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4.18 10-5차 백일기도 입재식, 온라인 일요명상
“30년이 지나 다시 출발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세상의 모든 고통을 극복하고 바로 이 땅에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실현하고자 큰 서원을 세우고 시작한 만일결사 중 제10차 천일결사, 제5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열리는 날입니다.

방역 당국의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여 국내외의 모든 정토회 천일결사자들은 각자 자신의 방에서 온라인으로 입재식에 참여하고, 스님은 두북 수련원 방송실에서 입재식 법문을 했습니다.

타종, 예불, 반야심경을 생방송에 맞춰 따라 하며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지난 백일 동안 국내외에 대부분의 법당을 철거하는 과정과 그 속에 담긴 정토행자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 보았습니다.

“법당을 철거하면서 문에 붙어 있던 ‘법당’이라는 푯말을 뜯어서 집으로 가져와 제 방 문에 붙였습니다. 공양게송이 적힌 종이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기에 오려와서 제 방 문에 붙였어요. 그리고 ‘수업 중’이라는 푯말을 만들어서 문 손잡이에 걸어 두었습니다.

내 방을 법당으로 꾸며놓고 나니 일단 마음이 안정이 되었어요. 집에서 수행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보게 되니까 ‘아빠가 변하고 있구나’ 하고 아이들이 느끼는 것 같아요.”

법당이 철거되고, 모든 정토행자들이 개인 법당의 당주가 되었습니다. 애써 만든 법당을 철거하면서 아쉬움이 많았지만, 강을 건넜으면 아무리 고마운 뗏목도 다음 사람이 강을 건널 수 있게 두고 가야 한다는 스님의 말씀을 직접 실천하는 정토행자들의 이야기가 가슴 뭉클했습니다.

이어서 지난 100일 간 정토회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 발자취를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는 상황에도 수행, 보시, 봉사로 100일을 채워온 정토행자들의 모습이 역동적으로 펼쳐졌습니다.

다음은 지난 백일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행해 온, 미국에 사시는 분의 수행담을 들어보았습니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결혼하여 온갖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코로나 시대에 매주 일요일마다 외국인 남편과 함께 온라인 명상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남편과 영어 입재식에도 참가하여 천일결사 도반이 된 이야기가 소개되었습니다.

훈훈한 수행 이야기를 뒤로 하고 스님에게 5차 백일을 시작하며 입재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지금 정토회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정토회에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정토회가 이렇게까지 바뀔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을 못 했고, 저 자신도 지금 이렇게 정착이 될 것이라고 1년 전에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어쨌든 비대면 사회로 급격히 바뀌면서 그에 따라 정토회도 변화를 하게 되었고, 변화를 해나가면서 오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고, 지금에 와서 다시 돌아보니까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 겁니다.

지난 30년간 정성을 들이고 소중하게 여기던 것들을 1년 만에 다 버렸지 않습니까. 정토회가 여기까지 오는데 최고로 소중히 했던 것은 대중들이 사는 지역 가까이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법당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법문이 쉬워야 할 뿐만 아니라 접근도 쉬워야 했고, 그래서 도심 속 빌딩에 법당을 내었고, 법당이 모든 전법의 근거지이자 수행도량이었습니다. 앞서 영상에서도 보셨겠지만 엄청난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서 법당을 만들었습니다. 값싸고 교통이 편리한 장소를 찾아서 돈은 적게 들이되 깔끔하게 꾸미려고 엄청난 희생과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도 법당을 만들고 꾸미는 건 재미라도 있습니다. 힘들지만 법당을 만들고 나면 ‘우리도 법당 하나 마련했다’ 하는 뿌듯함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 소중한 법당을 1년 동안에 다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철수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철수하는 과정에서 마음은 오히려 더 허전해졌습니다.

첫 발을 디딘 자리로 다시 돌아오다

이렇게 1년 동안에 지역 법당을 없애고 온라인으로 모든 시스템을 전환하고 나니 엄청난 변화가 온 것 같은데, 지난 30년을 다 아는 저의 입장에서 볼 때는 첫 발을 디딘 자리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동쪽으로 한 발 한 발 걸어가서 30년이 지난 뒤에 도착해보니까 내가 출발한 자리에 와 있는 격이에요. (웃음)

젊은 시절에 저는 불교를 좀 더 새롭게 하기 위해, 사회에 대한 책임과 신뢰를 얻는 불교가 되도록 하기 위해, 기성의 불교를 개혁해 보겠다고 젊은 학생들과 종단에 항의도 했습니다. 그때 저의 주장을 듣고 나서 서암 큰스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이 청정한 자가 수행자다. 마음이 청정한 자가 머무르는 곳이 절이다. 이것이 불교다.’

이 말씀을 듣고 저는 크게 뉘우쳤습니다.

