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2.5 이사회(평화재단, JTS, 에코붓다, 좋은벗들)
“에코아파트 단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평화재단, JTS, 에코붓다, 좋은벗들의 정기 이사회가 하루 종일 연이어 열렸습니다.

10시, 평화재단 이사회

먼저 오전 10시에는 평화재단 정기 이사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전임 평화재단 사무총장이 지난해 사업실적과 결산에 대해 보고하고, 올해 신임 평화재단 사무총장이 된 권영선님이 올해 사업계획과 예산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감사님이 회계에 대해 감사한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이사진 전원이 회계 감사 결과를 수용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평화재단 사업 방향의 변화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습니다.

“2020년부터는 평화재단에 큰 변화가 있습니다. 15년 전에 평화재단을 창립할 때는 미국의 부루킹스연구소와 같은 싱크탱크를 한국에도 만들자는 계획을 세우고 출발했습니다. 창립 후 3년간은 아주 왕성한 연구 활동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미국의 상원 외교위원회에 가서 회의도 하고, 미국 국무성과 공동으로 회의도 하고, 중국, 일본에서도 회의를 할 만큼 영향력이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로 제재를 받게 되면서 외부 활동이 모두 차단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연구 활동이 위축되다 보니까 활동의 방향을 교육 사업 쪽으로 선회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사회의 리더 그룹을 양성하는 평화리더십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많은 국회의원과 지도층이 참석했는데,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로 그것마저도 활동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도 완전히 중단되고, 남북 관계가 나빠지면서 평화재단의 연구 성과도 별로 주목을 못 받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모든 역량이 평화 운동 쪽으로 집중이 되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에서 민간기관의 연구 활동이 수용되지 않은 이유는 ‘북한은 곧 망하게 될 텐데, 북한에 대한 연구가 왜 필요하냐. 북한이 망한 이후에 어떻게 통일을 준비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 이런 생각으로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 정부가 들어오고 나서는 민간 활동이 조금 나아지지 않겠나 기대했지만, 여전히 상황은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데 정부가 앞장서서 진행하니까 역시 민간 연구기관의 연구 성과가 수용되는 분위기가 전혀 형성되지 못했어요.

그래서 평화재단이 올해부터 방향을 전환하게 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정부가 앞장서서 남북 관계를 풀어나가게 되고,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남북 관계가 단절되고 민간 연구활동도 위축되니, 이런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는 민간 연구기관이 싱크탱크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둘째, 평화재단이 재정이 넉넉한 단체라면 연구원들에게 재정지원을 많이 해주고 발표도 많이 하게 해서 이름이라도 알릴 수 있는데, 평화재단은 모두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연구활동을 하시는 분들에게 사회적 통념에 맞는 재정 지원을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셋째, 내부적으로는 15년 동안 자원봉사로 일해 온 실무자들에게 딜레마가 생겼습니다. 무보수로 일하고 있는 데다 본인이 전문가도 아니고 식사 준비하고 회의 기록하는 역할만 15년 동안 해오다 보니까 실무자들의 활동 동력이 많이 떨어졌어요. 그렇게 되면 평화재단에서 일할 사람이 없어지게 되는 딜레마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런 세 가지 원인으로 인해 결국 평화재단이 잘할 수 있는 것은 평화운동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전문가 조직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적은 예산을 갖고 자원봉사자를 모집해서 평화운동을 추진해나가는 일에 우리가 승부를 걸어야 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그래서 이사진도 이번에 모두 교체를 했습니다. 실제로 평화운동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사업을 결정하기로 하고, 40대나 50대의 젊은 사람들이 주축이 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은 너무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어요. 기회가 오면 다시 본격적으로 하더라도 지금은 현재 하고 있는 연구 활동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기로 한 거예요.

평화사회포럼이 새로운 사업으로 들어왔는데요. 그동안 주장해 온 헌법 개정 문제를 다루는 사업입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내각으로 이전해야 한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국무위원들이 권한을 갖는 정부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둘째, 중앙 권력이 너무 비대하기 때문에 지방 자치를 확대해야 한다.
셋째, 선거법이 너무 승자 독식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국민의 의사가 골고루 반영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세 가지 문제는 그냥 국내 정치의 민주주의 발전에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지방 자치가 확대되어 8도 연방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통일한국으로 가는 가장 바람직한 길이라는 겁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연구를 할 계획입니다.”

