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하루

2019.9.19 워싱턴 D.C 영어권 수행자 모임
“이민을 갈지 말지 고민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한미경제연구소(KEI) 대표 캐슬린 스티븐스 님을 만나고 오후에는 영어권 수행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미주 정토회관 상주 대중과 함께 예불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전에 업무를 보고 간단히 요기를 한 뒤 한미경제연구소로 출발했습니다.

한미경제연구소에 도착하니 캐슬린 스티븐스 님이 스님을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캐슬린 스티븐스 님은 주한 미국대사와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부서의 수석 부차관보를 역임했습니다. 스님은 대표님이 동아태 수석 부차관보를 역임하던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북미관계 개선, 북핵문제 해결,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문제 해결을 주제로 만나왔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스님은 최근 JTS가 대북 인도적 지원으로 북한에 옥수수 1만 톤을 지원했던 것과 북한을 방문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현재 상황과 북미 간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두 분은 오랜만에 만났지만 어제 만났던 것처럼 활발하게 토론했습니다.

“2005년에는 북한이 아직 핵무기를 테스트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핵보유국이 아니었지만, 2018년과 2019년은 북한 스스로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지금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게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유리한 측면도 있습니다. 첫째,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만약 핵을 폐기한다고 하더라도 ‘필요하면 다시 만들 수 있지 않느냐?’라고 내부를 설득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둘째,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협상에 직접 나섰습니다. 그래서 뒤로 물러나기가 좀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어쨌든 북한은 이 협상을 성사시키고 싶어 합니다. 뒤로 물러나려면 굉장한 핑계가 있어야 합니다. 2005년에는 핵무기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 협상을 연기시켜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협상을 연기시킬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물론 북한 입장에서는 안전을 보장받아야 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는 입장이고, 북한은 그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의 입장은 안전 보장이 이뤄진 뒤라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입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로는 성사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협상을 담당하는 실무자에게는 권한이 없습니다. 실무 회담 갖고는 큰 진척을 이뤄내기가 어렵습니다. 북미 정상 간의 합의를 토대로 한 톱다운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스님 말씀대로 실무진이 만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습니다. 평양에서 전문가들이 모여서 초안을 만들고, 그 안을 최고 지도자가 합의하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북한의 체면도 살리고, 하노이 회담의 실패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안조차 실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신뢰 관계가 아직 확보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실무 논의가 필요하긴 한데, 양 정상이 어느 정도 결정한 범위 안에서 실무적으로 합의해 나가야 추진하기가 쉽습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하면 어렵습니다.”

“톱다운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제가 우려하는 것은 실무자들끼리의 접촉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다’라고 표현하지만, 북한은 ‘미리 합의를 대충 해놓았는데, 회담장에서 미국이 추가로 더 요구하면서 약속을 깼다’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북한의 시스템이 갖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미국도 이제 ‘합의는 포괄적으로 하고, 실행은 단계적으로 하자’라고 입장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미국은 북한에게 ‘핵시설에 대해 신고를 먼저 해라. 그래야 우리가 믿을 수 있지 않느냐’라고 요구하지만, 북한은 신고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만약 회담이 결렬되면 신고한 핵시설이 공격 목표가 되지 않느냐는 겁니다. 그리고 신고를 제대로 했는지, 안 했는지가 또다시 논쟁거리가 된다는 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먼저 폐기하는 겁니다. 영변은 공간이 딱 정해져 있으니 시비 거리가 안 생기니까요. 검증도 가능하고요.

그래서 하노이 회담 때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고 결심을 굳혔어요. 한국 대통령에게도 영변 핵시설은 폐기할 수 있다고 의중을 이야기했고요. ‘영변 핵시설만 폐기하면, 경제 제재를 어느 정도 풀어줄 것이다’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렇게 안 될 수도 있다고 실무자 중 누군가가 보고를 했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어요. 북한 입장에서는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기로 결정하기가 어려웠지, 결정만 되면 경제 제재 문제는 자동적으로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막상 회담장에 와서 이 부분이 합의가 안 되니까 북한 최고지도자가 큰 충격을 받은 겁니다. 그래서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아라’라고 요구한 겁니다.

