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8.7 공동체 안거 회향 수련 1일째, 금요 정기법회
“가끔 우울감이 높아져서 한없이 가라앉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3일 동안은 공동체 수행 대중의 안거를 마무리하는 회향 수련이 진행됩니다. 스님은 아침에 농사일을 함께 하고 하루 종일 안거 수련을 진행한 후 저녁에는 금요 정기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40분 명상을 하고 천일결사 기도를 했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빗줄기가 더 거셌습니다. 비가 쏟아져도 울력은 예정대로 진행했습니다.

대신 비닐하우스나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울력을 했습니다. 스님은 비닐하우스 가장자리에 자란 풀을 뽑았습니다. 투둑투둑 떨어지는 빗소리만 빼면 평소와 다름없는 풍경이었습니다.


풀을 한참 뽑고 있는데 옹기종기 모여있는 깻잎 한 무더기를 만났습니다. 스님은 깻잎을 뿌리째 살살 뽑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포기 씩 옮겨 심어주었습니다. 콩을 심어놓은 두둑 사이사이 빈 곳에도 옮겨 심었습니다.



스님이 풀을 다 뽑자 거름을 뿌려 다시 작물을 심을 준비를 했습니다.

오늘은 반찬거리로 오이를 땄습니다.


행자들도 비닐하우스 곳곳에서 일을 했습니다. 지나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자라 옆으로 기울어진 참깨에 줄을 쳐주고, 토마토를 수확했습니다. 오이, 애호박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곁순을 따주고 쳐진 줄을 세워주었습니다.


빨갛게 익은 고추는 따서 널어 두었습니다.



고구마 줄기와 고춧잎도 반찬으로 먹을 수 있도록 손질했습니다.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발우공양을 한 후 오전 11시부터는 공동체 안거 회향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공동체 수행 대중은 그동안 스님을 모시고 저녁마다 공청회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고민이 많이 해소되긴 했지만, 오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다 풀지 못한 개인 고민이 있다면 마음껏 이야기해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스님에게 여는 말씀을 청해 들었습니다.

“우선 개인적으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든 생활에 대해서든 고민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먼저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개인 고민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으면, 다음은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사업을 어떻게 해나가면 좋을지 자신이 속한 부서의 일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대화해 보겠습니다. 시간이 되면 한반도와 국제 정세에 대해서 이야기해 봐도 좋겠습니다.”

곧바로 개인의 삶과 수행에 관계된 질문을 먼저 받았습니다.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그중 JTS 해외 사업장에 파견을 나갔다가 코로나 사태 때문에 한국으로 귀국한 분은 해외에서 혼자서 생활할 때의 어려움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의지심이 많아서 혼자 있는 게 힘듭니다

“저는 JTS 해외 사업장에 1년 6개월 동안 파견되었다가 코로나 때문에 귀국했습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의지심이 많아서 해외에 파견을 나가 있을 때 혼자 생활을 하는 게 무척 힘들었습니다. 일이 안 풀리면 계속 그 생각만 하면서 긴장을 합니다. 근심 걱정이 많아지니까 피로감도 커지고 건강도 안 좋아졌어요. 한국에서 공동체 생활을 할 때는 편안하게 잘 지내는데 혼자 있을 때는 계속 지칩니다.”

“네. 맞습니다. 해외에 파견이 되면 대부분 혼자서 생활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합니다. 지금은 아직 1년 6개월밖에 안 돼서 그렇지 3년 이상 지나가면 더 힘들어합니다. 이것은 어떤 특정한 개인의 문제는 아니에요.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최대 6년 이상은 해외에 파견하지 않는다는 내부 규정까지 정했습니다.

