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9.3 온라인 경전대학 입학식
“법문이 지식화 되지 않으려면”

안녕하세요. 오늘은 온라인 경전대학 입학식이 열리는 날입니다.

간밤에 태풍 마이삭이 지나갔습니다. 새벽기도를 하는데 창밖으로 여전히 비바람 소리가 거셌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스님은 바로 논으로 나갔습니다. 먹구름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먼저 비닐하우스를 돌아보고 물길을 살펴보았습니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물길이 허물어진 곳을 삽으로 다듬고 논으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벼는 거센 바람에 기울어지기는 했어도 아예 드러누워 있지는 않았습니다.


온몸으로 비바람을 견뎌낸 벼가 대견했습니다. 윗논으로 올라가 보니 관정 뚜껑이 날아가 벼 위에 얹혀있었습니다. 뚜껑을 다시 덮어두고 벼를 세웠습니다.


우렁이는 속수무책으로 쓸려가고 있었습니다. 보이는 대로 우렁이를 건져 논으로 넣어주었습니다.

가장자리에 많이 기울어진 벼는 세우고 옆자리를 장화발로 꾹 눌러주었습니다.

논을 다 둘러보고 못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못으로 올라가는데 수로에 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못에 물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큰 뽕나무 가지는 부러져 있었습니다.


“이만하길 다행이에요."

논과 비닐하우스를 둘러보고 산 윗밭으로 가보았습니다.

산 윗밭으로 오르는 길에 대나무 20여 그루가 쓰러져있었습니다.

흙길은 평소와 다름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어젯밤 스님이 흙길 밖으로 물이 빠지도록 물길을 깊게 터놓았습니다.

스님은 곳곳에 물길을 파놓았습니다. 문 앞에 파놓은 물길은 얕아져 있어 다시 깊이 파놓았습니다.

밭에 들어서니 군데군데 쓰러진 들깨가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키가 큰 들깨만 쓰러졌네요.”



들깨 사이에 수박은 어디 날아가지 않고 잘 붙어있었습니다.

아랫단을 둘러보고 윗단으로 올라가는데 오동나무 가지가 부러져 있었습니다.

윗 단에는 도라지꽃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활짝 피어있었습니다. 도라지도, 깻잎도 조금씩 기울어지긴 했지만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도라지밭 한쪽에는 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여기 물이 빠져야 하네요.”

스님은 아래로 물이 빠질 수 있도록 삽으로 물길을 팠습니다.


밭을 둘러보고 나와 문을 손보았습니다. 바람에 문기둥이 들려 문이 잘 닫히지 않았습니다. 연장 없이 와서 맨몸으로 할 수 있는 만큼만 조치했습니다. 힘으로 문을 당기고 기둥뿌리를 발로 밟아주고 돌로 쳐서 문을 닫았습니다.


내려오면서 물길을 좀 더 다듬어 놓고 빗물에 삽을 씻었습니다.

태풍이 남긴 상처가 생각보다 크진 않았지만 마을 군데군데 벼가 쓰러지고, 밭에 작물이 쓰러지고, 비닐하우스가 부서져 있었습니다. 마을 어르신이 논을 살펴보더니 한마디 했습니다.

“시골 사람들 다 굶어 죽겠다.”

논 곳곳에 허리가 구부정한 어르신들이 나와 벼를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스님은 계속 멈춰 섰습니다. 무너진 울타리를 만나면 기둥을 다시 세워주었습니다.

길에 물이 넘쳐 흐르고 풋사과가 둥둥 떠내려 오고 있었습니다. 사과를 줍고 물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몸이 불편한 마을 어르신이 가꾸는 텃밭 옆 수로를 흙과 풀더미가 막고 있어서 길 위로 물이 넘쳐 흐르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수로로 들어가 삽으로 흙을 퍼내고 손으로 풀더미를 걷어냈습니다. 흙이 얼마나 쌓였는지 서른 번도 더 삽질을 했습니다.


물이 시원스레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스님은 발길을 돌렸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온 스님은 행자들에게 논밭 상황과 해야 할 일을 알려주었습니다.

“생각보다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뚜껑에 눌린 벼는 임시로 세워줬지만 완전히 꺾여서 지주대를 박고 묶어줘야겠어요. 산 윗밭에 올라가는 길에 쓰러진 대나무와 밭에 쓰러진 나무를 치워야 하고요. 울타리 문도 내일 망치와 삽을 가져와서 다시 손봐야 해요. 큰 일은 다 했다고 했더니, 일거리가 생기네요.”

10시부터는 온라인 경전대학 입학식에 참석했습니다. 국내와 해외에서 1500여 명의 입학생들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이번 경전대학은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입학했습니다. 먼저 2020년 새롭게 시작하는 온라인 속의 도반들은 어떤 모습인지 세계 속 도반들의 인사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시청했습니다.

