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2.9. 농사 회의
“직업은 줄고 지구 환경은 나빠지고... 앞으로 세 가지가 중요해집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두북에서 농사 관련 실무자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어제 대전에서 새벽 4시까지 결사행자회의를 마치고 6시에 두북에 도착했습니다. 천일결사 기도를 하고 휴식을 취한 후, 점심을 먹고 오후 1시부터 두북수련원에서 농사 회의를 했습니다. 지난해 농사를 지었던 실무자들과 10차 천일결사 기간 동안 유통을 책임질 이미은 님과 농사를 지을 김완희 님이 함께 했습니다.

“반갑습니다. 올해부터 두북 정토수련원에서 작게나마 농사도 짓고, 유통도 하고, 수련도 하는 구조를 한번 만들어 봅시다.”

스님은 먼저 농사, 유통과 관련된 전체 구상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재활용품 유통사업의 첫출발은 환경운동 차원에서 작게 시작하되, 더 나아가서는 유기농식품 보급망을 구축하는 데까지 만들어보면 좋겠습니다. 재활용품 유통만 생각하면 위치는 문경 정토수련원이 제일 나아요. 문경은 오가는 수련생 수가 많고, 인근에 연수원도 있어서, 사람의 이동이 제일 많으니까요.

문경 연수원과 문경 수련원의 중간 지점에 큰 창고를 지어서 유통 사업을 시작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러려면 많은 투자를 해야 해요. 그러나 실험도 해보지 않고 투자부터 하는 것은 제가 늘 법문에서도 얘기했듯이 바람직한 방법이 아닙니다.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이나 그렇게 하는 것이지, 돈 없는 사람들은 남의 가게에 가서 3년쯤 일하다가 배워서 시작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해야 해요. 정토회는 지금 무조건 일을 벌일 만큼 재정적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일단 지금 갖고 있는 걸로 실험을 먼저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두북 수련원에는 JTS에서 지은 창고가 하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구호물품을 보관하고 있다가 긴급사태가 나면 지원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인도적 지원을 신속히 하려고 마련한 것인데,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10년 가까이 원활하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고품의 재활용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문제가 있어요. 첫째, 전 세계적으로 중고물품을 구호물자로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 거부반응이 있어요. 중국도 옛날에는 한국에서 보내는 중고 옷을 받았는데, 지금은 일절 받지 않습니다. 북한도 중고 옷은 안 받아요. 인도에 중고 옷을 보내려고 해도 세관 문제가 굉장히 복잡해요. 누가 아예 장삿속으로 한다면 몰라도, 중고물품의 국제적인 교류는 오히려 쓰레기를 나라 간에 이동하는 것이라고 오해를 받기 때문에 사실은 어렵습니다. 중고물품을 국내에서 우리끼리 교환하는 아나바다 운동은 가능합니다.

둘째, 공장이나 가게가 망하는 경우에 중고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폐기처분을 해야 하는 물건이 굉장히 많아요. 이런 물품들을 그냥 폐기하는 것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굉장한 오염이고 낭비입니다.

그래서 자꾸 새 물건만 사지 말고, 우리가 쓰는 물건을 서로 교환해서 쓰는 나눔의 방법을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또 가게나 공장에서 폐기 처분되는 것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이번에 대표적으로 실험을 해본 사례가 정토연수원입니다. 건물 공사는 전문기술을 요하니까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그 안에 들여놓는 시설품이며 집기들을 모두 재활용품을 사용했습니다.

책상을 똑같은 높이, 똑같은 색깔, 똑같은 크기로 배치해야 한다는 생각만 버리면 재활용품으로도 얼마든지 책걸상을 구할 수 있어요. 어떤 책상은 높을 수도 있고, 어떤 책상은 낮을 수도 있고, 어떤 책상은 색깔이 다를 수도 있고, 이런 다양성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용인해버린다면 얼마든지 중고품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토연수원을 개원할 때 의자와 책상을 모두 중고품을 보시받았는데, 가지각색에 남이 쓰다가 못 쓸 지경이 된 물건들만 들어온 게 아니라 진짜 멀쩡한 물건들이 그것도 같은 종류가 많이 들어왔어요.