이사진들도 새로운 사업방향에 대해 모두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이의가 없으시면 이것으로 이사회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이어서 평화재단 실무자들이 정성껏 준비한 점심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내일모레 전임 이사진들과 함께하는 저녁 모임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1시, JTS 이사회

오후 1시부터는 사단법인 JTS 정기 이사회가 열렸습니다. JTS 이사님들과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책상에는 인도 전통 과자인 미타이가 놓여 있었습니다.

“JTS 이사님들이 모였다고 인도 음식인 미타이를 준비했어요. 어떤 인도 절에 보시를 하고 이 미타이를 보시받아 왔어요.”

이사회를 개회하자 이사장 법륜 스님이 개회 선언과 인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활동가들이 다 모이니까 반갑네요.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JTS 사무국장이 참석한 활동가 한 명 한 명을 일일이 소개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필리핀JTS의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작년에는 로힝야 난민들을 지원하는 데에 예산을 큰 규모로 썼습니다. 올해는 그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북한에 식량을 보냈고요. 그래서 올해는 예산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필리핀JTS의 인력 부족 문제

필리핀JTS는 인력이 조금 부족하지만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인도는 인력이 지금 정도면 충분하고, 또 인도인 활동가들이 활동을 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필리핀은 우리가 직접 학교를 운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하다 보니, 현지인 인력 양성을 못해서 인력이 좀 부족한 상태입니다. 일반 사업체 같으면 필리핀 사람을 고용해서 쓰면 되겠지만, JTS는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필리핀은 인도에 비해 기후가 좋아서 사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고 시설도 괜찮은 편이에요. 그래서 대중부에 알려서 조금 더 많은 봉사자를 파견시켜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새해에도 북한의 식량 사정은 계속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도적 지원이 추가로 계속되어야 할 거예요. “

이어서 JTS 사무국장으로부터 2019년 사업 보고를 받았습니다.

인도, 필리핀, 북한, 다문화센터, 국내 사업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발표를 하니 일을 많이 한 것 같네요. 수고 많으셨어요.” (모두 웃음)

다음은 2020년 사업계획과 예산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발표를 마치고 스님이 추가로 보충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인도에는 고등학교 건물을 새로 짓고 있는데, 지금 75% 정도 진행이 되었고, 3월에 완공이 될 것 같습니다. 건물이 완공되면 아이들이 지금까지는 태권도와 무용을 시멘트 바닥이나 마당에서 했는데, 매트를 깐 강당을 제공해 주려고 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중강당도 하나 생기게 되고요. 교실 크기도 1.5배 크게 만들어서 과학 실험실 하나, 도서관 하나, 컴퓨터실 하나, 이렇게 세 개를 1층에 배정해서 특수 목적으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인도JTS에 아직 남은 과제

유치원도 모두 리모델링을 해서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해줄 예정입니다. 태권도든 무용이든 체육이든 컴퓨터든 학습 외의 교육을 조금 더 확대하고, 도서관에 도서를 더 많이 구입을 해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하려고 해요.

이제 문맹 퇴치는 거의 다 이루어졌습니다. 언니가 학교에 입학하니까, 동생은 자동으로 따라서 입학하는 분위기이고, 특히 유치원이 동네마다 다 생겨서 코 흘리게 아이들도 부모가 유치원에 갖다 놓고 가버립니다. 코흘리개 아이들이 울고불고하니까 유치원 운영이 좀 힘들기는 해요. 그러나 그 결과 아이들이 학교에 100% 다 다니게 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아직도 제일 심각한 문제는 가난입니다. 벽돌공장 노동자들은 벽돌 구울 때 한 3개월 동안 외지에 나가 일합니다. 이런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는 아무도 안 돌봐 주기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외지로 나갑니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은 3개월간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공백이 생깁니다. 또 반대로 마을에 이주해온 계절노동자들이 아이를 데려오다 보니까 아직도 마을에 구걸을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주해온 임시 거주자 아이들을 정식 유치원은 아니더라도 교육을 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고, 외지로 일하러 가는 부모들의 아이를 오히려 JTS가 맡아서 부모가 돌아올 때까지 키워주는 일을 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제 시기에 교육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가 조금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다음은 이사님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러 가지 질문과 아이디어 제안이 있었습니다.

“JTS 사업은 참 감동적인데, 세계적인 미디어를 선택해서 JTS를 취재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한반도에서 평화와 봉사를 같이 만들어나가기 위해 이런 역할을 한다는 걸 알려보면 좋겠습니다.”

스님도 제안에 동의했습니다. 질문도 나왔습니다.

