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하루

2019.6.28 아시아‧태평양지구 정토행자대회 1일째
“수행을 잘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3일 동안 태국 방콕에서 아시아‧태평양지구 정토행자대회가 열립니다.

스님은 어제 즉문즉설 강연을 마치고 말레이시아에서 하룻밤 묵었습니다. 오늘 방콕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스님은 어제 밤늦게 강연장에서 숙소로, 또 이른 아침부터 숙소에서 공항까지 운전 봉사를 해준 김지선 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하여 무인 기계에서 항공권과 짐 표를 발급받았습니다. 이제 인간이 일할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스님이 말한 대로 일주일에 4일만 일하고, 3일은 봉사를 하면서 수행을 해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듯합니다.

스님은 직접 짐을 부치고 수속을 마친 뒤 아침으로 준비해 온 주먹밥과 과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방콕으로 가는 에어아시아의 비행기는 기내식을 따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이숙영 님이 어제 강연을 마치고 밤을 새우며 주먹밥과 과일을 준비해주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함께 주먹밥을 먹고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방콕까지 2시간을 타고 가는 동안 스님은 잠시 휴식할 수 있었습니다.

방콕의 돈 무엉 공항에 도착하니 방콕 정토회 대표 홍정혜 님과 김민정 님이 마중을 나와있었습니다. 호주 시드니, 멜버른 등에서 방금 방콕에 도착한 정토회원들도 만났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행자대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아‧태지구 정토행자대회가 열리는 쿰 파야쏘(Khum Phayasaw) 리조트는 돈 무엉 국제공항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차로 약 2시간 걸리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다들 이동하는 차 안에서 곤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해외 상임법사인 선주 법사님과 방콕 정토회 총무 황소연 님이 마중 나왔습니다. 곧이어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활동하고 있는 향훈 법사님이 멀리서 스님을 보고 달려와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향훈 법사님은 필리핀 JTS에서 활동한 지 8개월이 지났다고 합니다. 곧이어 인도에서 활동하는 보광 법사님도 스님에게 인사했습니다. 오랜만에 두 분 법사님의 얼굴을 보니 반가운 마음입니다.

오전 9시부터 필리핀 JTS와 인도 JTS의 활동에 대한 발표를 들었습니다. 발표가 끝나니 점심식사 시간이었습니다. 다들 오랜만에 뵙는 스님에게 인사하고, 그리고 도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왁자지껄하게 인사를 한 후에 함께 점심 식사를 하였습니다.

식사 후 바로 아시아 태평양지구 정토행자 대회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아‧태지구 행자대회의 슬로건은 ‘오라! 아태 행자여! 가자! 자유와 행복의 길’입니다. 신생 법당/법회가 많고 개척지역이 많은 아∙태지 구의 열정과 신선함이 돋보이는 슬로건입니다.

먼저 해외 상임법사인 선주 법사님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방콕이 지금 우기라서 하루에 몇 차례 비가 내리고 후덥지근하지만 우리가 내뿜는 열기가 더 뜨거운 것 같습니다. 10차에는 지난 만일을 마무리하고 다음 만일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2박 3일 동안 우리들의 수행, 활동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고 또 스님에게 점검받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번 아‧태지구 행자대회에는 태국,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일본, 호주, 말레이시아,중국의 8개국 15개 지역에서 온 정토행자 42명, 미국에서 온 해외지부 국장 이정인 님, 자원활동 팀장 백은주 님, 국제국 국장 김순영 님, 콘텐츠 팀장 김지현 님과 인도의 보광 법사님, 필리핀 민다나오의 향훈 법사님까지 총 52명이 참석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정토행자대회 입재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각 지역에서 누가 왔는지 손을 들어보라고 해서 일일이 얼굴을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하고 먼 길 오느라 수고했다고 격려했습니다. 특히 시드니에서는 9시간, 멜버른, 동경에서는 7시간이나 이동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먼 길 오신다고 수고했어요. 어려운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우리가 2박 3일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이미 프로그램이 다 계획되어 있긴 하지만 무엇을 중요하게 볼 것인지를 시작하기 전에 잡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고통을 직시하는 것이 불교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내가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 첫 번째 성스러운 진리인 ‘고(苦) 성제’입니다. 두 번째 성스러운 진리는 왜 고뇌가 생기는지 그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는 ‘집(集) 성제’입니다. 원인을 규명해야 그 원인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성스러운 진리는 원인이 제거되면 고뇌가 사라진다는 ‘멸(滅) 성제’입니다. 네 번째 성스러운 진리는 괴로움의 원인을 제거하려면 중도의 길을 가야 한다는 ‘도(道) 성제’입니다. 이것을 후대에 논리적으로 정리해놓은 게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인 ‘사성제(四聖諦)’입니다.

