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19 온라인 정초법회(대구경북, 부산울산), 대표단 회의
“온라인 시대에 가장 큰 힘은 자발성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온라인 정초법회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대구경북, 부산울산 주간반 활동가를 대상으로 정초법회가 열렸습니다.

새벽 기도와 공양을 마치니 산봉우리마다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지역 정토회에서 올라온 질문과 제안을 미리 검토하고 10시가 되어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오전 10시, 정초법회 (대구경북)

오전 10시에는 대구경북 주간 활동가 360여 명을 만났습니다. 정토회 별로 소개를 하고 공청회에서 논의한 결과를 보고한 후 스님과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모든 정토행자들이 다 같이 모여서 한 번만 법회를 하면 되는데 15팀으로 나누어 15번을 법회를 여는 이유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서입니다. 이미 지역 공청회에서 나온 질문을 저에게 다 보내셨습니다만 이 외에도 더 질문이 있으면 해도 좋습니다. 여러분이 보낸 질문을 보면 교통정리가 안 되어 있거나 의미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생긴 오해도 있어 보입니다.

만일준비위원회의의 제안에는 ‘미래로 가자!’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여러분은 ‘현실에는 이런 애로점이 있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사이에는 이런 차이가 있습니다. 중도의 관점에서 너무 앞서가는 사람은 한발 늦추고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은 일으켜 세워서 같이 나가는 통합을 하고자 정초 법회를 길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정토회 운영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나서 가장 많이 필요한 사람이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진행할 수 있는 전법 활동가입니다. 오늘 법회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도 나이로나 여러 가지 문제로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진행할 수 없는 사람은 전법 활동가 모둠에서 빠지게 되는데 온라인으로 바뀌다 보니 생긴 문제이니 너무 서운해하지는 마세요.

온라인 시대에 맞게 바뀌는 회원 체제

지금까지는 일반회원이냐 정회원이냐는 구분이 필요했는데, 이제 온라인 시대에는 정회원이라는 개념이 없어집니다. 정토회에 소속된 모든 사람은 회원이 되는 겁니다. 회원은 누구나 법회를 들을 수 있고, 봉사 활동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온라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조직이 더 필요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온라인 불교대학과 온라인 경전대학을 운영할 수 있는, 즉 전법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과거에 정회원이다 아니다 하는 개념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회원이 되면 누구나 수행법회에 참여할 수 있고, 어떤 봉사활동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전법 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은 별도로 교육을 받아서 온라인 전법에 집중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온라인 시대에 ‘활동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전법’ 활동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자꾸 활동가라고 하니까 기존의 활동가와 개념을 헷갈려하시는 것 같아서, ‘전법 활동가’라고 불러야 혼란이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광범위한 정토회 회원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행법회를 들으면 되고, 전법 활동가들은 전법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갖고 별도의 법회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법 활동가 법회를 따로 하려고 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여러분들 중에도 분화가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천룡사에 가서 기도를 하겠다든지 농사짓는 책임을 맡겠다든지, 회계를 하겠다든지 하면, 굳이 전법 활동가 범주에 들어올 필요가 없습니다. 회원으로서 그 일을 맡아서 하면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전법 활동가로 훈련받은 사람이 정토회의 필요에 의해서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진행하는 것보다 회계 책임을 맡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하라고 배정했을 경우에는 전법 활동가 모둠에 소속이 되는 겁니다. 전법 활동가의 자격을 가진 사람이 회계를 담당하게 된 경우이니까요. 물론 회원 중에 그 일을 맡을 수 있으면 제일 좋은데 도저히 할 사람이 없어서 전법 활동가 중에 그 일을 해야 한다면 비록 전법 활동가이지만 전법 활동을 하지 않고 회계 일을 맡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마치 행정처장이 바빠서 불교대학 진행을 맡을 수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온라인으로 활동하게 되면 오프라인에서 우리들이 알고 있었던 개념과 달라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법회를 몇 번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를 출결을 따질 이유가 없어져요. 집에서 법문을 듣기 때문에 법회 참석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불교대학마저도 법문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안 따지고 있거든요. 법문은 집에서 각자 알아서 듣고, 온라인 수업 활동에 참석을 하는지 안 하는지만 따집니다.