“필리핀의 마을개발 사업은 물탱크 설치와 도로 보수 정도인가요?”

필리핀 사업 담당자가 직접 답변을 했습니다.

“문맹퇴치는 됐는데, 빈곤퇴치는 아직 되지 않았어요. 궁극적으로는 마을 주민들의 소득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농업을 기반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농업을 통한 소득증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스님도 이어서 추가 설명을 했습니다. 인도의 사례를 예로 들며 이상과 현실 속에서 발맞추어 가고 있는 중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요원한 꿈입니다. (모두 웃음) 지금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 워터 시스템을 마련하는 거예요. 인도는 펌프를 설치해서 지하수를 이용하는 방식이고, 필리핀은 산지에 있기 때문에 샘이 있는 곳에서 파이프를 연결해서 산동네에 있는 마을로 연결해주는 방식입니다.

이제 인도 둥게스와리에도 많은 마을에 정부에서 펌프를 파주고 집집마다 수도꼭지를 연결해주고 있어요. JTS도 이런 시도를 했다가 사람들이 물을 너무 낭비해서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정부에서는 시간제로 물을 끌어올려주고 있어요. 사람들이 물을 안 잠그고 그냥 막 버리니까, 아침에 한 시간 동안 물을 주고, 점심때 주고, 저녁때 주고, 이런 식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도는 자신보다 낮은 계급 사람과는 물을 같이 안 먹습니다. 어떤 동네는 워터 시스템을 정부에서 다 설치해 주었는데, 같은 우물로 연결된 수도꼭지가 양민들에게도 가고, 천민들에게도 가니까, 양민들이 천민들이 쓰는 수도꼭지를 못 쓰게 끊어버렸어요. 시설은 다 되어 있는데 전혀 사용은 못하는 이런 곳도 있습니다. 전기로 물을 끌어올려서 쓰는 것인데도 이런 계급 차별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이제 인도에서도 앞으로 상하수도를 개설하는 쪽으로 사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마을에 가 보니까 약간 걱정이 되는 게 물을 쓸 수 있게 해 놓으니까 하수가 고여서 웅덩이가 군데군데 생겼어요. 그동안 물이 없을 때는 모기가 별로 없었는데 웅덩이가 생기니까 모기가 들끓게 돼요. 그러면 앞으로는 전염병이 창궐할 위험이 있습니다. 작년에 아이 하나가 뎅기열에 걸리고, 인도인 스텝도 한 명이 걸려서, 치료비가 4만 루피 들었습니다.

예전에 두레박으로 풀 때는 물을 버려도 금방 증발을 해서 문제가 없었거든요. 하수 처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것인지가 과제입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하수 처리를 해준 곳도 하수가 어떤 건지를 모르는 사람이 설치를 하다 보니 하수관이 전부 물길보다 높은 거예요. 그냥 설치만 했지 실제 하수 역할은 전혀 안 되는 상황입니다.

이제 둥게스와리에도 도로포장이 되다 보니, 외부 사람들이 들어와서 군데군데 땅을 사고 집을 지었습니다. 땅값도 예전보다 100배는 더 올랐고요. 그런데 주민들 사는 모습은 별로 변화가 없습니다. 화장실, 하수관, 이런 시설들을 정부가 지어주고 있는데, 주민들의 생활 습관에 안 맞게 막 설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돈이 전혀 효과적으로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도 예전에 농촌 근대화를 할 때 겪었던 것처럼, 경험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겪는 시행착오인 것 같습니다.”

2020년 예산 심의까지 마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사회를 마쳤습니다.

4시, 에코붓다 이사회

잠시 쉬었다가 오후 4시부터는 에코붓다 정기 이사회가 열렸습니다. 에코붓다는 환경실천을 하는 곳이어서 현수막을 종이로 프린트하지 않고 천을 재활용해 만든 현수막을 작년에 이어서 다시 사용했습니다. 이사님들이 한 분씩 속속 도착하고, 출석부에 사인을 했습니다.

2019년 사업실적과 결산을 보고 받고, 2020년 사업계획과 예산을 발표했습니다. 발표를 마치고 올해 사업 계획에 대한 이사님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제안되고 있는 중에 스님도 오래전부터 구상해 온 아이디어를 하나 제안했습니다.

“도시에서는 음식물을 적게 버려야 음식물쓰레기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농사를 짓는다고 두북 수련원에서 살아보면 시골에서는 음식물이 그냥 퇴비가 돼요. 플라스틱 같은 게 쓰레기가 되지, 음식물 자체는 쓰레기가 될 게 없어요. 냄새가 좀 나더라도 말려서 1년만 쌓아놓으면 전부 거름이 되니까요. 이처럼 음식물쓰레기에 대한 도시의 개념과 농촌의 개념이 다릅니다.

