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7.21 청춘 톡톡 즉문즉설, 안거 시작
“좋은 남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새벽 3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이동했습니다.

오전에 병원 진료를 받은 후 곧바로 문경 수련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내일부터 문경 수련원에서 6박 7일 온라인 명상수련과 4박 5일 명상수련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경 수련원 명상원에 도착한 후 저녁 8시부터 청춘 톡톡 생방송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청년 19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덥죠? 저도 요즘 매일 땀을 콩죽 같이 흘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데, 아침에 농사일을 하면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이 납니다. 땀을 흘리고 나서 찬 물을 끼얹으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웃음)

오늘 여러분과 어떤 대화를 나눌까 하는 것은 여러분들이 선택하는 거예요. 저는 이런 대화를 하고 싶다는 게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갖고 함께 대화를 해보겠습니다.”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다섯 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좋은 남자 친구,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한 태도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좋은 남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좋은 남자 친구나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한 태도와 자세가 궁금합니다. 그동안 오랜 시간 쉼 없이 연애를 해오면서 제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1년 정도 연애를 안 하고 있어서 제 스스로를 돌아보고 어떤 것을 잘못했는지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든 생각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큰 행복 중 하나라는 겁니다. 이런 행복을 더 예쁘게 늘릴 수 있는 태도와 자세, 마음가짐 등이 궁금합니다.”

“무엇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고요?”

“좋은 남자 친구나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한 태도와 자세가 궁금합니다.”

“그런 건 없습니다. 내가 어떻게 해야 좋은 남자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에요. 상대가 나를 좋아하면 좋은 남자 친구가 되는 것이고, 아내가 나를 좋아하면 좋은 남편이 되는 겁니다. 아무리 내가 노력을 해도 상대가 싫어하면 나쁜 남편이고 나쁜 남자 친구예요. 좋은 남자, 좋은 남편이 되는 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가 결정하는 거예요. 질문자가 지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내가 상대를 사랑했는지 성추행 했는지는 내가 결정할까요? 상대방이 결정할까요?”

“상대방이 결정합니다.”

“네, 그것과 똑같아요. 내가 아무리 사랑하는 마음으로 껴안아도 상대가 싫으면 성추행입니다. 난 너를 사랑했다고 백 번 얘기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질문자의 사고방식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같아요.

질문자가 방금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면 행복하다고 말했는데, 그건 당연하죠.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하니까 기분이 좋죠, 나쁠 이유가 뭐 있겠어요. 그런데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만 하면 누가 그걸 다 받아들이겠습니까? 질문자가 그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면 좋은 남자 친구가 되기 어렵고, 좋은 남편도 되기 어렵습니다.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거기에 맞출 수 있어야, 좋은 남자 친구도 되고 좋은 남편도 될 수 있어요. 일요일에 아내가 ‘놀러 가자’ 하면 놀러 갈 줄 알고, ‘집에 있자’ 하면 집에 있을 줄 알아야 합니다. 아내가 쉬고 싶을 때 ‘구경시켜 줄게. 놀러 가자’ 이러고, 아내가 놀러 가고 싶을 때 ‘피곤한데 오늘은 쉬자’ 이러고, 이런 식으로 계속하면 상대가 안 좋아하죠.”

“제 뜻대로 사랑하겠다는 것은 아니고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여러 행복 중에 서로가 사랑할 수 있는 것이 큰 행복이라는 것을 느꼈다는 얘기입니다.”

