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10.21 달라이 라마 성하 법회
“달라이 라마를 만났습니다”

다람살라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산속의 맑고 차가운 공기가 코 끝에 와 닿습니다. 스님은 아침식사 전에 숙소의 앞마당에 화분과 마당 아래 작은 밭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울타리에 빈 병들이 매달려 있었는데, 스님이 유리병 안에 전구가 들어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병 밑바닥을 떼어내고 전구를 넣어 다양한 빛을 만들고, 전구를 보호하도록 한 것입니다.

6시 30분에 아침을 먹고, 7시 30분에 달라이 라마 사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기슭에 세워진 건물들이 참 신기했습니다

8시에 달라이 라마 사원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습니다. 건물 입구에서 줄을 서서 들어갔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지난 2003년에 인도 최극빈지역 중 하나인 둥게스와리(Dhongeshwari) 지역에 법륜 스님이 세운 수자타 아카데미(Sujata Academy)를 전격 방문하여 학생들을 격려하고 법회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봉사를 하다가 강도의 총에 맞고 돌아가신 설성봉 거사의 추모비에 헌화한 후 보리수를 기념식수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불자들이 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자비심을 베풀고 있음을 격려하면서 천민 마을의 아이들도 함께 축복해 주었습니다.

2003년, 인도 수자타아카데미를 방문한 달라이 라마
▲ 2003년, 인도 수자타아카데미를 방문한 달라이 라마

2003년, 설성봉 거사님을 추모하며 심은 보리수
▲ 2003년, 설성봉 거사님을 추모하며 심은 보리수

16년 전 심었던 보리수나무도, 아이들도 자랐습니다
▲ 16년 전 심었던 보리수나무도, 아이들도 자랐습니다

사원 안에 들어서자 INEB 회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동남아 스님들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스님에게 인사를 하러 찾아왔습니다.

이번 행사를 진행하는 Deer Park 스탭, INEB 본부 스탭을 비롯하여 INEB 정토회 투어에 참여했던 스님들을 모두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해가 지날수록 스님의 법문과 정토회가 동남아 불교에 널리 알려지고 있음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스님에게 이번 행사에 꼭 와달라고 부탁한 술락 박사님도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지난 6월에 방콕에서 만난 후 4개월 만에 스님과 다시 만났습니다. 두 분 다 환한 미소로 두 손을 꼭 잡고 서로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접수처에서는 철저하게 보안 검색을 했습니다. 카메라, 핸드폰, 녹음기 등 모든 전자제품은 반입을 금지했습니다. 한 사람씩 검색을 마치고 나서 법회가 열리는 장소로 들어갔습니다. 달라이 라마가 법회를 하는 건물 마당에 들어서자, 밝은 햇살과 함께 꽃나무가 있어 조용하고 평화로우면서 소박한 분위기였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자 눈 앞에 장엄한 히말라야 산맥이 펼쳐졌습니다.

검색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참가자들이 모두 모이는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습니다. 참가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법회는 바로 시작되지 못하고 예정되었던 시간이 한 시간 정도 지연이 되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스님은 눈을 감고 조용히 명상을 했습니다.

10시가 조금 넘어서 오랜 기다린 끝에 드디어 달라이 라마 성하를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슐락박사님이 달라이 라마 성하를 맞이하였습니다.

먼저 슐락 박사님의 소개로 법륜스님은 INEB을 대표해서 달라이 라마 성하께 나무로 된 고행상을 드렸습니다. 달라이 라마 성하께 드리기 위해 특별히 주문 제작하여 보광 법사님이 보드가야에서 15시간 기차로 델리까지 가지고 오고, 다시 국제국 활동가들이 12시간 버스로 운반한 정성이 담긴 고행상입니다. 달라이 라마 성하께서는 "부처님께서 6년간 명상하시던 모습이네요"라고 하시며, 고행상에 머리를 대고 경의를 표하며 감사히 받으시고 불단 위에 올려두게 했습니다.

스님은 2003년 달라이 라마 성하께서 수자타 아카데미에 방문했을 때 함께 찍었던 사진들을 모은 사진첩도 함께 드렸습니다. 그때 심은 어린 보리수나무가 이제는 큰 나무가 되었고, 함께 사진 찍은 아이는 이제 성인이 되어 한 가족의 가장이 되었습니다.

법회는 진지하면서도 밝은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습니다. 달라이 라마 성하의 즉흥적인 농담에 사람들도 즐거워하며 웃었습니다.

태국 스님들이 앞좌석을 다 메울 정도로 많자, 달라이 라마 성하는 법문 중에 갑자기 태국식 승복을 가져달라고 하여 바로 그 자리에서 입었습니다. 부처님의 법이 머리에 있고 가슴에 있는 것이지 옷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며, 태국식 승복을 걸치는 달라이 라마 성하의 행동에 모두들 웃었습니다. 그러나 태국 스님들 앞에서 예를 갖추기 위해 승복을 하나 더 입은 것으로 스님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스님도 고개를 끄덕이며 시종일관 법문에 집중했습니다.