북한도 이 문제를 풀려고 하는 의지가 있습니다. 회담하는 척하면서 시간을 벌려고 할 이유가 없어요. 미국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게 지금 가장 큰 문제입니다. 북한은 ‘이 사람과 이야기하면 믿을 수 있는가?’ 이것을 늘 궁금해합니다.

어쨌든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을 때 북한과 첫 합의를 이뤄내기가 가장 용이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엘리트 계층이 접근하는 스타일로는 북한과 합의를 이뤄내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있을 때 첫 스텝을 밟고, 그다음에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다른 정부가 들어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쨌든 첫 스텝을 밟아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기 때문에 다음에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나오더라도 다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북한은 미국의 정권이 바뀌면 합의한 내용이 다시 바뀌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이 있어요. 북한의 이런 불안을 불식시켜 주기 위한 대화를 계속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오늘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연구소에도 스님의 말씀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비건 대표를 만나면 스님의 뜻을 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영어권 정토 수행자들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10여 명이 함께 천일결사 정진을 하고 마음 나누기를 하는데 모두 서로 멀리 떨어져서 살고 있습니다. 오늘 모임을 위해 세 명은 미니애폴리스와 시애틀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습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드류 : 저는 1년 전에 처음으로 즉문즉설을 들었습니다. 스님의 답변대로 하는 게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즉문즉설을 듣고 나 자신의 문제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나 자신을 점검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미니애폴리스 정토영어모임에서 스님의 영상을 보고 어떤 교훈을 배웠는지, 그것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토론하는 수업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저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절과 명상을 하고 온라인으로 미국인 수행자들과 마음 나누기도 하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제 인생에 스트레스가 많았었어요. 정토를 모르는 제 친구들이 저한테 긍정적인 변화를 한 것 같다고 얘기합니다. 계속해서 이 수행을 하고자 합니다.

지난달에는 문경 정토수련원과 서초동 정토회관도 방문해봤어요. 발우공양을 두 번 했습니다.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문경에서 수행자들이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으로 사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학교 때 환경 수련(Retreat)이라는 수업을 했었는데 그 생각이 다시 나면서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크리스토퍼 : “스님 워싱턴에서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지난 행자대회 때 시애틀 법당에 오셔서 설거지도 해주시고 나무도 잘라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시애틀 정토법당에 4월부터 다녔습니다.

정토회를 만나기 전에 저는 캘리포니아에서 명상을 연습했습니다. 20년 이상 명상을 했어요. 명상만 오래 해서 운동이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토회를 만나고 절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해보니 좋습니다. 시애틀 정토회에 나가서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리는 자원봉사자들을 보면서 배우는 게 많았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그들을 더 잘 알게 되었고 시애틀 정토회의 역사를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여기에 온 이유입니다.”

-션 :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불교에 대해 관심이 있었습니다. 책은 몇 권 읽었지만 다른 정보를 접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제 아내를 만나고 불교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는 4-5년 전에 심리치료사였습니다.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정작 저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명상을 추천해주었는데 직접 해보니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계속하지는 않았습니다.

몇 년이 지나 새로운 직업을 가졌는데 굉장히 불안했습니다. 미래가 불안해서 갑자기 공황상태가 올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명상을 다시 시작했는데, 아내가 절도 같이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절을 해보니 차이가 금방 났습니다. 첫째, 에너지가 생겼습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내면의 성찰이 가능해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명상도 하고 절수행도 같이 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2년 전이었습니다. 아내가 마음 나누기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내에게 마음 나누기에 대해서도 물어보았습니다. 영어로 말하는 사람들과 마음 나누기를 하고 싶다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거의 1년 동안 108배, 명상과 함께 마음 나누기를 하고 있습니다. 제 인생이 많이 변했어요. 담마와 상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댄 : “여기에 초대해주어서 감사합니다. 저는 북한 인도적 지원을 하는 퀘이커 단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토 수행자는 아니지만 인도적 지원을 하며 스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우리 단체는 JTS와 아주 비슷합니다. 1년 반 전에 제가 일을 하면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싶었고, 깊이 성찰해보고 싶었어요. 이런 모임을 찾고 있었고, 또 외로웠는데 저를 초대해주어서 마음이 따뜻합니다. 감사합니다. ”

-미아 : “불교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학문적으로 접근을 했었는데 최근에 수행을 하고 싶었어요. 수행을 어떻게 할지 찾다 보니 정토회를 소개받았습니다. 스님께서 부처님의 원래 가르침으로 다시 돌아가는 불교,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불교를 알려주시는 것이 아주 좋았습니다. 계속 배우고 싶습니다.”

