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2.22 전국 대의원 회의 회향식, 농사일
“저의 마지막 자화상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국대의원회의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온라인으로 회의를 한 후 오후 5시부터 스님이 회향 법문을 했습니다.

2월 21일 전국대의원회의 회향식

생중계 카메라 앞에 앉은 스님은 화면을 향해 대의원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다들 회의하느라 애쓰셨습니다. 정토회가 생긴 이후 전국대의원회의를 이렇게 온라인으로 하기는 또 처음이네요. (웃음)

이렇게 온라인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원래 전국 대의원회의는 1박 2일 동안 머리를 맞대고 충분히 의논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서원행자대회에서 즉문즉설을 통해 의문도 모두 해소해야 하는데, 갑자기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 19 감염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다음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이렇게 온라인으로 회의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사회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그에 맞추어 정토회도 어제부터 대중이 모이는 모든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했습니다. 특히 이번 전국대의원회의에는 대구와 경북 지역 회원들은 아예 참여를 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래도 여러분들이 지난해 사업 결산과 올해 사업 계획 및 예산을 승인해주신 덕분에 행정처와 지역의 총무단에서는 이에 맞추어 사업을 잘 진행해나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에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조금 누그러지면 임시 대의원 회의라도 열어서 수정하거나 재조정하는 기회를 가져도 되겠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가장 이상적인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정토회가 어떤 구조로 만들어져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정토회에는 행정처, 대의원회, 법사단, 세 개의 단위가 있는데, 이 단위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모두 서원행자입니다. 서원행자는 무슨 소임을 맡겨도 대중을 위해서 봉사하겠다는 원을 세운 사람들입니다. 여러분들은 서원행자 중에서도 대의원으로 뽑힌 사람들입니다. 행정처에 소속된 분들은 행정을 담당하도록 뽑힌 서원행자들이고요.

집행력을 갖는 사람들의 지위를 가장 낮게 하는 이유

특히 이번 10차 천일결사부터는 서원행자 중에서도 법사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사람들은 법사교육을 받게 됩니다. 흔히 말하길, 일벌과 여왕벌은 태어날 때 아무런 차이가 없지만 자라는 과정에서 로열 젤리(royal jelly)를 집중적으로 먹은 개체가 여왕벌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 것처럼 우리 모두가 서원행자이지만 일정한 자격이 갖추어지면 법사교육을 받고 법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같이 활동하던 사람이 법사가 되면 ‘저 사람이 어떻게 법사가 되었나’ 하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법사교육이라는 로열 젤리를 먹고 나면 법사가 되는 것입니다. (웃음)

이렇게 행정처, 대의원회, 법사단이라는 세 축이 잘 형성되어야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를 이뤄나갈 수 있습니다. 도덕적 권위를 갖는 법사단은 행정과 재정에 대한 권한을 내려놓아야 하고,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은 낮은 지위를 가져야 합니다.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의 지위가 높으면 횡포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집행력을 갖는 사람들의 지위를 가장 낮게 배치합니다. 아무 권한이 없는 법사단의 지위가 가장 높고, 그다음으로 대표와 대의원의 지위가 있고, 맨 밑에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지위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힘은 지위가 낮은 쪽이 갖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갖추어야 이상적인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결정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

대의원회는 직접 사업을 집행하는 단위는 아니지만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우리가 세운 ‘정토행자의 서원’이라는 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대중들의 뜻을 대변하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대중들의 뜻만 대변하게 되면 우리가 세운 원(願)을 놓쳐버리고 세속적으로 흘러갈 위험이 있고, 우리가 세운 원(願)만 강조하게 되면 대중의 처지에 맞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서 대중성을 잃어버리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늘 이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사업 결정을 해야 합니다.