평화재단에 외부 손님을 접대하는 접견실의 의자는 남이 갖다 버린 의자를 길거리에서 주워왔는데도 10년은 더 쓰고 있어요. 그 의자에 대통령이 되신 분도 와서 앉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모두 웃음)

실험에 그치지 않고, 중고품을 재활용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면 이 일을 전문적으로 맡아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전국에 정토행자들이나 자원봉사자들, 유튜버들의 협조를 얻어서 물건을 모으더라도 이 일을 맡아줄 책임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책임자가 없어서 효율적으로 진행하기가 어려웠어요. 멀쩡한 물건을 받아도 창고 안에 넣어두면 안 보이기 때문에 그 물건이 있는 줄도 모르고 똑같은 물건을 새로 구입합니다. 한 5년쯤 지나서 다시 창고에 갔을 때 ‘여기 똑같은 책상이 있었네’ 하는 일이 발생해요. 어디에 어떤 물건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이 계속되어야 하는데, 계속 담당자가 바뀌니까 보관한 물품 내역을 거의 잊어버리게 됩니다. 가정 살림을 살 때도 자기 옷장에 어떤 옷이 있는지도 모르고, 냉장고 안에 어떤 음식이 들어있는지도 모르고, 계속 물건을 사다 나르잖아요. (모두 웃음)

그래서 작은 물건도 다 눈에 보이게 진열해둬야 합니다. 개수가 많은 같은 계통의 물건은 견본으로 두 개 정도만 보이는 곳에 진열하고, 나머지는 안 보이는 곳에 쌓아놓은 후 총 개수를 옆에 써놓으면 돼요. 예를 들어, 똑같은 책상이 20개 있다면 그걸 다 진열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두 종류의 창고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필요한 사람이 쭉 둘러보고 물건을 고를 수 있는 진열용 창고이고, 다른 하나는 물건을 쌓아두는 보관용 창고입니다.

현재 JTS창고가 크고 높으니까 구획을 잘 나누면 수백 종의 물건을 상당 부분 진열할 수 있을 겁니다. 창고 하나는 진열은 하지 않고 동일한 물건을 보관만 하는 용도로 사용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러다가 보관할 물품이 지금 창고만으로 부족하면 뒤에 또 지으면 됩니다. 보관만 하는 창고는 비닐을 씌워서 비닐하우스 식으로 만들어도 괜찮아요. 바닥만 평평하게 하면 되니까요. 못쓰는 컨테이너를 가져와서 고쳐 써도 됩니다.

이렇게 물류를 유통시키는 사업을 준비해 봅시다. 앞으로 법당을 새로 개원하더라도 그 안에 들어갈 모든 시설품은 가능하면 새 것으로 사지 않고 중고품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그때 가서 한꺼번에 받는 것은 어려우니까 지금부터 받아 놓는 거죠.

아무래도 신축 건물에서는 불교대학이 많이 늘어날 것에 대비하면 의자와 책상도 많아야 해요. 바닥에서 공부하는 교실도 있지만 불교대학 같은 경우는 책상에 앉아서 수업하는 교실도 만들어야 할 겁니다. 숙소의 경우 침대도 들어와야 할 수 있는데 그것도 다 새것을 구입하지 맙시다. 외부 손님을 접대하는 숙소는 좀 더 잘 꾸미더라도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은 남들이 버리는 2층 침대를 재활용하면 돼요. 요즘은 기숙사 같은 곳에서 2층 침대를 버리는 경우도 많으니까 잘 찾아보면 충분히 구할 수 있어요.

