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4.8 서암 큰스님 열반 18주기, 명상원 정비
“장인 장모님의 간섭이 너무 심해서 힘들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의 고문이셨고 살아생전에 스님에게 큰 가르침을 주셨던 서암 큰스님이 열반하신지 18주기를 맞이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추모 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 7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9시에 봉암사에 도착했습니다.

가장 먼저 수좌 스님인 무문 큰스님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삼배로 인사를 하고 안부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리고 서암 큰스님의 부도탑을 참배했습니다. 경내로 들어가기 전 오른쪽으로 난 산길을 오르니 한적한 곳에 부도탑과 탑비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에 올바른 길을 가지 않는 불교계의 현실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스님은 미국 LA의 작은 사찰에서 서암 큰스님을 만났습니다. 한국 불교의 문제점에 대해 하소연을 털어놓으니 큰스님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여보게, 어떤 한 사람이 논두렁 밑에 조용히 앉아서 그 마음을 스스로 청정히 하면, 그 사람이 바로 중이요, 그곳이 바로 절이지. 그리고 그것이 불교라네.”

이 말씀은 법륜 스님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불교라는 것은 그 마음을 청정히 하는 것인데 이제 보니 불교 아닌 것을 불교라고 착각하고 개혁하려 했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때부터 스님은 잘못된 것을 비판하고 고치는 데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실천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그 깨달음은 곧바로 정토회의 설립으로 이어졌습니다.

정토회는 올해 그 정신을 더욱더 계승해서 각자 자신의 집을 청정한 수행 도량으로 만들고 온라인정토회로 모두 전환했습니다. 서암 큰스님 열반 18주기를 맞이해 스님은 부도탑 앞에 삼배를 한 후 큰스님의 검소한 삶과 깨달음의 말씀을 다시 한번 가슴에 되새겼습니다.

해탈주 삼독을 한 후 주지 스님을 찾아가 잠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작년에 코로나 사태 이후 정토회는 전부 온라인으로 전환을 했어요. 두북 수련원에 교실 한 칸을 방송실로 꾸며놓고 요즘은 매일 거기서 온라인으로 법회를 합니다. 이동을 거의 안 하니까 그 덕분에 농사일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손이며 다리며 온갖 군데가 가시에 찔려서 성한 곳이 없어요.” (웃음)

안부를 주고받은 후 인사를 나누고 대웅전으로 향했습니다.

대웅전에는 서암 큰스님의 영정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차를 올리고 삼배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사전에 들러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어 온 역대 조사들의 뜻을 기렸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방역에 더 주의를 해야 하잖아요. 다례재에는 빠지고 인사만 드리고 가보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스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봉암사를 나왔습니다.

문경 수련원으로 돌아와서 11시부터 행자님 두 명과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두북에서 올 때 작업복과 필요한 도구를 챙겨서 왔습니다.

“오늘은 돌담 아래 축대에 가시 덩굴과 잡목을 제거할 거예요.”

복사꽃 가지를 드리운 돌담 뒤로 가보니 가시덩굴과 잡목이 엉켜서 무성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돌담 안쪽을 늘 거닐면서도 돌담 바깥으로는 살펴본 적이 없었습니다.

스님이 전기톱과 톱, 낫을 들고 앞장서서 가시덩굴을 땅 가까이에서 베어냈습니다. 뒤이어 행자들이 가시덩굴을 바깥으로 걷어냈습니다.




칡덩굴은 작은 나무만큼 굵었습니다. 거침없이 덩굴을 제거했습니다. 온통 덩굴에 휘감겨 죽은 나무도 베어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축대가 드러났습니다. 축대 아래로 예전에 다녔던 길도 드러났습니다.

“점심시간이네요. 여기까지 합시다.”

울력을 시작할 때는 덩굴을 비집고 들어갔는데 마칠 때는 두 팔을 흔들며 나올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딴 두릅순 한 가지 반찬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스님은 다시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행자들은 오후에 실시되는 공동체 선거에 참여하느라고 함께 울력을 하지 못했습니다.

투표를 마치고 내려와 보니 스님은 계속 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전보다 훨씬 앞으로 나아가 있었습니다.

덩굴에 가려 보이지 않던 두릅나무들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다 자란 두릅순은 따고, 키가 너무 자란 두릅나무는 잘라주었습니다.

해는 조금씩 산 아래로 떨어지고 햇살의 빛깔이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아까 자른 두릅나무를 가져와 싹이 난 마디마다 잘라주었습니다.


“이걸 물에 꽂아두면 두릅이 자라요. 땅에 종자로 심어도 되고요.”

두릅 종자를 물에 담가 툇마루 밑에 두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한 번 쉬지도 않고, 참도 안 먹고 일을 했네요.”

문경에 일이 있어서 잠시 왔을 뿐인데, 스님은 시간이 나는 대로 울력을 했습니다.

