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하루

2019.10.11 발우공양
“사람이 중요해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정토회 서울 공동체의 발우공양에 참석해 ‘깨달음’에 대해 법문을 한 후 1박 2일간 중국으로 출장을 갔습니다.

진주 강연을 마치고 새벽 1시에 도착한 스님은 잠깐 눈을 붙인 뒤 4시 30분에 일어나 예불을 드리고 108배와 명상을 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나서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어제 두북에서 다듬어서 가져온 고춧잎이 반찬으로 나왔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친 후 대중대표가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하자 스님은 고구마를 캔 이야기를 하면서 깨달음이 무엇인지 알려주었습니다.

“고구마는 잘 캤습니다. 평균적인 고구마 수확량보다 적었어요. 주위에서도 올해는 고구마 수확량이 줄었다고 해요. 그 사실을 알고 고구마를 캐니 생각보다 많이 나오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고구마를 다 캐고 소감을 나누는데 한 행자님이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올해 쓰러진 벼도 세우고 고추도 따고 고구마도 캐보니, 내가 먹는 음식이 참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우리가 입고 있는 옷, 먹는 음식, 타는 차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내게 오는지 사실을 알면 저절로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또, 물건 하나하나가 소중한 줄 알게 되고, 저절로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물건을 소중하게 여겨라, 아껴 써라, 감사해라.’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사실을 사실대로 알게 되면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래라저래라 하기보다는 항상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록 가르쳤습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알면 괴로움이 없어지고, 불만이 없어지고,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천지자연의 은혜에, 만 중생의 은혜에 감사하게 돼요. 아이를 키워보면 아이에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노고를 알면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드는 거죠.

그래서 깨달음은 특별한 게 아니라 사실을 사실대로 알아차리는 거예요. 우리가 괴로운 건 무슨 죄가 많아서, 사주팔자가 나빠서가 아니라 사실을 사실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사실을 사실대로 아는 것을 지혜라고 합니다. 실상을 보면 모든 것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 존재하고, 항상 하는 것이 아니라 늘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변화가 느리면 변하지 않는 것 같지만, 긴 시간 동안 관찰하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어요. 이처럼 불교 철학은 어떤 주장이 아니라 사실을 관찰한 내용을 정리한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식의 오류 때문에 사실을 잘못 알고 있습니다. 사실을 잘못 아는 이유는 여러 가지예요. 우리가 관찰하는 범위가 좁고 시간은 짧기 때문에 한계가 있잖아요. 또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업식이 달라서 편견이 생길 수도 있어요.

괴롭지 않으려면 상대를 탓하지 말고 눈을 자기 쪽으로 돌려서 어떤 사실을 잘못 알고 있는지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면 설령 괴로웠다 하더라도 금방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어요. 사람은 누구나 괴로울 수도 있고, 화낼 수도 있고, 미워할 수도 있지만 수행자라면 그것을 움켜쥐고 꽁해있지는 말아야 해요. 미움이 일어나면 금방 ‘또 놓쳤구나!’하고 자각하고 본래 자리로 돌아오는 맛이 있어야 합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면 괴로울 일이 없고, 괴로울 때는 무엇을 잘못 알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수행자의 관점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해외에서 온 활동가들의 안부를 물으며 몸이 아프면 치료를 받고, 심리적 문제라면 수행적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인도에서 온 행자님은 마음이 어떤가요?”

“인도에서나 한국에서나 쉴 때 눈치가 보이고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해요”

“행자님은 인도에서 생활이 긴장이 됐어요?”

“인도에서 활동한 지 3년이 다 돼가는데요. 첫 해에는 많이 긴장했고. 작년부터는 좋아졌어요.”

“뭐 때문에 주로 긴장하나요? 언어 장벽 때문에 긴장이 돼요?”

“첫 해에는 말이 안 통해서 답답했어요. 작년에는 FCRA 보고서를 등록할 때 긴장했어요. 평소에는 그렇지 않은데 업무의 기한이 정해져 있으면 마음이 불안해요. FCRA 등록이 안 되면 사업적으로 문제가 생기니까요. 중요한 업무를 기한에 맞춰서 해야 될 때 긴장이 되고 조바심이 납니다.”

“그러면 소화가 잘 안 돼요?”

“원래 장이 좋지 않아서 소화가 잘 안돼요.”

“원래 체질이 허약한 사람이 정상인처럼 욕심을 내서 일을 하는 건 좋은 게 아니에요. 현실에 맞게 일을 하지 않는 거예요. 정말 몸이 피곤하고 아프면 법사님한테 얘기하고 근무시간 중 오전에 쉬든지 중간에 두 시간을 점심에 쉬든지 하면서 자기 몸을 조절해야 해요.