오늘 진행한 전국 대의원 회의에서는 정토회의 전국적인 사업을 결정하는 것이고, 앞으로 지역 사업은 지역 대의원 회의를 열어서 결정해 나가야 합니다. 전국대의원회의는 어느덧 세 번의 천일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이제 자리가 잘 잡혔는데, 지역대의원회의는 지금까지도 완전히 구성되지 못했습니다. 몇몇 규모가 큰 정토회에서만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보완할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각 지역대의원회의에서 중심 역할을 해주셔야 합니다. 대표님을 비롯해 전국대의원 여러분들이 지역대의원을 맡은 분들과 힘을 합해서 지역대의원회의가 지역 사업에 대한 결정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처음 신설한 지역 대의원 제도의 취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후 마지막으로 수행공동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청정과 화합에 대해 강조하며 법문을 마쳤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수행공동체는 청정과 화합 두 가지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래서 옛날부터 상가를 말할 때는 ‘청정과 화합의 상가’라고 불렀습니다. ‘청정’은 수행자가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면서 계율을 잘 지키는 것을 뜻합니다. ‘화합’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물과 젖이 섞이듯이 갈등 없이 완전히 융화되는 것을 뜻합니다.

화합을 하게 하는 여섯 가지 요소

그런데 말로만 화합해라 한다고 해서 화합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은 화합을 깨트리는 여섯 가지 요소가 있고, 화합을 하게 하는 여섯 가지 요소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화합을 하게 하는 여섯 가지 요소를 ‘육화합’이라고 표현합니다.

첫째, 같은 계율을 같이 지키라.
둘째, 의견을 같이 맞추라.
셋째, 받은 공양을 똑같이 수용하라.
넷째, 한 장소에 같이 모여 살아라.
다섯째, 항상 서로 자비롭게 말하라.
여섯째, 남의 뜻을 존중하라.

이것을 오늘날 사회적인 의미로 해석해 본다면, ‘같은 계율을 같이 지키라’ 하는 것은 ‘법률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받은 공양을 똑같이 수용하라’ 하는 것은 ‘경제적 평등’이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 장소에 같이 모여 살아라’ 하는 것은 재정을 포함해서 우리의 모든 삶을 비밀로 숨기지 말고 투명하게 드러내어 살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육화합 중에서 대의원회가 갖추어야 할 것은 민주주의와 관계된 두 가지입니다.

‘남의 뜻을 존중하라’
‘의견을 같이 맞추라’

남의 뜻을 존중하라는 말은 상대가 나와 다른 의견을 얘기할 때 그 뜻을 존중해서 잘 경청해야 된다는 뜻입니다. 의견을 같이 맞추라는 말은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해서 합의안을 도출해야 된다는 뜻입니다. 이 두 가지를 잘 지킬 수 있으면 가장 이상적인 민주주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두 가지를 잘 명심하셔서 대의원회의를 민주적으로 운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자기 의견을 너무 고집하면 합의에 장애가 되고, 그렇다고 자기 의견을 말하지 않고 침묵하게 되면 나중에 불만을 갖게 됩니다. 그러니 일단 충분히 자기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대신 의견을 낸 뒤에 자기가 의견을 냈다는 꼬리표를 붙이지 않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건 내 의견이다’ 하는 생각을 떼 버리고 의견을 여러 개 내놓고, 어느 의견이 더 좋은지를 논의하면, 얼마든지 좋은 의견을 합의할 수 있습니다. ‘내 의견’이란 집착만 안 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 의견은 내 의견이다’ 하는 꼬리표가 붙어있으면 자꾸 내 의견이라는 것을 고집하게 되어서 합의에 도달하기가 어렵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자립이 되어 있는 공동체

지역 중심으로 의사결정 구조가 개편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지역 사업이 많이 생겨날 겁니다. 처음에는 해오던 습관이 있으니까 지역 대의원이 필요 없다고 할 만큼 지역대의원회의의 역할이 적을 수도 있지만, 조금씩 정착하게 되면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해서 추진해 나갈 일이 많아질 거예요.

‘우리가 하는 일도 세상에 도움이 되어야 하지만, 그 일을 하는 과정도 세상의 모범이 되도록 해보자.’

이런 우리의 원(願)이 있으니까 이것이 지역에서도 실현될 수 있도록 대의원 여러분들께서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지역에서도 실천이 잘 이루어져서,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그동안 여러분께 영향력을 많이 끼쳤던 사람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들어야 합니다. 지도법사인 저의 영향력도 점점 줄어들어야 해요. 법사님들의 영향력을 배제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없어도 정토회를 잘 운영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겁니다. 그게 우리의 이상입니다.

부처님 당시에 ‘부처님이 돌아가시면 다음에 누구를 후계자로 삼을 것입니까’ 하는 질문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후계자가 필요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만큼 상가의 구성원 모두가 자립이 되어 있었고 훈련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후계자 따위는 필요 없다고 말씀하신 거예요.