앞으로 온라인 상으로 전법활동이 확대가 되어 나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법회, 불교대학, 경전반을 진행할 수 있는 전법활동가를 많이 양성하는 것입니다. 깨달음의 장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려면 안내자가 많이 필요한 것과 같아요. 불교대학 입학생이 아무리 많이 들어와도 전법활동가가 부족하면 선착순으로만 받고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되는 겁니다. 반면에 불교대학 입학생이 적어서 전법활동가들이 진행할 교실이 없는 경우는 한 사람은 진행을 하고, 한 사람은 스텝을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 모두가 진행자로 들어가게 될 경우엔 스텝은 회원 중에서 자원활동을 모집해서 받아서 교육 훈련 후에 한 사람씩 짝을 맞춰서 진행하면 됩니다.

어떤 사람이 전법 활동가인가

관점을 이렇게 가지시면 좋겠어요. 이제는 정회원이냐 아니냐 하는 개념은 온라인상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개념이 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신에 앞으로 전법 활동가가 되고 싶다면 신청을 하면 됩니다. 전법 활동가는 사람을 맞이하고 챙기는 사람이니까 수행이 어느 정도 되어야 될 수 있겠죠. 만약 이 사람이 불교대학 진행을 잘못하면 정토회가 이상한 조직이라고 오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불교대학에서 사람들과 상거래를 한다든지, 성희롱 발언을 한다든지 하면 큰일이잖아요. 그러니 어느 정도 정토회 회원 중에서 명상수련도 했고 경전대학도 졸업했고 깨달음의 장도 다녀왔고, 천일결사 수행도 하고, 인격적으로도 추천할 만한 사람이 전법 활동가가 되는 겁니다. 그런 요건을 갖춘 사람이 진행자가 되기 위한 교육을 이수하면 전법활동가 자격을 갖게 되는 거예요.

이렇게 온라인 시대에 맞게 조직을 재편하려고 하기 때문에 ‘스텝을 해도 전법 활동가입니까?’, ‘회계를 맡아도 전법 활동가입니까?’, ‘복지 담당을 맡으면 전법 활동가입니까?’ 하는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교육과 훈련을 받아서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진행하는 사람이 전법 활동가입니다. 전법을 제외한 나머지 일들은 앞으로 회원들이 자기 시간 되는 대로 다 자발적으로 해나가게 될 거예요.

지금까지는 회원과 정회원의 구분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회원 체제가 달라집니다.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정토회에 참가 신청한 사람은 모두 회원이 되고, 그중에서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진행할 전법활동가를 자원받아 양성해 나가야 된다는 겁니다.

지금처럼 정토회 모든 활동을 다 할 수가 있습니다. 천룡사에 가서 꽃밭을 가꿔도 되고, 두북 수련원에 와서 농사를 지어도 되고, 할 일은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그래서 지역이나 수련원에서의 실천 활동은 회원들이 맡아서 하게 되고, 온라인 전법 활동가들은 불교대학 학생들을 데리고 한 달에 한 번씩 훈련차 수련원에 갈 수는 있지만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주된 활동이 된다는 겁니다. 관점을 이렇게 잡아서 교통정리를 하면 좋겠습니다. 이해가 되신 분들은 손을 들어 보세요.”

대부분이 손을 들었습니다.

이어서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불교대학 진행자는 전법 활동가 모둠에 소속되지만, 스텝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스텝은 왜 전법 활동가에 포함시켜 주면 안 될까요?

“진행자는 전법 활동가 모둠에 소속이 되지만, 스텝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요. 제가 온라인에서 경전반을 진행해보니까 진행하는 사람보다 옆에서 도와주는 스텝의 역할이 더 많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회원들이 스텝에 대한 개념을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지금 제가 여러분과 이렇게 화상회의를 할 때 뒤에서 몇 명이 스텝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 여러분들은 혼자서 화상회의에 참여하고 있지만, 여기 스튜디오에는 방송 스텝이 몇 명이 돕고 있어요. 이 사람들이 없으면 저는 아무것도 못해요. 그렇다고 이 스텝들이 모두 지도 법사는 아니잖아요. (웃음)

일이 많다고 진행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진행자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훈련받은 사람이 진행자가 되는 것이고, 스텝은 회원들 중에서도 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다만 불교대학 입학생이 적은 경우에는 전법 활동가끼리 팀을 짜서 한 사람은 진행자를 하고, 한 사람은 스텝을 할 수가 있지만, 전법 활동가는 진행자를 하게 되는 겁니다.

진행자는 최소 3년간 책임감을 갖고 수업을 진행하는 사람이고, 스텝은 6개월 정도만 책임지고 하면 되는 소임이라는 겁니다. 한 사람이 그만두면 다른 사람을 교육해서 배치하면 되니까요. 물론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때 스텝이 더 일이 많을 수 있지만, 진행자는 수업 진행을 위한 회의도 해야 되고, 진행과 관련하여 연수도 받아야 하는 등 스텝과는 때문에 성격이 좀 다르다는 겁니다.

