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하루

2019.11.13 행복한 대화(20) 일산, 청춘 톡톡(2) 부산 남구
“돌아가신 시어머니 밥상을 29년째 매일 차리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전에 일산에서, 저녁에 부산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일산에서 부산까지 하루 종일 길 위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해 행주대교를 건너 일산으로 향했습니다. 일산 어울림누리 극장 대극장에는 아침 일찍부터 스님의 강연을 듣고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붉게 물든 단풍이 강연장을 찾는 사람들을 반겨주었습니다.

10시 30분이 되자 스님이 무대 위에 올랐고, 객석을 가득 메운 1000여 명의 뜨거운 박수와 함께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침에 이렇게 참석하기가 쉽지 않은데, 다들 팔자가 좋은 사람들인가 봐요? 그렇지 않으면 직장에 반차를 내고 오셨어요?”

“네.” (웃음)

“다들 와주셔서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즉문즉설은 불경이나 성경을 인용하며 고상한 말을 하는 게 아니고, 우리가 일상 속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애로점, 번뇌, 고뇌와 같이 우리들의 얘기를 갖고 대화를 하는 자리입니다. 그냥 얘기만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이런 주제에 대해서 같이 탐구를 해보는 자리예요.

‘왜 우리는 고뇌할 수밖에 없을까?’
‘왜 우리는 화내고 짜증 낼 수밖에 없는가?’

이렇게 탐구를 해보면 ‘꼭 괴로워하면서 살 필요는 없구나’, ‘꼭 화를 낼 필요는 없구나’ 이런 것을 우리가 발견할 수 있어요. 자, 그럼 대화를 해봅시다.”

곧바로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2시간 10분 동안 총 13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에서 돌아가신 시어머니 밥상을 매일 차려 드려야 하는 분의 고민과 스님의 대화가 아주 재미있고 유쾌했습니다.

돌아가신 시어머니 밥상을 29년째 매일 차려드리고 있어요

“저는 7남 1녀의 넷째 며느리인데,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 29년째인데도 매일 아침 밥상을 차리고 있습니다. 생신도 29년째 지내는데 간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촌들까지 다 불러서 어마어마하게 합니다. 남편한테 이제 그만하겠다고 얘길 했지만, 더 하라고 해서 하고 있어요. (모두 놀람)

제가 요식업을 하고 있는데 유명한 탤런트였다가 무당이 된 분이 가끔 식사하러 오세요. 그런데 그분이 하루는 ‘잘 걷지 못하는 할머니가 여기 왔다 갔다 하시네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머님이 중풍으로 돌아가셔서 잘 걷지를 못하셨기에 깜짝 놀랐죠. 주위에서도 그렇게 밥을 자주 차려놓으면 고인이 좋은 데 못 가고 주위에서 맴돌고 계시니까 그만하라고들 해요.

이런 이야기도 남편에게 했지만 듣질 않아요. 어머님 사진도 남편이 항상 펴두는데, 주위에서 사진을 그렇게 걸어두면 안 된다고 해서 제가 좀 접어놨더니 막 화를 내고요. 그래서 남편 말을 따르고는 있는데, 지금처럼 그렇게 계속해야 맞는 건지 궁금합니다. 저는 그만 하고 싶거든요.

제사 문제도 고민입니다. 7남매가 전부 요즘 보기 드문 효자인 건 맞지만 정작 제사는 넷째 며느리인 제가 모시고 있어요. 그런데 다른 집은 다 아들이 있고 저희 집은 딸만 셋이에요. 제가 딸만 있으니까 제사를 안 하겠다고 했다가 얼마 전에 제사를 맡게 돼서 3년째 지내고 있어요.”

“질문자는 넷째 며느리이고 딸만 있으니까 제사를 안 지내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왜 아직까지 제사를 지내고 있어요?”