“서로가 좋아하는 것은 일시적인 행복입니다. 한 사람의 마음이 바뀌면 불행으로 바뀌는 행복이에요. 그 행복은 지속 가능한 행복이 아니고, 언제든지 불행으로 바뀔 수 있는 행복입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묻는 것이 지속 가능한 행복이라면 이런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네가 나를 좋아하고 안 하고는 네 문제이고, 나는 너를 좋아한다. 네가 나를 좋아하고 안 하고는 네 자유이니까 알아서 해라. 하지만 나는 네가 좋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내 사랑에 대한 대가를 계산하지 않고 사랑하게 됩니다. 대가가 돌아오면 좋지만,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대가를 계산하지 않고 사랑한다면 지속 가능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사랑은 이해와 배려가 있어야 됩니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사랑은 엄격하게 따지면 욕망입니다. 음식을 먹고 싶거나, 어딘가로 여행을 가고 싶거나, 이성 친구를 만나고 싶거나, 결혼을 하고 싶거나, 돈을 벌고 싶거나, 이런 것은 다 욕망이에요. 욕망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욕망이에요. 욕망이 뜻대로 되면 기분이 좋고, 뜻대로 안 되면 괴로움이 생기는 겁니다.

욕망이 뜻대로 되어서 즐거운 것을 행복으로 삼으면, 뜻대로 안 되었을 때 괴로움이 늘 동반됩니다. 즐거움과 괴로움은 늘 함께 다닙니다. 물론 괴로움이 생겼을 때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괜찮아요. 돈을 빌렸으면 갚듯이 ‘이런 즐거움이 있으면 괴로움은 당연한 거다’ 이렇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즐거움은 있고 괴로움은 없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해요. 늘 내 욕망대로 다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데 상대편이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나한테 다 맞춰줄 수는 없어요. 그래서 상대가 나한테 맞춰주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으면 나한테 괴로움이 돌아옵니다.

그러면 즐거움과 괴로움이 되풀이되는 그런 즐거움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행복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네가 나한테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은 너의 자유다. 나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선택은 너에게 맡기고,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네가 좋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됩니다. 상대가 나를 싫어해서 나도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는 ‘네가 나를 안 좋아하니까 나도 그만두겠다’ 이러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거둬들인다’ 이런 관점을 갖는 겁니다.

상대가 나를 싫어해도 나는 상대가 좋을 때는 계속 좋아해도 됩니다. 다만 좋고 나쁨의 평가를 상대 탓으로 돌리지 말고, 내가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헤어질 때 ‘네가 그래서 헤어진다’ 이런 핑계를 대지 말고, ‘그동안 함께 지내서 고마웠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네가 싫다니까 여기서 그만두긴 하지만 지난 3년 간 너와 함께 있어서 참 좋았다’ 이런 자세를 가져야 후회하지 않게 됩니다.

좋은 남편, 좋은 남자 친구, 이런 건 없어요. 상대가 좋아하면 좋은 사람이 됩니다. 내가 좋은 남편이 되고 싶으면 아내의 요구에 잘 부응하면 되고, 내가 좋은 남자 친구가 되고 싶으면 여자 친구의 요구에 잘 부응하면 됩니다. 이것이 좋은 남자 친구, 좋은 남편이 되는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남편, 좋은 남자 친구가 되기 위한 태도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네요. 그러면 상대방의 요구에 잘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이 좋은 남자 친구인 거죠?”

“네. 상대방이 누구든 관계없이 상대방을 해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첫째, 상대를 때리거나, 둘째, 재물적 손실을 끼치거나, 셋째, 상대가 싫다는데 추행을 하거나, 넷째, 거짓말이나 폭언을 하거나, 다섯째, 술을 먹고 취해서 상대를 괴롭히거나, 이렇게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좋은 남편, 좋은 남자 친구가 되기 위한 기본 바탕입니다. 그런데 그것만 갖고는 상대에게 좋은 남자 친구, 좋은 남편이라는 소리를 듣기는 어려워요. 나쁜 남편, 나쁜 남자 친구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상대에게 피해를 안 주는 것은 기본이에요.

그러나 상대가 나와 만나서 피해를 안 본다는 것만으로는 상대가 만족을 안 합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한테 내가 피해를 안 본다는 것은 기본이지, 그걸로 만족하는 건 아니에요. 약간 덕을 봐야 좋은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즉 내가 상대방에게 뭔가 도움을 주어야 해요. 상대가 원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해줄 수 있어야 좋은 남자 친구, 좋은 남편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는 상대의 요구에 따라 달라져요.