혼자 살면 누구나 다 힘들어요. 질문자만 힘든 게 아닙니다. 해외에 나가서 사는 것도 힘들지만 혼자 사는 건 그것보다 더 힘들어요. 그나마 필리핀 사업장과 인도 사업장에서는 여러 명이 공동체를 이루어 살기 때문에 조금 났습니다. 왜냐하면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되면 아침에 일어나서 기도를 정기적으로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혼자 살면 오직 자신의 의지에 의해 기도를 해야 하잖아요.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자꾸 기도를 빼먹게 되고, 나중에는 안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일이 많기 때문에 일을 핑계로 기도 빼먹는 것을 합리화합니다. 그래서 제가 해외에 혼자 파견되는 사람한테는 특별히 이렇게 강조합니다.

‘기도를 일보다 더 중요시해야 한다.’

그렇게 안 하면 결국은 해외 생활을 못 버팁니다. 기도를 하면 기도의 어떤 가피 때문에 버텨내느냐? 그게 아닙니다. 적어도 하루에 한 시간은 기도하는 것을 놓치지 않으면, 그것이 나의 초심을 환기시켜 주는 기둥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혼자 살수록 반드시 기도에 더 매진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이렇게 주의를 줘도 막상 혼자 살아보면 1년을 못 넘겨서 기도를 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러면 3년을 못 가서 더 이상 못 견디겠다고 귀국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물론 기도를 한다고 다 괜찮아지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기도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하면, 기도가 자신의 중심을 잡아줘서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극복할 수 있는 큰 힘이 됩니다. 종교적으로 표현하면 이것이 기도의 가피입니다.

‘아무리 늦게 자도, 어떤 일이 있어도 5시에 일어나 무조건 기도한다.’

이런 자세가 확고부동하면 마음의 중심이 꽉 잡힙니다. 다른 생각에 마음이 갔다가도 기도하면서 다시 중심을 잡게 되는 겁니다.

가족들을 보살피면서 봉사 활동도 열심히 하는 정토회 대중들의 가장 큰 힘은 법륜 스님의 법문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정토회 대중들의 가장 큰 힘은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기도하는 거예요.

새벽 5시에 일어나 한 시간 기도하는 것을 매일 지켜나가면, 흔들리던 마음이 점점 중심이 잡히게 되고, 위험할 때 극복하는 힘이 생기는 거예요. 옛날에는 이것을 종교적인 표현으로 ‘기도하면 위험할 때마다 호법 신장들이 돌봐준다’라고 했습니다.

나는 출가 수행자다

그래서 제가 조언을 드린다면 ‘나는 출가 수행자다’라는 것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렇지 않은 사람들 속에서 섞여서 대화하고 사업하고 어울려 지내다 보니 내가 출가 수행자라는 사실을 자꾸 잊어버리는 거예요. 스님들은 승복 때문에 상대가 자꾸 조심해줍니다. 사람들이 스님에게 ‘술 한잔하러 가자’, ‘고기 먹으러 가자’, ‘놀러 가자’ 이런 말을 하지는 않으니까요. 이렇게 상대가 알아서 조심해주면 좋겠지만, 그전에 내가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상황에 휩쓸리기 쉽고, 자신의 정체성을 자꾸 놓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스님이다’라고 마음을 갖는 겁니다. 스님인데도 불구하고 속복을 입고 있으면 ‘내가 스님인데 말이야’ 하는 교만함이 안 생긴다는 장점이 있어요. 반면에 ‘나는 출가한 승려다’ 하는 자기 정체성을 분명하게 갖고 있으면 어디를 가도 당당해집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이렇게 안 되고 거꾸로 돼요. 머리카락을 붙여 놓으면 당당함이 없어져 버리고, 머리카락을 깎아놓으면 교만함이 몸에 배이게 됩니다. 정토행자를 출가시켜서 절에 보내 놓으면, 하나 같이 다 일반 승려가 되어 버리거든요. 정토회에서 20년을 살았다면 딱 자기중심이 잡혀서 당당함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부족해 보일 때가 많습니다.

해외에 파견되었을 때 가장 중요한 것

그래서 매일 기도를 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그 중요성을 자각하려면 혼자 있어 봐야 합니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 기도하는 제도가 없었다면, 정토회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가 없었을 거예요.

‘법문을 듣고 이치를 알아서 현실에 깨어있으면 되지, 종교적인 기도를 아침마다 무엇 때문에 하는가?’