에코아파트 단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제가 옛날부터 해온 구상이 한 가지 있습니다. 어떤 지역에 마을공동체를 개발할 때 인구 밀집도를 정부가 규제하는 거예요. 인구밀도를 조정한 다음 거기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만들어 정원을 가꾸는 겁니다. 그리고 음식물쓰레기를 밖으로 내다 버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름도 밖에서 안 가져오도록 하는 친환경 에코 아파트 단지를 만드는 거예요.

요즘은 아파트를 지을 때 일조량만 고려해서 짓지, 아파트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고 그 퇴비로 아파트 내 정원을 가꾸는 운동 같은 건 생각을 못하잖아요. 이런 걸 실천하는 에코아파트 단지를 만들어보면 좋겠어요.

이런 아파트 단지를 유지하려면 혜택도 주고 규제도 해야겠죠. 환경운동에 동참하고 쓰레기를 줄이겠다는 서약을 한 사람만 살 수 있도록 하되 아파트 가격을 시세보다 20%쯤 저렴하게 해주는 혜택을 주는 겁니다. 입주자가 시세보다 싸게 들어오는 대신에 반드시 환경실천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도록 한다든지, 환경실천을 안 지키고 몇 번 경고를 받은 사람은 원래 냈던 돈을 돌려주고 내보낸다든지 하는 제재를 가하는 겁니다.

이런 정책을 국가적으로 시행해보면 좋겠어요. 아파트마다 열관리사나 전기 관리사가 있듯이 환경관리사가 있어서 매일 단지를 다니면서 환경실천 사항을 검사하는 거예요. 음식물 쓰레기의 배출량에 따라 처리비용도 종량제가 아니라 누진제로 하는 겁니다. 예컨대 음식물쓰레기 1kg에 1,000원을 내야 한다면, 2kg에는 2,000원이 아니라 5,000원, 3kg에는 10,000원, 이런 식으로 비용을 책정하면, 집집마다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그렇게 거둔 처리비로 음식물을 퇴비로 만드는 비용을 충당하는 겁니다. 제가 이 제안은 오래전부터 했습니다.”

“맞아요, 스님께서 10년 넘게 이야기하셨던 내용이에요.”

“앞으로 도시개발을 이런 식으로 하지 않으면 도시에 들어오고 나가는 쓰레기가 큰 문제가 될 겁니다. 도시에서 사용한 쓰레기를 바깥에다 계속 갖다 버려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각 지역 주민들이 반대해서 못 버리게 하니까 외국에 갖다 버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거든요. 그러니 이렇게 자기 지역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일정한 구역을 정해서 그 지역 안에서 처리하도록 하고 쓰레기 이동을 금지시켜야 해요.

예를 들어 서울시 쓰레기는 서울시 안에서 처리해야지 서울시 밖으로 반출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정책이 있으면 이 문제가 저절로 해결이 돼요. 그렇게 되면 서울시 입장에서는 쓰레기 처리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날 수밖에 없겠죠. 빵을 하나 사 먹으려 해도 빵 포장지를 버리는 비용이 빵 값의 두 배가 될 수도 있어요. 이러면 과대포장도 자연적으로 줄어 들 겁니다. 이 정도로 강경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환경위기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환경 실천은 사람들이 불편해하니까 혜택을 줘야 해요. 그게 바로 아파트 가격을 저렴하게 공급해주는 겁니다. 그러려면 정부가 에코아파트에는 토지를 저렴하게 제공해줘야 해요.

한 가지 방법은 그린벨트를 해제할 때 에코아파트를 짓는 곳에 대해서만 그린벨트를 해제해주는 거예요. 지금은 그린벨트를 해제해주면 해당 지역에 땅을 갖고 있는 개인이 폭발적인 이익을 보잖아요. 그린벨트를 어차피 조금씩 풀어야 한다면, 그린벨트를 해제해주는 조건이 지금처럼 개인이나 특수한 단체가 이익을 보게 하는 게 아니라 이런 조건으로 하자는 거죠.

다른 방법은 한국토지주택공사 같은 곳에서 공공으로 이 아파트를 짓는 겁니다. 1인 가구나 핵가족 가구에 맞게 평수도 열 몇 평 이하로 한정해서 짓고, 땅값은 거의 무료로 제공하다시피 해주는 정책을 시행하면 됩니다.