“장남 집에서 못하겠다고 했고, 나머지도 전부 제사 지내주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형편이 안 돼요. 가난해서는 아니고 다들 어마어마하게 잘 살지만 사정들이 있어서요. 둘째 집도 굉장히 제사를 지내고는 싶어 하지만 부부가 모두 잘 걷지를 못해요. 셋째 집은 교회를 다니니까 못 지낸다고 합니다. 제가 넷째고요. (모두 웃음)

다섯째도 굉장히 제사를 지내고 싶어 했지만 이혼한 상태예요. 위장이혼이요. (모두 웃음) 둘째 형님이 큰 절을 다니니까 절에다 모시겠다고 결정하고 오셨는데, 여섯째 삼촌이 물만 떠다 놓더라도 자기가 제사를 지내겠다고 했어요. 하도 우기니까 그렇게 하라고 했는데 그게 또 형편이 안 되는 거예요.”

“물 떠놓는 것조차 형편이 안 된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모두 웃음)

“네, 아직은 그 삼촌만 전세로 지금 살고 있어서요.”

“전세로 살아도 물 떠놓는 건 할 수 있죠.”

“어머님을 남의 집에 모실 수가 없으니 자기 집을 살 때까지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더라고요.” (모두 웃음)

“귀신이 자기 집인지 남의 집인지 안대요?”

“삼촌 얘기가 그래요. 그래서 제사를 제가 지내다가 일곱째 삼촌 집으로 일단 넘겼는데, 삼촌이 1년 해보더니 도저히 못하겠다며 며칠 전에 병풍과 제기를 저희 집에 갖다 놨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제가 또 지내게 됐어요. 저는 제사상을 진짜 거하게 차리거든요. 그렇게 지금 제사를 모시고 있는데, 제사가 이렇게 왔다 갔다 해도 되는지요?” (모두 웃음)

“왔다 갔다 해도 됩니다. (모두 웃음) 올해는 여기서 지내고, 내년에는 저기서 지내고, 다음에는 미국 가서 지내고, 그다음에는 영국 가서 지내도 됩니다. 그냥 된다고만 하면 질문자가 못 믿을 수 있으니까 이유도 설명해 드릴게요.

제가 질문자한테 한 번 물어볼게요. 질문자 하고 제가 아무도 몰래 약속을 했어요.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둘이서만 얘기를 했는데, 질문자의 남편이 그 자리에 턱 나타났어요. 그럴 때 질문자가 남편 보고 ‘귀신같이 알고 왔네!’ 이러죠?”

“네. 그러죠.”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을 알면 ‘귀신 같이 안다’ 이렇게 말합니다. 귀신이라는 말속에는 뭐든지 다 안다는 뜻이 있어요. 그렇게 뭐든지 다 아는 귀신이 제사를 큰집에서 지내다가 작은집에서 지내는 걸 모르고 못 찾아올까요? (모두 웃음)

아무 문제없어요. 날짜 바꿔도 찾아오고, 장소 바꿔도 찾아옵니다. 산 사람도 날짜와 장소를 바꿔도 찾아오는데 귀신이 그걸 못 찾아온다면 귀신이 아니에요. 그러니 장소 바꾸고 날짜 바꾸는 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이해가 됐어요?”

“네.”

“질문자가 제사를 지내고 싶으면 지내고, 삼촌이 지내겠다고 하면 주고, 내년에 못 지내겠다 하면 또 내가 지내고, 여섯째가 집 샀다고 하면 또 주고, 집 팔았다 하면 또 내가 지내고, 이렇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모두 웃음)

스님이 돌아가셔서 49재를 지낼 때도 제자들이 많으면 초재는 맏상좌의 절에서 지내고 그다음은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순서대로 쭉 돌아가면서 지내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시간은 관계없습니까?”

“방금 얘기했잖아요. 장소도 관계없고, 날짜도 관계없고, 시간도 관계가 없어요. 귀신은 알아서 찾아옵니다. 됐어요?”

“네.”

“확실히 됐어요?”

“네, 감사합니다.”

