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7.13. 온라인 행복학교 2기 입학 특강
“다른 사람의 눈치를 너무 많이 봐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온라인 행복학교 2기 참가자들을 위한 입학 특강이 유튜브 생방송으로 열렸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님은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업무와 원고 교정을 보았습니다. 해가 지고 나서 저녁 7시에 강의 촬영을 하기 위해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생방송을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온라인 행복학교 관계 편 세 번째 강의를 녹화했습니다.

관계 편에서는 인간관계에서 생긴 갈등 또는 사회적 갈등 속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평화를 이루어가는 법에 대해 공부합니다. 3강에서 스님은 남북관계와 한반도의 평화와 비전에 대해 강의해주었습니다.

7시 29분까지 녹화를 마치고 30분부터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2기 행복학교 참가자 900여 명이 유튜브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먼저 스님은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즉문즉설 잘 보고 계십니까?”

이어서 즉문즉설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소개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원래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인 소년이었습니다. 그런데 학교 옆에 절이 있어서 그곳에 다니다가 이렇게 스님이 되었습니다. 수행 생활을 한 지 이제 50년이 넘었습니다. 과학자가 되려고 했다가 막상 종교 생활을 해보니 좋은 점도 있었지만 참 허황하게 여겨지는 점도 많았어요.

즉문즉설을 시작한 이유

저는 그동안 불교를 믿음의 차원에서만 접근하기보다는, 종교의 좋은 요소를 받아들이되 허황된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판단하여 배제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데 실익이 되는 쪽으로 공부해 왔습니다. 불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에도 많은 장점이 있고, 종교가 아니더라도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류 문화사에도 유용한 정보들을 많이 취할 수 있습니다. 지난 5천여 년의 인류 역사 속에서 인류가 발견해 낸 모든 지혜와 지식을 아무것도 배척할 필요가 없잖아요. 다 수용해서 우리에게 유용하게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사람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는 많은 노하우가 있어요. 그런데 이 좋은 내용들이 너무 불교라는 종교의 형식 속에 갇혀있다는 점이 항상 안타까웠습니다.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는 이 좋은 방법들을 누구나 다 알게 할 수는 없을까?’

이런 관점에서 종교라는 벽도 허물어 버리고, 불교라는 벽도 허물어 버리고, 누구에게나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먼저 언어부터 일상용어로 대화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경전을 먼저 읽고 그걸 해석해서 생활에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우리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그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성인의 지혜를 빌리는 관점에 서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즉문즉설이에요. 그리고 즉문즉설은 우선 질문한 사람도 큰 지혜를 얻지만, 옆에서 보는 사람도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해서 유튜브로 많은 사람과 같이 공유를 하게 된 것이고요.

물론 제가 상담하고 대화한 사람의 수는 유튜브에 올라간 내용의 열 배도 넘을 겁니다. 그러나 그중의 일부만 유튜브에 공유를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있는 정토회는 월급을 주고 일을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자원봉사단체이기 때문입니다. 모두 자원봉사 방식으로 서로 좋은 뜻을 갖고 모여 일을 하다 보니 각자 할 수 있는 만큼만 일을 합니다. 자원봉사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억지로 일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매일 영상을 올리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개씩 영상을 올리고 있어요.

행복을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는 곳, 행복학교

그런데 유튜브에서 즉문즉설을 많이 보았다고 해서 그 내용이 각 개인에게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듣기만 해도 변화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스스로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입니다. 혼자서 유튜브를 보는 것만으로는 경험과 체험이 잘 안 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는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습니다.

물론 제가 소속된 정토회라는 단체에서는 정토불교대학을 열어서 수행 실천을 안내하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종교가 싫기 때문에, 혹은 다른 종교에 다니기 때문에, 혹은 같은 불교라도 다른 절에 다니기 때문에 정토회에 나가기가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좋은 가르침을 종교라는 형식도, 불교라는 형식도, 정토회라는 형식도 없앤 채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지 아무런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로 만든 것이 행복학교입니다.”

인사말을 마치고 곧바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사전에 400여 개의 질문이 접수되었고, 마음 다스리는 법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남편의 바람, 자녀 교육, 해외 거주자의 질문도 다수 있었습니다. 그중 12명이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한 분은 타인의 시선을 자꾸 의식해서 싫은 내색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힘들다는 질문을 했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해서 괴로워요

"저는 타인의 시선을 잘 의식하는 편입니다. 타인의 평가에 쉽게 마음이 요동치고 자존감이 낮아져요. 제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에게도 싫은 내색을 제대로 못해서 후회하곤 합니다. 저는 어쩌면 좋을까요?"