자꾸 이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기도가 바로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는 힘입니다. 108배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108배를 하면 땀도 나고 하기 싫잖아요. 기도 중에 가장 하기 싫은 게 108배 아니에요? (모두 웃음)

그런데 108배는 약간 힘들기 때문에 자기를 이겨내고 중심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만약 108배를 넘어서서 매일 300배를 한다면, 몸은 더 힘들겠지만 중심은 훨씬 더 많이 잡힙니다. 그래서 해외에 파견되어 혼자 살게 되면 이렇게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잠을 덜 자더라도, 낮에 조는 한이 있더라도, 매일 1시간 일찍 일어나 300배 절을 한다.’

이런 마음을 유지하면 108배하는 것보다 자기중심이 훨씬 더 잘 잡힙니다. 자기 나름의 각오가 탄탄해지기 때문에 어지간한 어려움에는 흔들리지 않게 돼요. 항상 이렇게 생각하세요.

‘나는 출가한 공동체 대중을 대표해서 업무상 필요로 인해 이곳에 파견이 됐다.’

이런 관점을 가져야 겸손함과 당당함을 유지할 수 있고, 남과 함께 있어도 별로 구애받지 않고 꾸준하게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중심을 딱 잡아나갈 수 있습니다. 나이가 어려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기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실무 능력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수행이 가장 중요해요. 자기중심이 잡혀 있어야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무 역량을 갖고 있으면 조금 더 좋을 뿐입니다.

‘잘해야지!’ 하지 말고 ‘무엇이 문제이지?’

첫째, 매일 아침 기도한다.
둘째, 내 장점은 착실한 것이고, 내 단점은 실무력이 부족한 것이라면, 주위에 물어가면서 한다.
셋째, 상대가 실무력이 부족하다고 짜증을 내면 좀 받아준다.

이렇게 딱 관점을 잡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리 본인이 잘해도 상대가 원하는 만큼 마음에 들게 할 수 없습니다. ‘잘해야지!’ 이런 관점을 갖지 말고, ‘무엇이 문제이지?’ 관점을 이렇게 가져야 합니다.

수행은 ‘왜 괴롭지?’ 하고 연구해서 부정적인 마음이 일어난 원인이 찾아서 그것을 시정하는 것입니다. 잘하겠다는 마음을 자꾸 갖는 것은 욕심이에요. 행복은 괴로움이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괴롭지 않으면 행복한 거예요.

만약 마음이 불안하다면 ‘무엇이 문제이지?’, ‘왜 불안하지?’ 하고 스스로를 체크해 보면 됩니다. 지금 괴롭다면 ‘왜 괴롭지?’ 하고 자신에게 물어보면서 답을 찾아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일을 못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일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내가 일 못하는 걸 이제 알았어?’라고 스스로에게 대답하면서 피식 웃음이 나올 겁니다. (모두 웃음)

마찬가지로 질문자도 ‘그래. 그렇다면 내가 여기에 왜 왔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그러면 ‘내가 필요하니까 여기에 왔지’라고 대답할 수 있을 거예요. 질문자의 경우 ‘여기에 온 목적이 무엇이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겁니다.

‘첫째, 나는 회계 관리를 하기 위해서 여기에 왔다. 왜냐하면 책임자가 실무력은 뛰어난데 회계 관리 능력이 좀 부족하기 때문이다. 둘째, 파견 책임자가 일을 보다 잘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이렇게 관점을 잡고 지내면 어렵지 않을 거예요. 해보고 도저히 안 되면 ‘스님, 제 수준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이렇게 보고를 해야 합니다. 도저히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면 다른 일을 하면 돼요.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를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일을 잘하는 게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아무리 힘들어도 기도를 빼먹지 않는 것이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에 더 유용합니다.