또 간단하게 목공소를 하나 설치해서 중고품을 고치기도 하고, 필요한 건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아이디어를 내고 모으고 추진하는 일을 여러분이 한 번 책임지고 해 보세요. 혼자서 하라는 게 아니라, 그것과 관련한 자원봉사자를 전국적으로 꾸려야 합니다. 이 일을 할 담당자를 법당마다 한 명씩 정하고, 물건을 모으고 진열하는 일도 우리가 다 하는 게 아니라 자원봉사자를 모집해서 교육시킨 뒤 그 일을 맡기면 돼요. 지금 법당마다 아나바다 장터를 열고 있거든요. 아나바나 장터가 열릴 때 여기서 물건을 제공해주기도 하고, 행사 후 남는 물건은 가져와서 창고에 분류해서 보관해 두는 일도 해야 합니다. 이런 일들이 작은 일 같지만 전국적으로 전개하면 어마어마하게 큰일이 됩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금 더 장기적으로 발전시켜보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전국 정토법당에서 플랜카드를 공동으로 제작하거나, 어떤 물품을 공동으로 구입할 때, 법당에서 소매가로 구매하지 말고, 여기서 도매가로 구입하는 겁니다. 아니면 폐기하는 물건을 받아서 한꺼번에 여기에 진열해놓는 거예요. 각 법당의 총무나 직책 맡은 분들이 이곳에 봉사를 올 때마다 창고에 들러서 자기 법당에 필요한 게 있으면 ‘책상이 한 개 필요합니다’, ‘볼펜이 몇 개 필요합니다’ 이렇게 신청해서 가져가도록 하는 겁니다. 개인도 이곳에 봉사하러 왔다가 창고를 둘러보고 자기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가져간다든지, 한 달에 한 번 씩 큰 장터를 운동장에 열어서 서로 물건을 교환을 할 수 있게 한다든지, 이처럼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겠죠.

사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소비가 줄어든다고 불편하겠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환경문제가 제일 위급하기 때문에 이런 유의미한 운동이 필요합니다. 정토회 전체를 생각해보면 정토회야말로 이런 운동을 하기에 매우 유리해요.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대중이 이미 수만 명이 있고, 게다가 유튜브까지 이용한다면 백만 명에게 홍보를 할 수 있는 기반이 잘 닦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잘 활용하면 빠른 시일 내에 재활용 사업이 활성화될 겁니다.”

스님은 유통 사업을 자세히 설명한 후 유통 담당자를 격려하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이미은 님은 직장을 그만두고 10차 천일결사 동안 유통을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이 길을 잘 선택했어요. 직장을 다니면서 돈을 모으는 것보다 이 일이 훨씬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한 달에 300만 원씩 벌어봐야 일 년에 3600만 원, 10년에 3억 6천만 원인데, 돈 3억 원보다는 지구를 살리는 운동이 더 중요합니다. 이 일은 개인에게 수입이 안 되어서 그렇지, 정토회 전체를 생각하면 10년 동안 3억이 아니라 300억을 절약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이렇게 좋은 일이 세상에서 실천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것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농산물 유통도 확대해보면 좋겠어요. 지금은 재활용 사업으로 진행하되 농산물 유통도 차차 해봅시다.

농산물 유통은 지금의 유통 속도로는 농산물을 멀리 보내는 것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신선도도 떨어지고 환경문제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어요. 농산물을 멀리 보낼 때 전문 택배회사처럼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넣고 보내면 신선도는 유지할 수는 있지만 엄청난 폐기물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한 시간 반 안에 배달할 수 있는 곳은 우리가 직접 배달하면 돼요. 수도권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가져가는 식으로 우리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운반할 수 있어요. 이 곳 두북을 중심으로 해서 영남지역만 생각해도 40분 거리에 대도시인 대구와 부산이 있고, 창원도 1시간 거리밖에 안 됩니다. 배달은 새벽에 할 예정이니 한 시간이면 충분해요. 경상남북도, 부산, 대구의 총인구가 1200만 명 정도 됩니다. 스웨덴의 인구가 약 1000만 명, 노르웨이의 인구가 약 500만 명인 것과 비교하면 영남 지역만으로도 충분히 유통업을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더 큰 농토를 구해서 유기농을 옮겨가는 것이 좋기는 한데, 지금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땅이 있는 곳을 우선 고려하다 보니 이곳 두북을 이용하게 된 거예요.