해는 금세 졌습니다. 저녁에는 원고 교정 및 업무를 보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공동체 법사단과 정토대전 편찬에 대해 회의를 한 후 저녁에는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해 금요 정기법회를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달 25일에 열린 행복한 대화 유튜브 공개 강연에서 있었던 즉문즉설 한 편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장인 장모님의 간섭이 너무 심해서 힘듭니다

“저는 두 살 아이의 아빠입니다. 가까이 살고 있는 장인 장모님이 육아에 관여하시면서 지나친 관심을 보이셔서 제 마음이 불편합니다. 떨어져 살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육아뿐만 아니라 사생활이나 모든 일에 간섭하십니다. 처음에는 조언이었는데 지금은 점점 지시를 내리시는 모습에 심리적 압박감이 느껴집니다. 장모님과의 보이지 않는 불편함을 아내에게 상의했지만, 아내는 제가 속이 좁다고 생각하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 아내에게 서운함을 느낍니다. 아이를 핑계로 저의 불편함을 얘기하는 것 같아 제 자신이 한심해지고 초라해집니다. 저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되는지 스님의 따끔한 조언을 달게 받겠습니다.”

“왜 제가 따끔한 조언을 합니까? 저는 야단치는 사람이 아니에요. 오늘은 질문자들이 전부 다 혼날 걸 각오했는지 따끔한 조언을 해달라고 얘기하네요. (웃음) 장인 장모가 애기를 좀 봐줘요?”

“네, 매일 봐주십니다.”

“그럼 아내 입장에서는 친정 엄마가 가까이 살아서 자기 생활이 좀 편해졌겠네요?”

“네, 맞습니다.”

“그러면 질문자 부부는 장인 장모의 덕을 보고 있네요?”

“네, 맞습니다.”

“그렇게 덕을 보고 있다면 그에 대해서 감사해 하고, 나머지는 문제 삼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요? 장인 장모 말씀을 간섭으로 생각하지 말고, 대가를 지불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애기를 봐주는 대가가 한 달에 100만 원이고 한 달에 10번 간섭을 한다면, 한 번 간섭할 때마다 10만 원으로 계산하면 되잖아요. 왜 도움을 받으면서 쫀쫀하게 그래요. 진짜 아내 말처럼 속이 좁고 쫀쫀하네요. (웃음)

도움을 주는 사람은 간섭하게 되어 있어요. 부모는 자식을 도와주는 대신에 자식에게 간섭합니다. 간섭을 안 받으려면 도움을 안 받아야 돼요. 질문자 혼자라면 도움을 안 받고 멀리 이사를 가면 되는데, 아내는 아이를 돌봐야 되니까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아내는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내가 애 키우느라 힘든 걸 엄마가 얼마나 많이 도와주는데, 당신은 엄마가 잔소리 조금 한다고 그걸 못 참냐?’

그래서 질문자가 그런 얘기를 하면 ‘당신이 속이 좁다’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아내 입장에서는 ‘여보, 어머니 때문에 당신 힘들지?’ 이렇게 말하기가 어려워요. 물론 현명한 아내라면 이렇게 물어봤을 겁니다.

‘여보 힘들어요? 그럼 엄마가 아이를 봐주는 만큼 당신이 아이를 보면 어때요? 엄마가 하루에 아이를 여섯 시간 봐주는데, 당신이 직장 갔다 와서 아이를 보든지, 직장에 안 가고 애기를 볼 수 있어요?’

이렇게 물었는데도 질문자가 못 한다고 대답하면 ‘그냥 입 다물고 엄마 덕 좀 보고 살자. 잔소리를 안 듣고 싶으면 당신이 애기를 봐라’ 이렇게 딱 찌르면 되거든요. 부인이 너무 착해서 그렇게 못 찌르고 ‘속이 좁다’ 이렇게만 말하는 거예요.

아이 키우는 아내로서는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니까 친정 가까이에 살면서 도움을 받고 싶은 건데, 도움을 주면 누구나 다 간섭하게 됩니다. 그건 이 세상의 이치예요. 그걸 간섭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됩니다.”

“스님, 아내와 진지하게 얘기를 몇 번 했는데요. 첫 손주이다 보니 장인 장모님이 도움도 많이 주시고 감사한데, 저희 부부의 모든 일상과 육아 방식에 대해서 불만이 많으세요. 항상 저희가 육아를 잘 못하고 있다고 질타하시고 불안해하십니다. 그래서 자꾸 오셔서 도와주시려고 하는 거거든요. 아내는 그걸로 또 싸우고, 저는 조용히 옆에 가만히 있는데...”

“모녀끼리 싸운다면 아내한테 친정과 좀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자고 제안해 보죠?”

“조심스럽게 얘기했는데, 나는 편한데 왜 그러냐고 해요.”

“그렇다면 둘이 싸우는 것에 관여를 안 하면 되죠. 자기들 모녀끼리 싸우는 것이니까 못 본 척하면 돼요.”

“알겠습니다.”

“어른이 나한테 간섭하거나 잘못을 지적하면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행동까지 할 생각을 하지 말고 우선 말만이라도 그렇게 해보세요. ‘자네는 말만 그런다’ 이렇게 말하시면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장인 장모의 간섭에서 벗어나려면 아내와 합의해서 이사를 가야 합니다. 그런데 아내는 지금이 편하니까 이사를 안 가려고 하잖아요.”

