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1.16 애광원 농산물 전달
“남편의 술주정 때문에 이혼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창고에서 농산물을 트럭에 실었습니다. 올해 수확한 감자 24박스, 무 12박스, 햅쌀과 김치를 가득 싣고 두북 수련원을 출발했습니다.

해마다 봄 가을에 거제도 애광원에 거주하는 지적장애인분들과 나들이를 진행해 왔는데, 코로나 이후 2년째 나들이를 못하고 있습니다. 대신에 스님이 직접 농사지은 채소를 거주인들과 복지사들이 먹을 수 있게 전달해 주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택배 배달원 역할을 하는 날이네요. 자, 출발합시다.”

차로 2시간을 달려 거가대교를 건넌 후 오전 9시에 거제도 애광원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이 도착하자 식당 앞을 지나가던 거주인 한 명이 제일 먼저 스님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벌써 18년째 스님과 나들이를 해온 거주인들은 금방 스님을 알아봤습니다.

“어! 스님!”

어눌한 말투이지만 너무나 반가운 얼굴로 스님을 불렀습니다.

“잘 지냈어요?”

이어서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이 트럭 소리를 듣고 뛰어나왔습니다. 스님이 위에서 박스를 내려주면, 직원분들이 박스를 식당 문 앞에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저희가 나를게요. 내려오세요.”

“아니에요. 오늘은 택배 배달하러 왔는데요. 뭐.”

순식간에 감자, 무, 햅쌀, 김치가 담긴 박스를 모두 내렸습니다.


김임순 원장님이 스님을 꼭 뵙고 싶어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잠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김장할 때 쓸 배추를 많이 가져다 드리고 싶었는데, 올해 배추 무름병이 들어서 수확을 많이 못했어요. 대신에 무 농사는 잘 되어서 무를 많이 갖고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며칠 전에 김장을 해서 김치도 가져왔어요. 원장님께 드리는 김치는 애광원에서 만든 젓갈도 넣었어요. 선물용 김치를 만드는 보살님이 애광원 젓갈이 최고라고 무조건 그걸 사용해야 한다고 해요. 절에서는 젓갈을 넣지 않고 김장을 하는데, 선물로 보내는 김치에는 애광원 젓갈을 사용합니다.

감자는 크기가 작은 것도 함께 가져왔어요.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작은 걸 누가 먹어요?’ 하면서 밭에 버리라고 하는 걸 제가 다 챙겨서 주워 왔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작은 감자도 껍질 채로 조림해서 먹었거든요.”

아늑하게 잘 꾸며진 카페에서 원장님은 스님에게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렇게 매번 선물을 받아서 어떡해요?”

“제가 못하는 일을 대신해주고 계시잖아요. 제가 이런 지원이라도 해드려야죠. 요즘 농사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손가락이 잘 안 굽혀져요. 시골 노인들처럼 저녁에는 ‘아야야’ 하고 눕고, 아침에 일어나면 또 나가서 일해요.” (웃음)

스님과 원장님은 서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짧지만 훈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97세입니다.”

“요즘은 100세 시대가 아니라 120세 시대예요. 120세까지 건강하셔야 해요.” (웃음)

내년이면 애광원이 창립된 지 70주년이 된다고 합니다. 창립 70주년에 다시 찾아오기로 하고 원장님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다시 트럭에 올라탔습니다.

푸른 바다를 구경하며 거가대교를 건넜습니다.


도로 위를 2시간 동안 달려 경주에 도착했습니다. 경주에서 혼자 살고 있는 스님 한 분과 인연 있는 몇몇 분들에게 며칠 전에 수확한 햅쌀과 그저께 김장한 김치를 전달한 후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몸이 불편한 동네 어르신 댁에 가서 앞마당을 청소해 주었습니다. 어르신은 거동이 불편하셔서 쓰레기를 치우지 못해 마당에 쓰레기를 쌓아 놓고 있었습니다.




어르신에게 전화로 연락을 드린 후 버려도 되는 물건과 남겨두어야 할 물건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버려도 되는 물건들은 모두 분리수거를 하여 쓰레기는 비닐봉지에 담았습니다.