앞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행동은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관계없이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켜야 할 책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상 상대가 나를 좋아하도록 하겠다고 할 때는 그 사람의 요구에 부응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돈이 필요하다면 돈을 지원할 수 있어야 됩니다. 그 사람이 돈보다 따뜻한 위로의 말이 필요하다면 위로의 말을 해줄 수 있어야 됩니다. 그 사람은 자기와 신앙을 같이 하는 걸 굉장히 원한다면 그걸 맞춰줄 수 있어야 됩니다. 피해를 안 주는 것 외에 나머지는 맞춤형으로 도와줘야 합니다. 그 사람과 사귀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선호에 어느 정도 부응을 해야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엄마가 통금 시간인 12시까지 안 들어오면 외출 금지에 외박도 안 된다고 합니다. 통금을 없애버리고 싶어요.
  • 연애와 결혼을 위해 소개팅을 하다 보면 진짜 기본적인 예의가 없고, 앞에서는 좋다고 하다가 말도 없이 연락 끊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을 낼 수 있을까요?
  • 작년부터 수험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건강이 안 좋아서 수험생활 시작과 동시에 본가에 내려와 부모님과 지냅니다.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공부하다 보니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했다는 죄의식이 큽니다.
  • 결혼을 이미 경험하신 분들의 의견을 많이 듣다 보면 제 생각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 같고, 그래서 상대를 만나기 전부터 선택이 어렵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일들에 대해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질문자들과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이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한 조건을 물어봤던 질문자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질문하기 전에는 연애를 잘하기 위한 보편적인 자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스님 말씀을 듣고 나니 그런 것보다 앞으로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든 간에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게 중요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아주 좋았어요.”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말씀을 했습니다.

행복, 지금이 좋은 줄 아는 것

“젊은것만 갖고도 여러분들은 굉장한 재산을 가진 거예요. 나이 칠십인 법륜 스님이 되고 싶어요? 유명하지도 않고 돈도 없고 아는 것도 없고 성질이 더럽더라도 20대인 내가 낫겠어요?

저는 여러분들이 바꾸자고 하면 언제든지 바꿀 용의가 있습니다. 저는 바꿀 용의가 있는데, 여러분들은 바꿀 용의가 없죠? 그렇다면 여러분들이 법륜 스님보다 더 행복하게 살아야 돼요. 여러분들이 바꿀 용의도 없으면서 자꾸 불평불만을 갖는 것은, 노력은 안 하고 뭐든지 공짜로 얻겠다는 심보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여러 가지 문제를 얘기하며 힘들다고 말하지만, 지나 놓고 보면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 이렇게 말하게 될 겁니다. 저도 20대 때 엄청 고생하고 살았는데, 돌이켜보면 그때가 좋았어요.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온갖 애를 썼는데, 그래도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는 겁니다. 그러니 현재의 좋음을 조금씩 발견해 가면서 살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휴간 공지

내일부터는 공동체 수행 대중의 안거(安居)가 시작됩니다. 안거 기간 동안 스님은 6박 7일 명상수련과 4박 5일 명상수련을 진행한 후 공동체 수행 대중과 연찬과 수련을 함께 할 예정입니다.

스님의 하루는 쉼 없이 계속되지만 스님의 하루 제작팀이 안거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안거 기간인 7월 26일(월)부터 8월 12일(목)까지 스님의 하루는 휴간합니다. 연재를 시작하는 8월 13일(금)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전체댓글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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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선

스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_(())_

2021-08-14 12:39:07

강현주

오늘도 마음에 탁 와닿는 말씀 정말정말 감사드리고 행복합니다~
마음 공부 잘 하고 가요~
항상 건강하세요~행복하세요~

2021-08-13 15:33:46

호롱불

좋은 사람의 기준이 내가 아닌 상대방임을 명확하게 했습니다. 지금까지 생대에게 잘해 주는 일을 내가 희생하고 양보하는 일로 생각해왔거든요. 관점을 바로 잡고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8-13 0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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