그러니 여러분들도 선배들이 있을 때 훈련이 다 되어서 선배들이 없어도 운영이 잘 될 만큼 자립을 해나가는 훈련이 이루어져야 됩니다. 법륜 스님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해도 ‘아이고, 좀 아쉽지만 잘 죽었다. 이제 남은 일들은 우리가 하겠다’ 하고 받아들일 정도로 자립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법륜 스님을 존경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런 상황도 웃으면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자립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제가 볼 때 중앙은 그 정도로 훈련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지역은 아직 훈련이 안 되어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3년 동안에 그렇게 훈련이 되도록 한 번 해 봅시다. 이것이 대의원 여러분들이 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현대 문명이 위기에 봉착하게 될 때를 내다보고

정토회가 지금 하고 있는 이런 일들은 정토회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지만, 세상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미래에 불어 닥칠 문명의 위기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토회 안에서는 지금도 실현되고 있지만, 현재 세상 사람들은 우리의 활동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절 인연이 오면 우리가 만들어놓은 대안이 빛을 보게 될 겁니다. 세상이 계속 이런 식으로 가면 언젠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아무리 얘기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지만, 위기에 처하게 되면 그때서야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대안을 찾게 될 거예요. 그때 ‘이런 대안이 있었구나’, ‘이런 샘플이 있었구나’, ‘이런 모델이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되면, 이 모델은 급속도로 퍼져나가서 바로 실현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토회 하나를 잘 만들어 나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세상을 위해 작은 대안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우리 당대에 이름이 나거나 성과를 내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꾸준히 해야 합니다. 때로는 세상을 거슬러 갈 때도 있고, 때로는 세상의 순풍을 탈 때도 있겠지만, 이 길이 바른 길이라면 우리는 꾸준히 이 길을 헤쳐 나가야 합니다.

지역대의원 제도를 새로 만든 이유

이번에 지역대의원 제도를 새로 만든 이유는 회원들과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입니다. 즉, 회원들이 좀 더 주인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도입한 제도입니다. 모둠을 중심으로 운영 체제를 변경한 것도 회원들이 주인이 되는 방향으로 정토회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입니다. 전 세계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먼저 각각의 지역 정토회가 독립이 되어서 아주 원칙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업을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해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이 모델이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중앙에서 다 통제를 해서 실행해 나가려고 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도 맞지 않습니다. 중앙에서는 콘텐츠만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지역에서는 그 콘텐츠를 토대로 지역 중심으로 운영해 나가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지역대의원 제도를 도입하고, 모둠 중심의 운영 체제로 전환한 것은 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첫 발을 내디딘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토회의 지향은 상하가 있는 피라미드 조직이 아닙니다. 중앙은 각 지역 정토회를 통제하는 피라미드의 꼭대기가 아니라, 각 지역 정토회가 자발적으로 활동해 나가는데 필요로 하는 일을 지원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우리에게 이런 경험이 없다 보니까 또다시 피라미드 조직처럼 점점 변해가고 있긴 합니다. 사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상하 구조가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지만, 근본 목표는 항상 대중이 자발적으로 사업을 집행해 나가도록 돕는 것입니다.

법사가 된 분들, 국장이 된 분들 등 경험 있는 사람들의 역할도 이제 변해야 됩니다. 위에서 지시하는 역할이 아니라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해요. 대중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자꾸 에너지를 공급하고, 기술을 제공하고, 훈련을 시켜주는 역할로 변해야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 연수, 수련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고, 가능하면 법사나 선배들은 사업에서 빠져주어야 해요. 자기들의 활동은 자기들이 할 수 있도록 열어줘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우리가 조금씩 실현해 나가 봅시다. 대의원 여러분들도 이런 목표의식을 갖고 지역에서 활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역할 분담이 되는 공동체