오후 내내 쓰레기 치우는 작업을 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저녁에는 서울에서 김홍신 작가님이 찾아와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작가님을 배웅하고 나서 밤늦게까지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한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2일 금요 즉문즉설에서 소개하지 못한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남편의 술주정 때문에 이혼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두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결혼한 지는 11년이 지났고, 남편의 술주정 때문에 이혼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신혼 때는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남편이 말다툼 도중 청소기와 의자를 부순 적이 있습니다. 3년 전에는 말다툼 후에 만취해서 들어와 저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거실에 있는 가구와 집기들을 모조리 부수고 던졌습니다. 그 후 남편이 술을 마신다는 말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남편이 들어와 잠든 후에야 저도 안심하고 잠이 듭니다. 이후 술을 마시고 부수는 행동은 사라졌으나 술을 마시면 아이와 저에게 계속 말을 시키고 말꼬투리를 잡습니다. 남편은 평소 화가 났던 부분을 얘기하면서 가구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칩니다. 저는 그런 위협적인 행동을 보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해집니다.

남편은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도 큰아들을 크게 혼낸 적이 두 번 있습니다. 한 번은 나무로 큰아들을 때렸고, 또 한 번은 때리지는 않았으나 큰아들의 겁에 질린 표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큰아들은 아빠가 좋다고 합니다.

시아버지도 폭력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남편의 폭력성을 더 이상 고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참고 살려고 하는데, 가끔 남편의 과거 행동들이 떠올라 괴로워집니다. 상황이 닥치면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제가 남편에게 납작 엎드려야 하는 게 더 분하고 억울합니다. 오히려 남편에게 더 심하게 갚아줘야 분이 풀릴 것 같습니다. 남편의 술주정만 아니면 같이 살고 싶은데, 제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요?”

“남편이 폭력을 행사하고 술주정을 하는데 왜 같이 사는지 모르겠네요. 구시대 여성도 아니고 그 정도면 못 살 것 같은데 도대체 좋은 점이 뭐길래 같이 살아요? 지금까지 나쁜 점을 얘기했는데, 좋은 점 다섯 가지만 얘기해 봐요.”

“일단 직업이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부분이나 시간적인 부분에 있어서 제가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질문자는 직장이 있어요?”

“네.”

“직장 나가서 늦게 들어오거나 친구들을 만나는 것에 대해 남편이 반대하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게 해 주나요?”

“네.”

“굉장한 장점이 있네요. 또 남편의 장점이 뭐가 있어요?”

“술 마실 때 빼고는 엄청 착해요.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실천이 되든 안 되든 무조건 ‘오케이’라고 말해줍니다.”

“뭐든지 우선 말이라도 오케이 한다면 그건 굉장한 수행자인데요. 더 얘기해 봐요.”

“다른 부부들과 비교했을 때 남편은 애정 표현을 굉장히 잘하는 편이에요.”

“이제 하나만 더 얘기해 봐요.”

“술 마시고 주정하는 것을 제외하면 저보다 성격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이 정도 남자면 같이 사는 게 나은지, 아무리 인물이 잘생기고 돈이 많고 성격이 좋아도 폭언하고 술주정하는 사람하고는 도저히 못 살겠는지, 둘 중에 고민이 된다는 질문인데요. 아마도 마음이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게 아니라 반반이기 때문에 고민이 될 겁니다. 돈도 못 벌고, 성격도 더럽고, 자상하지도 않고, 이러면 저한테 물었겠어요? 벌써 이혼했을 겁니다.

남편의 좋은 점이 너무 많기 때문에 평소에는 별 고민 없이 살지만, 술주정하고 폭언하는 흠이 가끔 드러나면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렇게 질문을 하는 걸 보니 근래에 남편이 발동을 했나 봐요?”

“네, 일주일 전에 매우 사소한 문제로 갑자기 큰아들을 혼냈어요. 이럴 때 제가 말려봐야 안 된다는 것을 예전에 한 번 경험했거든요. 그래서 말리지도 못하고 그 순간이 너무 두려웠습니다. 아이만 아니면 남편과 이판사판으로 싸우겠는데 아이 때문에 참아야 한다는 게 억울했어요.”