-커티스 :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1998년부터 불교를 접하고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수행이 신비주의로 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스님의 유튜브를 보았는데 스님이 대화를 통해 질문자가 자기 성찰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을 보고 고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명상도 도움이 되었지만 스님의 영상을 보고 정토회 모임에 참가하고 번역을 검토하는 봉사가 제 삶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절은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습니다. 부처님께, 정토회와 같은 상가를 위해, 스님을 포함해서 이런 좋은 가르침을 전해주는 스승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절을 하고 있습니다. 제 생활에 가르침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스님과 정토회에 대해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참가자들은 자기소개를 하며 어떻게 수행을 하게 되었는지, 수행을 하고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동안의 과정을 솔직하게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얘기를 듣기 전보다 듣고 난 뒤에 여러분들을 보니 훨씬 더 친근감이 느껴지네요. 작지만 도움이 됐다니까 저도 기쁩니다.

그러면 오늘의 대화는 여러분들이 살아가면서 궁금했거나 좀 더 알고 싶은 것에 대해서 대화를 해보겠습니다.”

참가한 6명 중 4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국으로 이주하고 싶어 하는 분의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After my experience of living in Korea, I have been thinking of moving there permanently. Initially that thought brought out some fear in me. The excitement outweighs the anxiety, but I am anxious about being far away from my family. Also, I won’t be able to use my US graduate degree directly in my work in Korea. I am worried that people around me will think that I failed when they see me with a job unrelated to my major. I feel a little disappointed in myself for not doing what I initially set out to do and not having been able lock down a job with the degree I got. And, at the back of my mind, I feel that I by going to Korea am fleeing the US, the place where I was born and raised.”
(한국에서 한 동안 살아보면서 한국으로 이주를 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정에 대해 약간의 두려움이 있습니다. 긍정적인 부분이 부정적인 부분보다 많지만, 가족과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이 걱정입니다. 또한 미국 대학에서 받은 학위를 한국에서는 활용하지 못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는 나를 보면서 실패했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됩니다. 제가 원래 추구했던 꿈과 무관한 일을 하고, 학위와 관련된 직업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에 저 자신이 실망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한국에서 살면 저의 고향인 미국을 떠나서 도망간다는 느낌도 마음 한구석에 있습니다.)

“남을 해치는 것과 남을 돕는 것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남을 해치는 건 바로 멈춰야 합니다. 남을 해치는 것을 ‘악’이라고 한다면, 악은 바로 멈춰야 합니다. 남을 돕는 걸 ‘선’이라고 한다면, 선은 선택 사항입니다. 즉, 선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돼요. 악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게 아니라 하면 안 된다는 의무사항이에요. 선은 하면 좋지만 안 한다고 나쁜 건 아니에요. 악을 안 했다고 좋은 사람은 아니에요. 선을 안 했다고 나쁜 사람도 아니고요.

그렇기 때문에 질문자가 선을 행하지 않았다고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겁니다. 어머니는 질문자가 결혼하기를 원하는데 질문자가 결혼을 안 했다면, 어머니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큰 괴로움이 될 수 있어요. 이럴 때 질문자가 어머니에게 괴로움을 준 건 아니에요. 어머니는 자기가 원하는 게 안 이뤄졌기 때문에 괴로운 거예요. 만약 질문자가 어머니의 돈을 훔치거나 어머니를 때렸다면, 그건 질문자가 어머니를 괴롭힌 거예요. 남을 괴롭히는 건 당장 멈춰야 해요. 그건 질문자로 인해서 생긴 괴로움입니다. 그러나 질문자가가 결혼을 안 했다고 어머니가 괴로워하는 건 질문자로 인해서 생긴 괴로움이 아니고, 어머니의 욕망에서 생긴 괴로움이에요.

질문자가 어머니의 괴로움을 덜어주기 위해서 결혼을 하는 건 질문자의 선택사항이에요. 그러나 질문자가 결혼을 안 한 것 때문에 어머니가 괴로워한다고 해서 질문자가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지금 질문자가 죄책감을 갖는 것은 이런 인식 상의 오류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질문자가 한국으로 가서 어머니를 못 봐서 괴로움이 생긴다면 이것은 질문자의 문제예요. 보고 싶은 나의 욕망 때문에 생긴 문제인 거예요. 질문자가 한국에 살고 있는데 질문자를 보고 싶어서 어머니에게 괴로움이 생겼다면 이것도 어머니의 욕망 때문에 생긴 것이지, 질문자가 어머니에게 괴로움을 준 건 아니에요.