해외에 파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 일에 몰두하여 기도를 하지 않는다면, 그 상황은 이해가 되지만 저는 그 사람이 그 소임을 오랫동안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미리 짐작합니다. 왜냐하면 난관에 부딪히면 극복을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기분에 취해서 일을 열심히 할 때는 기도를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일이 뜻대로 안 되거나 갈등이 생기게 되면 ‘내가 이거 해서 뭐하나’, ‘내가 미쳤다고 여기 있나’ 하는 회의감이 들면서 포기해 버립니다. 그러나 꾸준히 기도를 하는 사람은 그 갈등을 관리하고 극복할 수 있어요.

정신불안증 환자가 약을 먹으면 치료는 안 되더라도 극단적인 선택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약을 먹지 않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험이 있어요. 이와 마찬가지로 ‘기도’ 역시 매일 약을 먹는 것과 같아서 죽을 것 같이 힘들다가도 그 난관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힘을 갖게 해 줍니다. 하지만 기도를 안 하게 되면 한순간에 마음이 확 사로잡혀서 중간에 포기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기도를 잘 챙겨서 해보겠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전 부서에서 유독 한 사람과 갈등이 깊었습니다. 처음엔 서로 이해하고 갈등을 풀었는데 갈등이 반복되다 보니 상처가 깊어졌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체력이 약한데 생활과 업무를 둘 다 해내려니 힘듭니다. 어디에 중심을 두어야 할까요?”

“영상 업무에 지원을 하고 싶은데, 개인적인 성향이 강화되는 게 아닌지 고민입니다.”

“혼자 있을 때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나이가 오십이 넘으니 배움에 대한 의욕이 꺾입니다.”

“제가 하는 일에 재미와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남들은 자거나 쉬는데 나는 일해야 할 때 투덜거리게 되고 남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올라옵니다.”

...

어느 정도 개인적인 문제나 수행에 대한 질문을 나누고 자연스럽게 일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온라인 시대에 불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토회 자료를 보관할 서고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

질문과 대답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벌써 해가 저물었습니다. 창 밖에는 비가 계속 내렸습니다.

“7시 30분부터는 정기법회 생방송을 해야 해서 오늘 수련은 여기서 마칩시다. 내일 또 이야기 나눠 봅시다.”

공동체 대중은 삼배로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금요 정기법회

휴식 시간을 이용해 원고 교정 업무를 한 후 스님은 7시 30분에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금요일 저녁은 정토회 회원들을 위한 정기법회를 하는 시간입니다.

1500 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연일 폭우가 내려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말하면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삶의 방식에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한국은 늦게 시작된 장마가 보름이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미 한 달도 훨씬 전부터 중국에는 폭우가 계속 쏟아져서 그 피해가 천문학적인 단위에 이르렀습니다. 일본도 폭우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한국은 피해 가는 듯하더니 늦장마가 와서 한 번은 부산 지역에, 한 번은 대전 지역에, 한 번은 수도권에, 한 번은 광주 지역에 돌아가면서 폭우가 쏟아져서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수행자의 자세

저수지도 막고 제방도 잘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 때문에 곳곳에서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시설만 보강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 자체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기후변화에 대응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상황이 많이 호전되었다고 해도 하루 평균 20~30명 대의 확진자가 여전히 나오고 있어서, 수련을 재개하거나 법당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이 조금 더 늦춰질 것 같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확진자가 190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70만 명을 넘어섰을뿐더러,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이 끝날 기미도 보이지 않아서, 어쩌면 우리 사회에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 예측해봅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수행’이라는 것은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근심, 걱정, 초조함, 불안함, 괴로움이 없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면서 변화된 국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수행자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새롭게 일어난다고 할지라도 너무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되 조심스럽고 침착하게 대응해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 10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지난주에 이어서 오늘 법회도 화상으로 질문자와 연결하여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스님이 “질문하세요” 하고 말하면, 질문자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한 분은 남편과 시댁을 생각하면 우울감이 높아져서 힘들다며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가끔 우울감이 높아져서 한없이 가라앉습니다

