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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순회법회 11일째인 오늘 스님께서는 정읍, 전주, 천안 청주 네 지역을 돌며 법회를 진행하셨습니다. 강원도는 폭설이라는데 중부지방은 봄날입니다.
오늘 첫 번째 법회가 열린 정읍지역은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2000년 결혼생활이 힘들어 신문에 난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면서 정토와의 인연을 시작했다는 손미옥보살님이 씨앗이 되어 정읍법당은 10여 년간 적은 수지만 도반들과 함께하며 정토에 대한 애정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던 중 2012년 3월에는 법륜스님의 300강 희망강좌에 800명 가까운 정읍시민들이 함께하는 기쁨을 맛 봤고, 2012년 10월엔 지금의 법당으로 이전하여 새 총무님을 중심으로 법당이 안정화 되어 가고 있습니다. 2013년 정초법회 겸 개원법회로 스님을 처음 모셨고, 올해 스님을 또 모시게 되어 기쁘다는 정읍법당에 오늘은 40여명의 정토회원들이 미리부터 모여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가도로 밑 공사로 돌아오느라 자칫 늦을 뻔 했었다는 말씀을 시작으로 스님께서는 “항상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으니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는 게 좋습니다. 우리 인생도 생각지 못한 일이 갑자기 발생하면 당황하고 넋이 나가지만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됩니다. ‘호랑이에게 안 물려가게 해 주세요’ 가 아니라 물려 가더라도 정신을 차리는 것. 파도가 치면 치는 대로, 잠잠하면 잠잠한 대로 경계로부터 내가 자유로워지는 것이 해탈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흔들리는 것이 현실이고, 현실에서 연습하며 목표를 가지고 가는 게 수행자입니다.”라며 기조법문을 해 주셨습니다. 정읍에서는 세 분이 질문을 하였는데, 그 중 소통에 관한 질문을 한 불대 졸업생과의 문답을 옮겨보겠습니다.
“사회나 이웃, 종교 간에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아서 분쟁이 일어나는데 여러 사회문제를 소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소통이 안 되는 게 정상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기중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시끄러운 게 정상입니다. 그러나 더불어 평화롭게 살려면 소통이 되도록 하는 게 목표에요. 소통이 되려면 서로 이해해야 한다. 남에게 소통 안 된다고 주장하기 보다는 자기주장을 내리고 나와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소통입니다.
환경 운동을 한다 하면 환경운동하는 사람은 환경운동에 반대하거나 환경운동에 무지한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제가 어릴 때 우리 밭에 있던 감나무를 아버님이 논친다고 다 베어버렸어요. 그래서 감나무가 그리운 거예요. 그래 감이 많은 밭을 누가 판다고 해서 그걸 200만원 주고 샀어요. 그런데 이듬해 가니까 감나무가 하나도 없어요. 아버님이 그걸 다 베고 또 논을 쳐 버렸어요. 감나무 때문에 샀는데. 감나무를 없애버린거죠. 이것처럼 서로 생각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요. 아버님이 논치기 전에 저에게 한번 물어라도 보았으면 감나무 때문에 샀다고 말씀드려서 소통이 됐을 텐데 아버님은 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저에게 물을 필요도 없었던 거지요.
그게 가치관과 처한 형편이 다르다는 거예요. 지금까지는 우리가 지배자가 자기 식대로 해서 민중들이 고통을 받았는데 요즘은 어느 한쪽만 문제라고 할 수 는 없어요. 환경운동 하는 사람은 환경훼손하는 사람을 무지해서 저런다 하지만 반대쪽에선 환경운동하는 사람을 보고 배부르니까 쓸데없는 짓 한다고 합니다. 서로가 무지하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저 사람입장에서는 저럴 수 있겠구나 할 때 소통의 기초가 형성이 됩니다. 한일관계도 마찬가지예요. 무조건 우리는 우리만 옳다 그러고 일본은 자기만 옳다 그러고. 어제 기사만 봐도 우리가 위안부 기념일 마련한다니까 아베가 일본을 중상모략한다고 하고, 안중근의사 의거 기념상을 세운다니까 일본에서는 테러범을 옹호한다 그러면서 서로 감정을 확확 긁잖아요. 우리가 독도에다가 기지를 건설한다 하니까 일본 지금 교과서에 올리겠다 이런식입니다.
부부관계도 마찬가지로 여자 입장에서는 남자들 술 마시는 게 이해가 안가요. 그런데 그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다 할 말이 있습니다. 애들 공부 안한다고 난리인데 애들도 다 할 말이 있습니다. 이해하면 화는 안 나요. 모든 부분에서 다 같아요. 그러므로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그를 인정하고, 그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이해하는 것이 소통의 지름길입니다.”
