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2.28. 농사일
"씨앗을 심는 동작에 깨어있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채소를 심고 땅에 돌을 골라내었습니다.

스님은 찾아온 손님을 만나고 병원에서 팔을 치료를 받은 후 비닐하우스로 향했습니다. 행자들은 오전에는 오래된 창고를 정리하고 오후에는 채소를 심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비닐하우스에 도착할 즈음, 마을 이장님이 찾아오셔 농사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스님도 함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농사하겠다고 마음 내기 쉽지 않은데 잘 부탁드립니다.”

이장님은 그러겠다고 대답하며 미소 지었습니다. 이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채소를 심었습니다. 스님은 병원에서 침을 맞고 온 후라 팔을 살살 움직였습니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도 잘 안 나으니까 병원 가기가 미안해요. 오늘은 의사 선생님이 침을 세게 놓아서 많이 아프네요.”

약 35m 길이의 두둑에 시금치, 열무, 쑥갓, 비타민채, 청경채를 심었습니다. 먼저 땅을 15cm마다 호미 끝으로 살살 긁었습니다. 가는 줄이 그어진 것 같았습니다. 씨감자를 심을 때는 25cm 이상 깊게 팠는데, 씨앗도 작고 잎을 먹는 채소류는 흙을 얕게 팠습니다.


그리고 한 알 씩 땅에 씨앗을 심었습니다. 자칫 딴생각을 하면 어디까지 씨앗을 뿌렸는지 헷갈리기 때문에 한 알 한 알 집중해서 씨앗을 놓게 됩니다. 명상을 하듯 저절로 동작에 깨어있게 됩니다.



씨앗을 심고 그 위로 흙은 살짝 덮어주었습니다. 말없이 씨앗을 심는데 비닐하우스 위로 투둑 투둑 떨어지는 빗소리가 들려옵니다.

씨앗 색깔이 유난히 짙습니다. 조계환 농부님이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품질 개량한 외국 씨앗이라서 그래요. 한 해만 심고 나면 씨앗을 받아서 다시 심어도 작물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생산성이 좋아서 대부분의 농부들이 이런 씨앗을 사용해요. 토종 씨앗은 이제 5%도 남지 않은 데다가 작물의 모양이 볼품없고 상대적으로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잘 쓰지 않는 겁니다. 이런 과제는 정부에서 해결해주어야 해요. 우리가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지만 이런 한계가 있습니다.”

채소를 다 심고 스님은 비닐하우스 끝쪽 땅을 보며 말했습니다. 빗물이 자연스럽게 베어 촉촉하게 젖은 땅이었습니다.

“이 끝으로도 채소를 심으면 어떨까요? 여기는 물을 따로 많이 주지 않아도 잘 될 거예요.”

“작업환경이 좋으라고 일부러 넓게 띄우고 두둑을 만들었어요.”

“젊은 사람들은 땅 아까운 줄 몰라요. 내가 몰래 와서 심어버려야겠어요.”(모두 웃음)

마을 친지로부터 새로 얻은 밭에 무엇을 심을지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밭은 지대가 높은 곳에 있는데 밭으로 가는 길에 풀이 무성하고 가팔라서 차로는 올라가기 어려웠습니다. 거름을 나르고, 수확한 농산물을 나를 때 어려움이 예상되어 행자들이 포기하자고 했습니다. 스님은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고 거름을 안 주어도 되는 작물을 키워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거름을 안 해도 되는 고구마를 심으면 어떨까요?”

“멧돼지가 다 파먹고 간대요.”

“전기 울타리를 치면 되죠.”

“울타리 치는 값도 안 나와요.”

“그러면 콩이나 들깨는 어떨까요?”

“들깨는 요즘 방앗간에서 안 털어준대요.”

“그건 우리가 털면 돼요. 작년에도 제가 다 했어요. 먼지 뒤집어쓰고 깨 터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요. 그런 재미도 없으면 어떻게 농사를 지어요?”(모두 웃음)

스님은 밭을 주신 분을 생각해서 뭐라도 키워보려고 하고, 행자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관리를 덜 해도 되는 작물을 심어보기로 했습니다.

고추를 심을 밭에 돌을 골라내고 빗물도 모아 물탱크에 받아두었습니다. 스님의 제안으로 밭에서 나온 돌을 비닐하우스 앞 질퍽거리는 곳에 깔고 다져주었습니다. 비가 오면 땅이 질어서 다니기가 불편했는데, 돌을 깔고 나니 한결 수월했습니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빗물이 어느새 큰 물통을 채우듯, 매일 조금씩 한 해 농사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내일도 스님은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보낼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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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스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2020-06-02 19:46:45

서란경

저도 빨리 가서 채소밭에서 일하고 싶어요...

2020-03-05 13:02:04

ih

침 치료 말고 정형외과 가셔서 MRI 한 번 찍어보심이 어떨지요.. 요즘 시국으로 틈이 난 겸 해서요~

2020-03-03 11:4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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