그래서 스텝을 한다고 전법 활동가 모둠에 편성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전법 활동가도 스텝 역할은 할 수가 있긴 하지만, 수업을 진행하는 훈련이 안 된 사람을 전법 활동가로 규정하면 조직 운영이 어려워지지 않느냐는 겁니다.

스텝을 하다가 진행자가 되고 싶으면 진행자 교육을 받아서 진행자가 되면 되잖아요. 진행자가 맡을 불교대학 교실이 없어서 스텝 역할을 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런데 스텝만 하겠다는 사람을 자꾸 진행자 모둠에 넣겠다는 것은 이해를 잘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제가 이 문제에 대해 여러 번 설명하는 거예요.”

5명의 질문을 더 받고 법회를 마쳤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눈을 쏟아내고 난 하늘은 더욱 맑았습니다.

오후 2시, 정초법회 (부산울산)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2시에는 부산울산 주간활동가 4백 여 명을 만났습니다. 온라인으로 한 자리에 모여 정토회 별로 소개를 하고 공청회에서 논의한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에게 온라인 정토회 재편 방향에 대해 개괄 설명을 듣고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자발적으로 신청을 받게 되면, 활동가가 부족해지지 않을까요?

“앞으로 서원행자나 전법 활동가가 되려면 본인이 신청하고 교육받는 시스템으로 바뀐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신청하는 사람이 적을 경우 서원행자나 전법 활동가가 큰 폭으로 늘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토회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 서원행자나 전법 활동가가 큰 폭으로 늘어나지 않아도 상관없는 체제가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무엇을 근거로 회원이 안 늘어난다는 생각을 하시는 걸까요? (웃음) 지금 정토회에는 헌신적인 분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는 굉장히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만두려니까 눈치 보이고, 하려니까 힘든, 이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는 거예요. 앞으로는 이런 분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방시켜 주겠다는 겁니다.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만든 단체가 정토회인데, 정작 정토회 회원들이 정토회 활동 때문에 괴로우면 되겠어요?

의무감 vs 자발성

고생을 하더라도 본인이 선택해서 고생하자는 겁니다. 주위에서 ‘이렇게 하자’라고 해서 억지로 하지 말고, 온라인 시대에는 본인이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하자는 거예요. 앞으로는 서원행자나 전법 활동가의 자격과 역할이 무엇인지 투명하게 공개해서 자기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연습이 필요하면 연습을 하면 되지만, 도저히 힘들어서 못하겠다 싶으면 사표를 내고 나중에 마음이 나면 또 해도 됩니다. 들어오고 나가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다만 최소한 3년은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게 됩니다. ‘1년 할 수 있다’, ‘3년 할 수 있다’ 등 여러 조건 중에서 본인이 선택하면 거기에 따른 교육과 훈련을 받게 되는 겁니다. 3년은 못 하고 1년만 하고 싶다면 ‘진행자는 하지 말고 스텝을 하십시오’ 이렇게 안내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러면 전법 활동가가 되겠다고 신청하는 사람이 안 나오면 어떡하느냐는 질문을 하셨는데, 전법 활동가를 하겠다는 신청자가 없으면 정토회가 발전을 못 하는 거죠. 어쩔 수 없잖아요. 정토회에서 전법 활동을 한다고 해서 돈벌이가 되는 것도 아니고, 명예를 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억지로 그 일을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옛날에는 법당을 마련했기 때문에 법당 운영에 적자가 날까 봐 걱정되어서 보시하라는 요청을 회원들에게 할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법당이라는 공간이 없어졌잖아요. 회원들이 정토회가 하는 일을 보고 ‘참 좋은 일 하네’ 싶으면 자발적으로 보시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회원들이 돈을 내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 걱정하지 말았으면 해요.

온라인 시대에는 자발성에 기초해야 미래 사회에 대한 대응을 잘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정토회가 운영하고 있는 대의원 제도는 우리가 만든 거예요, 벤치마킹한 거예요?”

“벤치마킹한 거죠.”