종교, 철학, 수행 중에서 붓다는 어떤 길을 갔을까요?

붓다는 이것을 처음부터 ‘고집멸도(苦集滅道)’라는 교리로 설명한 게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붓다와의 대화를 통해서 본인이 괴로운 상태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도록 했고, 괴로움의 원인을 스스로 규명하도록 했으며, 그 원인을 규명하자 고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경험하도록 인도했습니다. 붓다는 신이 아니에요. 본인이 먼저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됐고, 세상 사람들 역시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했습니다.

이 가르침이 너무 귀했기에 붓다가 열반한 뒤에도 제자들이 그 가르침을 모으고, 그 가르침을 따라 정진해서 붓다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유와 행복을 얻었어요.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붓다의 가르침이 세상을 정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세상의 오염이 승단 안으로 들어와서 그 빛이 흐려졌어요. 그래서 결국 불교는 두 가지 길로 편재됐습니다. 하나는 종교의 길이고, 하나는 철학의 길입니다. 그러나 붓다는 수행의 길을 가신 분입니다. 우리는 붓다가 제시한 수행의 길을 다시 가고자 하는 겁니다.

여러분은 수행자입니까, 자선사업가입니까?

우리는 그들이 배가 고프니까 밥을 주고, 그들이 배우고 싶어 하니까 배움의 터를 마련하고, 그들이 아프니까 약을 주는 구호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토회가 세상의 다른 단체들과 다른 점은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수행자로서 일을 한다는 점이에요. 수행자로서 중생의 요구에 수순 하는 겁니다. 나는 수행자라는 원칙을 잃어버리고 이 일을 한다면 여러분은 그냥 자선사업가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이 원칙을 놓쳐버리기가 쉬워요.

일을 하면서 ‘힘들다’, ‘괴롭다’, ‘그만둘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미 수행자가 아니에요. 아무리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를 악물고 하는 사람이 수행자가 아니에요. 늘 자기를 편안하게 안정시켜가면서 일을 하는 사람이 수행자입니다. 일이 많다고 일에 휩쓸려서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좋은 일을 하느라 힘들어하고 괴로워한다면 사회적으로는 훌륭한 사람일지 몰라도 수행자는 아닙니다.

통일운동이든, 환경운동이든, 사회활동이든, 정토회가 하는 모든 일은 수행자들이 하는 활동이에요. 수행자가 아닌 사람들이 옆에 와서 돕는다고 해도 그건 돕는 정도에 그칠 뿐이고 책임은 수행자에게 맡깁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어떻게 하면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는지, 돈을 더 많이 모을 수 있는지, 더 유명해질 수 있는지, 이런 생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여기에 빠지면 수행자의 본분을 놓치게 됩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수행자’입니다. 그 정체성을 견지하는 범위 안에서 시간과 공간, 환경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는 겁니다. 그 융통성은 모두 ‘수행자’라는 정체성으로 수렴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활동을 많이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꿈속에서 아무리 좋은 일을 많이 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꿈을 깨우는 목적에 도달하지 않는다면 그냥 한갓 꿈 놀음에 불과한 겁니다.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정토회를 만났을 때

오늘 대화를 나누다 보니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법을 전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외국인’이라고 하면 조금 표현이 맞지 않아요. 국적이나 민족이 한국 사람이어도 한국어를 모르는 경우가 있고, 외국인 중에도 한국어를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정확한 표현은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동안 언어의 장벽 때문에 법을 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법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2차 만일결사의 목표를 이렇게 세웠습니다.