그런데 신체에 병이 없는데도 하기 싫은 마음이 들면 자꾸 몸이 아플 수 있습니다. 아프다는 핑계를 잡고 자꾸 누워있으면 심리가 더 위축돼요. 정면으로 부딪쳐서 극복을 해버려야지 자꾸 물러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수행할 때는 어떤 일이든 해보는 거예요.

실제로 몸이 아플 때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그래서 저는 몸이 안 좋다고 하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도록 합니다. 다리가 부러졌든지 위가 나쁘든지 진단을 받으면 딱 치료를 받아야 해요. 별 증거가 없는데 늘 아프다면, 무의식적으로 내키지 않기 때문에 몸이 자꾸 아픈 것처럼 착각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그럴 때는 과감하게 도전을 해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건강을 조금 더 회복해서 인도로 가는 게 좋겠어요. 인도에서 아프면 인도 의사에게 치료를 받아도 돼요. 인도에서도 14억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인도 의사들에게 진료받고 잘 살잖아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아플 때 조금이라도 빨리 안 나으면 ‘인도 의사라 잘 모르는 것 아닐까? 한국 가면 치료가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서 두려운 거예요. 인도에 14억 명이나 잘 사는데 왜 못 살겠어요? 아주 특별한 병이 아니면 현지에서 치료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미얀마에서 댕기열은 우리가 감기 걸리듯이 자주 걸리는 병이에요. 현지에서도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얀마에 간 한국 사람이 댕기열에 걸리면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니까 놀라서 얼른 비행기 태워서 방콕으로 데려가요. 거기서도 치료가 빨리 안 되면 한국까지 데려옵니다. 몇 만 원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도 몇 백만 원이 들어요. 그만큼 안전을 중요시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기도 합니다. 행자님은 아직 건강에 대해 확신이 없는데 인도로 돌아가면 또 아파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 충분히 자기를 살펴서 치료를 받고 가도록 하세요.

필리핀에서 온 행자님은 손목이 아프다면서요. 손목이 아프면 치료를 해서 한 달이면 한 달, 두 달이면 두 달, 석 달이면 석 달 치료를 해서 나아야 해요. 그런데 필리핀에 가서 일을 마무리해놓고 다시 한국에 와서 치료하고 싶다고 했다는데 제가 보기에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예요. 그건 별로 안 아프다는 얘기예요. 정말로 손목이 아프면 그럴 수 없습니다. 긴급한 사안이 아닌 이상은 치료를 먼저 받아야죠. 손목에 깁스를 하거나 붕대로 고정시켜서 손목을 안 써야 돼요. 자꾸 이렇게 손목을 쓰면 더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일을 하다가 멈춘 상태니까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에요. 저도 충분히 이해해요. 그런데 제가 객관적으로 전체 사업을 볼 때 그 사업은 지금 안 해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필리핀에서는 그 일을 안 하면 큰일 나는 것 같지만 사람이 더 중요하지, 사업이 더 중요한 게 아닙니다. 행자님이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다른 사람을 보내서 그 일을 해도 됩니다. 잠시 필리핀에 갔다가 다시 온다는 이런 생각을 안 해야 돼요. 그래서 판단을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늘 눈치 보고 위축돼서 살아야 하잖아요. 그러지 말고 법사님들과 의논해서 결정하세요. 우리가 하는 일이 다 잘 살려고 하는 일인데 일에 너무 집착하지 마시고요.

의사가 치료가 우선이라고 해도, 아주 급한 일이면 일주일 동안 일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건 괜찮아요. 인도에서 온 행자님처럼 관공서에 일주일 안에 신고를 해야 한다면 손이 아무리 아파도 비행기 타고 가서 일주일 만에 일을 정리하고 돌아올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런데 몸이 안 좋은데 급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필리핀에 몇 달 있다가 다시 한국에 와서 치료를 받는 건 이치에 맞지 않아요. 자기 몸은 자기가 가장 잘 아니까 가기 싫거나 다른 미련 때문에 그러는 거면 자기 의견을 정확하게 표현해야 해요. 하기 싫어서 아픈 거면 수행적으로 지도를 받아야 되고, 정말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됩니다.

두 분이 다 몸이 안 좋은데 인도 파견자는 FCRA 때문에 고생하고, 필리핀 파견자는 활동가가 부족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필리핀에 사람을 보내 주지는 못할망정 북한 지원까지 하느라 긴급 호출이 되면서 활동가가 줄었습니다.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다들 수고 많이 하셨어요. 다들 가을철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농사를 딱 전담하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농사를 짓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실무자들에게 많은 부담이 된 것 같아요. 내년에는 조금 더 계획을 세워서 여러분에게 무리가 안 가도록 해보겠습니다. 저는 오늘 중국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아침에 갔다가 내일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기운을 낸 대중들은 각자의 부서로 돌아가서 기쁜 마음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발우공양을 마친 후 스님은 인천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이제 막 아침해가 뜨고 있었습니다.

