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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님께서 LA 부에나팍에서 즉문즉설을 하시는 날입니다. 스님께서는 오전 11시 LA 공항에 도착하셨습니다. LA 날씨가 청명하고 시원해 가을처럼 느껴진다고 하시며 코리아타운으로 향하셨습니다. 미리 섭외한 LA 불사 장소를 세심하게 둘러보시고 LA 정토회 김명례 총무님 댁에서 오후 1시에 점심공양을 드시며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셨습니다. 점심 공양 후 잠시 휴식을 취하시고 오늘 강연회 장소인 LA 부에나팍의 헐리데이인 호텔에 도착하셨습니다.
강연장에는 행사 시작 1시간 반 전인 5시 반부터 교민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스님께서는 6시 30분부터 30분 간 책 사인회를 갖고, 교민들과 인사를 나누셨습니다. 청소년부터 대학생, 청년,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세대가 왔습니다. 그 중에는 한국 불교에 관심이 많아 이 곳을 찾아 온 관객도 있었습니다. 모두 스님 말씀을 영상과 글로 미리 접하고 직접 지혜의 말씀을 듣고자 행사장을 찾아온 분들입니다.
7시가 되자 행사장이 가득 메워졌습니다. 400여 분이 스님을 뵈러 왔습니다. 평일인 목요일 저녁, 더구나 교통체증이 심한 LA에서 저녁 7시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였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낮은 조명 아래 스님의 활동과 지난 즉문즉설이 포함된 영상이 상영되었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모두 앞에 서셨습니다. 박수로 또는 합장으로 스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스님은 즉문즉설이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으로 말문을 여셨습니다.
즉문즉설이란 살아가며 궁금하고 답답한 일, 괴로운 일을 드러내놓고 얘기해보는 강연방식입니다. 많은 분들이 즉문즉설을 '즉문즉답'이라고 잘못 부르곤 합니다. 하지만 즉문즉답이라는 건 없어요. 왜냐, 인생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린이들을 데리고 '대한민국의 수도가 어디에요?' '서울입니다!' 이런 퀴즈를 할 수는 있어도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답을 줄 수는 없어요.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대중이 스스로 지혜로워질 수 있도록, 그 지혜로워지는 과정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어떤 선택을 해야 좋을까요'라고 물어봐요. 하지만 인생에는 좋은 선택, 나쁜 선택이 따로 없습니다. 다만 어느 쪽을 택하든 책임이라는 것이 따르는데, 그 책임은 안지고 좋은 것만 얻으려고 하니 질문이 생기는 거예요. 그게 욕심이지요. 허황된 생각을 품는 거다, 이런 얘기예요. 이렇게 힘들고 괴로운 것은 피하고 싶고 좋은 것만 얻고 싶은 사람들이 주로 종교를 찾기 쉽습니다. 하지만 원래 예수님, 부처님의 가르침은 '허황된 생각을 하지 마라' '눈 뜨고 바르게 살아라'는 데에 있어요. 그 가르침을 전하고 돕는 과정이 바로 설교이고 설법인 거지요.
제가 만약 사물의 이치를 '원리'로 얘기한다면 10분이면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추상적이고 어려운 이야기는 이 분야에 정통하지 않은 사람이 이해하기에는 어렵지요. 같은 이치라 할지라도 구체적인 실례를 갖고 얘기하면 훨씬 대중이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비록 시간은 두 시간, 세 시간이 걸리고 4-5명의 얘기 밖에 들어주지 못한다고 해도 그 힘은 훨씬 클 수 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것을 하는 자리입니다.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이치를 듣는데서 만족하지 말고 '이치를 알고 그것을 자기화하는 과정' 즉 '수행'을 꾸준히 해나가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이 없으면 한 번 들은 좋은 얘기는 그것으로 끝이에요. 부디 오늘 실례를 통해 이치를 듣고 본인의 꾸준한 수행을 통해서 마음 가볍고 행복한 삶을 꾸리시기를 바랍니다."