“그런데 지금 정토회가 온라인 시대에 맞게 새로 만들고 있는 논의구조는 정토회가 처음 만드는 겁니다. 이 방식을 효과적으로 운영해서 세상이 본받을 수 있도록 해보자는 거예요. 코로나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을 봤잖아요. 더 이상 본받을 데가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새로 개척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 좋은 법을 널리 전할 수 있는 가장 큰 힘

지난 100년간 사회활동에 있어서 기독교는 불교보다 앞서갔고, 그런 기독교 활동으로부터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요즘 일부 기독교 단체에서 하는 행동들을 보세요, 그런 행동이 어떻게 세상을 앞서간다고 할 수 있겠어요. 그러니 여러분들이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이 좋은 법을 널리 전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자발성입니다. 본인이 직접 보고 경험하고 좋아서 자발적으로 해나가는 힘이 쌓여야 폭발적으로 발전합니다. 명령과 의무에 의해 발전하는 방식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코로나 사태는 정토회가 지금까지 해오던 일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170개 법당을 열심히 만들었는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그 많은 법당들을 하루아침에 허물어야 하는 아픔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는 그것보다 더 큰 희망을 우리에게 가져다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법당은 지난 10년간 물색해서 최근에 많은 돈을 들여 애써 마련했는데, 그 법당을 1년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제대로 사용도 하지 못하고 해체 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회원들의 심정이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나 세상에는 결혼하고 1년 만에 남편이나 아내가 죽는 경우도 있는데, 그래도 그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그들이 괴로워하면 스님은 그래도 힘내서 행복하게 살아가라고 말하잖아요.

물론 이런 경우는 좀 다릅니다.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법당이 월세도 적고 위치도 좋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쓸 방법을 궁리를 해보는 것은 괜찮습니다. 가령 학대받는 어린이를 위한 보호시설로 쓴다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공간으로 쓰는 건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 경우는 공간의 용도가 있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법당으로 사용한다는 용처는 이제 전혀 없어졌다는 겁니다. 이제는 여러분들의 개인 방이 수행도량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지역마다 수련원이 생겨서 부산울산지부 같으면 농사와 재활용 유통 사업은 두북 수련원에서 하면 되고, 종교 활동은 천룡사에서 하면 됩니다. 천룡사는 법당도 있고 땅도 넓어서 온갖 활동을 거기서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무엇 때문에 기존에 사용하던 조그마한 건물에 연연합니까. 예전에는 집에서 가까운 동네 법당이 필요했는데, 지금은 집이 법당이 되었기 때문에 동네 법당은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여러분들이 수련원에 가는 경우는 불교대학생들을 데리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밖에 안 됩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수련원에 가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잖아요. 사회 실천 활동은 예전처럼 법당에서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하면 됩니다. 휴지를 줍는다거나, 양로원에 가서 봉사한다거나, 빈곤퇴치 캠페인을 벌인다거나 하는 이런 실천 활동은 동네에서 하면 되기 때문에 법당은 아무런 활용도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모든 회의를 온라인으로 하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예전처럼 커피숍에 모일 일이 없어요. 커피숍이나 집에서 모이는 건 친목을 위해서만 필요합니다. 아니면 집에서 1시간 걸리는 수련원에 있는 넓은 터에 모여서 친목을 다지면 되지 좁은 건물에 모일 이유가 없어요. 용도가 있어서 사무실이 꼭 필요하다고 하면 사무실은 언제든지 새로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당의 용도는 전혀 없어졌기 때문에 법당은 모두 철수하자는 겁니다.

집착이 아직 남는다면

지금 정초법회를 하다보니까 수도권 사람들은 법당을 철수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미련이 없는데, 영남권 회원들은 미련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 이유는 두 가지예요. 첫째, 영남권 사람들은 불교라는 종교적 기반을 많이 갖고 있는 문화여서 그런 것 같아요. 둘째, 법당을 사용하지 못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어서 작년 1년 동안 법당을 사용하지 못해서 정나미가 뚝 떨어졌는데, 영남권은 그래도 작년 8월까지는 법당에 나와서 불교대학을 진행했으니까요. 법당을 없애기 너무 아쉬우면 올해 8월까지 월세 더 내면서 더 가지고 있다가 없애세요. 돈 좀 더 버리면 되죠 뭐. 혹시 죽은 사람이 살아날지도 모르니까 죽은 후에 바로 장례를 치르지 않고 방에 더 두었다가 시체가 많이 썩어서 냄새가 날 때 장례를 치러야 미련이 없어지는 것이 맞아요.” (웃음)

“네, 스님 말씀을 듣고 나니 앞으로는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들어오고 나가고를 자유롭게 하면서 전법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유롭다는 뜻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라는 뜻이 아니라 자기가 선택해서 해야 한다는 의미예요. 망설이거나 억지로 하지 말고 딱 발심을 해서 함께 가자는 이야기입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더 이상 질문이 없자 4시가 되어 법회를 마쳤습니다.