“다른 데 가서 또 물어보려고요?”

“아뇨, 이제 안 물어봐요.” (모두 박수)

질문자가 환하게 웃자 청중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스님의 이야기가 계속되었습니다.

“좋아요. 앞의 질문도 말씀드릴게요. 밥상을 매일 차리는 것도 차려도 되고, 안 차려도 돼요. 남편이 차려놓자고 하면 따로 음식을 장만하지는 말고 질문자가 매일 먹는 밥상을 차릴 때 어머니 사진 앞에 차리면 돼요. 그런데 그건 어머니를 위해서 차릴까요, 남편을 위해서 차릴까요?”

“그래도 어머님을 위해서 차렸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드시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봤어요? (모두 웃음)

그건 어머니하고 아무 관계가 없어요. 남편을 위해서 차리는 거예요. 그걸 차리면 남편이 좋아하고, 그걸 안 차리면 남편이 싫어하니까요. 남편을 위해서 차리는 거예요. 남편은 돌아가신 분의 밥상을 차려드리면 좋다는 말을 믿기 때문에 그래요. 어떤 일이 혹시 잘못되면 밥상을 안 차려서 그렇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내가 먹을 밥이나 반찬을 어머님 사진 앞에 조금 놔뒀다가 가져다 먹으면 돼요. 어차피 다 질문자가 먹었을 거 아니에요?”

“네. 맞아요.” (모두 웃음)

“그래요. 절에서도 신도들이 과일 같은 거 가져오면 다 스님들이 먹어요. 부처님이 뭘 드시는 모습을 본 적 없잖아요. (모두 웃음)

그런데 공양물을 가져오면 항상 바로 먹지 않고 법당에 가서 불전에 먼저 올려놨다가 내려 먹어요. 부처님이 먹던 거라고 기분 나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부처님은 어차피 입에 안 대세요. 그런데 가져오는 사람은 부처님 드시라고 가져오는 것이니까 ‘부엌으로 가져오지 말고 법당에 올려놓으세요’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그러면 올리는 사람이 기분이 좋잖아요. 그래도 어차피 내가 먹기 때문에 상관이 없어요. 이렇게 약간 사양을 했다가 먹으면 돼요. (모두 웃음)

아침식사 준비를 해서 어머니 사진 앞에 잠시 상을 놨다가 들고 와서 먹으면 남편이 기분 좋아할 거예요. 물론 그렇게 안 해도 돼요. 다만 그렇게 안 하면 현재 같이 사는 남편이 괴로워합니다. 그래서 남편을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면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남편이 ‘이제 그만해’라고 하면 그때 안 하면 돼요.

음식을 따로 하지는 말고, 질문자가 먹는 걸 거기 놨다가 가져와서 먹으면 돼요. 그게 뭐 어려워요? 사진 앞에 좀 놨다가 가져와서 먹으면 되는데요. 어차피 밥상 차려서 먹어야 하지 않아요? (모두 웃음)

그래도 ‘어머니, 많이 드세요’ 하고, 조금 있다가 가져와서 내가 냠냠 먹으면 됩니다. 그런 걸로 남편하고 싸울 필요가 없어요. 무당 말이 맞니 틀리니 이런 것도 따지지 마세요. 그렇게 하면 같이 사는 남편이 좋아하니까 그렇게 하는 거예요. 남편의 마음이 편안해지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크게 힘든 게 아닌 이상 그 정도야 해줄 수 있잖아요.

생일상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배고프면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리고, 내가 배가 안 고프면 적당하게 차리세요. 우리 가족 먹을 것만 차리면 돼요. 그리고 어차피 1년에 한두 번은 일가친척들 모여서 파티하잖아요? 그러니 제사라고 생각하지 말고 1년에 한두 번 형제들 다 모아서 파티한다고 생각하세요. 파티하는 날이 어머니 생신, 아니면 어머니 기일인 거예요.” (모두 박수)

“네, 남편도 ‘다른 집 사람들은 일부러 외식도 하지 않느냐. 형제들 모여서 함께 식사한다고 생각해라’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래요, 맞아요. 남편 말이 부처님 말이에요. 그렇지만 파티도 힘이 부치면 못하죠? 내가 너무 힘이 부치면 ‘여보, 난 이제 늙어서 못하겠어’ 이렇게 말하면 돼요. 힘이 안 부치면 파티를 하면 되고요.