이렇게 토지 부담금을 줄여주되 환경실천 내용에 동의하는 사람만 이 아파트에 들어오도록 하고, 규칙을 몇 번 어기면 퇴소한다는 내용을 문서로 만들어서 서약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이런 제도에 대해 수긍할 수 있어요.

지금은 아파트 분양을 할 때 번호를 붙이고 당첨 기회를 받아서 개인이 그 이익을 가져가거든요. 그런 당첨 방식으로 하지 말고, 엄격한 환경실천 조건에 동의하고 서약하는 사람만 입주하도록 해야 해요. 그래도 신청자가 너무 몰리면 가격을 올리지 말고 의무조항을 더 늘리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이 아파트에 입주하면 집안 온도를 겨울에는 몇 도 이상 못 올리고, 여름에는 몇 도 이상 못 내리게 조정하는 식으로요. 대신 아파트 가격을 확 저렴하게 해 주면 사람들이 동의하고 들어오겠죠.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도 누진제로 하고, 다른 쓰레기도 꼼꼼하게 규제해야 해요. 무조건 아파트 단지 내에서 쓰레기를 못 버리게 금지하면, 밖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들어올 테니까, 버릴 수는 있되 그만한 페널티를 물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거죠. 이런 내용으로 주민 교육이 늘 이뤄져야 하고요.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하도록 아파트 옥상에 집열판을 설치하고, 조명도 전기 에너지가 적게 드는 것으로 바꾸고, 방안의 밝기도 제한해야 합니다.

100가구든 1,000가구든 이런 식의 아파트 단지를 하나 만들어두면 전 세계 사람들이 와서 미래 주거환경의 모범으로 삼을 수 있어요. 아파트 단지 내에 환경실천 체험관을 마련해서 외국 사람들도 돈을 내고 와서 살아보도록 하는 겁니다. 시설이 얼마나 편리하게 되어 있는지 돈을 내고 체험해볼 수 있도록 체험관을 운영하는 거예요. 그러면 외국에서 환경운동을 하거나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와서 견학을 하게 될 겁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관련 기업과 협력해서 주거 단지를 하나 샘플로 마련해보면 좋겠어요. 사실 이런 프로젝트는 환경부와 협력해서 진행할 수 있으면 제일 좋죠. 그리고 에코붓다에서 지금까지 논의했던 모든 환경 실천 조건을 여기에 다 구비하는 거예요. 퇴비화 시스템, 태양열 시스템, 온도 조절 시스템이 다 그런 사례죠. 집안의 온도도 개인이 자기 마음대로 내리거나 올리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

여기에 입주하는 사람에게는 집세도 아주 저렴하게 해주는 거예요. 예를 들어 입주자의 월급이 150만 원이면 집세를 15만 원 받고, 월급이 200만 원이면 20만 원 받고, 월급이 300만 원이면 30만 원 받고, 이런 식으로 입주자가 자기 소득의 10%만 집세로 내도록 하는 겁니다. 물론 너무 소득이 많은 사람은 못 들어오도록 해야 합니다. 월 소득 300만 원 이하 소득자만 들어오도록 하되, 월세는 자신의 소득에 맞게 다양하게 내는 겁니다.

대신에 온도 자동 조절 시스템을 도입해서 더 이상 개인이 연료나 다른 자원을 과하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합니다. 많이 쓸수록 비용을 더 내도록 전기료와 쓰레기 처리비용 등 모든 걸 누진제로 하는 거예요. 이렇게 하는 대신에 집세는 저렴하게 해주는 겁니다.

청년 주택 문제도 함께 해결

이렇게 하면 청년 주택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1인 가구들이 갖는 폐쇄성을 극복하고 공동체성을 확보할 수도 있고요. 환경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서민들을 위한 정책도 되고요. 이런 종합적인 대책을 기획해서 진행해보면 됩니다.

아예 정토회에서 서울 시내에 이런 에코주택을 지을 수도 있습니다. 청년 주택으로 제공하되 환경실천 조건을 안 지키면 퇴소한다는 데에 동의를 받는 거예요. 기숙사에도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먹으면 퇴소시킨다는 조항이 있었잖아요. 그것처럼 이런 곳에서 생활할 때는 환경 원칙을 안 지키면 퇴소시킨다는 제재를 가하고, 여기에 동의를 하는 사람만 들어와서 살도록 운영해 보는 겁니다.”