“여기는 워싱턴 디씨입니다. 멀리서도 참가할 수 있어 기쁩니다.”

“샌디에이고에서 입학했습니다. 언행일치를 배우고 싶습니다.”

“사와디 카! 태국 방콕에서 경전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여기는 9월이지만 엄청 덥습니다.”

“시드니에는 라벤다 꽃이 피고, 봄이 오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만나요.”

“아디오스! 멕시코에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데, 이 시간을 유익하게 써보고 싶어서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캐나다 서쪽에 나나이모라고 하는 아주 작은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온라인 공간에 함께 모였습니다. 새로운 기대감을 듬뿍 안고 스님에게 입학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경전대학에서 무엇을 배우게 되는지,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을 때 무엇에 유의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안내해 주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경전대학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러분들은 지난 1년 동안 불교대학 과정을 공부했고, 오늘 경전대학에 입학을 하셨습니다.

온라인 경전대학을 시작합니다

오래 전부터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온라인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구상은 하고 있었지만, 온라인으로 전환했을 때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대안이 명확하지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온라인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어요.

온라인 불교대학과 온라인 경전대학 프로그램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닙니다. 이미 정토회에서는 외국인을 상대로 영어 불교대학을 진행하기 위해 여러 차례 온라인 불교대학을 실험해 왔습니다. 그렇게 실험적으로 운영한 적은 있지만 전면적으로 온라인 불교대학과 온라인 경전대학을 운영하는 것은 이번 2020년 가을이 처음입니다.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으로 돌아가자

불교란 무엇인가, 부처님은 누구신가, 그분의 가르침의 요지는 무엇인가를 공부해 보면 그 내용이 너무 좋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보여지는 불교의 모습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불교의 역사를 공부해 보면 왜 그런 차이가 생겼는지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인격이 살아있던 초기불교가 발전해서 소승불교가 이루어졌습니다. 소승불교가 종교화 되고 학문화 되자 다시 수행으로 돌아가자는 새로운 불교 운동이 일어났는데, 그것이 바로 대승불교입니다. 대승불교는 중국에 건너와서 널리 확산되었지만 다시 종교화, 철학화 되어갔습니다. 그래서 다시 수행으로 돌아가자는 선불교가 일어났습니다. 한국 불교는 대승불교와 선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이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종교화 되어 현재 한국 불교의 모습을 갖게 된 겁니다.

‘부처님의 원래 가르침인 초기불교로 돌아가자. 철학화 되고 종교화 된 불교에서 수행 중심의 불교로 돌아가자’

정토회는 이런 취지로 시작되었습니다. 수행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했던 대승불교와 선불교의 초기 정신을 계승해서, 다시 한번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토 경전대학에서 배우는 내용

우리가 계승하고 있는 대승불교와 선불교의 가르침이 원래 부처님의 가르침과 부합하는지 경전에서 직접 확인해 보자는 취지로 설립한 것이 경전대학입니다. 부처님이 돌아가신 후 그 말씀들을 결집해놓은 것이 경전입니다. 경전은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 초기불교와 소승불교의 경전입니다. 초기불교와 소승불교의 경전은 대부분 부처님과 대중이 대화하는 방식으로 기술된 것이 많아서 비교적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별도로 강의를 하지 않고, 매일 한 페이지씩 각자 천일결사 정진 때 읽는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부 좀 이해가 어려운 내용이 있다고 해서 요즘은 제가 매주 토요일마다 일주일치 경전을 간략하게 요약해서 해설하고 있습니다.

둘째, 대승경전입니다. 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방등부, 반야부, 법화부, 열반부, 화엄부, 이렇게 다섯 가지 계통의 경전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초기에 만들어진 대승경전이라고 보여지는 것이 반야부 경전입니다. 반야부 경전에는 새로운 불교운동이 일어날 때의 초기 정신이 잘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정토 경전대학에서는 반야부에 속하는 금강반야바라밀경과 마하반야바라밀경을 주로 공부합니다.

다른 대승경전까지 공부할 시간은 부족하지만 교과 과정 안에 법성게를 포함시켰습니다. 법성게는 화엄경을 의상조사가 요약한 것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워낙 화엄경을 좋아했습니다. 신라시대에는 화엄 10찰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의상조사가 중국에 가서 화엄종을 배워왔는데, 그게 신라 5교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화엄경은 그 내용이 굉장히 방대합니다. 그래서 화엄경 전체를 공부하는 대신 그것을 요약해 놓은 법성게를 공부합니다. 이렇게 해서 대승경전 공부를 마치고 선불교를 배웁니다.