원래 이런 행사들이 다 그런 이유로 생겨난 거예요. 파티한다고 음식을 마련했는데 마침 오늘이 어머니 돌아가신 날이니까 먹든 안 먹든 그 앞에 차려놓고 ‘좀 드세요’ 하고 절 한 번 한 뒤에 내려서 먹는 것밖에 없어요. 다 우리가 먹지, 귀신이 먹는 거 없어요. 귀신이 다 먹어버렸으면 옛날부터 절대로 상을 안 차렸을 거예요. 안 먹으니까 차리죠.” (모두 웃음)

“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질문자도 호탕하게 웃고, 청중도 크게 웃었습니다. 무거웠던 마음이 밝고 가벼워졌습니다.

이어서 다음 질문자가 일어나 대화를 계속했습니다.

  • 결혼 1년 만에 이혼했어요. 24개월 딸이 있는데, 너무 보고 싶어요. 아내가 재결합을 원하지 않아 고민입니다.
  • 30대 초반인데, 어렸을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아서 편한 쪽으로 살려고 했어요. 회사에서도 ‘힘든 부서로 가면 어떻게 하지?’하는 생각에 잠도 잘 안 옵니다.
  • 어렸을 때 부모님이 저를 방치하고, 언니가 저를 괴롭혔습니다. 과거를 생각하면 괴로운데, 앞으로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 간병일을 하고 있어요. 간병일을 많이 하면 환자들한테 기를 뺏기고 건강이 나빠진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기를 안 뺏길 수 있는지요?
  • 내가 살고 있는 내 나라인 대한민국의 뜻은 무엇입니까. 국가에도 공식적으로 문의해봤는데 딱 정리해 놓은 것이 없어서 스님께 여쭤봅니다.
  • 친정어머니가 29년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 내가 엄마한테 불효한 것 같고, 가슴에 한이 됩니다. 5재까지 다 지냈어도 마음이 아직도 안 편합니다.
  • 남편의 폭언과 폭행으로 늘 불안합니다. 남편의 얼굴만 봐도 숨쉬기 힘들고 답답해요.
  • 108배를 하는 동안 다른 생각도 들고 집중이 안 됩니다. 어떤 기도문으로 절을 해야 편안해질 수 있을까요?
  • 장애를 가진 자가 출가를 하고 싶으면, 어떤 점이 어려운가요?
  • 물건을 잘 못 버리는 성격입니다. 깔끔하게 살고 싶은데, 물건에 대한 애착이 많아요. 간편한 생활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잘 버릴 수 있을까요?
  • 돈 욕심 많고,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고, 차별도 많이 하시는 어머니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됩니다.
  • 어릴 때 엄마가 외간 사람과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은 엄마를 웃으면서 만나고 싶어요.

대화를 모두 마치고 스님이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일단 부딪히고 깨지며 경험해보겠습니다.”
“병원에 상담받으러 갈게요.”
“말씀 감사히 잘 들었고, 스님과 약속한 것 드리고 가겠습니다.(박수)
“지구를 위해서 욕심을 버리겠습니다.”
“단순하게 살겠습니다.”
“평생 입 밖으로 안 낼 질문이었는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한 분은 스님에게 백만 원을 보시하고 가겠다고 약속해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스님은 오늘 참석한 모든 분들이 행복하길 기원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모두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청중이 강연장을 모두 빠져나가고 로비에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줄이 길어서 사인회만 30분이 넘게 진행되었습니다.

스님은 강연을 준비하느라 수고한 봉사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부산으로 출발했습니다.