“남편을 고쳐서 쓰느니 그냥 버리는 게 낫겠어요? 남편을 고칠 수 있으면 고쳐서 쓰는 게 낫겠어요?”

“저는 남편을 고치고 싶은데, 스님의 즉문즉설 들어보니 스님께서는 항상 고칠 수 없다고 말씀하시던데요.”

“맞아요. 고칠 수 없어요. 그럼 질문자는 남편을 못 고치더라도 어려움을 감수하고 살 거예요? 그냥 헤어지는 게 낫겠어요? 반반이라서 고민이에요?”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면, 이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괴로워하면서 사는 게 낫겠어요? 어차피 같이 살 바에야 안 괴로워하면서 사는 게 낫겠어요?”

“안 괴로워하면서 사는 게 낫습니다.”

“사람은 고칠 수가 없으니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는 없어요. 질문자는 남편만 고쳐준다면 1억 원을 내라고 해도 내고 싶은 심정이겠죠. 하지만 남편을 고칠 수는 없어요. 그리고 저 또한 남편을 고칠 수 있는 능력이 없고요. 그런데 남편이 술주정하고 폭언을 했을 때 지금처럼 분노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웃으면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제가 도와줄 수 있어요. 남편이 술주정하고 폭언하는 일이 자주 있어요?”

“일 년에 몇 차례입니다.”

“일 년에 몇 차례 정도면 사는데 큰 지장이 없다고 볼 수 있네요. 그 정도면 괜찮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이 정도 남자를 새로 만나기도 쉽지 않아요.

그런데 남편이 왜 술주정을 할까요? 어릴 때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못 하고 말문이 막혔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심리가 억압된 사람이에요. 그래서 질문자의 큰아들도 어쩌면 남편 때문에 심리가 억압될 위험이 있습니다. 아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부모나 선생님이 고함을 치면서 말을 못 하게 막아버리면 아이는 말문이 막혀서 마음이 답답해져요. 시아버지가 큰소리치고 폭력적이었다면 그로 인해 남편이 어렸을 때 트라우마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억압 심리가 생기면 말을 하고 싶어도 말이 목구멍에 막혀서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이 술을 마시고 취하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막 나오게 되는 거예요. 이런 사람은 사랑 고백도 맨 정신에 못 하고 술기운을 빌어서 합니다.

나이가 들면 술에 취했을 때 횡설수설하면서 계속 옛날 얘기를 해요. 그럴 때 나오는 언행은 무의식 세계에 있는 억압된 심리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술주정을 할 때 완전히 무의식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고 의식도 어느 정도 같이 있습니다. 의식도 작용하고, 무의식도 같이 작용하는 거예요.

옛날에는 자식이 억울해도 부모님에게 대들지 못했잖아요. 그게 억압 심리가 되어 있어서 술주정을 하게 되는 것인데, 거기다가 옆에서 자식이나 아내가 핀잔을 주게 되면 억압된 심리와 겹쳐져서 폭력적으로 대응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럴 때는 남편에 대해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어린애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술주정을 할 때는 어른의 상태가 아니라 심리가 억압된 상처 입은 어린애의 상태라는 것을 딱 자각해야 해요. 그래서 남편의 등을 두드려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아이고, 그랬군요’ 이렇게 어린애 달래듯이 맞장구를 쳐줘야 해요. ‘또 술주정하느냐!’ 이렇게 억압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억압 심리가 터져 나와 버려요. 계속 동조를 해주는 게 심리치료 방법입니다. 그러면 주절주절하다가 쓰러져 잡니다. 아침에 술이 깨면 그때는 문제를 제기해도 돼요. 술 마시고 왔을 때 항의를 하면 부작용이 더 큽니다. 술이 깬 뒤에 남편이 예뻐 보이면 봐주고, 괘씸해 보이면 그때 문제제기를 해야 돼요.

한 번 생각해보세요. 질문자가 뭐라고 잔소리를 하니까 그릇을 집어던졌다면 질문자를 사랑해서 그랬을까요? 사랑하지 않아서 그랬을까요? 남편이 질문자를 때리는 게 나아요? 그릇을 깨는 게 나아요?”

“저를 때리는 것보다는 그릇을 깨는 게 낫죠.”