“수행, 보시, 봉사를 하면서 이전보다는 좋아졌지만 여전히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기가 힘듭니다. 특히 남편과 시댁을 생각하면 우울감이 높아져서 한없이 가라앉습니다. 최근에는 육아를 하게 되면서 법당에 나가지 못한 지 오래 되니 마음 둘 곳이 없고, 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어떤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저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자꾸 우울해지면 먼저 병원에 가보셔야 됩니다. 우울해지는 원인은 혼자 있어서 그렇거나, 산후에 우울증이 왔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그렇거나,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습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일주일 정도 참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낫는 것처럼 우울한 경우도 시간이 지나면 낫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끔 감기가 폐렴으로 바뀌면 큰 병이 되는 것처럼 마음이 가라앉고 우울감이 조금 있는 상태에서 자칫 잘못하면 진짜 우울증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원에 가보면 의사가 진단을 해보고 ‘그 정도면 괜찮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겪는 거예요’라고 말하든지, ‘우울증 증세가 있네요. 약을 처방할 테니 일주일 동안 먹어보고 다시 상담해봅시다’라고 말하든지, 아니면 ‘우울증이 심하네요.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하든지 할 겁니다. 그러면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하면 됩니다. 요즘은 의료보험 제도가 잘 되어 때문에 기본 진료를 받는 데에는 병원비나 약값이 엄청 많이 드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우선 병원에 가서 자신의 상태를 체크해보는 게 좋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법당에 나가면 위안이 된다고 했는데, 법당에 못 나간다고 우울해질 이유는 없습니다. 지금처럼 온라인을 통해 집에서 법문을 들을 수 있잖아요. 기도도 방송 틀어놓고 집에서 함께 하면 됩니다. 방석을 놓고 매일 108배를 하면서 이렇게 되새기며 기도해 보세요.

‘부처님! 감사합니다. 저는 편안합니다. 아이들도, 저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모두 부처님 은혜입니다.’

이렇게 자기 암시를 주면 마음이 점점 안정이 됩니다. 이것을 종교적으로 해석하면 부처님의 가피를 입어서 그렇다고 볼 수 있고, 심리적으로 해석하면 자기 암시를 계속 줘서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볼 수 있는 거예요. 이렇게 해석하든지 저렇게 해석하든지 해석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결과가 좋아지면 되는 것이니까요. 병원에서 괜찮다고 해도, 치료가 필요하다고 해도, 어떤 경우라도 이렇게 감사 기도를 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 새벽 5시에 일어나 수행을 지속하면 피로가 누적이 되어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생길 만큼 피곤합니다. 취침 시간을 바꾸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새벽 기도를 해야 할까요?
  • 선의의 거짓말은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선의의 거짓말은 어떨 때 사용하는 게 좋은지 궁금합니다.
  • 내가 원하는 대로 나 자신이 움직이지 않을 때 침울함을 느낍니다.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인데,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 중2 딸이 너무 날카로워요. 한마디 하거나 살짝 터치만 해도 버럭 합니다. 지금 방학이라 새벽 3시에 자고 오후 1시에 일어나요. 깨어 있는 동안은 핸드폰 게임이나 유튜브만 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운전 중에 호흡을 관하는 것도 수행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까?
  • 자기 일을 매번 떠넘기는 이기적인 직장 동료와 같이 일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그 동료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로 수술을 두 번이나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난소에 혹이 있으니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병에 대해서 어떤 마음을 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 인간의 삶이란 괴로움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무의식에 늘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그냥 지켜보며 지내도 괜찮을까요, 긍정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까요?
  • 저는 남을 많이 돕고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보다 제 자신이 더 낫다는 우월감이 자꾸 느끼는 게 너무 싫어요. 우월감을 없앨 수 있을까요?

질문에 대해 모두 답변을 하고 밤 9시가 다 되어 정기법회를 마쳤습니다.

“수고했어요.”

스님은 수고한 방송팀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내일도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공동체 안거 대중과 함께 회향 수련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7

0/200

연숙

고맙습니다~

2020-09-29 07:55:55

김현숙여래심

오늘도 기도와 명상으로 아침 열며 맘 중심 잡습니다

2020-08-24 22:33:07

박덕규

좋은말씀 잘 뵜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8-11 19: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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