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6.23 정토불교대학 생방송, 두북 특위 회의
“수행공동체가 농사를 짓는 장점”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온라인 불교대학 수업을 촬영하고 두북 특위 회의를 한 후 서울로 이동했습니다.

천일결사 기도를 마치고 비닐하우스로 나오니 해는 이미 높이 솟아있었습니다. 스님은 단 배추를 솎아주었습니다.

단배추를 다 솎아주고, 텃밭에 심기 위해 들깨 모종을 한 소쿠리 떴습니다.

비닐하우스를 나가려는데 빨갛게 익은 토마토가 보입니다.

바구니를 가득 채워 비닐하우스를 나왔습니다.

텃밭으로 와서 먼저 상춧잎을 땄습니다.

햇살은 한낮처럼 뜨거웠지만, 상춧잎마다 이슬이 아직 마르지 않았습니다. 햇빛을 받아 투명한 상추를 딸 때마다 물방울이 튀었습니다.

“이야, 이 상추 통통한 것 봐요. 정말 싱싱해요.”

스님은 잎을 줄기에서 바짝 따주었습니다. 줄기에 잎이 남아 있으면 공기가 안 통해 다른 잎이 상하기 때문입니다. 매번 깔끔하게 상추를 따주어서 기다란 상춧대도 깔끔했습니다.

“상추가 미인송이 되었네요. 제 다리만큼 자랐어요.”

작년 겨울에 심은 상추는 이제 상추 나무가 되었습니다.

“작년에 심었는데 아직까지 꽃도 안 피고 계속 따먹었네요. 상추 한 포기에 상추 잎이 한 상자는 나온 것 같아요. 효자예요. 효자.”

봄이 지나 심은 상추에는 오히려 꽃이 피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기다랗게 자란 상추를 기특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상추를 한 차례 따고 텃밭 빈 땅마다 깻잎을 심었습니다. 상추, 고수가 무성하게 자랐던 땅에 이제 작은 들깨 모종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 차례 울력을 마치고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방금 딴 상추, 텃밭에서 첫 수확한 가지, 밭에서 딴 애호박, 비닐하우스에서 딴 단배추와 고추, 오이로 한 상을 차렸습니다.

아침을 먹고 스님은 물기가 많은 거름을 펴 말렸습니다.

“이틀 후에 비 소식이 있기 때문에 오늘 펴 말려야 해요.”

햇볕에 바싹 마르고 있는 고숫대도 뒤집어주었습니다.

10시부터는 온라인 불교대학 생방송 수업이 있었습니다. 아직 두북 수련원의 인터넷이 복구되지 않아 오늘도 비좁은 방에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농사일을 끝내고 가사와 장삼을 수한 스님은 미리 카메라 앞에 앉아보았습니다. 작은 공간이라 스님 뒤로 스위치며 문이 다 보였습니다.

“책상에 덮은 천을 뒤에 붙여보면 어떨까요?”

스님은 책상에 덮었던 천을 벽에 붙였습니다. 이 천으로 어제 졸업 수련을 할 때는 책상을 덮고, 명상수련을 할 때는 방석을 덮었습니다. JTS창고에서 찾아낸 천이 다용도로 잘 쓰이고 있습니다.

천을 고정하고 화면을 다시 확인해보니 깔끔했습니다. 천을 붙여 놓으니 이 곳이 작은 방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10시가 되자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코로나19로 인해 임시로 진행된 불교대학 생방송 강의를 마무리하는 날입니다. 다음 주부터는 원래 준비된 프로그램으로 정토불교대학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먼저 스님은 양해를 구하면서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리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은 지난 석 달여 동안 ‘불교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공부해왔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으로 혼자 수업을 듣고, 경주 남산순례나 특강 수련 같은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법당에서 선배들을 만나 대화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은데, 법당에도 나갈 수 없었어요. 그러나 우리는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하게 됩니다. 스님은 부처님의 일생을 간단하게 설명한 후 부처님의 일생을 배울 때 어떤 관점으로 공부해야 하는지 알려주었습니다.