“누구나 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합니다. 저도 의식합니다. 저도 방송을 촬영할 때는 머리를 깎고 나올까요, 안 깎고 나올까요? 지금 보시듯이 머리를 단정하게 하고 나왔잖아요. 옷도 작업복을 입고 나온 게 아니라 법복을 갖춰 입고 나왔습니다. 이게 다 남을 의식하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저도 공동체에 살면서 대중의 눈치를 볼 때가 많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면 비판은 덜 받게 행동하는 게 좋잖아요. 그래서 누구나 다 이렇게 남의 눈치를 보고 삽니다. 눈치를 보는 게 다 나쁜 게 아니에요. 눈치를 본다는 건 예의를 갖춘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곧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다 눈치는 봅니다. 눈치를 보는 게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없어요. 그런데 눈치를 지나치게 본다면, 자기 인생을 주인으로 살지 못하고 노예로 사는 것과 같아요. 주인이 아니라 노예로 살고 싶으면 눈치 보고 사세요. 눈치를 자꾸 보는 이유는 남에게 잘 보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왜 잘 보이고 싶은 걸까요? 그 사람이 주인이고 내가 노예이기 때문입니다. 노예는 항상 주인의 눈치를 봐야 하니까요. 그러나 내가 노예가 아니라면 기본적인 예의만 지키면 되지 지나치게 눈치를 볼 필요는 없습니다. 누가 나를 비판하면 비판 좀 받으면 되잖아요. 비판을 받는 훈련을 자꾸 해야 내가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한테 잘 보여서 뭐할 거예요? 비난은 받기 싫고 칭찬만 듣고 싶어서 눈치를 보게 되는 겁니다.

예수님도 엄청난 비난을 받고 결국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잖아요. 훌륭한 인격을 가진 부처님도 오해를 받고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얼마나 훌륭하다고 오해도 안 받고 비난도 안 받으려고 해요? 그건 과대망상입니다. 질문자가 부처님이나 예수님보다 더 훌륭하다고 착각하니까 비난을 안 받으려고 하는 거예요. 질문자는 보통사람이니까 그냥 자기 편한 대로 살아도 돼요. 누군가 나를 비난하면 그 내용을 들어보고 이유가 합당하면 나를 좀 고치면 됩니다. 서로 관점이 다른 것이라면 ‘그렇게 보는 건 네 자유다’ 하고 그냥 나대로 살면 돼요.

내가 상대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자꾸 하면, 상대도 나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 마련이에요. 싫은 소리를 듣기 싫으면 나도 싫은 소리를 안 해야 합니다. 그런데 싫은 소리를 하고 싶으면 하세요. 대신 나도 상대에게 싫은 소리를 좀 들어야 하는 겁니다. 질문자는 싫은 소리를 안 들으려고 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거예요.

내가 상대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나서 다시 상대로부터 싫은 소리를 안 듣는 방법은 없어요. 인연을 지으면 과보가 따릅니다. 돈을 빌렸으면 반드시 갚아야 해요. 내가 남을 비판하면 나도 남의 비판을 받아야 해요.

그래서 남의 인생에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저 같은 사람은 굉장히 조심해야 됩니다. 저도 이런 상담은 안 하고 싶어요. 제가 요만큼만 잘못해도 온갖 사람들이 ‘당신은 잘합니까?’ 하고 덤비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욕을 엄청나게 얻어먹을 수밖에 없어요. 일찍 죽으면 모를까 살아있는 이상 제가 해 놓은 말이 있기 때문에 작은 일로도 저를 지적하는 손가락이 아마 전국적으로 몇 백만 개가 될 거예요.

그래서 남을 가르치려고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가능한 비판은 하지 않는 게 좋아요. 비판에는 반드시 과보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처럼 아예 비판받을 각오를 하고 이런 활동을 하고 살아도 되긴 됩니다. 비판도 하고 비난도 받고 그래서 세상이 좀 더 좋아진다면 ‘그래, 욕 좀 얻어먹고 세상이 좋아지면 되지’ 이렇게 생각하고 비판을 하면 돼요.