대표단 회의

4시에 방송을 마친 후 4시 10분부터는 곧바로 정토회 각 단위별 대표자들이 모여 화상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만일준비위원회 위원장이 긴급히 회의를 소집한 이유를 이야기했습니다.

“스님, 자격심사위원회에서 발심행자 자격 심사를 하고 있는데, 온라인에 맞게 많은 부분이 변화하고 있어서 회칙을 다시 정비하고 나서 자격 심사를 해야 하는지 긴급히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안건을 발표에 이어 스님의 의견을 듣고 난 후 정토회 각 단위 대표자들도 각각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토론을 마친 후 정토회 김은숙 대표님이 요즘 정초법회를 듣고 나서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스님, 요즘 정초법회를 들으면서 느낀 점이 있어요. 전법 활동가가 아닌 나머지 회원들에 대한 비전도 많이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초법회를 듣는 사람들 중에는 전법 활동가가 되지 못하는 회원들도 많이 있거든요. 회원들도 어떻게든 정토회에 기여하고 싶은 것이 있을 것 같아요. 결국 많은 사람들이 회원이 되는 것이 정토회의 목표이니까 회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를 더 해주시면 좋겠어요.”

스님은 제안 내용을 적극 수용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온라인으로 바뀔 때 무엇이 중요해지는지를 이야기하다 보니까 그 부분이 부족했네요.

회원의 비전과 역할

4차 산업혁명과 온라인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성입니다. 자발성에 기초해서 모든 일이 진행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조직을 가볍게 만들어서 의사결정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영상회의 시스템을 곳곳에 구축해서 전국 회의든 소규모 회의든 재빠르게 열어서 의사결정 속도를 빠르게 바꿔나가야 해요.

일반 회원들의 비전은 지역별 수련장에서 많은 활동을 해나갈 수가 있다는 겁니다. 전법 활동가들은 지역별 수련장에 오는 일이 별로 없어요. 자기 집에서 온라인 불교대학을 진행하고, 화상 회의를 많이 하게 되니까요. 지역별 수련장에는 일반 회원들이 와서 활동도 하고, 수련도 하고, 농사도 짓고, 꽃밭도 가꾸고, 재활용 창고도 운영하고, 모든 활동을 해나가게 되기 때문에 사실은 굉장히 비전이 있고 활력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제 법문이 활동가들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가 주제이다 보니 짧은 시간에 그 이야기까지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회원들이 서운해하는 이유는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시대에는 전법 활동가가 아니면 굳이 의사결정에 관여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온라인 전법에 필요한 의사 결정을 주로 해나가게 되니까요.

그렇다면 조금 더 연구를 해 봅시다. 전법 활동가가 아닌 회원들도 지역별 수련장을 중심으로 어떤 의사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 회원들 전체가 의사결정을 하거나 보고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을 무엇으로 하면 좋을지 연구를 더 해봐야겠네요. 그런데 회원들 중에는 전법활동가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런 활동을 안 하는 사람도 섞여 있거든요. 회원들 중에 책임감 있게 봉사하는 사람들을 위한 의사 결정과 사업 보고 체계는 어떻게 마련할지 연구해 봅시다. 여러분도 함께 연구해 주세요.”

“네, 지역별 수련장에서 하는 일뿐만 아니라 전법 활동가를 도와서 온라인 불교대학을 진행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어요.”

“네, 그것을 감안해서 말하겠습니다.”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화상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스님은 원고 교정과 여러 업무들을 처리했습니다.

밤 9시 30분부터는 전국의 모든 정토회 회원들이 내일 성도재일을 하루 앞두고 철야 정진을 했습니다. 온라인 방송으로 서로 연결되어 스님의 명상 안내 법문을 들은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내일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날을 기념하는 성도재일입니다. 오전에 기념 법문을 한 후 오후에는 전국 법사단회의를 온라인으로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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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연기

스님 정말 창조의 아이디어가 팍팍~~^^*힘드시겠습니다 혼자 그많으신 짐을 짊어지고 가셔야하는 길이ㅜㅜㅜ더 자유롭고 더 창조적인 정토회가 될 거 같아요^^*누구보다 먼저 앞서 고뇌하시고 가르침 주시는 모습 감사드립니다~~*

2021-01-24 23:29:40

ㅎ ㅎ

일반회원들의 안내가 부족하다는것을 적극 수용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2021-01-24 13:05:33

박민정

스님의 하루를 통해 변화하는 시대에 어떤 자세를 가져야하는지 배우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1-23 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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