‘2차 만일결사 기간에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사람들이 다 자기 언어로 이 법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하자.’

지역적으로 말하면 1차 만일결사는 한국에서, 2차 만일결사는 세계적으로 활동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1차 만일결사는 한국어로 전법하는 것에, 2차 만일결사는 외국어로 전법하는 것에 중심을 두자는 것입니다.

10차 천일결사 기간에 해외 지부는 두 가지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첫째, 해외에 있는 한국 사람들에게 이 좋은 법을 널리 전해서 그들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해외 포교’입니다. 즉 해외사무국을 더 발전시키는 일이죠. 둘째, 일본이면 일본어, 중국이면 중국어, 이렇게 현지의 언어를 통해 그들에게도 전법을 할 수 있도록 2차 만일결사를 준비하는 일입니다. 전자는 1차 만일결사를 잘 마무리 짓는 일이고, 후자는 2차 만일결사를 준비하는 일입니다. 이 두 가지가 오늘 모인 여러분들과 의논해보고 싶은 주제입니다.

최근에는 여태껏 해오던 해외사무국의 일에 새로운 문제가 제기됐어요. 우리들 중의 누군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각 나라에서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에게 전법을 하자는 겁니다. 일본에서 오신 분들은 일본 사람들을 모아서, 중국에서 오신 분들은 중국 사람들을 모아서, 태국에서 오신 분들은 태국 사람들을 모아서 법을 전하는 활동을 하자는 것입니다.

뚜렷한 방법이 없으면 없는 대로 괜찮지만, 만약 있다면 ‘아, 이런 방법이 있습니다’ 하고 얘기를 해보시면 좋겠어요. 영어는 이미 번역 작업이 많이 되어 있으니까 우선은 그걸 가지고 각 나라의 현지어로 다시 번역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다음은 실제로 현지 사람들을 모아서 강연이나 행복학교, 불교대학을 진행해보는 일을 해야 합니다. 여러 실험을 토대로 모델 하나가 잘 만들어지면 2차 만일결사에는 외국어 전법에 더욱더 집중을 해볼 수 있어요. 기존의 한국어권 활동도 그대로 유지해나가되 이제는 외국어권 활동도 새롭게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이제 2차 만일결사를 준비해야 할 때

30년 전에는 실정이 지금 하고는 많이 달랐기 때문에 2차 만일결사 때 본부를 미국으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니까 거기서 영어로만 법을 전하게 되면, 태국 출신은 태국으로 가서 활동하고, 독일 출신은 독일로 가서 활동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러니 세계 전법의 본부를 미국에 두자.’

이렇게 대충 계획을 잡고 출발했어요. 그러나 미국의 다양성은 아직도 유효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꼭 본부를 미국에 둘 이유는 없을 것 같아요. 이제는 한국에도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고 있으니까요. 이번 3일 동안 여러분과 대화할 내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지금 해외에 나와 있는 한국인들에게 이 좋은 법을 어떻게 전하고 확산시킬 것인가.
둘째, 수행자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셋째, 2차 만일결사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가족 관계든, 회사 관계든, 지역 관계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현지 언어로 어떻게 이 좋은 법을 전할 것인가.

여기서 제일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사항은 2차 만일결사에 본격적으로 확산시킬 기본 샘플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입니다.

논의한 내용을 갖고 하반기에 테스트를 좀 해보고, 10차 천일결사 동안에 이 모델을 더 적극적으로 개발해서 2차 만일결사에서는 본격적으로 실행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 일에는 모든 사람이 다 참가할 필요는 없고 법당 별로 한 명 정도만 ‘내가 그 일을 맡아서 해보겠다’ 이런 정도의 자세를 가지면 됩니다. 지원자는 국제국과 연결이 되어 이중 멤버십을 갖게 돼요. 해외사무국에 소속돼서 한국 사람들을 포교하는 일도 해야 하고, 국제국과 연계되어 현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포교활동을 학습하고 실험하게 됩니다. 오늘은 각자 처한 조건과 처지를 고려해서 어떤 지원을 받아서 어떻게 테스트해볼 것인지 구체적으로 논의해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수행자의 길이 아직 부담스럽습니다’

