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9.17. 사료편찬특별위원회 화상 회의
“부처님도 구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정말로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정토회 사료편찬특별위원회와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비닐하우스로 나갔습니다. 안개가 자욱했습니다.

비닐하우스를 둘러보며 일거리를 찾았습니다. 오이 모종은 어느새 무릎에 닿게 자라 잎마다 이슬을 머금었고 작은 오이도 자라고 있었습니다.



배추 두둑 옆에 깔았던 부직포가 말린 부분이 있어서 다시 한번 정리해주었습니다.

어제 무를 심었던 두둑 옆에도 부직포를 깔아주었습니다.




부직포 위에 돌, 흙, 검불이 너저분하게 많았습니다. 스님은 빗자루로 이랑을 깨끗이 쓸고 돌, 흙, 검불을 주워 담았습니다.




돌과 흙은 비닐하우스 앞에 깔았습니다. 검불은 따로 모아 퇴비장에 가져다 놓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정토회 사료편찬특별위원회와 함께 온라인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삼귀의와 수행문을 읽고 명상을 한 후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오늘 화상 회의를 하게 된 취지에 대해 여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사료편찬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하루 종일 대화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1차 만일결사가 이제 2년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1차 만일결사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정토회의 지난 역사를 정리하려고 살펴보니까, 이렇게 짧은 30년의 역사도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기억을 더듬고 기록을 찾아서 정리를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행히 사료편찬특별위원회에서 초안을 상당히 마련해 놓았기 때문에 이제는 이 초안을 뼈대로 해서 각자가 정토회에 참여한 기억과 경험들을 살로 붙여 가면서 완성 단계로 나아가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회의에 참여한 분들 뿐만 아니라 정토회의 전 구성원들이 자신이 참여한 부분을 기록하거나, 갖고 있는 자료가 있다면 내어 놓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논의할 주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정토회의 창립 연도를 언제로 정할 것인가입니다. 정토회는 ‘오늘부터 정토회 창립일이다’ 이렇게 선언하고 출발할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역사를 돌아봤을 때 언제를 창립 연도로 잡는 것이 좋을지 지금 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정토회가 지금까지 발전해 온 시기를 몇 단계로 구분할 것인가입니다.

30년 남짓한 이 역사도 막상 정리를 하려고 보니까 기억도 서로 다르고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불심 도문 큰스님께서 오래 전부터 법륜 스님의 일정을 누군가가 세세하게 기록해야 한다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수행자라는 관점과 사회 운동을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기록을 별로 중요시 하지 않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자료 부족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지난 역사를 정리해야 하는데, 오늘 하루 논의를 한다고 해서 다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오늘은 지금까지 논의된 것에 대해 1차 정리를 하고, 부족한 것은 더 논의를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사료편찬특별위원장 권영선 님이 ‘정토회 창립과 발전단계를 결정하기 위한 관점과 기준’에 대해 발제를 했습니다.

이어서 정토회의 역사를 함께해 온 법사님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았습니다. 특히 대중 법사님들은 각자 본인이 정토회 활동에 참여한 이후 지금까지 언제가 정토회의 가장 큰 분기점이었다고 생각하는지 주로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정토회가 많이 알려진 큰 계기는 스님이 2012년에 국내 300회 연속 강연을 했을 때와 2014년에 해외 100회 연속 강연을 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정토회가 많이 알려진 것은 2005년에 빈그릇 100만 인 서명운동을 했을 때와 2008년에 ‘미안하다 동포야’를 타이틀로 북한동포돕기 100만 인 서명운동을 했을 때인 것 같습니다.”

“1999년에 서초 정토회관을 개원하고 나서 법륜 스님이 100일 법문을 했던 때가 큰 분기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내용이 불교방송에 나가면서 그때 인연이 되어 활동가가 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2010년에 서울 장충체육관과 부산 KBS홀, 대구 영남대에서 대강연을 했을 때 활동가들이 정말 열심히 홍보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가 정토회가 세상에 알려지는 데 큰 분기점이었던 것 같아요.”

인도 수자타아카데미에서 근무하고 있는 보광법사님도 화상으로 연결되어 발언을 했습니다. 보광법사님은 북한동포를 돕기 위해 처음으로 거리모금을 나갔을 때를 기억했습니다.

“1996년 12월에 처음으로 서울역에 나가서 북한동포돕기 거리모금을 시작했던 때가 대중과 함께하는 사회운동을 시작한 역사적인 순간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북한동포돕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스님도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났는지 맞장구를 치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정말 오래전 이야기를 해주셨네요. 제가 북한 사람들이 굶어 죽는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가 1995년입니다. 그래서 1996년에는 직접 압록강변에 가서 확인을 했고, 8월에 미국에 가서 자료를 수집해 와서 9월부터 ‘우리민족서로돕기 불교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불교단체 33개를 모아서 북한동포돕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강릉 잠수함 사건이 나서 사회적 분위기가 도저히 출발할 상황이 아니라서 11월까지 활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같이 하기로 한 단체들도 모두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습니다.

결국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서 12월 12일에 ‘우리민족서로돕기 불교운동본부’를 출범시켰고, 모두 다 경찰에 잡혀갈 각오를 하고 나간 게 서울역 거리모금이었습니다. 지금 얘기하니까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그때는 정말로 대단한 용기를 갖고 경찰에 잡혀갈 각오까지 해야 할 수 있었던 일이었어요.” (웃음)

치열했던 시기를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법사님들은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한 분 한 분의 개인의 역사가 곧 정토회의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하니까 새로운 문제 제기들이 많이 나오네요.”