이런 목표가 있기 때문에 그 지역에 살면서 여러분과 늘 함께하는 사람 중에서 법사가 나와야 하는 거예요. 여러분들은 법사라고 하면 ‘여러분보다 높은 사람이 위에서 내려온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렇게 되면 위계질서가 생기게 됩니다. 정토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평등합니다. 우리와 함께 손잡고 일하는 동료 중에는 집행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고,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고, 우리를 감싸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겁니다. 그런 역할을 맡은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마음으로 존경을 표하는 것이지, 무슨 특별한 권위를 이용해서 자꾸 지시를 내리려고 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 권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자꾸 권위를 찾습니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선거를 할 때도 초등학교만 졸업한 사람들이 오히려 서울대 나온 사람을 더 선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등학교만 졸업했거나 작은 가게를 하는 사람 중에 국회의원이 나와야 우리의 사정을 잘 알아서 우리를 대변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야 될 텐데,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더 학벌을 따지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을 선호합니다. 또 여자 중에 국회의원 후보가 나오면, 여자들이 오히려 더 ‘여자가 뭘 알겠냐’라고 하면서 남자만 뽑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봉건 왕조 속에서 혈통이나 지위에 익숙해져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인데, 이것은 부처님 가르침에도 맞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주인이 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다 부처이다.’

이것이 붓다의 핵심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제가 고등학교 다니다 그만둔 학력 갖고도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것이 여러분에게 조금 모범이 될 겁니다. 다만 머리를 깎은 스님이라는 것 때문에 아직도 여러분들이 ‘스님이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면이 있긴 합니다. 이건 별로 모범이 못 되는 것 같아요. (모두 웃음)

이제 더 이상 승속을 구분하는 방식으로는 세계화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차별적인 관점을 갖고 있어서는 미래를 앞서갈 수도 없고, 세계화를 할 수도 없습니다.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역할이 분담되는 방향으로 자꾸 발전해가야 합니다.

마지막 모습을 그려보면

제가 그런 수평적인 것을 추구하지만 현실에서는 일부 권위를 갖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갖고 있는 이 권위가 점점 낮아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제가 살아있을 때 여러분들처럼 농사짓고, 밥 하고, 나무 하고, 이렇게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수평적인 관계의 완성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맡은 소임이 지도법사이다 보니까 늘 법문을 하거나 높은 법상에 앉아 있는 모습이 여러분들에게는 익숙할 겁니다. 이제는 제가 여러분들의 신발도 챙겨주고, 밥도 해주고, 그런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저부터 그런 사람이 되어야 수평적인 관계가 완성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의 마지막 자화상인 소박한 삶을 사는 농부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해요.

그런 관점을 갖고 우리 다 함께 아름다운 정토회를 만들어 봅시다.”

스님은 수평적인 관계를 구현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아름다운 정토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홍서원과 함께 전국대의원회의를 모두 마쳤습니다. 서초법당 현관문 앞에는 당직자가 소독제와 걸레를 들고 수시로 손잡이를 닦았습니다. 출입하는 모든 사람은 손소독제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했습니다.

저녁 식사는 각자 싸온 도시락을 펼쳐 개별적으로 했습니다. 어떤 분은 벽을 보고 앉아 면벽 공양을 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달라지고 있는 게 참 많습니다.

저녁 7시부터 밤 11시까지는 결사행자회의가 있었습니다. 코로나 19 감염 확산에 따라 정토회는 적극적 대비 차원에서 3월 5일까지 전국의 모든 법당에서 진행하는 법회와 교육 및 연수, 예불,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월 22일 농사일

코로나 19 감염 확산에 따라 정토회의 모든 행사 일정이 취소되자 스님의 일정도 더불어 모두 최소가 되었습니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네요. 행사가 최소가 되니 병원에도 갈 수 있고, 쉴 수도 있고, 코로나 바이러스 덕을 톡톡히 봅니다.”

연일 바쁜 일정 속에서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덕분에 스님에게는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아침 식사를 한 후 곧바로 두북 정토수련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오후 3시에 두북에 도착해 재활용 유통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창고를 둘러보았습니다.

“아직 재활용 유통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물건들이 쌓여 있네요.”

책상, 의자, 수납장이 상당량 적재되어 있었습니다. 스님이 재활용 유통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벌써부터 물건을 보낸 분들이 있나 봅니다.

창고에 어떤 물건들이 쌓여 있는지 대략 살펴본 후 올해 농사를 지을 비닐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작년에는 낡은 비닐하우스를 그대로 사용했는데, 구멍이 나거나 찢어진 부위가 많아서 어제와 그제 이틀에 걸쳐 전체를 새로운 비닐로 교체했습니다.