정읍에서 1시간 30분 간의 법회를 마치고 스님께서는 두 번째 법회 지역인 전주로 향하셨습니다. 전주법당은 8년 전 김성은보살님(현재 전주법당 부총무님)자택에서 가정법회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6개월이던 아이를 데리고 혼자서 법회를 하다 보니 하나 둘 도반이 오고 2010년 전주강연을 계기로 불대도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4월. 전주천변의 전망 좋은 이곳에 아담한 법당을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개원 후 어설프지만 8대행사도 치루고 도반들과 정진도 하면서 주·야간 수행법회와 봄·가을 불대 및 경전반을 운영하며 자리가 잡혀가는 중입니다.
법당에 들어서니 50여 분의 정토행자님들이 스님을 맞아 주셨습니다. 오늘 전주법회에는 전주 이외에도 군산, 익산, 김제, 남원, 장수, 진안 등에서 다양하게 참석하셔서 앞으로 전북을 아우를 전주정토회의 미래를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뒤에 오는 분들을 위해 앞쪽으로 당겨 앉도록 자리 정리를 해 주신 후 정초인사로 가볍게 법회를 시작하셨습니다. 전주 질문 신청자는 아홉 분이었지만 시간관계상 다섯 분의 질문만 받았습니다. 그 중 활동가 한 분의 질문과 스님답변 올려봅니다.
“정토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어떤 원칙에 대한 안내를 하는 건데 예를 들어 입재식에 아이동반 안된다 하는 거나 물 받아 쓰기 등등의 안내를 늘 제가 담당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너무 고집을 피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저는 안내라고 했는데 분위기가 원칙주의자로 되어 있는 것 같아서 외로운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어떻게 중심을 잡고 해야 될지 궁금합니다”
“그냥 원칙대로 하면 됩니다. 저항이 있고 반발이 있으면 죄송합니다. 그러면 됩니다.
윈칙은 그게 필요하니까 정해 졌을 것 아니에요? 그걸 갖고 눈치보고 할 필요는 없어요. 그릇을 닦아먹습니다하고 안내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한 번 이야기 했다고 해서 바로 그렇게 다 되지는 않습니다.
그걸 짜증내거나 힘들어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토회는 쓰레기 제로운동, 한 번 덜은 음식은 다 먹어야 하고 다 먹은 뒤에도 잘 닦아서 먹어야 된다 하지만 그릇 닦아 먹는 게 지저분하고 꾸정물 먹는 걸로 느끼는 사람도 있고 어렸을 때는 배가 고파서 다 먹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닦아 먹어요’ 하는 사람도 있고, 물을 부어주면 도저히 못 먹어서 비닐봉지에 싸서 가지고 나가는 사람도 있고, 그 사람의 어려움도 내가 이해를 해 줘야 합니다.
교육하고 개선은 하되 짜증 내거나 소리를 내선 안됩니다. 원칙을 포기하는 것도 수행이 아닙니다. 원칙은 지키되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조금 유연해야 합니다. 사람이라는 게 너무 엄격하면 같이 못 살고, 원칙이 없으면 무질서해서 못살고, 원칙은 지키되 적용하는 현실에서는 조금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수행이고 그게 중도입니다.”
이렇게 전주강연을 마무리하고 스님께서는 또다시 천안으로 향하셨습니다.
천안센터는 2010년 윤미숙보살님이 주축이 되어 가정법회로 시작했고 여섯 번의 강연을 치룬 후 작년 3월 센터를 개원했습니다. 기독교 세가 유독 센 천안에서 봄불대 2기가 졸업했고 가을불대가 모범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봉사자가 많지 않아도 가정법회에서 가족같이 지내던 보살님들과 4월11일에 있을 희망강연 준비와 불대 입학 준비 등으로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내년엔 좀 더 여법한 법당으로 나아갈 서원도 세우고 있습니다.
예정보다 10분 늦게 도착하신 스님께서는 40여명의 천안회원들에게 간단하게 정초인사를 물으시고 바로 질문을 받으셨습니다. 질문자는 여섯 분이었고 활동가 한 분을 제외하고는 불대생이거나 불대입학예정자였습니다. 이에 스님께서는 “여기는 활동하는 사람들은 문제없고 불대만 많이 입학시키려고?” 하며 웃으셨습니다.
천안정토회가 잘 정착하려면 어떤 자세로 해야 할지와 불대 담당자로서 어떻게 졸업까지 잘 가야할지를 묻는 활동가의 질문에 스님께서는 처음 정토회 온 목적이 좀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였던 만큼 기쁘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게 이익 되고 좋아야 오래할 수 있다 시며 욕심을 버리고 가볍고 편안하게 할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천안센터가 현재 회원이 많지 않지만 8차년도에 천안정토회로 독립시킨 것은 충남의 북쪽, 그러니까 7~8개 시군을 포용하게 될 밑그림이 있었기 때문이라 말씀하시면서 그렇다고 해도 세상 일이 억지로 되는 일이 없다. 인구로만 따지면 중국에다 정토회 내야지 그래서 항상 씨앗이 중요하다시며 처음 정토회 시작했을 때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많이 오든 적게 오든 구애받지 않고 꾸준히 해 나가면 자연스럽게 천안·아산에 걸맞는 정토회가 되지 않겠나 하시며 희망을 가지고 꾸준히 해나가기를 당부하셨습니다.