대화 중에는 정토회를 창립하기까지 스님에게 영향을 준 스승이 있었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스님은 세 분의 스승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불법을 만나 인생이 바뀐 계기는 분황사에서 만난 불심 도문 큰스님과의 인연입니다. 종교적 형식을 떠나서 ‘내 마음이 곧 부처다’, ‘수행자가 사는 곳이 곧 절이다’ 하는 아주 심플한 관점을 가질 수 있게 실제로 삶의 모습을 보여준 분은 서암 큰스님입니다. 사회 운동적 관점에 젖어있던 저를 대중의 일상생활에 관심을 갖고 그들을 교화할 수 있게 영향을 주신 분은 각해 보살님입니다. 젊은 시절에 저는 전문 활동가들과 사회 운동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고 했는데, 각해 보살님은 개인의 문제로 고민하고 아파하는 대중을 교화시키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이 세 분을 정토회의 고문으로 모신 겁니다.”

오늘날 정토회가 있기까지 정말 많은 인연이 있었음을 새겨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이야기한 내용을 더 수렴하여 사료편찬특별위원회에서 다시 초안을 만들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후 공양을 한 후 4시부터 다시 공동체 법사단 회의를 한 차례 더 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공동체 법사단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금요 정기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수행법회에서 있었던 즉문즉설 한 편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부처님도 구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정말로 있을까요?

“내가 다 알고 있다는 ‘안다 병’과 나는 전혀 모른다는 ‘모른다 병’에 걸린 사람은 부처님께서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주위에 그런 병에 걸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 병에 걸려서 안타까운데, 정말로 구제할 방법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안다 병이나 모른다 병에 걸리면 깨닫기가 어렵습니다. 눈을 감고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보여줘도 볼 수가 없고, 귀를 막고 들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들려줘도 들을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오신다 해도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거예요. 이런 경우는 본인이 언젠가 조금이라도 눈을 뜨거나 귀를 열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표현을 ‘안다 병’, ‘모른다 병’이라고 했는데, 두 가지 모두 근본 원인은 ‘듣기 싫다’는 마음입니다. 엄격하게 말하면 듣기 싫다는 것이기 때문에 ‘싫다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내나 남편, 부모가 뭐라고 하면 ‘알았어요, 알았다니까요!’ 이렇게 말할 때가 있죠. 이것은 말 그대로 알았다는 뜻이 아니고, 사실은 듣기 싫다는 뜻입니다. ‘안다 병’의 핵심은 ‘안다’가 아니고 ‘듣기 싫다’ 예요. 마찬가지로 ‘몰라, 모른다니까!’ 이렇게 말할 때도 ‘모른다’가 핵심이 아니고 ‘듣기 싫다’가 핵심입니다.

본인이 싫어하니까 아무리 알려주려고 해도 방법이 없는데 어떡합니까. 본인이 싫어하는데 무슨 방법이 있겠어요. 안다 병은 아는 척을 많이 하는 병이 아니라 들으려고 하지 않는 병입니다. 나는 다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들으려고 하지 않는 거예요.

대통령이 되거나 높은 자리에 가면 많은 정보가 들어오기 때문에 안다 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대통령은 국내 정보, 외국 정보, 북한 정보 할 것 없이 이 세상에서 제일 많은 정보를 받고 있잖아요. 그래서 자기는 다 안다고 생각하고 누가 옆에서 얘기를 해줘도, ‘아, 그거 다 알고 있다’ 이렇게 되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정보기관에서 올리는 보고서 100페이지를 읽는 것보다 시골 가게에 앉아서 동네 사람과 10분 얘기하는 것이 훨씬 더 진실에 가까울 때가 있어요. 그래서 구중궁궐에 앉아서 정보만 받다 보면 본인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워지는 겁니다. 아무리 소탈했던 사람도 그런 자리에 가면 남의 말을 안 듣고 자기 고집대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다 병에 걸려서 생긴 문제예요.

이 병은 언제 고쳐질 수 있을까요? 그 자리에서 내려와서 감옥에 몇 년 있으면 ‘아, 내가 그때 귀를 막고 있었구나, 눈을 감고 있었구나’ 이렇게 알 수 있어요. 그런데 감옥에서도 눈이 안 떠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니 안다 병 모른다 병에 걸린 사람을 보고 너무 안타까워할 필요가 없어요. 불치병이기 때문입니다.

남을 보고 안타까워하기보다는 내가 그런 병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질문자가 어떤 사람을 보고 ‘저 사람 저것만 좀 고칠 수 없겠나’ 이렇게 생각해서 질문했다면, 질문자가 잘못 생각한 거예요. 남이 그런 병에 걸린 것을 쳐다보면서 그걸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은 나한테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내가 그런 병에 걸리는 것을 조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내가 그런 병에 걸린 것을 자각하고 ‘이 병은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불치병인데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지’ 이럴 때 이 말씀이 도움이 됩니다. 남을 쳐다보면서 ‘저 사람은 안다 병 걸렸다’, ‘저 사람은 모른다 병 걸렸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구제하겠다는 정신이 아니고 나의 분별심이에요.

지금 질문하는 목표가 남을 고치는 것이라면 질문자는 지금부터 거기에 대해 신경을 꺼야 됩니다. 그러나 그 목표가 자기라면 이 병을 고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벌써 병을 고칠 수 있는 준비가 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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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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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이 병은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불치병인데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지’ _()_

2020-09-27 00:47:02

보리수

정토회 사료편찬 작업이 워낙 방대한 내용을 정리하는 일이라 쉽지 않겠다 느껴집니다. 수행자로서 해오신 일들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았기에 기억에 근거해서 하나하나 정리해야겠네요. 문득 우리 역사도 기록되지 않은 무수한 일들이 있었겠다 합니다. 애써주시는 많은 분들 응원합니다.

2020-09-23 07:16:19

송미해

고집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안으로 돌이켜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0-09-20 09: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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