러분도 욕심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성질에 휘둘리지 않고, ‘이것이 옳다, 저것은 틀렸다’는 시비심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마음의 거친 폭풍에서 벗어나서 고요한 열반의 경지를 맛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부처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새기면서, 이 좋은 법을 널리 전하는 전법주간을 맞이하여 틈나는 대로 충실히 전법해주시기 바랍니다.”

법문이 끝나고 스님은 외부에서 조찬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정토회관을 나왔습니다. 다시 평화재단으로 돌아온 스님은 찾아온 손님들과 연이어 미팅을 했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가 점점 갈등과 분열이 심해지고 있어서 스님을 뵙고 조언을 구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하루 종일 미팅을 한 후 오후 5시부터 결사행자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외주 제작물에 대한 회계 방침과 관련하여 몇 가지 의결을 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저녁이 되자 서울 하늘에는 눈발이 날렸습니다. 곧이어 하늘에서 눈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저녁에도 스님을 찾아온 손님들과 대화를 나눈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외국인을 위해 영어 즉문즉설을 생방송하고, 정토불교대학 실무준비팀과 화상회의를 한 후, 오후에는 온라인 주말명상 회향식에 참가해 법문을 하고, 저녁에는 일요명상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4

0/200

굴뚝연기

[수행은 생각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가만히 보면 생각은 꿈같고 환상과 같아요.] [ 불교를 지식으로만 받아들이면 머리로는 이해해도 그 가르침이 내 것이 되지 않습니다. 수행은… 몸과 마음으로 체험해야 합니다. ] 탐진치 삼독을 끊고,파도치는 마음의 고통을 넘어 열반을 맛보겠습니다~~깨달음의글과 사진,아무 댓가없이 희생해주시는 노고에도 늘 감사드려요^^*

2022-02-28 16:58:58

정토회

감사합니다

2022-02-26 22:11:57

윤성영

가족의 문제로 인해 상처받고 고통받고 힘들었는데, 내가 너무 가까이서 문제를 보고 힘들어했음을 깨달았습니다. 한걸음 더 떨어져 중도를 지키고, 집착을 버리고, 자유로워지겠습니다♡ 항상 지혜로운 말씀 감사합니다^^

2022-02-25 09:23:27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