이 중에서 제일 핵심은 수행자로서의 정체성을 갖는 겁니다. 해외에서 정토회 활동을 할 때 제일 어려운 점이 ‘우리는 수행자들의 모임이다’라는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거예요. 한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이게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어요. 그러나 해외는 아직 종교적으로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자꾸 모여들어서 수행자라는 정체성이 약합니다. 수행자 모임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면, 몇 명 되지도 않는 대중이 다 떨어져 나가 버려요. 그나마 몇 명 안 되는 사람이 떨어져 나가고, 그렇다고 다 같이 끌고 가려니까 정토회의 정체성이 안 살아나요. 그래서 계속 우왕좌왕하기 쉽습니다.

대중이 우왕좌왕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 총무나 부총무, 팀장처럼 모임을 주관하는 사람들만큼은 수행자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가져 주어야 합니다. 배타적으로 하자는 건 아니에요. 그런 입장을 분명히 가지고 대중을 포용해나가자는 겁니다. 제가 볼 때는 외국인 전법보다 이게 더 중요합니다. 이게 잡혀야 외국인 전법이 되지, 이게 안 잡히면 외국인 전법도 힘들어요. 외국인 전법을 하다가는 진짜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토론을 할 때는 마음에 번뇌를 가지고 있으면서 적당하게 임하면 안 돼요. 의문이 있으면 다 제기해서 살펴보고, 살펴봤더니 ‘아, 이건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하고 오류를 발견하면 시정을 해야 합니다.

‘동의는 하지만 나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 한 사람의 불교 신자로서는 법당에 충실하게 다니겠지만 이런 수행자의 길은 나한테는 부담스럽다.’

만약 이런 입장이라면 관계를 딱 정리해야 갈등이 없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자꾸 갈등하는 이유는 수행자라는 정체성을 안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자기를 움켜쥐고 고집하는 거예요. 무엇보다 수행자로서의 정체성을 갖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이번에 분명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새벽 3시에 일어나서 행자대회를 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서 방콕까지 먼 거리를 왔습니다. 스님은 피곤이 누적된 탓인지 어지럼증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착하자마자 바로 입재 법문을 해준 스님에게 대중은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입재식에 이어서 해외지부, 아시아‧태평양 지구 전체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먼저 해외지부 사무국장 이정인 님이 해외지부에 대해 발표해주었습니다. 이정인 님은 특히 아‧태지구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아‧태지구는 해외의 다른 지구들보다 불교대학 입학생이 27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천일결사 기도를 하는 비율도 높았습니다.”

아‧태지구장 정은지 님은 아‧태지구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발표해주었습니다.

“아‧태 지구는 금광입니다. 파는데 마다 다 금이예요. (모두 웃음) 지구 사무국을 설립하여 조직과 실무를 나누었더니 각 지역별로 업무분담이 잘 되어 활동가가 많이 발굴되었습니다. 묘덕, 선주 법사님의 수련, 교육 효과도 컸습니다. 그래서 지구 전체가 성장하면서도 안정이 될 수 있었어요.”

아시아‧태평양 지구 14개 지역을 모두 발표하니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필리핀, 방콕, 시드니를 제외한 지역은 모두 2014년 세계 100강 전후로 새롭게 설립되었습니다. 아‧태지구 회원들은 자신들을 ‘씨앗, 새싹, 묘묙’이라고 표현했는데, 여린 새싹을 가꾸는 것처럼 각 지역을 정성스럽게 가꾸고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국제국 국장 김순영 님이 국제국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국제국은 2차 만일의 목표인 세계 전법을 준비하기 위해 2017년에 새롭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지난 2년 동안 먼저 법륜스님의 법문(불법)이 널리 세계로 퍼지는데 장애가 되는 언어장벽을 낮추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번역을 통해 언어 장벽을, 자막을 통해 청각 장애를, 오디오를 통해 시각 장애를, 온라인을 통해 지역/거리를, 국제연대를 통해 종파/종교의 경계를 뛰어넘어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국제국의 발표에 이어 모둠별로 ‘2차 만일에 현지인 전법을 위해 앞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주제로 토론해보았습니다.