저녁에 부산에서 강연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휴게소에 들르지 않고 쉼 없이 달려도 7시 직전에 도착할 것 같았습니다. 스님은 차 안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차 안에서는 원고 교정 업무를 보았습니다. 저녁 무렵 부산 근교에 다다르자 퇴근길에 차가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저녁 7시가 다 되어 강연이 열리는 부산 남구청에 도착했습니다. 박재범 남구청장님이 직접 스님을 환대해 주었습니다. 잠깐 차담을 나누고 7시 30분에 강연장에 입장했습니다.

큰 박수와 함께 다시 스님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 강연은 청년들을 위한 강연입니다. 그래서 강연의 제목도 ‘청춘 톡톡’입니다.

“서서 듣는 분도 계시네요.”

“요즘 즉문즉설 강연을 하려면 1000석이 넘어야 하는데, 오늘은 강연 장소가 좁은 이유는 청년들을 위한 강연이어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늙은 청년들이 끼여 있어서 자리가 비좁네요.” (모두 웃음)

스님은 남의 이야기를 하지 말고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후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2시간 20분 동안 8명의 청년들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에서 좋은 차, 좋은 집을 갖고 싶은 욕심이 다스려지지 않아 힘들다는 청년의 질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좋은 차, 좋은 집을 사고 싶은 욕심이 잘 다스려지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다른 욕심들은 잘 컨트롤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경제적인 부분에서 물욕이 강한 것이 고민입니다. 사업이 나쁘지 않게 운영되고 있어서 정말 남부럽지 않게는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차를 보면 그 차를 갖고 싶고,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고, 계속 욕심이 커집니다. 이게 내 욕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욕심 때문에 힘들다는 것도 알고는 있습니다. 그런데도 컨트롤이 안 돼서 괴롭습니다.”

“욕심을 내는 이유는 이익을 보기 위한 것인데, 욕심을 내서 괴롭다면 나에게 손해가 나는 거예요. 손해날 짓은 굳이 할 필요가 없으니까 욕심을 버리면 되잖아요. 그런데 질문자는 자기가 욕심내는 줄 이미 알고 있어요. 그러면 제가 할 말이 뭐가 있겠어요? 욕심을 없애는 것은 본인이 해야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욕심을 컨트롤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욕심을 내다가 패가망신을 하면 고쳐져요. (모두 웃음)

술을 많이 마시고 취해서 큰 병에 걸리거나 실수를 하면 술이 저절로 끊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재벌 3세들이 마약 하다가 걸려서 잡혀가는 거 뉴스에서 보셨죠? 그러면 고쳐져요. 저렇게 망신을 당해야 좀 고쳐집니다. 그게 싫으면 그전에 끊든지, 안 고쳐지면 그 대가를 호되게 치러보면 돼요. 예를 들어 ‘그거 쥐약이다’라고 일러줬는데도 쥐가 미련을 못 버리고 계속 묻습니다.

‘조금만 먹으면 안 돼요? 혹시 안에 쥐약이 안 들었을 수도 있잖아요. 먹는다고 꼭 죽는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이러면 저는 아예 흔쾌히 ‘그래, 먹고 죽어라’ 이렇게 대답합니다. (모두 웃음)

욕심내다가 고통을 좀 겪으면 돼요. 고통이 굉장히 심하면 자기가 저절로 ‘아, 이거는 좀 지나치니까 나한테 손해구나’ 하고 알게 됩니다.

지금 그게 욕심인지 원(願)인지도 한 번 살펴보세요. 돈을 벌고 싶다고 해서 그게 꼭 욕심인 건 아니에요.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것을 무조건 욕심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그게 안 됐을 때 괴로우면 욕심이고, 그게 안 됐을 때 ‘어, 이렇게 하니까 안 되네? 다음에는 저렇게 해봐야지’ 이렇게 연구를 하면 욕심이 아니라 원이라고 해요.