경전에 나오는 신화적인 표현을 해석하는 방법

“여러분들은 신화적으로 표현된 부처님의 일생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자꾸 들 겁니다.

‘스님은 불교가 합리적이고 과학적이고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면서 왜 이런 것을 가르치는가?’

그러나 경전도 인류의 문화사가 반영된 것입니다. 그래서 진실이다, 거짓이다, 이렇게 접근하지 말고, ‘이것이 무엇을 상징하느냐’ 이렇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부처님의 삶과 가르침은 매우 사실적입니다. 말씀에는 허황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신비주의도 없고요. 그런데도 불경을 읽어보면 이런 예들이 많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위대한 분을 인도식으로 묘사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겁니다. 가령 부처님은 스스로 정진해서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되었는데, 후대 사람들은 ‘태어날 때 이미 부처가 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라고 기록한 겁니다. 원래는 ‘우리와 똑같은 한 아이로 태어났고,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었다’ 이렇게 기록해야 사실적입니다. 그런데 이분은 태어날 때부터 부처님이셨다고 하니 아시타 선인의 예언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아이가 태어난 후 관상쟁이를 데려다 물어보니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 분은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될 것이요, 출가하면 부처가 될 것이다.’

실제로 예언을 했을 수도 있지만, 이것도 다 나중에 부처님의 생애를 이렇게 기록한 거예요. 그러나 한 인간을 이해하려면 그가 태어난 사회의 역사적인 배경, 사회현상과 자연환경을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이 아니에요. 인도의 혼란기에 태어나셔서 본인도 혼란을 겪으면서 혼란한 세상에서 벗어나 세상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평화롭게 살고자 진리를 추구하셨고, 그것을 증득하셨고,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되도록 안내하신 분입니다. 2600년이 지난 지금도 그 가르침은 우리의 현실적 삶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일생을 배워야 하는 이유

오늘날 우리 사회는 코로나 사태도 일어나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많은 직업이 없어지는 등 여러 가지 급격한 변화로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편안하게 번뇌 없이 주어진 일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살 수 있을까요? 아무런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까요? 그러려면 붓다의 가르침을 배우고 체험해야 합니다. 그분은 어떤 환경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경지에 이르렀고, 살아가신 인생의 모습은 어떠했는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궁금하지 않아요?

‘지금도 아니고 2600년 전에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도대체 이분은 어떤 분일까?’

저는 너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인도에 한번 가 보고 싶었어요. 태어나셨다는 자리, 성도 했다는 자리. 설법하신 자리, 돌아가셨다는 자리가 진짜인지 거짓인지 가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도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한 뒤에는 ‘법륜 스님이 안내하는 인도 성지순례에 따라가 직접 확인해 봐야지’ 이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 거예요. 스스로 경험하고 체험한 후 나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해요. 인생을 남의 말 따라 살면 안 돼요. 듣고 배우긴 해야 하지만,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결정하는 것은 내가 해야 합니다.

다음 시간부터는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하겠습니다. 오늘은 왜 이 공부를 하는지 전반적인 설명을 해드렸고, 다음 주부터 차근차근 배워 나갈 겁니다. 다음 주부터는 제가 좀 바빠서 직접 생방송을 못하고, 저보다 좀 젊은 스님이 나와서 훨씬 더 자세하게 설명해 줄 거예요. (웃음)

대신 중간에 저와 함께 다시 한번 생방송으로 의문점을 함께 푸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불교대학생들은 다음 주부터 스님이 젊은 시절에 부처님의 일생을 강의했던 녹화본으로 공부를 계속해나갑니다.