질문을 받기 시작하자 가장 먼저 중년의 여성이 준비된 마이크대 앞으로 나가 섭니다. 스님의 말씀을 유튜브를 통해 접하고, 언젠가 꼭 한국에 가서 스님을 뵈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는데 이렇게 스님께서 LA로 와 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아이고, 제가 온 덕분에 비행기값 아꼈네요!"라는 스님의 농담에 질문자도 관객도 모두 함께 웃었습니다. 질문자의 본격적인 질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제 딸이 발레리나인데 보스턴에 살고 있어요. 딸을 보러 갔는데, 마침 그 날 보스턴 폭발 사고가 났어요. 저는 그 현장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내가 죽다 살았구나!' 싶은 그 찰나에 '내가 이대로 죽으면 너무 억울하겠구나. 내 인생을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온갖 혼돈이 밀려왔습니다. 남편은 늘 바쁘고, 애는 반항만 하고, 내 인생이 뭔가 싶었습니다. 그 후로 한 번씩 남편도 보기 싫고 딸도 싫고, 집을 뛰쳐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 날 부처님께서 저를 살려주셨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살려주신 이유가 뭘까요. 제가 이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면 좋을까요?"
스님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본인이 산 것은 부처님이 살려줘서 산 것이 아니에요. 부처님이 만물을 살리거나 죽이는 그런 존재가 아니에요. 만약 본인이 산 것이 부처님이 살려줘 그런 거라면, 그 사고로 사망한 3명은 부처님이 죽인걸까요? 아니죠. 부처님이든 예수님이든, 그렇게 선택적으로 누구를 살리고 죽이는 것이 그 분들의 뜻이 아니란 말입니다. 본인이 종교에 대해 지금 잘못 알고 있어요."
그 어떤 종교도 누군가를 선택해 죽이거나 살리지 않는다는 설명에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집니다.
"죽음의 위기를 느낀 순간에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는 건 그 동안 본인의 삶이 충만하지 못했다는 얘기에요. 오히려 그런 죽었다 살아나는 경험을 해 봤으니, 앞으로 살아있는 동안에 하루라도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죽음이라는 것이 멀리 있는게 아니라 늘 가까이 있는 거구나, 이렇게 깨우치면 돼요. 잘 들으세요, 이 말은 죽음을 두려워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으라는 거예요.
남편과 딸에 치여 본인의 삶을 살지 못했다고 했는데, 남편 인생, 딸 인생에 간섭 안 하면 이 관계 유지하면서도 자기 인생을 살 수 있어요. 꼭 집을 뛰쳐나가야지만 본인의 삶을 살 수 있고 집에 남아 있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 없는 삶이다, 이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남편이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면 '그래, 당신도 아직 안 죽고 살아 있으니 이렇게 술이라도 마시고 늦어도 집에 돌아오지, 아니었으면 이렇게 술 마실 수나 있겠나' 이렇게 생각하세요. 남편이 자꾸 늦게 집에 오면 '아이고 그래, 당신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인생, 마음 가는대로 뜻대로 해라' 이렇게 놓아줘버리세요. 지금 본인이 아무것도 못하게 붙잡고 있는 사람 없어요. 그냥 자기가 식구들을 잡고 못 놓고 있는것이죠.
내가 결혼이라는 선택에 책임을 지라고 한 말은 일단 결혼했으니 절대로 이혼하지 말고 같이 살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다만, 함께 살기로 선택을 했으니 더불어 살도록 서로 이해하고 맞춰도 줘 보고 그런 노력을 충분히 해야 한다 이 뜻이에요. 살아보다 영 아니면 다른 사람이 데리고 살게 놔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남에게 주고 떠나는 것도 좋은 말이라는 스님 말씀에 관객이 모두 웃습니다. 질문자도 웃음이 터졌습니다. 웃으면서 "아닌게 아니라 제가 다른 사람 찾아 가보라고도 제안을 해 봤는데... 싫다더라구요."라고 대답합니다. 스님의 말씀이 이어집니다.
"거 잘 됐네요. 먼저 이혼 제안해서 득 볼 거 별로 없거든요. 상대방이 이혼하자고 해야 내가 위자료를 받아도 더 받고, 서류 떼러 가는 절차도 내가 안 해도 되고 여러모로 편하고 좋아요. 그러니 가만히 좀 더 내버려두고 '아이고 당신도 마음 가는대로 살아봐라, 살아 있어 고맙다' 이렇게 마음 먹어 보세요. 그리고 여유가 되면 매일 기도를 해보세요. 이 때 기도는, '부처님 저를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게 아니라 '살아 있어 감사합니다'라고 하셔야 돼요. 그렇게 매일, 이 살아서 눈 뜨는 하루에 감사하면서 지금부터의 인생은 덤이라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살아요."