질문자가 욕심이라고 생각하면 버려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도전적으로 접근하면 됩니다. 돈을 벌고 싶은데 왜 괴로워요? 이렇게 해서 안 벌리면 저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서 안 벌리면 또 다르게 해 보면 되죠. 돈이 질문자를 위해서 일부러 기다려주는 줄 알아요? (모두 웃음)

그리고 좋은 차를 타고 싶은 건 질문자만 그런 게 아니라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그래요. 그런데 돈이 없는데 어떻게 타겠어요? 차만 보고 내내 부러워하면 자기만 괴롭죠. 돈이 없으면 그런 차가 주변에 다니든 말든 신경 쓰지 않으면 돼요. 돈이 있으면 사면 되고요.

저는 돈이 있어도 그런 차에 신경을 안 써요. 누가 비싼 외제차를 기부하겠다고 해도 절대로 안 받습니다. 누가 캠핑카를 준다, 뭘 준다 했지만 모두 안 받는다고 했어요. 준다고 다 받는 게 아니에요. 자기한테 필요 없다면 아무리 공짜라도 안 받아야죠. 그리고 돈이 없으면 안 사야죠. 돈이 있어도 안 사는데, 돈이 없는 주제에 왜 껄떡거려요? (모두 웃음)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괜찮아요. 그러면 자기가 노력해서 돈 벌어서 사면 돼요. 뭐가 문제예요?”

“마음에서 계속 욕심이 올라오니까 다스리기가 힘들어요.”

“다스릴 필요가 없다니까요. 다스리려고 하지 마세요. 다스린다는 건 억압한다는 뜻이잖아요. 억압하면 계속 올라옵니다. 본인이 직접 경험해보고 깨달으면 돼요. 예를 들어 여자 종아리를 만지고 싶다면 한 번 만져 보세요. 그리고 감옥 가서 1년 살면 돼요. 그러면 본인이 평가가 되잖아요.

‘여자 종아리를 만지고 싶긴 하지만 그걸 만지면 나한테 손해구나.’

그러면 만지고 싶어도 저절로 안 만져지는 거예요. 그런데 그 과보를 받기 전에는 이런 생각이 자꾸 들죠.

‘만진다고 꼭 감옥 갈까? 내가 만진다고 저 여자가 꼭 고발할 이유가 있을까?’

만지고 싶어서 저한테 이렇게 두 번 세 번 물으면 저는 ‘그래, 만져봐라’ 이렇게 대답합니다. 스님은 ‘그거 만지면 안 된다’ 이런 얘기는 안 해요. 안 된다고 해도 ‘그래도 만지면 안 될까요?’라고 물으면 ‘그래, 만져 봐. 만져보고 감옥 가서 1년 살다 와’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러니 너무 억제하려고 하지 마세요. ‘아, 내가 욕심을 부려보니 손해구나. 나만 괴롭구나. 그러면 그만둬야겠다’ 이렇게 생각해야죠.”

“방금 돈을 벌려고 이리저리 궁리하고 노력하는 건 욕심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이루어지지 않아도 괴롭지 않으면 욕심이 아니에요. 돈을 벌더라도, 첫째, 불법 행위를 해서는 안 돼요. 둘째, 부도덕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법은 안 어겼다 하더라도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을 일은 해서는 안 돼요. 비난받을 일을 하면 자기한테 손해입니다. 지금은 작은 이익이 생긴다 하더라도 나중에 큰 손실을 본다면 그 일은 안 해야죠. 셋째,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본인이 생각할 때 그걸 했을 때 자기한테 손해가 난다 싶으면 현명한 사람은 그 일을 안 해야 합니다.

그 외에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도 돼요. 젊을 때 뭐든지 해보세요. 뭘 그리 망설여요?