“우리 인간들은 모두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들이 만들어낸 문제들로 행복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우리’와 ‘그들’로 분리하는 데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종교라는 이름으로 분쟁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많은 종교의 갈래가 있고 불교 안에도 분파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종교가 자애로움과 사랑을 근간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자신의 가르침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질문을 던지라고 했습니다. 그런 말씀을 근거로 티베트 불교의 큰 스승들은 부처님 가르침을 확정적으로 받아들일 것과 해석이 필요한 것으로 구분했습니다. 티베트 불교 경전은 부처님이 말씀하신 경전 108권과 후대 스승들이 설명한 논장 225권이 있습니다. 이것을 과학, 철학, 종교의 세 가지로 다시 분류했습니다. 과학과 철학 부분은 객관적이고 지식적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달라이 라마 성하께서는 남방불교가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 특히 계율을 지키는 전통을 계승했다고 했습니다. 성하께서는 온 인류가 하나임을 다시 되새겼고 인간적인 가치를 배양하고 여러 종교가 조화롭게 어울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티베트의 언어와 문화, 자연환경을 유지 보존하는데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고대 인도의 지혜가 현대 심리학보다도 훨씬 앞서 있음을 강조하며 그러한 전통을 되살리는데 힘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현대사회 젊은이들이 정신적으로 아프고 우울한 이유는 교육 시스템이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가르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지 않기 때문이며 이것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맹목적인 믿음으로서가 아니라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접근하며 탐구하고 분석해 가야 한다는 말씀은 법륜스님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접근하는 방식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한 시간여 동안 법문을 하신 뒤 질문을 받았습니다. 남방 스님들은 12시 이전에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짧게 질문 2개만 받고 마쳤습니다. 비구 - 비구니 - 넌 - 재가자 순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법회를 마무리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달라이 라마 성하께 선물을 드리고 경의를 표했습니다. 사진 촬영을 모두 마치자 법륜 스님은 퇴장하는 달라이 라마 성하께 합장으로 인사를 드렸고 성하님은 온화한 미소로 스님의 손을 맞잡았습니다.

달라이 라마 법회가 끝나고 간단하게 티베트 음식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 곳에서 11년째 티베트 불교를 공부 중인 비구니 스님의 안내로 식당을 찾아갔습니다.

오후 2시가 넘어 INEB 대회의 모든 참가자들이 버스 3대로 콘퍼런스가 열리는 디어 파크 수련원 (Deer Park Institute)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대형 버스로 이동을 하는데, 일차선으로도 좁아 보이는 길을 마주오는 차를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며, 구불구불 가파른 도로를 달렸습니다. 산 아래로 내려가면서 중간중간에 위치한 마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좁은 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두 시간 반을 달려 디어 파크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버스가 목적지를 지나치는 바람에 뒤로 돌아가야 했으나 길이 좁아 차를 돌릴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쩔쩔매는 사이, 스님이 핸드폰으로 구글 지도를 검색하여 보며 앞장섰습니다. 모두들 긴 행렬로 따라왔습니다.

티베트인들이 집단으로 사는 지역에 위치한 디어 파크 수련원은 소박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예전에는 절이었다가 현재는 다양한 불교 관련 워크숍 및 명상 등을 진행하는 수련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3박 4일 동안 ‘깨달음의 문화’라는 주제로 콘퍼런스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스님은 도착하자마자 법당에서 삼배를 드리고 옥상으로 올라가 주위를 살폈습니다. 석양이 멋지게 지고, 하늘에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나르고 있었습니다. 수련원 안에 쓰레기 제로 운동 및 환경 보호 관련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저녁식사 후, INEB 관계자들과 식당에서 가볍게 회의를 했습니다. 각자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스님은 큰 행사를 주최하는 INEB와 재정 적자로 힘들어하는 디어 파크 수련원에 보시를 했습니다.

회의 후에는 내일 INEB대회 기조연설 발표 준비를 했습니다. 발표 주제는 ‘일상의 깨달음’입니다.

새벽부터 이동을 많이 하여 몸은 피곤하지만, 맑은 공기와 대자연 속에서 40여 개 국에서 온 스님들과 불자들이 같이 있으니 재충전되는 것 같습니다. 산속 마을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전체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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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희

정토회가 지향하는 바와 다르지 않네요.
고맙습니다~

2019-12-06 09:41:35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11-30 18:57:28

진달래

온세상이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언제 어디서나 스님 간강하시길

2019-11-18 08: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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