‘그래. 머리 깎고 먹물 옷을 입어야 스님이 아니고, 누구든지 해탈과 열반을 지향하는 마음을 내고 발심하면 그가 바로 수행자다. 그가 머무르는 곳이 절이다. 그가 집에 머무르면 집이 절이고, 사무실에 머무르면 사무실이 절이고, 숲에 머무르면 숲이 절이고, 교회에 머무르면 교회가 절이다.’

이런 뜻을 품었기 때문에 정토회를 처음 시작할 때 가정집에서 법회를 했습니다. 그런데 30년이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가정 법회를 열고나니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점점 늘어났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가정 법회를 여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회원들이 회비를 내서 공부하는 처소를 따로 마련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렇게 해서 법당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온라인이라는 발전된 기술을 사용함으로 해서 다시 집에서도 법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수행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전법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겁니다.

그러니까 정토회가 법당을 버리고 온라인으로 전환했다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달리 표현하면 처음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스님이 동쪽으로 떠났다고 말할 수도 있고, 동쪽으로 떠나서 서쪽으로 돌아왔다고도 말할 수도 있지만, 사실 스님은 한 발도 움직인 바가 없습니다. 그 자리에 있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변화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어려움

나무를 옮겨 심으면 길게 보면 크는데 짧게 보면 3년 동안은 크지 않습니다. 죽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거의 크지 않고 뿌리를 내리는 시간을 갖습니다. 모내기할 때도 모가 자리를 잡는 데에 일주일 정도 걸립니다. 물에 모를 꽂아 놓아도 잎이 말라서 똘똘 말려 있다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지나야 잎이 펴지고 색깔이 돌아옵니다. 이것을 시골 사람들은 ‘사람했다’ 이렇게 말해요. ‘아이고, 저 집 모는 이제 사람했네’라고 말하는데, 이 말은 이제 뿌리를 내렸다는 뜻이에요.

마찬가지로 정토회도 변화의 분기점마다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가정집에서 법당으로, 또 작은 법당에서 큰 법당으로, 이렇게 변화가 생길 때마다 기존의 사람들이 좀 떨어지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나니 경제적 부담도 없어지고, 법당 관리 부담도 없어지고, 모든 부담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잖아요. 그러면 사람들이 안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 오프라인에 적응되어 있던 사람이 온라인에 적응을 못 해서 또 떨어집니다. 책임의식 같은 것도 예전보다 떨어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여기에 또 적응하는 새로운 사람들이 확산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회원들 중에 법당에 나오던 사람이 떨어지고, 새로운 사람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대로 두어도 괜찮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이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떨어지는 것을 막아내느냐, 즉 온라인에 부적응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잘 도와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적응 못하는 사람도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 다음에 새로운 영역의 개척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연구해야 합니다. 지금 상황은 위기라고 할 수 있어요. 개척은 아직 뜻대로 잘 안 되고, 있던 사람들은 부적응해서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걸 잘 극복해야 위기가 기회가 됩니다. 이걸 잘 극복하지 못하면 쇠락으로 가게 되는 거예요.

발전하느냐 세속화하느냐, 관건은 이겁니다

우리가 왜 이런 모임을 만들었는지 다시 생각해야 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근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정신은 근본으로 돌아가고, 형식은 지금의 상황에 맞게 하는 겁니다. 자꾸 세속적인 생각으로만 바라보면 안 됩니다. 현실에 맞게끔 운영을 하지만 항상 부처님의 법에 근거해서 결정해야 해요.

온라인 정토회로 바뀌면서 부처님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기가 더욱더 쉬워졌습니다. 굳이 건물을 얻어서 법당을 낼 필요 없이 집에서 정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에요. 마치 부처님 당시에 숲에서 생활하고 숲에서 전법하는 길이 열린 것처럼 내가 사는 집에서 정진하고 내가 사는 집에서 전법하는 길이 열리게 된 겁니다. 그래도 여러분이 사는 집이 숲보다는 낫잖아요. (웃음)

지난 30년은 법당이라는 공간이 큰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수행하고 전법하는 여러분들이 중심입니다.

‘내가 얼마나 발심해서 정진하고, 주위에 얼마나 전법을 하는가?’

정토회가 성공적으로 발전할지, 세속적으로 돌아가 버릴지, 그 여부는 여러분의 발심과 수행에 달려 있습니다. 법당을 관리하지 않아도 되고, 법당 운영에 필요한 경비도 들지 않고, 여러 가지 장점이 많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발심만 깊어지면 훨씬 효과적입니다. 대신에 발심이 깊어지지 않으면 여러분도 그냥 세속적으로 돌아가 버리거나 후원자에 그쳐버릴 수 있어요.