토론을 마치니 저녁 6시 20분이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며 지역별로 장기자랑도 선보였습니다. 방콕 정토법당에서 먼저 흥겨운 사물놀이와 뱃놀이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모두들 각자 열심히 준비해온 것들을 보여주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신규 발심 행자들도 소개했는데, 대중은 수행자의 길에 새롭게 들어선 분들을 큰 박수로 환영해주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시 대강당에 모여 모둠별로 ‘현지인 전법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주제로 토론한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스님은 발표를 다 듣고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 발표 잘 들었습니다. 우리가 외국인에게 철학적인 불교를 전하려고 하면 불교철학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하고, 논리적인 설명을 잘해야 합니다. 어쩌면 외국인에게는 철학적인 불교를 전하는 게 초기에는 쉬울지 몰라요. 불교에는 합리적인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종교적인 불교를 전하는 것은 외국인에게 매력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도 이미 종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불교가 그들이 가진 종교보다 더 낫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기적을 행해야 돼요. 너희가 기도해서 안 되는 게 여기서 빌면 성취가 된다고 보여주어야 하니까요. 그러나 이런 기적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철학적으로 접근하거나 종교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우리는 원래 부처님의 가르침인 수행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모범을 보이는 겁니다.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아니고, 기적을 행하는 것도 아니고, ‘같이 살아보니 좀 다르더라’ 이렇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법입니다. 실제로 같이 지내보니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보다 덜 괴로워하더라, 이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전법을 하기 위해서는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편안함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이것은 나 자신에게도 가장 필요한 거잖아요. 어떤 경우에도 편안하면 나한테 좋잖아요. 뭔가 꾸준히 하면 자신에게도 좋지 않습니까?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슬퍼하거나 당황하지 않으면 나에게도 좋고, 그것이 가장 큰 전법의 수단이 됩니다.

종교적으로 접근하려면 큰 절을 아주 멋지게 지으면 됩니다. 찬불가를 거창하게 부르고, 천도재를 화려하게 지내고, 문화적으로 굉장한 것을 보여주면 관심을 가질 겁니다. 철학적으로 접근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서 뭐든지 물을 때마다 합리적으로 설명해주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느 쪽도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고, 그렇게 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삶에 있어서 모범을 보여주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제일 쉬운 방법 같지만, 이거야말로 가장 어려운 겁니다. 누구나 할 수 있으면서 또한 모든 사람이 잘 안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외국인이 법당에 오도록 하는 데 있어서 법당의 크기가 작은 건 아무 문제가 안돼요. 어차피 규모로 보여줄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당이나 교회, 큰 절과 경쟁할 게 아니잖아요. 그러나 공간이 아주 깔끔해야 합니다. 조용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어서 작지만 분위기가 깔끔해야 합니다. 복잡하지 않고 심플하고, 소박하고 단순한 분위기여야 해요.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소박하고, 서로 화합을 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정과 화합입니다. 돈을 얼마를 내든 투명하게 관리하고, 꼭 필요한 곳에 쓰고, 회계 장부를 공개해서 재정적으로 의혹이 생길만한 일이 전혀 없어야 합니다. 또 부족한 사람들끼리 협력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누가 잘못해도 포용해주고, 잘못한 사람은 ‘제가 실수했습니다’라고 스스로 인정하고, 이런 모습을 갖출 때 외국인들이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교리는 좀 몰라도 돼요. 법당이 화려하지 않아도 돼요. 법문에서 들은 것과 살아가는 모습이 일치해야 합니다. 대부분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행동은 하지 않기 때문에 실망을 해요. 외국인을 법당에 데려오려면 이렇게 우리들부터 먼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짜그락대고 싸우는 데에 면역이 되어 있어요. 한국 안에서는 언어와 문화가 같으니까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데, 외국인이 볼 때는 이런 모습이 이해가 안 될 수 있어요. 경전에 화합하라고 쓰여 있고, 법문도 그렇게 하는데, 여기 모인 사람들은 그렇게 안 하니까 헷갈리는 거예요. 실천을 안 하니까 이율배반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첫째, 법당의 규모가 작더라도 청정하고 화합해야 합니다. 둘째, 개인들이 수행을 통해 삶의 변화를 좀 경험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갖춰지면 인연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집에서든 직장에서든 공공장소에서든 어디에서든지 시작하면 됩니다. 한국에 세워진 정토회는 전부 가정집에서 시작해서 공공장소로 옮겨 갔다가 법당을 마련하는 쪽으로 발전해 왔어요. 여러분들이 외국인 전법을 하려면 인연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런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스님은 활동가들의 발표를 듣고 나서 많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전법, 동남아 국가에서 전법을 어떻게 할지, 구호 활동과 전법이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게 할지, INEB 참여불교 스님들과의 교류 등을 이야기하며 어떻게 현지인들에게 전법을 해야 할지 그동안 스님의 경험을 토대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행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중 수행을 점검하는 기준에 대한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수행을 잘하고 있는지, 어떻게 점검하죠?