셋째, 한국불교는 선불교의 맥을 계승하고 있는데, 선불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전이 육조단경입니다. 중국 선종의 여섯 번째 조사인 육조 혜능 대사가 법문 한 것이기 때문에 육조단경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어서 엄격하게는 경전이 아닙니다. 그러나 선불교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부처님 말씀인 경에 버금갈 만큼 높이 존중하는 법문입니다.

그다음에 중국 선종의 세 번째 조사인 승찬 대사가 쓰신 신심명을 공부합니다. 신심명은 주로 선방의 수좌 스님들이 공부하는 책인데, 정토회는 ‘누구나 다 수행자가 될 수 있다’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도 신심명을 공부하게 됩니다. 이렇게 총 22주, 6개월 동안의 교과과정이 편성되어 있습니다.

법문이 지식화 되지 않으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경전대학을 온라인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법당에 모여서 경전대학을 배울 때는 1년 과정이었고, 법당에 모여서 같이 법문을 들었고, 법문을 듣고 나서는 함께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중간에 문경 수련원에 모여서 특강 수련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온라인 경전대학은 온라인으로 원하는 시간에 각자가 법문을 들을 수 있게 했습니다. 마음 나누기만 온라인으로 만나서 함께 하도록 교과 과정이 짜여 있습니다.

그래서 첫째, 법문을 미리 듣고 소감을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소감이 올라오면 ‘이 분이 법문을 들었구나’ 이렇게 알 수 있게 됩니다. 이 사전 학습을 안 하면 나누기에 와서 할 얘기가 없습니다.

둘째, 법문을 자기화 하기 위해서 일주일에 한 번 나누기에 참가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경전도 법문만 듣고 끝나면 자기화가 안 되고 지식화 되기 쉽습니다. ‘반야라는 말이 그런 뜻이구나’, ‘금강이라는 말이 그런 뜻이구나’ 이렇게 지식만 남을 우려가 큽니다. 그러면 알음알이만 늘고 내 삶에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부처님이 좋은 말씀을 하셨다’, ‘법륜스님이 좋은 말씀을 하셨다’ 그냥 여기에서 끝나면 안 됩니다. 법문을 자기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마음 나누기에 반드시 참석해야 합니다. 같은 조원들과 함께 법문을 들은 소감을 나누고, 가르침에 따라 실천 프로그램을 연습해 본 소감을 나눕니다. 예를 들어 ‘무주상보시’를 배웠다면 그것을 실천해 본 소감을 나누는 겁니다. ‘연습을 해 보니 어땠다’ 이렇게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본 이야기를 나눕니다.

셋째, 격주에 한 번씩 오프라인 활동에 참가해야 합니다. 정토회는 종교나 철학으로서의 불교가 아닌 수행으로서의 불교를 배우고 체험하는 곳입니다. 수행은 인격도야가 가장 중요합니다. 인격을 도야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이 접촉을 하면서 마음과 마음이 계합을 해야 됩니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면 이 부분이 좀 부족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온라인이 유리할 수 있지만, 수행은 직접 만나서 마음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격주로 한 번씩 모여서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반 별로 모이고, 한 달에 한 번은 조 별로 모입니다. 즉 격주로 한 번씩 오프라인으로 만나게 되는 겁니다.

조별로 모일 때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같이 300배 절을 하거나, 환경 캠페인, 모금 운동, 마음 나누기 등 여러 가지 활동을 그 지역에서 하게 됩니다. 반 별로 모일 때는 법사님이 반드시 함께 참여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경주 남산 순례, 문경 수련원 정진 체험, 두북 수련원 농사, 독립운동 유적지 순례 등이 있습니다.

이런 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온라인의 부족함을 보완하려고 해요. 온라인 방식으로는 체험되는 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활동에 여러분 모두가 참여해야 됩니다. 어떤 반찬을 내면서 거기에 굳이 소금을 따로 주는 것은 먹는 사람을 귀찮게 하려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 음식이 싱거워서 맛이 덜 나기 때문에 간을 해서 맛있게 먹으라고 소금을 올리는 것처럼, 법문을 자기화 하는데 도움이 되라고 오프라인 활동을 하는 겁니다.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

아무리 경전 내용이 좋아도 자기화 하지 않으면 그림의 떡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법문을 듣고 나면 내가 느낀 점에 대해 도반들과 나누어야 합니다. 그리고 일주일간 실천을 해봐야 합니다. 실천이 되고 안 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천해 본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6개월 과정을 공부하고 나면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일 수 있게 됩니다. 즉 한 사람의 수행자가 되는 거예요. 이런 사람을 보디사트바(bodhisattva), 보살(菩薩)이라고 해요. 여러분 모두가 보살이 되시기 바랍니다.”

