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7.17. 농사일, 두북특위회의
“이 다섯 가지만 지켜져도 사회에 큰 변화가 생길 겁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농사일을 하고 두북특위회의를 한 후 서울로 이동했습니다.

오늘은 산 윗밭에서 풀을 맸습니다.

아침 기도를 마치고 밭으로 나가니 스님이 먼저 사면에서 풀을 베고 있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뒤이어 도착한 대중도 낫을 하나씩 들고 풀을 베기 시작했습니다.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점점 뜨거워졌습니다.

스님은 말없이 2시간을 꼬박 덩굴과 풀을 잘랐습니다.


사면의 경사가 45도에 가까웠습니다. 풀을 자르다 곧잘 발이 미끄러졌습니다.


스님은 사면을 오르내리며 차근차근 풀을 다 벴습니다.


“사람 손이 무섭네요. 낫 하나로 다 벴네요.”

스님은 한쪽 사면의 풀을 다 벤 후 다른 쪽 사면을 둘러보며 뒷정리를 했습니다.



“수고했어요.”

일을 마치고 돌아선 스님의 작업복에 땀으로 무늬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10시 30분부터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보수법사님이 수계식 개편안을 발표하고 이에 대해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특히 오계의 사회적인 실천을 자세하게 표기한 내용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전체적으로 많이 깔끔해지고 의미가 분명해져서 좋습니다.”

“오계 중 사음 하지 말라는 계율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을 하지 말며, 개인의 성 정체성을 존중하고, 인간평등을 실현하며, 인간을 쾌락・노동・전쟁의 도구로 사용하지 말고 인격으로 대하라는 것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에는 언어적인 성희롱, 성추행도 포함이 되는데 이 부분까지 명확하게 표현하면 좋겠습니다.”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가부장적인 문화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성 인식이 변화되고는 있지만, 인식 변화에 대한 필요성은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도 고민입니다.”

“온라인 시대가 되면서 익명성과 함께 성 문제가 폭력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부분은 어떻게 담을 수 있을지도 고민이 됩니다.”

“계율을 지키는 공덕이 나와 있는데요. 계율이 나를 지키고, 사회를 지키고, 인류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내용이 더 살려지면 좋겠습니다.”

토론을 경청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도 한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수계자의 서원을 넣은 이유는 오계의 내용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계를 받고 나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불분명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계율을 지키는 것이 대사회적으로 어떤 실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지 이해하고 다짐하도록 하기 위해 각각의 계율에 포함되는 사회적 실천 행위를 적은 것이 수계자의 서원입니다.

그런데 이 내용은 앞으로 10년, 30년, 100년이 지나면 사회의 변화에 따라 그 내용을 계속 바꾸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대적 과제가 계속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대의 상황과 관계없이 오계의 기본 정신은 수계 약속으로 분명하게 하되, 그 시대에 맞게 수정할 수 있는 것은 ‘수계자의 서원’이라고 해서 별도로 분리해서 넣은 겁니다.

이 다섯 가지만 지켜져도 엄청난 사회 변화가 생길 겁니다

오계의 기본 정신은 남을 해치거나, 손해 끼치거나, 괴롭히지 말라는 것입니다. 첫째, 어떤 이유에서라도 남을 때리거나 죽여서는 안 됩니다. 둘째, 아무리 배가 고파도 훔치거나 뺏어서는 안 됩니다. 셋째, 아무리 흥분이 되고 욕망이 일어나더라도 상대가 싫어하는 성적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상대를 괴롭히는 행위입니다. 넷째, 화가 나고 성질이 나더라도 욕설을 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등 말로 남을 괴롭혀서는 안 됩니다. 다섯째, 술을 먹었다 하더라도 취해서 남에게 행패를 피워서는 안 됩니다.

적어도 수행자라면 이것은 꼭 지켜야 합니다. 이런 행동들은 지금 사회에서는 다 범죄에 해당하는 행동들이기 때문입니다. 계를 받았다면 살인죄, 폭력죄, 절도죄, 강도죄, 성폭력죄, 성추행죄, 사기죄, 모독죄, 주폭죄, 이런 범죄들을 절대 저질러서는 안 됩니다.

이 다섯 가지는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사항입니다. 이것만 지켜져도 엄청난 사회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서 사회적인 실천으로 규정한 것이 ‘수계자의 서원’입니다.

막연히 그냥 ‘살생하지 마라’ 하면 늘 되묻는 질문이 ‘모기는 잡아도 안 됩니까?’, ‘파리는 죽여도 안 됩니까?’, ‘농사 지을 때 벌레를 죽여도 안 됩니까?’ 이런 내용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개미는 살려주면서 사람은 때리는 일이 벌어집니다. 절에서도 개미를 발견했을 때는 죽지 않게 빗자루로 쓸어내어 주면서 정작 자신의 제자는 뺨을 때립니다. 이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입니다.