“네, 맞습니다.” (웃음)

“그럼 해결책은 이혼하는 수밖에 없단 말이에요. 그럼 질문자가 볼 때 이것이 이혼할 만한 사유인지 살펴보세요. 도저히 못 살겠다면 이혼하는 길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혼할 만한 사유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늘 마음에 갈등을 겪고 사는 게 낫느냐, 어차피 같이 살 수밖에 없다면 갈등을 안 겪는 것이 낫느냐?’

같이 안 사는 길도 있지만 그건 지금 선택하지 못합니다. 어차피 살 수밖에 없다면 갈등을 안 겪는 것이 현명한 사람이잖아요. 그것처럼 장인 장모가 간섭하지 않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장인 장모가 말할 때 간섭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두 가지만 명심하세요. 좋은 얘기를 해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비판을 하면 ‘죄송합니다’ 하고, 이 두 가지 말만 입에 딱 붙이고 살면 돼요. 뭐라고요?”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래요. 그걸 입에 붙이고 사는 겁니다. 그래도 퇴근이 늦어질 일이 있으면 늦게 들어오고 적당하게 하면 됩니다. 너무 잔소리에 신경 쓰지 마세요.

‘어르신들이 손주가 하나이다 보니 관심이 많아서 그렇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상대가 원하는 걸 내가 다 해주려면 내가 너무 힘들어집니다. 그러니 해줄 수 있는 건 해주고, 못해주면 ‘죄송합니다’ 그러고, 도와주면 ‘감사합니다’ 그러고, 비판하면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한 번 지내봐요.

지금 아내는 아이 키우느라 힘들어요. 그렇다고 내가 애를 못 돌봐주잖아요. 질문자가 잔소리에서 벗어나려면 ‘아이는 내가 전적으로 키울 테니 이사를 가자’ 이렇게 제안하면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그럴 형편이 안 되잖아요.”

“네, 맞습니다.”

“그러니 선택의 여지가 없단 말이에요. 항상 장인 장모가 와서 도와주면 ‘고맙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비판하면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합니다’ 이렇게 말하세요. 처음에는 좀 어색해요. 그러나 몇 번 말해보면 괜찮아져요.”

“안 그래도 즉문즉설 보고 나서 그렇게 노력해 보고 있었는데, 앞으로도 명심하고 잘 살겠습니다.”

“질문자는 지금까지 형식적으로만 그렇게 했지 실제로는 감사한 것을 절실히 못 느껴서 그렇습니다. 아내가 아이 키우느라 힘든데 친정 엄마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면 저절로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는 말이 나옵니다. 고민도 없어져요. 질문자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다 보니 고마움을 절실히 느끼지 못해서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는 말이 안 나오는 거예요.

멀리 이사를 가면 아내가 육아 독박을 쓰게 되잖아요. 질문자가 육아를 다 책임지겠다고 하면 몰라도, 그럴 형편이 못 되면 선택을 해야지요. 회사 끝나면 바로 집에 와서 아이를 돌보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서 아이를 돌보는 것이 낫겠어요? 장인 장모의 잔소리를 좀 듣는 게 낫겠어요?”

“잔소리를 듣는 것이 훨씬 낫겠습니다.”

“스님이 딱 봐도 그게 훨씬 이익이에요. 질문자가 현명하지 못한 거예요. 큰 이익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이익인 줄 모르고, 조그마한 손실인 잔소리 듣기 싫다고 큰 이익을 발로 차려고 하잖아요. 그건 나쁜 게 아니라 어리석은 겁니다.

그러니 장인 장모님이 잔소리를 한 번 할 때마다 그것이 잔소리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생각하세요.

‘큰 이익을 주면서 하는 잔소리니까 애기 한 시간 보는 것보다 잔소리 한마디 듣는 것이 쉽다’

이렇게 관점을 가지면 크게 힘들 일이 아닙니다. 그냥 가볍게 ‘애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만 말하다 보면 진짜 마음이 그렇게 납니다. 처음에는 억지로 하는데 자꾸 말하다 보면 진짜 고마운 줄 알게 돼요.”

“네, 스님 감사합니다. 오늘 해주신 말씀 가슴 깊이 새기면서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살아가겠습니다.”

전체댓글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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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희

항상 감사한마음이 들게 해주시니 스님의 말씀 감사합니다

2021-04-15 09:50:49

이원진

"탑 앞에 소나무가 되라."
"청정한 자가 머무는 곳이 절이요,불교."라는 큰 울림이 줄탁동시가 되어 정토회가 설립이 되고, 선불교 종지를 이어온 조계종 보다 청어람이 되어 이젠 불교계는 물론 종교계를 뛰어 넘어 새로운 가치체계로의 문화제국(불국토)으로 발돋움 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도 기뻐하시지 않을까? 서암큰스님 18주기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었습

2021-04-15 08:05:51

강원상

저의 쳐지와 빗대어 보았습니다 말씀을 듣었을때에 또 다른 경험을 듣을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들었습니다

2021-04-13 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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