“남편은 차마 사랑하는 부인을 못 때리니까 부인이 제일 아끼는 그릇을 깨는 거예요. 요즘은 그릇이 흔하니까 그렇지 옛날에는 그릇이 엄청나게 귀했어요. 실제로 여자를 때리는 남자는 정말 폭력적인 사람이라고 볼 수 있지만, 차마 못 때려서 그릇을 깨는 남자는 부인을 아끼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인을 때리고 싶은데 못 때리니까 부인을 아끼는 그릇을 깨는 거예요. 그러니 그때는 남편에게 이렇게 맞장구를 쳐줘야 합니다.

‘여보, 나를 안 때리고 그릇을 깨는 것을 보니까 그래도 나를 사랑하나 봐.’

그런데 이렇게 맞장구를 쳐주기가 어렵죠. 당장 나부터 성질이 확 나버리니까 '어디 감히 집에서 이런 짓을 하냐!’ 이렇게 되기가 쉽습니다.

술을 먹고 취했다는 것은 무의식 상태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맨 정신에는 그렇게 행동을 안 해요. 그래서 술주정하는 남자와 같이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섯 가지를 말해보라고 한 겁니다. 그리고 이런 남자는 술에서 깨면 굉장히 부인에게 잘해요. 술주정을 할 때는 도저히 못 살 것 같다가도 평소에 잘하는 것을 며칠 보면 헤어질 생각을 접습니다. 이렇게 죽을 때까지 사니 못 사니 하면서 사는 거예요.

그런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대응을 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일 년에 몇 차례뿐이니까 그럴 때마다 등 두드려 주고 해장국 끓여주고 재우는 게 좋아요. 한번 해보세요. 제가 말하는 방법이 효과가 있을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남편이 술에 취해서 오면 항상 ‘아이고, 힘들죠?’ 이러면서 등을 두들겨 주세요. 같은 말을 반복해도 계속 맞장구를 쳐줘야 됩니다. 왜냐하면 술에 취한 남편은 이성적인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저는 신랑이 술을 마신다는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두근 거려요.”

“남편이 술을 먹어서 발병을 해야 질문자가 남편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치유를 해나갈 수 있어요. 발병을 해야 치유를 하지 멀쩡한데 등을 두드려 주고 애 다루듯이 하면 남편이 기분만 나빠지죠. 그럴 때는 내가 부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엄마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애를 다루듯이 남편을 대해야 치유를 할 수 있어요. 그렇게 남편을 치료해 볼 생각이 있어요? 없어요?”

“있어요.”

“등 두드려주고 맞장구 쳐주고 달래서 잘 때까지 한두 시간 정도만 이렇게 하면 됩니다. 매일 있는 일도 아니고 일 년에 몇 번만 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아기 돌보듯이 남편을 돌보면 남편이 갖고 있는 억압 심리가 점점 해소가 됩니다.”

“제가 결혼 한지 1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시댁 사람들한테 정이 안 갑니다. 시댁 사람들이 집에 온다고 하면 싫은 마음이 확 올라오는데, 이런 생각이 올라오면 제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될까요?”

“시댁과 따로 사는 데 올 일이 얼마나 있어요? 일 년에 몇 차례 돼요? 옛날에는 같이 사니까 큰 고민거리였지만, 요즘은 일 년에 몇 차례 없잖아요. 시댁 사람들이 얼마나 찾아와요?”

“그 몇 차례도 싫어서요.”

“몇 차례도 싫으면 남편을 시댁으로 돌려보내야죠. 시댁에 남편을 데려가라고 하세요. 남편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이 아니잖아요. 남편에게도 어머니와 형제가 있는 것인데, 남편만 오고 다른 사람은 오지 말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에요. 천륜을 끊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괜찮은 사람이다 싶으면 그런 남편을 낳아주신 분이 시어머니니까 두 가지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하나는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다른 하나는 죄송한 마음을 가져야 해요.

‘좋은 남편을 저한테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당신 아들을 뺏어 가서 죄송합니다.’