윤리적인 문제를 계율에 포함시킬 것인가

현재 수계자의 약속에는 형사적인 범죄가 될 수 있는 내용들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윤리적인 비난을 받을 만한 사항까지 넣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조금 더 검토가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내가 있는 남편 혹은 남편이 있는 아내가 다른 이성과 연애를 하는 것은 윤리적인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형사적인 범죄는 아니거든요.

오계의 핵심은 남을 해치지 마라, 손해 끼치지 마라, 괴롭히지 마라, 이 세 가지입니다. 네 번째 계율은 말로도 그렇게 하지 마라는 내용이고, 다섯 번째 계율은 술 먹고 취해서 그렇게 하지 마라는 내용인 겁니다.

원래는 술을 먹고 취하지 말라는 내용은 계율에 없었습니다. 앞의 네 가지 계율을 ‘사바라이(沙波羅夷)’라고 해서 중죄로 여겼습니다. 술을 먹고 취하면 나머지 계율을 모두 어기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추가가 된 겁니다. 그래서 다섯 번째 계율을 더 중죄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술 먹는 행위 자체가 중죄라기보다는 술을 먹고 나서 앞의 네 가지 계율을 어길 때 중죄가 되는 겁니다. 술을 먹고 취해서 방에서 그냥 잠을 자면 중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세 번째 계율의 경우도 아무리 부부라 하더라도 상대가 싫다고 하는데 관계를 요구하게 되면 계율을 어기게 되는 것입니다. 내 아내나 남편이 아니더라도 남녀가 서로 좋아해서 관계를 맺는 것은 윤리적인 비난이 따를지는 몰라도 형사적인 범죄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옛날에는 좋아해도 남의 부인과 관계를 맺는 것은 범죄가 된 반면 자신의 부인과 강제로 관계를 맺는 것은 범죄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사회는 상대를 괴롭히는 행위를 모두 범죄로 보기 때문에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상당히 변화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의 부인이나 남의 남편과 관계를 맺으면, 상대의 아내나 남편에게 큰 고통을 주게 됩니다. 그러나 윤리적인 문제는 계율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계율 정신에 부합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삿된 음행을 하지 말라’라고 할 때 삿되다는 말의 의미를 윤리적으로 해석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상대에게 고통을 준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성폭력이나 성추행은 나는 좋지만 상대에게는 크나큰 고통을 주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관점이 부처님이 이야기한 관점과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계 의식을 할 때 ‘외도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구절이 다른 종교를 부정하는 것 같아 삭제하면 좋겠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이렇게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외도의 가르침에 따르지 않겠다는 말의 의미

“외도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겠다고 말하는 구절을 빼자는 제안이 있었는데요. 여기서 ‘외도’라는 말은 다른 종교를 뜻하는 게 아니라 ‘정법이 아닌’ 이런 뜻입니다. 나의 무지를 깨우쳐서 해탈과 열반으로 가겠다는 원을 세운 사람은 복을 구하는 허황된 믿음, 그런 가르침, 그런 무리들에게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불교를 자꾸 종교라고 보니까 마치 다른 종교를 부정하는 말 같은데 이 문장은 원래의 정신을 정확히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이 어떤 종교를 믿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이지만, 수행자라면 최소한 외부의 도움을 얻어 괴로움을 해결하려는 믿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문화적으로만 접근하면 하나님을 믿느냐 부처님을 믿느냐가 상충될 수 있는데, 나의 무지를 깨우쳐서 해탈을 하겠다는 관점을 분명히 하면 상충될 게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이 문제는 우리가 다른 종교를 존중한다는 미명 하에 수행자가 가야 할 길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을 포기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좀 더 깊이 점검해보면 좋겠어요.

‘수행자가 되겠다고 원을 세운 사람이 복을 구하려고 하는 허황된 생각을 한다면 그 사람은 수행자가 될 자격이 없다.’

그 문장은 이런 뜻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어서 개원법회 설문조사 결과 공유 및 추진단 구성, 정회원 교육과정에 대해 논의한 후 저녁 8시가 되어 회의를 마쳤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스님은 급한 일이 생겨 바로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밤새 서울을 다녀온 후 내일은 새벽 4시 30분부터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으로 촬영하고,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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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여래심

남의 불행 위에 나의 행복을 쌓지는 않겠습니다

2020-08-06 20:03:37

무승화

규율은 개인만이 아니라 단체 - 사회 - 국가가 다같이 평화롭게 살기 위한 규칙이기에 서로 존중하고 지키는 질서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문화적 접근'에 대한 이해는 물론 삶의 궁극적인 세계관 이해 등, 결국 내 자신의 깊은 통찰력이 필요하네요. 고맙습니다.

2020-08-01 23:26:51

김춘배이현미

스님~^^ 건강발원합니다
'수행자가 되겠다고 원을 세운 사람이 복을 구하려고 하는 허황된 생각을 한다면 그 사람은 수행자가 될 자격이 없다.’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로 살겠습니다
스님~^^ 고맙습니다 _()_

2020-07-29 2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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