그러니 질문자도 싫은 내색을 좀 해도 됩니다. 대신 욕을 좀 더 얻어먹으면 돼요. 그러나 욕을 얻어먹기 싫으면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이건 선택의 문제예요.

눈치를 보고 사는 이유는 칭찬받고 싶어서입니다. 싫은 소리 안 하는 이유는 비난받기 싫어서입니다. 그러니 눈치를 안 보려면 칭찬에 구애받지 말아야 해요. 싫은 소리를 하고 싶다면 비난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지금 질문자는 ‘돈은 빌리고 싶은데 갚기는 싫다’ 이런 심보예요. 착해 보이는 질문 같지만 욕심 투성이입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아이의 휴대폰 사용시간을 줄이기 위해, 운동하는 시간만큼만 휴대폰을 쓰도록 했습니다. 아이가 운동 3시간, 휴대폰도 3시간을 하고 있습니다. 그냥 두어도 될까요?
  • 아내가 몇 개월 전에 5살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가서 현재 별거 상태입니다. 저는 저희 가정이 다시 행복해지길 원합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저는 돈에 대한 욕심이 많아요. 일반 직장인으로 재테크를 하고 있는데, 재테크에 눈을 늦게 뜬지라 마음이 조급합니다. 이 욕심 많은 마음을 어찌해야 할까요?
  • 엄마가 아무나 빨갱이라고 하는 과격한 유튜브에 몰입되어서 격정적인 성격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회사가 아주 심한 갑질을 하는데 너무나 힘들어요. 경력을 쌓기 위해서 꾹 참고 근무하는데 자존감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3년째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배우자를 택할 때 어떤 부분을 중요시해야 하는지 질문드립니다.
  • 대구 시골 마을입니다. 노인과 장애인 주간보호센터 건립을 하려는데 동네 사람들이 혐오시설이라 반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그 동네 어르신들은 다른 마을에 있는 시설을 이용하고 있어요.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응 법을 알려주세요.
  • 결혼 생활 중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배신감으로 괴로웠지만 혼자 아이 데리고 살 생각을 하니 암담합니다. 나의 행복을 위해 결혼 유지를 한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까요?
  • 다른 직원들에 비해 현저하게 업무 적응과 노력이 부족한 부하 직원이 있습니다. 타이르기도 하고 혼내 보기도 했지만 일 년이 넘어도 변화가 없습니다. 개선 방안이 있을까요?
  • 딸이 사춘기가 시작되었는데 부모에게 친구에게 하듯 너무 함부로 할 때가 많아 힘이 듭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 이혼한 지 만 5년이 되었는데 아내 생각이 나고 미련이 남습니다. 이혼 후 아들 둘과 셋이서 살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준비된 질문에 모두 답을 한 후에도 추가로 올라온 질문이 4개 더 있었습니다. 그러나 끝마칠 시간이 다 되어서 2개의 질문만 더 답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강의를 마쳤습니다.

행복을 자기화하는 방법

“오늘 제 얘기를 듣기만 한다고 인생이 바뀌는 게 아니에요. 실제로 연습을 자꾸 해봐야 합니다. 그러니 이번에 시작하는 행복학교에 한 명도 빠짐없이 등록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스님이 되어서 수행하는 사람 말고 여러분과 같은 처지에서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대화도 나누고 경험도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조금만 연습하면 누구나 다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이런 공부를 행복학교에서 마음껏 해보시고, 졸업할 때 또 여러분들 뵙겠습니다.”

아홉 시가 넘어 촬영을 마쳤습니다.

“수고했어요.”

스님은 촬영을 준비한 봉사자들에게 인사를 한 후 방을 올라가 원고를 교정하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평화재단에서 하루 종일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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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난 노예인가 주인일까?
지금 여기 나 다시 넘어져 일어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20-07-25 21:47:53

김소희

저도 제가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람인 줄 알고 제 말은 다 맞다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실제로는 너무나도 아니었지만요^^
남의 눈치도 누구보다 많이 보았습니다. 칭찬도 너무 듣고 싶었구요. 눈치 봐도 된다, 안된다를 판단하기 전에 그 마음을 꿰뚫어주셔서 너무나도 명쾌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0-07-22 14:21:05

정혜영

마음공부배워보겠습니다^^♡♡

2020-07-21 15: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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