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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정성 들여 키운 배추와 무를 수확하여 김장을 담갔습니다.
어젯밤 서울에서 평화재단 14주년 심포지엄을 마치고 김장을 하기 위해 울산 두북 정토수련원으로 바로 이동하였습니다. 김장 울력을 함께 하기 위해 서울에서 행자 몇 명도 두북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이른 아침, 첫 작업은 밭에서 배추와 무를 수확하는 일이었습니다. 스님과 수행팀이 직접 유기농으로 농사지은 배추와 무였습니다. 배추는 토실토실 알이 찼고, 무는 자랄 대로 자라서 땅 위로 솟아있었습니다.
굵직한 무를 뽑아 든 스님이 웃으며 말합니다.
“이야, 올해 농사 잘 지었다.”
스님은 재미있게 배추와 무를 뽑고 있는 행자들에게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재미있지? 앞으로 행자들은 주 5일만 서울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내려와서 농사 지어야지.”
스님은 어떻게 하면 무청을 다치지 않고 쉽게 수확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다 먼저 무청을 칼로 자르고 무를 뽑도록 했습니다. 무청을 먼저 정리하니 무가 쏙쏙 뽑혔습니다.
배추는 밑둥을 자르고 겉잎을 솎아냈습니다. 수확하는 기쁨이 솔솔 했습니다.
“참 좀 드세요.”
한참 일을 하고 있는데 마을 이웃 분이 참으로 홍시를 한 바구니 가져다주셨습니다. 일하다 먹는 홍시는 더 맛이 좋았습니다.
참을 먹으며 배추를 수확하다 밭에 떨어진 겉잎들을 어떻게 할지 의논을 했습니다.
“이 배추 겉잎은 다 어떡하지? 마을에 소 줄까?”
“밭에 거름으로 쓸려고 합니다. 배추밭에 배추 거름이 제일 좋대요.”
“소가 우선이다.”
스님은 싱싱한 겉잎만 따로 골라내서 마을 이웃집의 소에게 가져다주었습니다.
소도 갓 수확한 배추가 맛난 지 주는 대로 잘 먹었습니다.
배추와 무를 다 수확하니 두 트럭은 되었습니다. 수확한 배추와 무를 옮기는 한편 밭 정리도 싹 했습니다. 부직포는 걷어내어 다음 해에 또 사용할 수 있게 잘 접어두었습니다.
오전 작업을 마치고 밭을 나서는데 스님이 “감 따먹고 가자” 며 나무에 오르기 시작합니다.
“스님, 조심하세요. 그렇게 얇은 가지에 올라가시면 어떡해요.”
“이렇게 양쪽에 발을 딛기 때문에 괜찮아. 이것 맛있겠다. 자, 받아라.”
스님이 따 준 감을 맛있게 먹고 행자들은 밭을 내려왔습니다.
마당에 배추와 무를 옮겨놓고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밭에서 일하는 동안 최말순 보살님이 맛난 식사를 준비해주었습니다. 오후부터는 해외에서 오신 두 손님도 김장에 함께 했습니다. 밥을 먹자마자 바로 김장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배추를 자르고 소금에 절였습니다.
스님은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배추를 수확하고 벌레 먹은 겉잎들을 다 정리했습니다.
스님은 “선물로 드릴 김치라 깔끔하게 정리하려니 반은 떼어냈다.”며 아까워하였습니다. 이 겉잎들도 소에게 가져다주었습니다.
소금 뿌리기를 맡은 행자가 소금을 너무 팍팍 뿌려서 배추가 금방 절여졌습니다. 소금을 뿌린 행자가 무안할까 봐 대중들은 “일을 빨리 끝내려고 그랬나 보다. 괜찮다.” 하며 잘못을 탓하기보다 재빨리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절여진 배추는 얼른 뒤집고, 씻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소금을 많이 뿌린 행자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소금을 많이 뿌렸노?”
“많이 뿌리면 맛있을 줄 알았어요.” (모두 웃음)
그러자 스님은 경전에도 그와 똑같은 이야기가 나온다며 그 내용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오늘 상황과 똑같은 일이 경전에 보면 나와. 어리석음을 비유로 설명한 경전인 백유경이 있는데, 거기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와.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날 남의 집에 가서 집주인이 주는 음식을 먹고 싱거워서 맛이 없다고 불평을 한 거야. 집주인이 그 말을 듣고 음식에 소금을 조금 넣어 주었어. 그는 소금을 넣은 음식을 맛있게 먹고는 생각했어.
'음식이 맛있는 것은 소금 때문일 것이다. 조금만 넣어도 맛이 나는데 하물며 많이 넣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그래서 그는 다른 건 넣지 않고 소금만 많이 넣어서 음식을 만들게 했다는 거야. 소금만 맛있다고 생각하여 그것만 먹고 결국은 병이 난 것처럼 우리도 이렇게 어리석을 때가 있다는 거지."
그러면서 스님은 "괜찮아. 양념을 좀 싱겁게 하면 되지" 하면서 실수한 행자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저녁식사 후에도 울력은 계속되었습니다. 배추를 씻어내고 양념에 들어갈 재료들도 다듬었습니다. 토종으로 구해온 것들이라, 다 손수 다듬어야 했습니다. 무청은 처마 밑에 줄을 설치하여 걸었습니다. 스님은 무청이 다치지 않도록 신신당부하였습니다.
밤이 되자 바람도 차고, 물도 차게 느껴졌습니다.
“마당에 불 피워줄까?”
“스님, 저희 힘들어요.” (모두 웃음)
아침부터 12시간 동안 쉴틈 없이 계속된 울력이었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다음날 새벽 6시부터 9시까지 문경에서 불교대학 특강 법문을 해야 했습니다. 시간에 맞춰 도착하려면 새벽 3시에는 출발해야 했습니다.
“나도 오늘내일 김장만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저희가 참 좋은 팔자였네요.” (모두 웃음)
행자들은 웃으며 양념에 들어갈 재료를 마지막까지 다듬었습니다.
내일은 새벽기도를 마치자마자 절여진 배추를 씻고 양념에 버무리고 포장하는 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첫날 김장 울력을 마친 스님은 잠시 눈을 붙였다가 새벽 3시에 불교대학 특강 수련 법문을 하기 위해 문경 수련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행자들은 깊은 단잠을 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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