물론 질문자가 어머니 사는 곳 가까이로 와서 어머니에게 괴로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건 좋은 일이에요. 그러나 그것을 안 한다고 질문자가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만약에 어머니가 괴로워한다고 질문자가 어머니의 욕망대로 살아간다고 합시다. 그러면 질문자는 자유인이 아니고, 어머니의 노예인 겁니다. 어머니가 나를 낳고 키워준 고마운 사람은 맞지만, 질문자가 어머니의 노예는 아니잖아요. 이게 머릿속에서 딱 정리가 돼야 조금 더 자유롭고 주인 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제가 승려가 되는 걸 저희 어머니는 원치 않으셨어요. 저는 제 갈 길을 갔지만 어머니에겐 그게 큰 고통이었습니다. 그러면 어머니께 고통을 주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가 승려 생활을 그만두고 나와야 합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고통은 제가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어머니의 고통을 해소해 준다고 하면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갈 수가 없어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돌아가실 때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네가 가는 길을 반대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네가 제일 잘한 거 같다.’

그러니까 지금 질문자는 지금 부모를 핑계로 삼는 거지 문제의 본질은 부모가 아닙니다. 질문자가 지금 망설이고 있는 거예요. 전공을 살려야 하지 않을까, 친구와 가족들이 내리는 평가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가족들과 함께 살아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서 결정을 망설이는 거예요. 이것은 질문자의 문제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늘 선택은 자기가 하는 것이고, 결과에 따른 책임도 자기가 져야 합니다.

만약 질문자가 한국에 가고 싶지만 어머니 때문에 못 가고 있다고 착각하면, 살면서 어머니를 원망하게 됩니다. 질문자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할 때마다 ‘어머니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했다’라고 생각하면서 어머니를 질문자의 삶을 방해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어머니는 질문자의 인생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자기가 해야 됩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선택을 망설이는 이유는 어느 것이 더 좋은지 몰라서가 아니라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안 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질문자의 나이가 몇이에요?”

“36살입니다.”

“그러면 자기 인생에 책임을 질 때가 되지 않았나요?”

“네. 감사합니다.”

이외에도 세 명이 더 질문했습니다.

  • Being a foreigner in Jungto, access to resources is limited compared to someone who is Korean. I can’t check in with the Dharma teacher to ask questions or go to retreats in Korea. So, how can I make sure that in my practice I am going down the right path?
    (정토회 외국인 수행자로서 한국인 수행자에 비해 수행지도를 받거나 수련에 참가하는 것이 매우 제한되어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들은 법사님에게 질문을 한다던가 한국에서 수련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수행을 점검할 수 있을까요?)

  • How do defilements relate to habits and karma? (번뇌와 업식이 어떻게 연관되어있나요?)

  • I understand that it is very difficult to change one’s karma or habits. So, what does the Buddha advise, practically, for changing one’s habits? There are places in my life I realize I can help a great number of people around me, but there are habits I need to change. There is a good reason for wanting to change my habits, but it is very difficult. Over the years, I have managed to change some of my habits, but I have also hit a wall, and I haven’t been able to change.
    (업식, 또는 습관을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업식을 바꿀 수 있다고 알려주셨나요? 제가 주위에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 업식을 좀 바꾸어야 합니다. 제 업식을 바꾸어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지만 정말 힘듭니다. 수년간 어떤 업식은 조금 바꿀 수 있었지만 어떤 업식은 전혀 바꾸지 못했습니다. )

대화가 2시간 30분이 지나도록 계속되니 스님의 목소리가 많이 가라앉고 쉬었습니다. 스님은 꾸준히 수행할 것을 당부하며 모임을 마쳤습니다.

“스님 얘기를 듣는다고 개인의 고민이 다 해결되는 건 아니에요. 자기 스스로 꾸준히 수행을 해야 합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지런히 정진하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물방울이 떨어져서 바위를 뚫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낙숫물에 바위가 뚫리잖아요. 그렇게 무엇이든 꾸준히 하라는 거예요. 너무 쉽게 변화를 갈구하지 말고요.