천안 법회를 마치고 스님께서는 오늘의 마지막 법회지역이며 8차년에 충북을 책임지게 될 청주로 떠나셨습니다.
청주정토회는 전국 법당 중에 가장 평균연령대가 높은 법당으로 현재는 노보살님이 되신 분들이 마음 내셔서 정토회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일찍 문을 연 법당입니다. 현재는 많은 젊은 분들이 봉사자로 일과 수행을 같이 하고 있으며 불대, 경전반, 수행법회, 청년법회, 일요법회까지 꾸리고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천안에서 청주로 가는길에 수련장 부지에 들렀다 오시느라 20분정도 늦게 청주에 도착해서 마치는 시간도 20분 늦게 마치셨습니다.
법당에서는 활동가와 불대생 및 일반 신도 합해서 130여명의 회원들이 빼곡히 앉아 스님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스님은 지난 3년 동안 활동하느라 수고하셨다며 그동안 주로 대학, 고인쇄박물관에서 일반대중들에게 서비스를 많이 했는데 오늘은 활동가들을 위한 즉문즉설이라고 인사말씀을 하셨습니다. 천일결사자들은 기도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자원활동가들은 자원활동 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친한 부부도 소리가 나고 출가한 스님들도 소리가 나는데 자원활동가들이 소리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질문을 받으셨습니다.
질문자는 총 여덟 분으로 봉사자3, 불대생4, 일반신도 한 분입니다.
어딜 가든 의지할 만한 대상을 찾고 좋아하고 질투했다 그러고 있는 내가 싫고 괴로워서 상대방을 피하고 멀리하고 지금 정토회 활동하면서도 팀장님한테 그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며 어떤 마음으로 기도해야 할지를 묻는 25살 청년에게 스님은 사랑을 거래하지마라며 일침을 놓으셨습니다.
“장사하려고 하지마세요. 내가 너를 좋아했으니 니도 나한테 잘해줘라 이건 거래예요. 손해보기 싫다는 거잖아요. 나에게 이익 보려고 접근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할까요? 그러니까 더 손해보는 것 같고, 내가 좋으면 좋은 걸로 끝나야지, 너무 장사를 밝히니까 결과적으로 장사가 안되는 거예요. 적자가 나니까 자꾸 괴로운 것입니다. 업드려 절하면서 ‘사랑을 거래하지 않겠습니다.’ 하세요. 다만 사랑할 뿐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 장삿속이 있습니다. 장사하지 않는 것을 무주상 보시, 자비, 아가페사랑이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부모자식간이나 인생사가 다 장사요. 그렇게 장사하는 자신을 또 인정해야합니다. 미워하지 말고. 나만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러나 목표는 장사하지 않는 것입니다.”
9시를 훌쩍 넘은 시간까지도 흐트럼 없이 법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오늘도 하루 종일 법의 단비를 흠뻑 맞고 마음이 촉촉하게 살아나는 듯 합니다.
“어떤 일이 안 일어나게 해 달라는 게 수행이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나도 문제가 없는 사람이 수행자입니다. 그런 사람이 되는 게 부처님이 가르치는 법이고 그것을 스님이 전해주는 것입니다. 폭풍이 불어도 배를 잘 몰고 갈 수 있는 사람이 좋은 항해사에요. 어떤 상황이 일어나도 거기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고 안 되는 자기를 보면서 끝없이 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게 수행입니다. 이치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자기 생각이나 지식에 꽉 막혀 있으면 이치를 잘 몰라요. 두 번째는 이치를 알아도 대다수는 실천이 안 됩니다. 끝없는 실패, 실수를 거듭 하는 거예요. ‘또 내가 미쳤구나’ ‘또 내가 옳다고 주장하는구나’ 알아가면서 넘어지고, 넘어지고, 천 번 넘어지면 천 한번 일어나는 이런 꾸준한 정진의 힘으로 어느 순간에 일어서는 과정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이 과정은 실패가 아닙니다. 진행 과정에도 이익이 있습니다. 아직 목표에는 도달 못했어도 한 만큼 나에게 이익이 쌓여갑니다.”
이렇게 오늘 법회를 모두 마치고 서울로 오는길에 초창기 청주에서 스님법문을 듣고 수행하고 계시는 아흔이 다 되어 가는 실상화 보살님을 모셔다 드리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서울에서 외부인사들과의 만남, 업무관련 회의, 선거관련 영상촬영등의 일정이 예정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