현재 직업은 점점 줄어들고 지구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세 가지 문제가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첫째, 안전한 먹거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둘째, 건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셋째, 여가를 어떻게 선용할 것인가가

과거에는 휴일 없이 일주일 내내 일을 하니 돈을 쓸 일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수입이 적어도 저축이 가능했어요. 그러다가 일요일에 하루를 쉬게 되니까 일요일에 소비 활동을 조금 할 수 있게 되었을 뿐 그래도 저축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에 이틀을 쉬게 되니까 소비가 늘어나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1000원씩 벌어서 5일 동안 5000원을 벌면, 쉬는 날에 하루에 2000원씩 써서 이틀 동안 4000원을 쓰는 겁니다. 평소보다 조금이라도 더 쓰게 되면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빚이 계속 늘어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앞으로 몇 년 안에 주 4일을 일하고 주 3일을 쉬는 사회가 될 겁니다. 이렇게 되면 가계 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하고 있어요. 미국 사람들 대부분은 평생 빚을 안고 살아갑니다. 집도 자동차도 대부분 은행 소유이고, 자기 것은 없습니다. 미국 사회는 직장을 잃으면 내일 당장 집과 자동차도 내놔야 하는 시스템이에요. 월급 받아서 매월 빚을 갚고 이자를 내는 삶을 살다 보니 세계에서 제일 잘 사는 나라인데도 개개인은 돈에 쪼들리며 살아갑니다.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 4일제가 되면 여가 생활을 할 수 있는 나머지 3일을 소비적으로 놀지 않도록 하는 놀이 문화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정토회에서도 수행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첫째, 놀이 삼아 일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 수행 삼아 일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셋째, 또 그 수행을 놀이 삼아 할 수 있게 운영해야 합니다.

이렇게 세 종류의 연결고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중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는 수련을 하러 들어오되, 들어와서는 노동을 하고, 그 노동이 건강을 위한 운동을 겸해야 해요. 그냥 죽기 살기로 고되게 일만 하면 결국 지치게 되거든요.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약간의 배움도 있고, 약간의 여가도 즐기고, 노동도 경험하도록 하는 수련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놀이와 노동이 어떻게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지가 관건이에요.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하면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놀이를 하면 소비를 하게 됩니다. 이것은 돈을 벌고 돈을 쓰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돈을 벌지도 않고, 돈을 쓰지도 않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되, 소비도 하지 않는 방식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해요. 수행과 놀이와 노동, 이 세 가지를 섞어야 합니다. 놀이도 되고, 약간의 운동도 되고, 건강도 좋아져서 웰빙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어떻게 하면 마련해볼 수 있을까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농업 분야에 대해서는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안내자 중에 농업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가 따로 있어야 해요. 그 사람이 고추 모종도 준비해놓고, 밭도 어떤 방향으로 운영할 것인지 미리 설계해 놓아야 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참가자들이 이곳에 오면 ‘오늘은 모종을 심습니다’, ‘오늘은 비닐을 칩니다’, ‘포클레인을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은 밭을 갑니다’ 이렇게 안내를 해주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참가자들은 그 일만 한 후에 약간의 수행도 하고 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야해요.

그렇게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자원봉사 관리가 중요합니다. 전국에 있는 자원봉사자의 전공을 미리 알아서 포클레인을 운전할 줄 아는 사람, 비닐하우스에 비닐을 칠 줄 아는 사람, 풀을 벨 줄 아는 사람, 목공일을 할 줄 아는 사람 등 분류를 다 해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오늘 무슨 일을 하는데 어떤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자원봉사 신청 페이지를 마련해서 거기에 모집공고를 올리면 사람들이 ‘나는 몇 시까지 이 일을 하겠습니다’ 하고 신청하고, 착착착 신청이 들어오면 전공에 맞게 사람을 배치해서 운영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침대를 3개 제작해야 한다면, 목공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그것을 보고 사람들이 신청해서 오면 그 일을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겁니다.