“다들 수고가 많았겠네요. 고생했어요.”

문경 수련원에서 행자님들 여러 명이 파견을 와서 도움을 주었습니다. 감사 인사를 한 후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포클레인으로 땅을 잘 갈아 놓아서 이제 내일부터는 밭을 정비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할 예정입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밭에 고이지 않고 잘 흘려 내려가도록 하려면 수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구석구석 둘러보았습니다.

마침 대구 수성정토회 상임법사인 향존 법사님이 농사 울력을 와 있었습니다. 스님은 대구에 있는 정토회 회원들에게 전달하려고 마스크 1000개를 준비해 왔습니다.

“요즘 대구 사람들이 많이 힘들죠? 마스크를 줄 테니까 각 법당 별로 잘 나눠서 사용하세요.”

“감사합니다. 스님.”

두북 공동체 성원들이 마스크를 보자, 자기들도 필요하다고 요청했습니다.

“스님, 저희들도 마스크가 필요해요. 마스크를 구입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두북 공동체에 100개, 문경 수련원에 100개, 농사용으로 50개를 빼고, 750개를 대구 지역 정토회 회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저는 몸이 안 좋아서 좀 쉴게요. 같이 일을 못해서 미안합니다.”

행자님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스님은 또 다른 비닐하우스로 향했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지난 12월에 씨앗을 뿌려둔 상추, 고소, 시금치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습니다.

덮어둔 비닐을 걷자 푸릇푸릇한 상추, 고소, 시금치가 한 뼘 정도 자라 있었습니다.

“이야! 많이 자랐네. 색깔 한 번 보세요.”

잘 자란 채소를 보며 스님은 함박웃음을 보였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이 겨울에도 따뜻하기는 한 데, 단점은 수분이 말라버린다는 거예요. 그래서 물을 계속 줘야 해요.”

물뿌리개에 물을 가득 담아 여러 차례 왔다갔다하며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땅이 물을 흠뻑 흡수하는 소리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지난겨울에 김장할 때 뽑지 않고 남겨둔 배추는 두꺼운 부직포로 덮어 두었습니다. 부직포를 걷자 배추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이고, 너무 따뜻했나 봐요. 겉잎이 썩었어요.”

썩은 겉잎을 하나씩 뜯어내고, 대야에 말끔한 배추를 쌓았습니다. 시금치도 한 뼘 정도 자란 것만 골라서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오늘 저녁 반찬을 두둑이 확보했습니다.

지난가을에 뽑아 놓은 무는 포대에 담아서 창고에 넣어 두었는데, 몇 개를 꺼냈습니다.

“무와 배추를 줄 테니까 행자님들이랑 같이 나눠 먹으세요.”

스님이 준 무와 배추를 들고 공양간으로 향했습니다. 깨끗이 씻은 노란 배추가 저녁 밥상에 올라왔습니다.

저녁 식사 후 스님은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일찍 휴식을 취했습니다. 오늘부터 정토회의 모든 행사가 취소되었기 때문에 스님은 당분간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공지>
정토회는 코로나 19 감염 확산에 대한 적극적 대비 차원에서 3월 5일까지 전국의 모든 법당에서 진행하는 법회와 교육 및 연수, 예불,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당장 내일부터 진행 예정이었던 대전과 분당 정회원 교육부터 시작해 3.1절 행사, 신임 임원 연수 등 모든 행사가 취소되었습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반 수업은 모두 휴강이고, 수행 법회는 온라인으로 진행이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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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심

아무리 스님이 농사짓고, 밥 하고, 나무 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셔도 수평적 관계는 어렵지싶습니다.
더 높아만 보이고 우러러보입니다~
무거운 거라도 안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2020-02-28 01:43:09

지혜승

비록 코로나19때문이긴 하지만 스님께서 잠시라도 여유를 가지신다니 좋습니다
스님의 하루를 꼼꼼히 기록하고 알려주는 분들께도 고맙습니다

2020-02-26 07:34:32

소금이대자

소승과 대승을 스님 법문 들으면서 알았습니다
나만 잘살겠다고 하면 소승이고
나도 하나먹고 주위도{어려운사람} 돌아보고 나누어주면 대승이다 감사 합니다

2020-02-26 04: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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