‘유튜브로 즉문즉설을 듣고 ‘법륜스님 법문 잘한다’ 하면서 좋아하는 그런 수준으로 갈 것인가? 해탈과 열반을 향한 원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을 정도로 강하고, 이 좋은 법을 이웃과 나누는 보살의 삶을 살아가는 수행자가 될 것인가?’

이것이 관건입니다.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온라인 기술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지난 30년 동안 매일 아침 천일결사 기도를 집에서 해 온 것이야 말로 온라인 전환을 가능하게 한 가장 핵심 요인입니다. 다른 건 다 부차적입니다. 매일 집에서 내가 정진을 했기 때문에 집이 수행도량이 되고 전법도량이 될 수가 있는 겁니다. 이런 30년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해서 온라인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거예요. 천일결사 기도를 절에 찾아가서 한 게 아니잖아요. 매일 아침마다 집에서 일어나자마자 이불 딱 개고 그 자리에서 정진한 노하우가 온라인 정토회가 가능한 근본이고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2600년 전에 부처님이 당시의 계급 차별을 뛰어넘어 어떻게 평등한 승가 공동체를 만들었는지 소개하며 천일결사자 한 명 한 명이 수행자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입재 법문이 끝나고 이번에 처음 입재한 예비 천일결사자들을 위한 결의식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행자는 자기의 생각을 바꾸어서 행복해지는 ‘자기 변화’와 자기가 사는 사회를 바꾸어서 행복해지는 ‘사회 변화’를 동시에 추구합니다. 이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정토행자는 어떤 경우에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수행정진을 해 나가야 합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수행정진하겠습니까?”

“예,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반드시 수행정진하겠습니다.”

...(중략)...

예비 천일결사자들이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것을 다짐하자, 스님이 화면을 향해 염주를 증정했습니다.

“여러분 모두 정진을 잘하라고 제가 염주를 걸어드리겠습니다.”

“잘 받았습니다.”

기존 천일결사자들이 힘찬 박수로 환영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예비 천일결사자들을 위해 발원을 해주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내가 좋아서 내가 선택했습니다. 내가 결혼하고, 내가 자식을 낳고, 내가 직장을 선택하고, 내가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기쁜 마음으로 축하를 받으면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 결혼 때문에, 그 자식 때문에, 그 직장 때문에, 그 가게 때문에 괴롭습니다. 내가 선택한 결과에 대해 나의 어리석음을 돌아보지 않고, 남을 원망하고, 남을 탓하며, 자기 인생의 비극을 한탄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수행자는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어리석음에 의해서 일어난 결과임을 알고, 그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사람입니다. 마치 악몽을 꾸다가 꿈을 깬 것처럼, 괴롭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하여 이와 같이 매일 정진하겠습니다.

이들의 발심을 제불보살님들께서는 증명하여 주옵시고, 이들이 오늘 처음 마음 낸 것을 중간에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천룡팔부 신중님들은 옹호하여 주옵소서.”

예비 천일결사자들은 스님의 격려와 발원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수고해준 분들에 대한 격려와 감사의 시간과 새롭게 소임을 맡은 온라인 정토회 소임자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대의원 소임을 대표해서 서초정토회 백성희 대표님이, 전국 법당의 총무 소임을 대표해서 홍순연 님이 소감을 말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국의 법당이 문을 닫게 되자 전국에서 으뜸절과 실천 장소들이 새로 떠오르는 것을 보며 법당이 새롭게 화현을 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이 세상에는 좋고 나쁜 것이 없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선거를 통해 새롭게 선출된 사람들을 발표했습니다. 선거 결과 정토회 대표를 비롯해 지부장, 지회장, 모둠장이 모두 선출되었습니다. 모두를 대표해서 정토회 대표로 당선된 김은숙 님이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새롭게 소임을 맡은 분들과 함께 온라인정토회라는 씨앗이 건강한 새싹이 될 수 있도록 연구하고 논의하고 준비하겠습니다.”

온라인정토회를 이끌어갈 소임자들을 위해 격려와 당부의 박수를 보낸 후 법사단장인 무변심 법사님의 닫는 말씀을 듣고 나서 제5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산회가 음악이 나오고, 각 지부별로 천일결사자들의 얼굴이 화면에 나오자, 스님도 자리에서 일어나 화면을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제6차 백일기도 입재식인 7월 18일에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것을 기약했습니다.

입재식이 끝나고 모든 천일결사자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새롭게 구성된 모둠원들과 첫인사도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점심을 먹고 오후 1시부터 창고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전국에서 법당을 철거하면서 주말마다 트럭 몇 대 분량의 짐들이 두북 수련원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재활용 유통 담당자가 한 명 밖에 없어서 고충이 많았습니다.

“오늘은 제가 창고 정리를 도울게요.”

작업복을 입고 나타난 스님은 책상, 의자, 바닥재 등 무거운 가구들을 쉴 새 없이 들고 날랐습니다.