"네, 알겠습니다"하고 대답하는 질문자의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관객도 함께 웃으며 박수를 쳤습니다.
이어, 공황장애를 앓고 있어 괴롭다는 20대 여성, 사회 생활이 만만치 않아 적응하기 어렵다는 35세 남성, 그리고 자신은 매번 남들보다 운이 나빠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것 같다는 20대 남성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질문자 중 한 명은 스님께 질문을 드리고 중간 중간 대답을 하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네, 목사님"이라고 답해 모두가 한바탕 웃기도 했습니다. "그럴 땐 재치 있게 '네, 목사스님!' 이렇게 하면 돼요"라고 가르쳐주시며 스님도 웃으셨습니다. 다음으로 장년층 남성분이 마이크 앞에 서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스님. 저는 은퇴한 목사입니다."종교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먼 길 찾아와 질문을 하시는 목사님께 관객의 감탄사와 박수가 쏟아집니다.
"그동안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제가 여기에 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 북한의 미래와 한반도의 정세에 대해 질문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북한이 어떻게 될 지, 우리가 어떤 자세로 이 상황을 바라보아야 할 지 스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라는 목사님의 질문에 스님께서는 현재의 한반도 상황, 복잡한 역학관계와 국제질서를 설명해주셨고, 스님의 말씀에 강연장이 숙연해졌습니다. 막연히 생각해왔던 북한과 통일의 이슈가 400명의 관객들의 귀를 적시는 순간입니다.
"나 사는 이야기나 하려고 왔더니 갑자기 북한 얘기하고 통일 얘기해서 놀라셨어요? 괜찮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자신이 궁금한 것, 자기가 고민되는 걸 나누다 보면 이렇게 평소에 본인은 관심 없었던 것,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도 듣게 되고 그런 거예요. 그 과정을 통해서 미처 예전에는 생각 못했던 것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고, 그것이 다 즉문즉설의 힘이에요. 매력이에요."
스님이 시간을 물어보십니다. 밤 10시입니다. 7시에 강연이 시작되었으니 어느덧 3시간이나 흐른 셈입니다.
"오늘 긴 시간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다른 사람 하는 이야기 듣느라 다 수고 많으셨어요. 행복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아요. 예전에는 밥이나 넉넉히 먹고 살면 좋겠다, 내일 끼니 걱정 안 하면 좋겠다 하는 것이 큰 과제였지만 여러분들은 이제 물질이 핵심이 아니에요. 먹고 사는 건 거의 해결이 되었기 때문에 그 외의 문제로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상처 받거든요. 물질이 문제가 아니니 이제 마음을 바꾸셔야 해요. 행복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에요. 자유도 누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에요. 내가 눈 바로 뜨고 내가 딱 땅에 발 제대로 디디면 그 때부터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고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자유로워지는 거예요. 그 눈 뜨게 하는 가르침을 주는 것이 바로 성현의 가르침이고, 그 말씀을 전달하는게 바로 제가 하는, 계속 해야 할 일입니다. 오늘 이렇게 와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요, 부디 다 평안하고 행복한 인생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의 닫는 말씀이 끝나자 큰 박수가 쏟아져나옵니다. 강연장을 가득 메운 400명이 미소 띈 얼굴로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강연 후 이어진 30여 분 간의 사인회에 다시 많은 분들이 모이셨습니다. 스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함께 사진도 찍고, 환하게 웃으며 강연장을 빠져 나갑니다. 정성으로 행사를 진행한 LA 정토회와 오렌지카운티 정토회 신도분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스님도 강연장을 떠나셨습니다.
강연회 다음날인 6월 21일 금요일에는 오전 9시 45분에 집을 나와 오렌지카운티 불사 지역 두 군데를 둘러보시고 회원들과 함께 불사에 대해 논의하셨습니다. 오렌지카운티 공항에 오전 11시 30분에 도착하여, 12시50분 출발 항공편으로 샌프란시스코로 향하셨니다. 오늘 저녁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또 다른 수백명의 교민들이 스님의 즉문즉설을 통해 깨우침의 시간을 갖게 될 것입니다.
남은 미주 강연 일정이 잘 마무리되길 바라며, LA의 정토회 식구들도 스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스님의 하루 자주 찾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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