그런데 사람들은 돈은 펑펑 쓰고 싶고, 벌기는 싫어해요. 여자든 남자든 사귀고는 싶고 책임은 안 지고 싶어 하고요. 그건 이루어질 수가 없어요. 여러분은 항상 선택하고 싶어 하면서 책임은 안 지려고 해요.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하고, 갚는 게 힘들면 아무리 돈이 궁해도 빌리지 말아야 해요. 그 외에 다른 길은 없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욕심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 9살 때 어머니가 이혼하고 재혼을 했는데, 나와 인연을 끊으려고 해요. 제가 무엇을 잘못했지 이런 생각에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 같습니다.
  • 수행은 속세에서 해도 되는데, 스님은 왜 머리를 밀고, 법복을 입고 계율을 지키며 수행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남자 친구를 결사반대합니다. 어떻게 하면 축복받으며 결혼을 할 수 있을까요?
  • 광활한 우주 속에서 100년 사는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씀이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말과 상반되는 것 같습니다.
  • 온라인 쇼핑몰을 5년 정도 운영해서 돈도 많이 벌었어요. 지금은 예전처럼 의욕적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 듭니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 저는 지적 장애 3급입니다. 말을 더듬거려서 면접 공포증이 있는데, 어떻게 취업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전기 관리사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 성격이 강하고 무섭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저의 이상형은 외유내강인데, 어떻게 하면 성격을 바꿀 수 있나요?
  • 풍족하게 지내고 싶어 계속 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저보고 청춘을 갉아먹고 있다고 합니다. 청춘을 제대로 사는 것은 무엇인가요?
  • 공무원 시험을 세 번째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입니다. 나태해질 때마다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은 질문자들에게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엄마를 많이 원망했는데, 엄마를 이해하고 내 삶을 살겠습니다.”
“출가해서 스님이 되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저는 속세가 좋습니다.”
“한결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이제 돈을 저금하겠습니다.”
“괴롭지 않게 살겠습니다.”
“오늘 집에 가서 다짐을 벽에 써서 붙이겠습니다. 아침저녁으로 그걸 보고 행동하겠습니다.”

지적 장애인 3급인 청년은 큰 목소리로 소감을 말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장애인 복지관과 상담한 후에 나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보겠습니다.”

어느 때보다 청중의 박수 소리가 컸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청년들을 위해 격려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요즘은 어디서든 젊은이들의 어려움을 위로해 주라는 추세인데, 법륜 스님만 유독 야단만 쳐서 기분이 나빠요?”

“아니오.” (스님 웃음)

“네, 저도 물론 젊은이들이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여러 가지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제일 중요한 것은 주택 문제를 해결해줘야 해요. 젊은이들이 몇 년 노력하면 작더라도 자기 집을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세대는 비록 가난했지만 5년이나 10년쯤 직장 생활하면서 저축하면 집을 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여러분이 30년 동안 일하고 받는 월급을 하나도 안 쓰고 모은다 해도 자기 집을 사기가 어려워졌어요. 이런 부동산의 고공행진은 가만히 있어도 10년쯤 지나면 해결이 됩니다. 차차 떨어지기 시작할 거예요. 그러나 주택이라는 건 거주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주택을 재테크나 투기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주택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 겁니다. 주택을 재산을 부풀리기 위한 목적으로 쓰는 행위를 막는 제도를 시행해야만 지금의 주택 문제가 해결될 수 있어요.

둘째, 여러분이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는 자녀 교육이 한 원인입니다. 자녀를 낳으면 세 살 때까지는 엄마가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아이를 심리적으로 안정되게 잘 키우면 훗날 청소년 문제를 미연에 막을 수 있어요. 그래서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는 엄마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3년 유급 휴가를 줘야 해요. 3년 유급 휴가를 주는 것이 재정적으로 어렵다면 1년은 유급 휴가로 처리하고 나머지 2년은 무급 휴가라도 줘야 합니다. 그러면 경력 단절을 막을 수가 있죠. 이런 제도적인 장치가 갖춰져야 합니다.