더운 방 안에서 촬영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12시부터는 두북특별위원회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먼저 공동체 농사를 주제로 다양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향덕 법사님이 현재 농사를 짓고 있는 현황을 자세하게 정리해서 발표했습니다. 법사님들은 농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면 좋을지 여러 가지 의견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법사님들의 의견을 다 경청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도 평소에 생각해 온 농사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농사를 계획할 때 검토해야 할 두 가지

“우리가 농사를 지을 때 제일 먼저 검토되어야 할 것이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부처님의 법을 이 세상에 널리 전파한다’ 하는 정토회의 목표에 있어서 농사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가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농사가 목표 성취에 낭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나간다는 환경 운동 차원에서 농사의 위상을 둘 것인지, ‘선농일치’라고 하는 수행과 생산이 일치가 되도록 하는 도구로 농사의 위상을 둘 것인지, 미래 사회에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 위상을 둘 것인지, 공동체의 자급자족이라고 하는 측면에 위상을 둘 것인지, 이것이 먼저 검토가 되어야 합니다.

수행을 한다고 하면서 앉아서 참선만 하는 건 소비적인 방식입니다. 노동이 놀이가 되어야 하는데, 그 노동 중에 가장 바람직한 것이 농사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웰빙이라고 해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질 것입니다. 그래서 농사가 정토회의 활동에 어떤 위상과 비중을 차지할 것인지에 대해 제일 첫 번째로 검토를 해주시면 좋겠어요.

수행공동체가 농사를 짓는 장점

둘째, 수행공동체가 농사를 짓는다고 할 때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려가 되어야 합니다. 이 세상에 농사짓는 사람들과 기업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우리와 같은 수행공동체가 농사를 짓는 장점이 무엇이냐는 겁니다. 정말 중요한 목표라면 손해가 나더라도 해야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갖는 장점을 가능한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세 가지 큰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자원봉사를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은 누구도 따라 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둘째, 우리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니까 필요하면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기계를 사든 지, 시설을 설치하든지, 개인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을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1년 내지 2년 정도는 손해가 나더라도 투자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겁니다. 셋째, 만약 판매를 하더라도 소비자가 확보되어 있다는 겁니다.

이 세 가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엄청나게 유리한 측면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살려질 수가 있겠는가에 대해 검토해보면 좋겠어요. 첫째는 농사를 짓는 의미와 목표를 정립하는 일이라면, 둘째는 효용성이라는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무엇인지 정립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경 운동의 취지에도 맞고 효율성도 함께 추구하려면

이런 관점을 갖고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선 우리가 수확하는 작물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매일 먹어야 하는 쌈채소가 있습니다. 둘째, 감자와 고구마처럼 저장해놓고 먹는 작물이 있습니다. 셋째, 판매를 할 때 수익성이 좋은 환금성 작물이 있습니다.

두북에서 상추를 뜯어서 문경에 가져가거나, 두북에서 상추를 뜯어서 서울에 가져가는 방식은 환경 운동 차원에서도 안 좋고, 실제로도 굉장히 비효율적입니다. 두북에서 먹을 건 두북에서 생산하고, 문경에서 먹을 건 문경에서 생산하고, 봉화에서 먹을 건 봉화에서 생산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서울은 생산할 곳이 없어서 두북이나 문경에서 공급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장거리 배송은 환경 운동의 정신에도 맞지 않고, 비효율적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요를 먼저 파악하고, 그걸 기초로 작물의 재배 기간을 계산해서 어떤 작물을 언제 심을 것인지 세밀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종자뿐만 아니라 언제 심어서 키우느냐도 중요합니다. 다른 상추는 벌써 꽃이 피어서 다 뽑아버렸는데, 제가 비닐하우스 안에 작년 12월에 심은 상추는 키가 허리까지 올 정도로 거의 나무 수준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싱싱한 잎이 계속 납니다. 이 정도로 크면 보통은 잎이 써서 못 먹는데, 오히려 약간 쌉쌀하면서 먹기가 좋거든요. 봄에 심은 상추는 벌써 늙어서 못 먹게 되었는데, 이 상추는 추운 겨울을 이겨냈기 때문에 지금까지 따먹을 수 있는 겁니다.