스님이 오후 내내 일당백으로 도와준 덕분에 재활용 유통 담당자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온라인 일요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54주째 영어 통역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Welcome. We will begin the online meditation with Ven. Pomnyun shortly. Before we proceed, we will meditate for a brief moment to calm our minds.”

짧은 명상 후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저는 요즘 시골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법회가 없을 때는 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어제는 고추 모종 1400 포기를 심었고, 오늘은 지게차를 운전하는 사람과 같이 창고 정리를 했습니다.

노동을 운동 삼아

운동을 따로 할 필요 없이 노동을 운동 삼아하고 있습니다. 저의 스승님은 수행자들이 역기나 아령을 들고 운동을 하면 이렇게 야단을 치셨습니다.

‘왜 밥 먹고 힘을 그렇게 쓸데없는 데에 쓰느냐? 차라리 그 힘으로 밭에서 괭이질이나 호미질을 하지.’

또 수행자들이 콜라나 사이다 같은 인스턴트식품을 먹는 것을 보면 이렇게 소리치셨습니다.

‘왜 돈을 주고 썩은 물을 사 먹느냐. 이 산속에 맑은 물이 이렇게 많은데!’

젊은 사람들은 노승이 너무 고지식하다고 비판을 했는데, 스승이 돌아가시고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분의 말씀은 다 옳은 말씀이었던 것 같습니다.

술을 먹는 사람에게는 좋은 술, 나쁜 술이 있지만, 아무리 좋은 술을 먹는다 하더라도 안 먹는 것이 건강에 더 좋아요.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는 좋은 담배와 나쁜 담배가 있지만, 아무리 좋은 담배를 피우더라도 안 피우는 것이 건강에 더 좋습니다. 마약을 하는 사람에게도 품질이 좋은 마약과 나쁜 마약이 있지만, 아무리 품질이 좋은 마약을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건강에 더 좋습니다.

우리는 항상 제일 좋은 것들을 추구하며 삽니다. 그러나 그중에 상당히 많은 부분은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품질이 좋은 인스턴트 음료보다는 산속의 맑은 물이 더 몸에 좋은 것과 같아요. 아무리 비싼 공기청정기에서 나온 공기라도 그보다는 산속의 자연 그대로의 공기가 더 낫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수기를 통과한 물이라도 그보다는 산 속에 있는 청정한 물이 더 깨끗합니다.

지금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이런 도리를 알게 되면 공연히 바쁘게 살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더 좋은 것을 이루기 위해 애쓰고, 노력합니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애달파하고, 그것이 이루어졌다고 좋아 하지만, 그것을 이룬 것보다 아무것도 행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더 잘 살기 위해서 자연을 개발해 왔습니다. 그래서 많은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결국 기후 위기를 초래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는 우리가 가만히 있었던 것보다도 더 못한 결과인 재앙이 초래될지도 몰라요. 등산을 할 때 길을 잘못 들면 앞서 갈수록 더 먼 거리를 되돌아 내려와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 않는 것보다도 못한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삶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조금 더 한가해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주에 영어로 올라온 질문 두 가지에 대해 답변을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이 끝나자 명상을 하고 난 소감이 실시간 채팅창에 올라왔습니다. 스님이 한 명 한 명의 소감을 직접 읽었습니다.

“집중이 잘 안 됐습니다.”
“I was having trouble focusing.”

“많이 졸렸습니다.”
“I was very sleepy.”

“혼자 하다가 오랜만에 같이 하니까 집중이 잘 됐습니다.”
“Used do it by myself. I was doing it with somebody else and made me focus better.”

“낮잠을 잔 덕분인지 가볍게 했습니다.”
“Maybe, perhaps I took a nap this time, the session was good.”

“졸렸고 망상이 들고 했지만 호흡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습니다.”
“I was sleepy and distracted but I did keep coming back to my breath.”

외국인이 영어로 올린 소감도 올라왔습니다.

“명상을 하다가 갑자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호흡에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스님은 명상을 할 때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명상 시간에 오직 해야 할 일은 호흡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호흡을 놓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집중했다면 주수입은 버리고 부수입을 얻은 겁니다.”

다음 주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방송을 마쳤습니다. 국제국 활동가들과 이번 주에 미국에서 일어난 주요 이슈들에 대해 대화를 나눈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외국인 천일결사 입재자들을 위해 영어로 입재식을 한 후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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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연기

[…하지 않는 것보다도 못한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삶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조금 더 한가해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정신이 번쩍드는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2021-05-02 18:22:17

실상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부수입이라니 신선한 비유이십니다~

2021-04-29 21:26:08

하심

누가 스님 좀 말려주세요...너무 빡쎈 하루이십니다..

2021-04-28 00: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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