“저는 호주에서 혼자서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수행을 잘하고 있는지 점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17년에 가족들과 한국에 갈 기회가 있어서 청주에서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경전반 수업을 한 학기까지만 듣고 호주로 돌아왔어요. 호주에 정토회가 있는지 알아봤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서 유튜브로 스님 강의를 듣고 혼자서 졸업한 상태입니다. 지금은 매일 아침 기도하는 것과 정토회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스님의 하루’를 기준으로 삼아서 수행하고 있어요. 여기서 제가 더 챙겨야 할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항상 자기에게 괴로움이 있을 때 ‘왜 괴롭지?’ 이렇게 점검을 해야 해요. 슬픔이 있을 때 ‘왜 슬프지?’, 화가 날 때 ‘왜 화가 나지?’ 이렇게 살펴야 합니다. 이게 수행을 점검하는 기준이에요.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는 화가 없는 경지예요. 괴로움이 없는 경지, 슬픔이 없는 경지, 두려움이 없는 경지가 목적입니다. 그런데 현실 상태는 그렇지 못합니다.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 원인은 남편 때문도 아니고, 자식 때문도 아니고, 돈 때문도 아니고, 호주에 와 있기 때문도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 우리는 ‘너 때문에 그랬다’ 이렇게 남을 탓하고 있어요. 괴로움은 어느 순간에 내가 어떤 한 생각에 사로잡히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즉, 무지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겁니다. 알아차림을 놓쳤기 때문에 생겨나는 겁니다.

‘어, 왜 화가 나지?’

이렇게 물어본다는 것은 놓친 것을 다시 점검한다는 뜻이에요.

‘아, 내가 그 순간에 사로잡혔구나’
‘내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구나’
‘내가 내 것이라고 집착을 했구나’

이렇게 딱 알아차리면 그 불안이나 괴로움, 화에서 바로 자유로워집니다. 이렇게 꾸준히 체크하면 돼요. 스님한테 물어볼 필요도 없어요.

왜 화가 나지?

그런데 가끔씩 이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있어요. ‘아, 내가 화가 올라왔네’라고 알아차린 다음 ‘원인이 뭐지?’ 하고 물어도 그 원인을 알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질문자가 보기엔 남편 때문에 그런지, 자식 때문에 그런지 아직 잘 모르겠죠?”

“이게 내 업식인가, 여기에서 끝날 때가 있어요. 남편 때문에 화가 나는 게 아니라는 건 알게 되었지만 진짜 원인을 모르겠으니까...”

“깨달음의 장 다녀왔어요?”

“다녀왔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와서도 그렇다면 질문자가 미쳐서 그런 거예요. (모두 웃음)

‘내가 미쳤구나’

이렇게 딱 자각을 해야 하는데, 미쳤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거예요. ‘내가 잘났다!’ 이러니까 인정이 안 될 수밖에요. 내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겁니다. 그런데 내가 옳다고 할 것이 없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의 어떤 사건에 대해서는 ‘그래도 이건 내가 옳아! 네가 틀렸어’ 이렇게 딱 사로잡히기 때문에 화가 나는 거예요. 그런 증상을 미친 증상이라고 해요.

“수행이 들쑥날쑥해서 그런지, 돈이 없을 때 불안한 마음이 들어요.”