우리가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금방 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짧은 시간에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갖고 있는 습관이 바뀌고, 일상에서 그걸 경험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왜냐하면 습관은 생각에 의해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즉각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괴로움이 없는 상태가 되는 것만이 열반이 아니고, 그 길로 가고 있는 과정도 열반입니다. 지금 괴로움이 일어나고 있어도, 이건 내가 잠깐 놓친 거예요. ‘놓쳤구나’ 하고 알아차리면 괴로움은 사라지는 거예요. 이게 만 번 반복된다고 해도 뭐가 걱정이에요? 넘어지면 일어나면 되는 거잖아요. 농구 선수가 농구 골대에 공을 집어넣는 연습을 할 때를 생각해 보세요. 골이 들어가도 공을 주워서 또 집어넣잖아요. 골이 안 들어가도 공을 주워서 또 집어넣고요. 연습일 때는 골이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를 갖고 괴로워하지 않잖아요. 다만 계속 연습할 뿐이죠. 시간이 지나면 처음에는 잘 안 들어가다가 점점 들어가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런 것처럼 꾸준히 연습해나가면 됩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편안해져야 됩니다. 안 되면 ‘이번에 놓쳤네’ 하고 그냥 또 하는 거예요. 나도 모르게 화가 벌렁 났으면 ‘내가 미쳤구나, 미안해. 이번에 또 놓쳤어’ 하고 또 하면 돼요.”

지난 9월 2일부터 오늘까지 매일매일 대화를 하고 미팅을 하였습니다. 오늘 마지막 강의를 마친 스님께 다 같이 감사함을 담아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B-CC 지역센터는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빌려줍니다. 그래서 2004년도에는 워싱턴 법당으로 사용할 장소가 마련되기 전까지 10개월 동안 매주 이 곳에서 모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렴한 대신 장소 세팅은 우리가 해야 하고 행사를 마치고는 처음 상태로 되돌려놓아야 합니다. 어제와 오늘, 같은 장소에서 행사와 모임을 마친 후 스님도 봉사자들과 함께 뒷정리를 했습니다.

다 함께 뒷정리를 마치고 영어권 수행자 모임 참석자들과 국제국 활동가들은 기념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첫 영어권 수행자 모임을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멀리서 비행기 타고 오느라 수고 많았어요. 특히 멀리 미니애폴리스, 시애틀에서도 왔는데 비행기 값은 했는지 모르겠네요.”

“정말 좋았어요. 스님은 한국에서 비행기 타고 오셨잖아요. 스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이렇게 숫자가 적은데도 저희를 위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나누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스님은 옛날에 당나라로 유학을 가고 인도로 불교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떠났던 스님들이 생각난다고 하면서 그때는 제대로 번역된 책도 없었을 텐데 얼마나 막막했겠냐고 했습니다. 오늘 스님과 만난 이들도 아직 번역과 통역 자료가 충분치는 않지만 불법을 공부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하는 열의가 누구보다 뜨거웠습니다. 이제 첫 발걸음을 뗀 지 얼마 되지 않은 영어권 수행자 밴드에는 10여 명이 모여 자유와 행복으로 가는 길을 함께 가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미국 유타 주와 캘리포니아 주 등에 거주하는 분들은 참가를 하지 못했지만, 오늘 귀한 수행자 6명이 워싱턴 디씨에 모여 스님께 그동안의 수행을 점검하고 직접 질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습니다. 한 분은 자기 수행의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하였습니다.

미주 정토회관으로 복귀한 후 스님은 회관 상주대중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활동가들에게 수고가 많다며 격려했습니다. 불사 위원장인 이경택 님은 비행기로 5시간 떨어진 LA에서 와서 불사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스님께 원고가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약 250여 장에 이르는 책 원고도 도착했습니다. 내일 한국행 비행기 속에서 교정을 보실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 내일 스님은 워싱턴에서 14시간 30분 동안 비행기로 이동하여 21일 토요일 오후 4시 5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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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아~내가 또 놓쳐구나 다시 돌이키고 자각하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9-11-13 22:10:28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10-27 13:17:06

노예

노예가 되지 말아야겠군.. 감사합니다

2019-10-02 16: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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