얼갈이배추나 고수 이런 작물은 보름 단위로 재배 주기를 짧게 심어야 해요. 한꺼번에 많은 양을 심으면 일시적으로 너무 많은 양을 수확해야 해서 감당을 못해내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추는 계속 잎이 나오니까 지금 감당을 못하고 있거든요.

작은 면적을 갖고도 1년에 몇 차례 회전해서 심을 수가 있습니다. 그때 그때 수확해서 빨리 먹고, 조금 남으면 봉사자들이 점심 도시락을 먹을 때 반찬으로 내어 놓아도 됩니다. 이렇게 수확물을 다 먹을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보면 좋겠어요.

봉화 수련원처럼 봉사자를 구하기가 어렵고, 사람들이 자주 찾아가기가 어려운 곳은 한 번 심어 놓으면 손이 안 가도 되는 작물을 심어야 합니다. 공동체 전체가 한 번 가서 작물을 심어놓고, 나중에 수확할 때 다시 한번 가서 울력을 해도 되는 그런 작물을 선택해야 해요. 예를 들어 감자, 고구마, 들깨, 콩, 이런 작물을 심고, 울타리를 쳐놓는 거죠.

일손이 부족하다면 농작물보다는 손이 별로 안 가는 과실수를 심어도 괜찮아요. 매화나무 심어서 매실을 따고 장아찌를 담그는 건 아주 간단하거든요. 뽕나무를 심어서 오디를 따는 것처럼 손이 덜 가도 되는 과실수를 어떻게 심을지도 연구해 보면 좋겠어요. 시골에 감나무와 밤나무는 자주 손을 안 대도 때가 되면 맛있게 따먹거든요.

종합적인 계획 수립의 필요성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배분을 해야 합니다. 땅에 대한 토질 검사도 하고, 전문가에게 자문도 구하고, 이동 거리도 고려해서 구역을 정해야 해요. 밭 하나에 한 줄은 고구마 심고, 한 줄은 옥수수 심는 방식은 관리하기가 복잡합니다. 교통이 불편한 곳은 무조건 단일 작물을 심어서 한꺼번에 관리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작업하기가 쉬워요. 그런데 두북 수련원 안에 있는 밭에는 종류를 다양하게 심어서 그때그때 수확해서 먹도록 해야 합니다. 즉, 두북 수련원 주위에는 다품종으로 작물을 심고, 멀리 떨어진 곳은 단일 작물을 심어야 해요. 이렇게 세부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보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도저히 생산을 못하기 때문에 구입해서 먹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도 정해야 합니다. 두부를 우리가 만들어서 먹고, 콩나물을 우리가 재배해서 먹을 것이라면, 옛날처럼 해서는 안 되고 자동화된 시설을 구비해야 합니다. 요즘은 두부도 맷돌로 갈지 않고 믹서기로 필요한 만큼만 만들 수가 있거든요. 쌀도 나락으로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정미해서 먹는 기계가 있어요.

만약 두부나 쌀은 우리가 재배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다면, 동네에 위탁 재배를 하면 됩니다. 쌀 만평을 무공해로 농사짓게 하고, 모두 우리가 수매를 해주는 거죠. 우리가 직접 재배하든지, 우리가 재배 못하면 위탁하는 방식으로 재배해서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어요. 모든 품목을 우리가 다 재배할 수는 없어요. 수박, 참외, 딸기는 재배하려면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너무 다품종을 재배하다 보면 소꿉장난이 되기가 쉬워요.

그래서 ‘어떤 품목은 구입해서 먹는 게 좋다’, ‘어떤 품목은 위탁생산하는 게 좋다’, ‘어떤 품목은 우리가 생산하는 게 좋다’ 이렇게 종합 설계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주변에서 채취해서 먹을 품목도 시기별로 정해야 합니다. 봄에 제일 먼저 뜯을 수 있는 게 냉이, 쑥, 머위입니다. 고사리는 채취가 쉽지 않아서 차리리 일정한 면적에 우리가 직접 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두릅나무와 엄나무를 적절한 비율로 심어도 좋고요. 복분자도 군집 지역을 정해서 채취해도 되고, 시골에서는 죽순을 뽑아 먹어도 좋습니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서 우리가 먹을 것 정도는 산책 겸 해서 ‘산나물 따러 가기’라는 이름으로 대중을 모아서 함께 축제처럼 진행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산비탈 빈 땅에는 아예 이런 산나물을 우리가 자연 속에서 재배하는 방식도 괜찮습니다.