이런 마음을 자꾸 내면 시댁 식구들이 와도 따뜻하게 대할 수가 있습니다. 남편이 술주정을 하니까 고마운 마음이 없어서 그래요. ‘좀 제대로 키우지’ 하는 생각이 무의식에 깔려 있는 겁니다. 그래서 자꾸 고맙다고 절을 해야 돼요. 그래서 마음속에서 ‘정말 고마운 분이구나’ 하고 느끼게 되면 시댁 문제는 저절로 풀려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째, 남편이 술 먹고 들어오면 질문자가 의사 선생님이 된 것처럼 남편을 다루어야 합니다. 남편의 억압 심리가 풀려서 나오는 것은 남편의 건강에 좋은 거예요. 억압된 심리를 술기운을 빌어서라도 풀어야 남편이 살 수 있습니다. 안 그러면 남편은 화병이 나서 죽어요. 그러니 등 두드려주고 맞장구 쳐주고 해서 억압을 풀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또 술 먹고 왔냐!’ 이렇게 못마땅해 하지 말고, 앞으로 남편이 술 먹고 오면 좋은 일이라고 받아들여야 해요.

‘오늘은 우리 남편의 가슴속에 있는 한이 좀 풀어지는 날이구나’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남편이 좀 더 오래 살 수 있습니다. 술 먹고 와서 술주정을 마음껏 하는데, 옆에서 아내가 화내지 않고 등을 두드려주고 하면 남편의 수명이 팍팍 늘어나요. 귀찮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남편이 술을 안 먹고 일찍 죽는 게 나아요? 가끔 술 먹고 주정하면서 오래 사는 게 낫겠어요?”

“오래 사는 게 나아요.”

“그래요. 그러면 남편은 술을 좀 먹어야 돼요. 술을 먹어야 가슴의 한이 좀 풀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남편에 대한 거부 반응이 적어지면 남편이 좋은 사람으로 보입니다. 내가 봐도 남편은 좋은 사람인데 그 어머니가 볼 때는 얼마나 좋게 보일까요? 그러니 이런 좋은 아들을 나한테 보내주신 시어머니와 시댁 식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남편이 어떤 이유로든지 폭력을 행사하면 경찰에 바로 신고해야 합니다. 폭력은 올바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바로 신고를 해서 비록 내 남편이라 하더라도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죄를 지어도 내 남편이니까 면회는 가야 됩니다. 아무리 내 남편이라도 범죄를 저질렀으면 처벌을 받아야 되고, 아무리 범죄를 저질렀어도 내 남편이면 내가 보살펴야 됩니다. 폭력은 사회적 범죄에 들어가니까 사회적 정의를 위해서라도 신고를 해야 돼요. 그것이 누구든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되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내 가족이기 때문에 나는 그를 보살펴야 합니다. 관점을 이렇게 가지면 신고를 해도 아무런 갈등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즉문즉설 내용 중에 저랑 비슷한 사연들을 찾아서 들었는데, 오늘 스님이 저한테 해주신 얘기는 확실히 제가 직접 답을 듣다 보니까 많이 와닿았습니다. 스님이 해주신 말씀을 잘 새겨서 앞으로는 남편과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자재요양병원에 농산물을 전달한 후 하루 종일 공동체 법사단과 정토대전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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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국

스님 해장국도 아십니까?

뼈해장국 드셔 보셨습니까?

그거 얼큰하고 맛있습니다.

2024-02-25 23:09:42

답답해

우리아빠랑 똑같네. 앞부분 읽으면서 아빠를 이해해보려 했지만 사연자는 1년에 몇번 몇시간이네. 우리아빠는 한두달에 2~3번 그러고 한번 술마시면 최소 6시간~8시간 10시간 12시간 계속 마시면서 떠들고 버럭버럭 큰소리내고 욕하고 울고 물건 집어던지고 엄마한테 술뿌리고... 엄마한테 이혼하라해도 이혼 안한다고 하고... 이지랄을 10년넘게.. 답답하다

2022-11-23 23:16:39

성깔머리

어제 남편이 또 술주정을 하길래 답답한 마음에 검색하다
글을 봤는데 제가 처한 상황하고 너무 똑같아서 놀랬습니다.
10월에 조카 결혼식까지만 같이 살자고 약속하고도 생각이 오락가락했는데 이제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9-06 06: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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