“돈이 없는데 왜 불안해요? 돈이 없으면 돈을 벌면 되죠. 불안하다고 돈이 벌려요? 돈에 집착하니까 불안함이 생기는 거예요. 밥을 먹다가 밥이 부족하면 불안해할 게 아니라 밥을 뜨러 가야죠. (모두 웃음)

돈이 없는데 왜 불안해요?

괴로움이라는 것은 전부 인식상의 오류에서 발생하는 거예요. 내가 밥이 부족하면 밥을 뜨러 가면 되고, 갔는데 밥이 없으면 밥을 하면 되고, 밥할 재료도 없으면 한 끼 굶으면 되는 거예요. 밥이 부족한 것과 불안한 것은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한 끼 굶을 것을 생각하면 불안한데요.”

“한 끼가 아니라 열흘을 굶어도 불안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 스님이 이미 테스트했어요. 경전을 읽어 보면 부처님은 깨닫기 전에 49일간 음식을 안 먹었고, 깨닫고 나서 49일 만에 음식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단식 기간을 최대로 잡으면 98일이 돼요. 적게 잡아도 90일은 굶어도 안 죽는다고 말할 수 있어요.

제가 70일까지 굶어봤지만 별 문제가 없었어요. 열흘 굶어서 죽을 일은 전혀 없어요.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숲 속에 갇혀서 30일 만에 죽었다는 사례가 있는데, 굶어서 죽은 게 아니라 30일 동안 불안 초조해하는 바람에 죽은 거예요. 지하에 갇혀도 불안 초조해하는 바람에 죽는 거예요, 물을 못 먹어서 죽었을 수도 있고요. 굶을 때도 물은 공급이 돼야 하거든요. 물만 공급이 된다면 괜히 에너지 소비하지 말고 ‘단식해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조용히 기다리면 됩니다.

걸식을 했던 부처님, 불안했을까요?

이런 경지까지 이르면,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느냐에 대해 걱정이 될까요? 호주는 사회안전망이 잘 구축되어 있어서 재산이 1원 한 장 없어도 굶지 않고 살게 되어 있어요. ‘이런 정도를 산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런 생각이 들면 돈을 벌면 돼요. 불안한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불안하다면 ‘왜 불안할까?’ 이렇게 탐구해 보세요.”

“제가 돈에 집착하는 게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부처님처럼 걸식을 해서 산다고 생각해 보세요. 호주머니에 돈이 없다고 해서 불안할까요? 여러분들은 호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불안해하는데, 돈은 없어도 불안하지만, 많아도 불안해요. 돈이 많으면 누가 훔쳐갈까 싶어서 불안하고, 돈이 없으면 무슨 어려운 일이 생길까 싶어 불안합니다. 그럴 때 수행은 ‘왜 불안할까’ 이렇게 점검해 보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두 명이 더 질문했습니다.

  • 수행을 하기 전에는 열등감이 많았는데 수행을 하고 나서는 교만함 마음이 들고 사람들에게 화가 많이 납니다. 이 교만함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 제가 수행을 잘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저 같은 사람도 해탈이 가능한 건가요?

질문을 신청한 사람이 두 명 더 있었지만, 앞선 세 사람과 스님의 대화를 듣다 보니 해결이 되었다며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내일 질문을 더 받기로 하고 즉문즉설을 마쳤습니다. 스님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안색이 좋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호주에서 밤새 비행기를 타고 말레이시아에 아침에 도착해서 일정을 하고, 또 거의 밤을 새우고 다음날 말레이시아에서 방콕으로 이동하여 하루 종일 행자대회를 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입니다. 그럼에도 스님은 애정을 담아 1시간 30분 동안 정리 말씀을 하고, 대중의 질문에 답했습니다.

이렇게 아‧태 지구 행자대회의 첫날이 저물었습니다. 내일은 아‧태지구 행자대회 2일째 소식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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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07-30 22:01:43

하심

읽기에도 긴 이글을 써주시는 분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진도 너무 좋아요~스님 감사합니다 _()_

2019-07-07 20:03:53

무지랭이

고맙습니다_()_

2019-07-03 14: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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