여러분이 해야 하는 역할은 유통과 더불어 자원봉사 관리입니다. 예를 들어 농사팀에서 ‘다음 주 일요일에 고추 모종을 심는데 두 명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요청하면 그쪽으로 필요 인원을 배분해 주는 거예요.

어떤 일을 하게 되든 참가자들은 모두 다 일하기 전에 간단히 명상을 하고 영상 법문을 함께 듣습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역할 나누기를 하고, 소임이 배정되면 그 일을 열심히 하고, 일을 마친 뒤에는 마음 나누기를 합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지금부터 기획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농사를 지을 때는 공동체 안에서 일 년에 소모되는 고추, 감자 등 식품의 전체적인 양과 종류를 계산한 후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만약 상추를 밭 전체에 한꺼번에 심어버리면 수확 시기에 공동체만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져서 여기저기 나눠주다가 끝나버려요. 정작 상추를 수확할 수 없는 시기에는 공동체에서 필요한 양을 시장에서 사 먹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모두 웃음)

하지만 계획을 세워서 상추를 키운다면 자립이 가능해져요. 예를 들어 서울과 문경에서 먹는 상추의 양이 보름마다 밭으로 치면 20m짜리 두 고랑 분량에 해당한다고 합시다. 그러면 밭을 열 고랑 마련해서 보름 단위로 두 고랑씩 계속 심어가되 늙은 상추는 처분하고 다시 심는 방식으로 해 볼 수 있어요. 이렇게 밭에서 자라는 각 작물의 분포와 면적을 검토하고, 작물의 종류를 어떤 순서와 간격으로 바꾸어가며 키울 것인지도 설계해야 합니다.

특히 서울에서는 요리하는 사람들이 재료 구입을 신중하게 해야 해요. 서울의 경우는 시장에 가면 모든 식품이 다 있으니 요리사의 구미에 맞게 뭐든지 사서 쓰는데, 이렇게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서 서울에 있는 요리사의 구미에 맞게 모든 것을 다 제공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양간에서 요리하는 사람들도 생각을 바꿔야 해요.

농사팀에서 이번 주에 공급할 수 있는 재료의 양이 얼마이고, 종류는 호박, 오이, 양파, 상추가 있다는 정보를 요리사에게 미리 제공해주고, 요리하는 사람들은 그 정보를 이용해서 어떤 요리를 할지 계획을 세워서 식사 준비를 해야 됩니다. 특별한 손님이 와서 우리가 제공할 수 없는 재료로 요리를 하고 싶을 때는 시장에서 구입하면 되지만, 시장 구입은 어쨌든 최소화해야 해요. 그런데 지금은 일반 사람들처럼 요리하는 담당자가 시장에서 원하는 재료를 마음껏 사고 있거든요. 그래서 두북에서 농산물을 생산해서 서울로 보내주어도 요리사가 가진 요리 기술과 맞지 않으면 필요 없다고 버리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환경운동을 하려면 계절별로 식재료가 나올 때 밥과 반찬도 계절에 맞춰서 먹어줘야 해요. 겨울에 생산되지도 않는 수박과 참외를 먹는 방식은 예산도 많이 들고 반환경적입니다.