에코아파트에 대한 스님의 제안에 에코붓다 이사님들 모두 적극 동의했습니다. 스님의 제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사업화시켜서 추진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 외에도 이사님들이 다양한 제안을 했습니다.

“스님이 하시고 있는 행복학교에서 지역 사회를 위한 나눔장터를 적극적으로 열어보면 좋겠습니다. 1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내 것이 아니라는 모토를 갖고, 각자 자신의 물건을 가져와서 서로 교환하게 해서 공유 사회를 만드는 초석을 마련해 보면 좋겠어요.”

“기후 변화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데, 스님께서 사회적으로 더욱더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스님도 이에 대해 대답했습니다.

“기후 변화가 심각한 것은 맞는데, 현재 1차 만일결사 기간 동안에는 제가 한반도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어요. 사실은 초기에는 환경운동을 적극적으로 했었는데, 한반도 평화 문제가 생기면서 지금은 여기에 모든 역량을 투여하고 있거든요. 제안을 받아들여서 기후 변화 문제에 대응하는 방안을 더 연구해 보겠습니다.

우선 당장은 전국의 모든 정토회 건물에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장치를 설치하면 좋겠어요. 겨울에 온도가 몇 도 이상 올라가면 자동으로 난방 장치가 꺼지도록 하고, 여름에 온도가 몇 도 이상 내려가면 자동으로 에어컨이 꺼지도록 하는 장치를 설치하는 겁니다. 이런 시스템을 설치하는 걸 우리가 먼저 실천해 봅시다.”

2시간 동안의 논의를 마치고 2020년 사업계획과 예산을 확정한 후 이사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었습니다.

7시, 좋은벗들 이사회

저녁 7시부터는 좋은벗들 이사회가 열렸습니다. 저녁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눈 후 곧바로 이사회의 개회가 선언되었습니다.

전년도 사업실적과 결산 보고, 올해 사업계획과 예산을 발표한 후 이에 대한 이사님들의 의견을 받았습니다. 특히 새터민들과 함께하는 김장 사업이 호응이 좋았다는 평가가 있어서 올해에는 좀 더 확대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 외에도 스님은 새로운 사업을 하나 제안했습니다.

“지금 좋은벗들이 탈북자들을 위한 사업만 주로 하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조선족들을 위한 사업도 새로 해보면 좋겠습니다. 지금 조선족이 한국에만 60만 명이 들어와 있고, LA 등 교민사회에도 많이 살고 있습니다. 이 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정체성입니다. 중국에서만 산 사람은 숫제 중국 공민 또는 조선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삼으면 되는데, 해외에 나온 사람은 중국 여권은 갖고 있지만 중국 사람도 아니고, 한국 교민사회에 완전히 흡수되는 것도 아니고, 이들을 리드하는 지도자도 없어요. 그래서 정체성에 큰 혼란을 갖고 있습니다. 이 분들이 의지할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어서 삶을 방황하고 있어요. 그래서 해외에 나와 있는 조선족들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올해는 조선족들만 모아서 즉문즉설과 여행 프로그램을 한 번 해봅시다. 제가 탈북자들을 위해서도 즉문즉설을 해주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즉문즉설을 해주는데, 늘 조선족들만 그 대상에서 빠지거든요. 조선족들은 외국인에 속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탈북자들처럼 같은 동포로 취급받지도 못하고, 외국인인데 특별한 외국인 취급을 받는 수준입니다. 해외에 제가 강연을 갈 때도 조선족들만 따로 모아서 특별히 즉문즉설을 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왔어요. 이 문제를 좋은벗들에서 좀 더 고려해 주면 좋겠습니다.”

올해에는 조선족들을 위한 즉문즉설과 나들이 프로그램을 잡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연해주 연추마을에 지을 계획인 발해 박물관을 올해는 꼭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보고까지 받은 후 이사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참석한 이사님들에게 스님의 신간과 달력을 선물한 후 이사님들을 배웅했습니다.

밤 9시가 되어서 모든 이사회를 마쳤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스님은 곧바로 두북 정토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어둠 속을 달려 밤 12시 30분에 두북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두북에서 농사 담당자들과 함께 올해 농사 계획에 대해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4

0/200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20-05-07 15:08:53

고경희

정토회에 온도조절장치가 설치되면 좋겠다. 먼저 실천^^

2020-02-12 00:25:15

봄봄

스님의 활동을 보면서 환경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고 다짐하는 시간이 됩니다 스님의 환경사랑에 꼭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2-10 12:48:21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