10월 12일

스님은 중국에서 일정을 보낸 후 12일(토) 오후 3시에 김포공항으로 귀국했습니다.

공항을 나온 스님은 가는 길에 김제동 씨 집에 잠깐 들렀습니다. 김제동 씨가 최근에 MBC 라디오 굿모닝 FM과 KBS 오늘 밤 김제동 프로그램을 모두 마무리 지었다고 해서 모처럼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한강 위로 파란 가을 하늘이 펼쳐졌습니다.

“제동 씨는 요리를 안 해 먹기 때문에 집에 반찬이 없을 텐데... 시장을 좀 봐서 가자.”

가는 길에 있는 재래시장에 장바구니를 들고 들어갔습니다.

“두부 한 모만 주세요.”

두부를 담아주다가 스님의 얼굴을 본 가게 아주머니가 깜짝 놀라며 말했습니다.

“가만있어 보자. 어디서 본 분인데. 법륜 스님?”

가게 아주머니는 스님이 반가워서 어쩔 줄을 몰라했습니다.

“정말 반가워요. 유튜브에서 매일 스님 강연을 듣고 있어요. 화면보다 훨씬 젊으시네요.”

“젊기는요. 70이 다 되어 가는데!”

채소를 비닐봉지에 담아주려고 하는 아주머니에게 스님은 장바구니를 내밀었습니다.

“우리는 비닐을 안 써요. 장바구니에 담아 주세요.”

시장통 이곳저곳을 지나가다가 반찬 가게를 만났습니다.

“도라지 무침 좀 주세요.”
“더덕 무침 좀 주세요.”
“사과 어느 게 맛있어요?”

채소와 과일을 사서 김제동 씨의 집에 들어섰습니다.

“그냥 오시지 뭘 또 사 가지고 오셨어요? 시켜서 먹으면 되는데.”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스님은 곧바로 부엌으로 가서 된장국을 끓였습니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 하겠어? 총각 두 명이 같이 요리해서 먹으면서 이야기하지 뭐.”

각종 채소를 썰어서 스님의 전공인 된장국을 끓였습니다.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방안에 가득 퍼졌습니다.

“자, 이제 다 됐다. 밥 먹읍시다!”

스님이 된장국을 끓이고, 김제동 씨는 쌀을 씻어서 밥을 했습니다.

두 총각의 소박한 저녁 식사가 드디어 완성이 되었습니다. 맛있게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난번 고액 강연료 말썽이 난 이후 처음 만났습니다.

“방송이 없으면 뭐 먹고살아요? 강연을 많이 다니세요.”

“강연 요청이 하나도 안 들어와요. 앞으로 계속 강연 요청이 안 들어오면, 회사 유지하기도 어려워요.”

“그럼 시간이 나겠네. 나하고 같이 무료 강연 좀 다녀요. 시간 날 때 복을 지어야지.”

“바빠요.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하잖아요. 방송이 끝나니까 약속이 물밀 듯이 찾아와서 바빠 죽겠습니다. 내일은 삼척에 수해 복구 활동을 하러 갑니다.”

“수해 복구 가는 것은 잘한 일이에요. 나는 지난주에 갔다 왔어요.”

“혼자 요리해서 먹으려면 귀찮고, 막상 요리해 놓으면 남는 것이 더 많으니까 요리를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귀찮더라도 밥을 꼭 해 먹고 다녀야 해요.”

두 분의 대화는 편안해 보였습니다. 방송이 끝나서 그런지 김제동 씨의 얼굴도 한결 가벼워 보였습니다.

“밤을 주워 왔는데, 삶아 줄게요.”

식사를 마치고 스님은 두북에서 직접 주워온 밤을 삶았습니다. 숟가락으로 밤을 퍼먹으며 다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밖으로 나오니 보름달이 높이 떠올라 있었습니다.

“잘 지내세요. 내일 새벽 6시에 문경 수련원에서 강의가 있어서 지금 내려 가봐야 해요. 강연 봉사 잊지 마세요. 한가할 때 복을 많이 지어야 해요. 그래야 먹을 것이 생기지.”

밤 9시에 서울을 출발해서 11시에 문경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경전반 특강 법문을 한 후 오후에는 동국대에서 의료인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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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김제동씨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11-24 15:05:06

무지랭이

여기 총각 하나 추가요~^^ 감사합니다_()_

2019-10-16 21:25:52

고경희

복을 짓다.

2019-10-16 01: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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