제가 정토회를 처음 시작할 때도 ‘우리가 사는 집은 노동자에게 시켜서 짓지 말고 우리가 직접 짓자’ 이런 정신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문경에 판잣집 하나를 지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옛날처럼 그냥 망치 두드려서 짓는 판잣집이 아니라 전문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면 훨씬 더 깔끔하게 잘 지을 수 있을 겁니다. 농사뿐만 아니라 건축도 이런 방식으로 추진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더 나아가서는 간단한 농산물에 대한 가공까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요. 가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토행자들에게는 이런 유기농 농사가 사실상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유기농 농산물을 남에게 주면 그냥 주어도 큰 호응을 받지만, 정토행자들은 요리할 시간이 없어서 처치 곤란이 돼요. (모두 웃음)

그래서 음식을 바로 먹을 수 있게 가공까지 해주어야 합니다. 마늘 줄기를 따서 주더라도 그냥 줄 것이 아니라 장아찌를 담아준다든지, 고추를 줄 때에도 고추 장아찌를 담아서 준다든지, 배추를 그냥 주면 갖다 버리기 쉬우니 김치로 담아서 주거나 시래기로 만들어 줘야 합니다. 시래기를 줄 때도 딱 삶아서 주든지 해야 간단한 요리를 해 먹을 수 있어요. 그냥 주는 건 현실적으로는 호응이 낮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곳 두북 정토수련원은 지금 노인 복지시설로도 이용되고 있는데요. 건물을 증축하더라도 에코아파트 식으로 시설을 만들고,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옆에 가공 공장도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이렇게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농업과 유통업을 함께 진행해나가 봅시다.”

설명을 듣고 담당자들은 '3년이 아니라 30년 사업계획을 들은 것 같다'고 놀라면서도 흔쾌했습니다. 이어서 두북 수련원의 시설 보수와 관리를 어떻게 할지, 예산은 어떻게 세울지, 공동체 생활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회의는 세 시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스님이 농사를 지원한 김완희 님에게 물었습니다.

“농사는 왜 짓고 싶어요?”

“정토회로 출가하기 전에 귀농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잘 됐네요. 마음껏 해보세요. 1년 해보고 잘하는 사람이 팀장을 하면 되니까요.”

회의를 마치고 스님은 오늘 처음 두북을 둘러보게 된 담당자들을 위해 비닐하우스와 논, 밭을 안내해주었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벌써 쑥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오늘까지 세 번째 둘러보고 있습니다. 스님은 올 때마다 계획을 구체화하거나 새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비닐하우스 뒤 쪽으로 크게 웅덩이를 파고 물이 빠지도록 하면 이 곳에 고인 물이 빠질 거예요. 그리고 여기 모종 하우스를 만들면 좋겠어요.”

“쌈채소 밭은 비닐하우스와 비닐하우스 사이에 각각 한 고랑을 하면 좋겠네요. 고추를 여기 심으면 키가 커서 통풍이 안 되니까요.”

논밭을 둘러본 후 스님은 동네 친지 되시는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사이 활동가들은 탑곡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조계환, 박정선 님을 만났습니다. 저녁 식사는 함께 했습니다. 스님은 농사 담당자에게 한 가지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제가 선물을 받아 왔어요. 동네 친지분이 밭 두 개를 주신대요. 선물인지 폭탄인지 모르겠네요.”(모두 웃음)

저녁식사를 하고 원고 교정을 본 후 두북을 출발해 밤 12시가 넘어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내일부터 25일까지는 전국 29개 정토회를 돌며 주간, 저녁, 청년 정회원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합니다. 내일은 서초 법당에서 첫 번째 정회원 연수 교육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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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지

중고품 유통으로 시작해서 유기농산물 유통까지 기대됩니다. 농사에도 관심있고 유통이라는 사업에도 관심있는데 앞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네요.

2020-02-16 13:13:24

실상

수행,노동,놀이가 균형을 이루는 참 좋은 날을 고대합니다

2020-02-14 17:59:02

박용삼

직장을 다니면서 돈을 모으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는 일을 선택하신 봉사자님들의 노고를 응원드립니다
스님의 거시적인 안목과 사회 전 분야를 통찰하시는 선견지명의 지도안을 잘 실천하여
위기의 지구를 지키고 되살리는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2020-02-14 13: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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