여러분도 이걸 위해서 사회적 운동을 해야 해요. 당장 내년에 선거가 있잖아요. 그럴 때 정책을 보고 찍어야 합니다. 그런데 선거 때만 되면 ‘에이, 다들 꼴 보기 싫다’ 이러면서 투표를 안 해요. 또 투표하러 가서는 ‘종교가 뭐냐, 우리 동네 사람이냐, 우리 동창이냐, 김해 김 씨냐’ 이런 거 가지고 찍으니까 개선이 안 됩니다. 투표를 할 때는 항상 정책이 어떠냐를 봐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 정책이 어떠냐?’
‘빈부 격차를 줄이는 정책이 어떠냐?’
‘청년들을 위한 육아 정책이나 주택 정책이 어떠냐?’

이런 기준을 갖고 선택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셋째, 건강 문제를 국가가 챙겨줘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제도는 어느 정도 잘 갖춰진 나라에 속합니다. 전 세계에서 의료보험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 10위권에 들어간다고 할 만큼 괜찮습니다. 다만 장애나 불치병 같은 부분은 아직 좀 부족해요. 한 사람이 그런 특수한 병이나 장애가 생기면 가족 전체가 불행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문제는 빨리 해결해줘야 해요. 가족이 감당할 수 없는 병은 국가가 책임져줘야 부모님이 편찮으시든 자식에게 장애가 생기든 어떤 일이 생겨도 나머지 가족이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살 수 있어요. 일반적인 의료는 잘 돼 있지만 이런 면은 제도적으로 아직 좀 부족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뭘까요? 여러분 자신이 행복해야 한다는 거예요. 학교에서 공부할 때도 행복하게 공부하세요. 왜 불행하게 공부를 합니까? 지금 여러분은 어떤 학문도 선택할 수 있고, 선택의 폭이 넓잖아요. 법륜 스님이 지금 물리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해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여러분한테는 그런 선택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것만 해도 엄청난 자유예요. 여러분의 나이, 그 청춘만 갖고도 여러분은 엄청난 부를 갖고 있는 것과 다름없어요.

시간이 흐르면 경험은 많아지지만 선택의 폭은 계속 좁아집니다. 여러분은 지금 연애를 할 자유도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애를 낳을지 말지를 결정할 자유도 있고, 직업을 뭘 선택할지의 자유도 있고, 선택의 폭이 넓잖아요. 어쩌면 선택의 폭이 너무 넓고 자유가 너무 많이 주어져서 지금 방황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만 해도 선택의 폭이 넓지 않고 좁아요. 스님 생활을 50년 했고 나이도 67세 정도 됐으면 죽으나 사나 이것밖에 길이 없어요. 이게 더 좋아 보여요? 좋아 보이면 저하고 바꿉시다. (모두 웃음)

자기가 얼마나 좋은 조건에 있는지에 대해 좀 자각이 있어야 합니다. 자꾸 자기 조건을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끝이 없어요. 본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좀 가벼운 마음으로 삶에 임하면 좋겠습니다.” (모두 박수)

스님은 강연을 준비한 청년 정토회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수고했다고 격려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산을 출발해 두북 정토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8시에 서울 정토회관을 나와 밤 11시까지 길 위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한 후 저녁에는 포항에서 시민들을 만나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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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문제,노인빈곤문제ㆍ종합적인 빈곤층문제‥가족내 환자간병문제등‥시급한 문제들이 정말많죠ㅠ고양 강연 가고싶었는데‥ㅜ질문중 29년전 어머니 교통사고로 돌아가신분,5재?까지 지내셨다는게 무슨말인지‥ㅜ스님,차가운 김밥 ㆍ그렇게 차안에서 드시면 ㆍ체하시지않으신지ㅠ에휴 고단하시겠네요ㅜㅜ

2019-11-17 00:38:51

송미해

삶에 지혜 잘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9-11-16 21:00:11

규원

욕심내지않고 가벼운마음으로 도전하며 살겠습니다.스님
항상지혜로운 혜안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11-16 14: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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