각 반마다 법사님과 스텝이 결합하여 온라인 수업을 진행합니다. 한 명의 수행자가 나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습니다. 입학생 모두가 모니터를 향해 서로가 서로에게 환영의 박수를 보내며 첫 번째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스님은 강당으로 가서 공동체 법사단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지난주 전국대의원회의를 끝으로 두북특별위원회가 해산되었습니다. 이제 공동체 법사단은 정토대전 편찬 업무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정토회 역사편찬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일주일 가까이 회의를 안 했기 때문에 업무적으로 처리할 일부터 먼저 논의하겠습니다.”

온라인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에 각 반별 법사 배치를 어떻게 할지부터 여러 가지 현안 업무를 먼저 처리한 후 정토회 역사 편찬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저녁 8시 15분부터는 전국대의원회 주최로 ‘두북특별위원회 Q&A’라는 주제로 지역 정토회 대표, 총무, 행정처 활동가들과 함께 온라인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9일에 진행되는 정회원보고회를 원만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활동가들이 두북특별위원회 연구 성과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활동가들은 스님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의문점을 하나씩 해소했습니다.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이 될 때 의사결정 구조는 어떻게 바뀌는 것이 좋은지, 온라인 전환 시 소외되는 고령자를 어떻게 배려할지, 정토대전 편찬의 현재 진행상황이 어떠한지, 온라인 방식에 맞게 불교 의식은 어떻게 바꿀 것인지 등등 여러 질문이 쏟아졌고, 스님은 질문마다 자세하게 답변해 주었습니다.

질의응답은 밤 10시 30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대화를 마무리하며 스님은 평소 생각해온 바를 힘주어 말했습니다.

“두북특별위원회는 만약 정토회가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한다면 이런 방식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 하고 초안을 제출한 겁니다. 최종 결정은 전국대의원회의에서 결정할 일이에요.

만약 스님에게 결정권이 주어져 있다면 벌써 결정을 내렸을 겁니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자마자 정세를 딱 보면서 정토회가 방향 전환을 해야겠다는 판단을 이미 오래전에 했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왜 이렇게 수도 없이 공청회를 열고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있을까요?

3년 전부터 실무자들이 온라인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제안을 했음에도 제가 꿈쩍도 하지 않고 국제국에서만 온라인 실험을 해보도록 신중하게 접근을 했었거든요.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고 나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온라인 방식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어졌어요. 옛날 생각을 하고 있어 봐야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이 정토회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에 만약 스님 혼자서 결정해도 된다면 벌써 결정을 내렸을 거예요.

그런데 스님은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늘 얘기하는 사람이잖아요. 법당을 유지하는 데에 많은 비용이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보다 민주주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여러분과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겁니다.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었어도 만약 태풍이 불어서 벼가 쓰러지면 포기를 해야 해요. 아침저녁으로 논에 가서 쓰러진 벼를 만지면서 울어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 마찬가지로 옛날에 좋았다는 생각을 아무리 해봐야 지금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그러니 우리가 과거에 정토회를 어떻게 운영했든 그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에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더 좋은지를 과감하게 선택하셔야 합니다. 이에 대한 결정 권한은 전국대의원 여러분들에게 있다는 겁니다. 두북특별위원회는 초안을 제출한 거예요.”

온라인 간담회가 끝나고 스님은 해외에서 접속한 사람들만 따로 화상회의 방에 계속 남아 있으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해외에서 접속하신 분들은 얼굴 좀 봅시다.”

밴쿠버, 시애틀, 워싱턴 디씨, 뉴욕, 파리,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시드니, 마닐라, 방콕에서 각각 손을 흔들며 스님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도 반가운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좋아졌어요. 이제 유럽에 갈 일도 없고, 미국에 갈 일도 없고, 호주에 갈 일도 없고, 방콕에 갈 일도 없어요. 비행기 타고 갈 필요도 없이 이렇게 화상 회의 방에서 서로 얘기를 나누니까 정말 좋네요. 온라인 시대가 왔으니까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바로바로 소통을 합시다. 요청을 하시면 빠르게 처리를 해드릴게요.

밤이 늦었으니까 이제 화면을 끕시다. 안녕히 돌아가세요.” (웃음)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또 한 번 웃으며 말했습니다.

“세월이 좋네요.”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공동체 법사단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금요 정기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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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여래심

스님의 세심함과 자애로움이 손끝마다 발길마다 가득이십니다...

2020-09-25 20:54:59

실비아

 한 명의 수행자가 나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습니다. 감동입니다

2020-09-09 23:54:29

장순득

스님의하루에 많은 것을 배웁니다
불교대학 경전강의 참 알찬 내용인것 같습니다 저도 불교대학 2년졸업 경전반 2년가정 방학중입니다
내것을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는 스님의 말씀
실천 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9-08 23: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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