대중과 함께 하는 방식으로

장기적으로 이곳 두북 수련원을 웰빙 공간으로 만들려면, 캠핑장으로 사용할 수 있게 열어줘야 합니다. 주말 수련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숙소에 자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더더욱 어려워졌고요. 텐트를 가져와서 칠 수 있는 공간만 마련해주면, 잠은 텐트에서 자고, 낮에는 법문을 듣고 울력을 하는 겁니다. 밥은 취사장에서 같이 해 먹어도 되고, 따로 해 먹어도 되고요. 지금은 주말에 가족을 데리고 함께 수련원에 오기가 굉장히 어려운 구조입니다. 주말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려면, 한 사람이 불교대학을 다니면 가족이 함께 주말 프로그램에 와도 되도록 열어줘야 합니다. 건물 안에서 숙박을 하면 규칙에 제약이 많은데, 텐트 안에서 지내는 건 좀 열어줄 수도 있고요. 이런 아이디어를 자꾸 내어야 대중성을 확보해 나갈 수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명상을 하면 한 군데에 모일 필요가 없어요. 각자 자신의 텐트에 들어가서 명상을 하면 됩니다. 이렇게 우리가 시설을 많이 만들 필요가 없는 방법들이 좀 연구되면 좋겠어요.

배추도 1000포기, 2000포기를 우리가 다 재배해서 어느 날 하루를 정해 정토회 회원들이 다 같이 모여 동시에 김장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자기 집 김치는 자기가 김장해서 가는 거예요. 배추는 우리가 제공해주고, 양념값만 자기가 내고, 김장을 함께 하는 겁니다. 우리가 김장을 다 해서 집집마다 배분을 해주려니까 너무 일이 많거든요. 그래서 두북 수련원 운동장에 정토행자 500명이 모여서 김장 담기 축제를 하는 거예요. 자기 집 김치는 자기가 담고, 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김치도 담고요.

이렇게 종합적으로 설계해서 농사를 추진하면, 이 일은 미래의 엄청난 성장 사업이 될 겁니다. 그러니 조금 더 계획을 보완해 주세요.”

잠시 휴식 시간을 갖고 교육연수분과에서 다시 발표를 이어갔습니다. 오늘은 주로 정토회 정회원이 되는 첫 관문인 발심행자 교육 과정에 대해 많은 토론이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개원 기념법회분과에서 개원 기념법회를 하는 100일 동안 어떤 방식으로 많은 대중이 참여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 세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합시다. 저는 오늘 저녁에 서울로 올라갔다가 내일은 용성조사 탄생 156주년 기념 토론회에 참석하고 다시 내려오겠습니다.”

“잘 다녀오십시오.”

저녁 7시에 모든 토론을 마쳤습니다. 법사님들은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드린 후 각자 분과별 활동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10시 30분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북한 현실 모임 조찬을 한 후 오후에는 조계사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에서 열리는 용성조사 탄생 156주년 기념 토론회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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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윤

감사합니다.

2020-08-11 19:12:12

김현숙여래심

언제나 첫머리 장식하는 스님의 농사나 밭일...
로 새벽을 여시는 스님, 정토회에서 바라다보는 농사의 의미와 역할 접근방식등을 오늘 자세히 알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2020-07-17 23:58:12

묘혜심

두려움 없이 살아 가는 길은 붓다의 진리의 법을 배우고 수행해야 한다 . 요즘 부처님 경전을 읽는것이 너무 좋습니다. 또. 부처님은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도 궁금하고요 ^ 집에 많은 한글 경전이 없는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2020-06-28 15: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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