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5.27 대중부 활동가 수련

오전11시 무렵, 전국에서 정토회 대중부 자원활동가 80여명이 경주에 도착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버스에서 내리는 한명 한명과 악수를 나누며 대중들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다들 새벽에 출발해서 오느라 아침식사를 못하고 온 분들도 있어 배가 많이 고팠나 봅니다. 곧바로 칼국수집으로 들어가 한그릇씩 후루륵 먹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일기예보를 보니까 오후3시부터 비가 올 것 같다”며 “오늘은 원래 경주 남산을 자세히 안내해 드리려 했는데, 부처 바위를 보고 포석정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가볍게 다녀오겠다” 고 하시면서 오늘 일정을 간단히 안내해 주셨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경주 남산으로 향했습니다. 산길로 들어선 대중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했습니다. 부처 바위에 다다르자 스님께서는 송신기를 켜고 대중들에게 자세한 안내를 시작했습니다.

 

부처 바위라 불리우는 이 바위의 정식 명칭은 보물 제201호 탑골 마애조상군이며, 높이 9m에 둘레가 30m가 되는 큰 바위의 사면에는 여래상, 보살상, 비천상, 나한상, 탑과 사자상 등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습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북쪽 면과 동쪽 면이었습니다. 북면에는 부처의 도상과 함께 양쪽에 황룡사 9층탑과 7층 목탑이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옛 경주에 솟아있던 목조 기와탑들의 웅장한 모습을 상상하게 해주었습니다.

 

동쪽 면은 화려했습니다. 극락정토의 주불인 아미타여래와 양 협시보살상, 비천상이 새겨져 있었는데, 어디에도 긴장된 곳이 없고 부드럽고 차분하게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한없이 부드러운 두 뺨, 꼭 다문 입술, 그 언저리에 맑은 웃음, 위로는 6명의 비천상이 날고 있었습니다. 모두 꽃 접시를 들거나 합장해 부처님을 예경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암벽의 아래에는 희미하게 스님이 향로를 받들고 염불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스님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대중들은 “지극히 부처님을 생각한 신라인들의 애절한 신앙심이 느껴진다”며 다들 기뻐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남쪽 면에 올라서서 “지금 남북 간의 정세가 좋지 않으니, 함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기도를 하고 갑시다.” 라고 하시며 직접 목탁을 들고 석가모니불 정근을 시작하셨습니다. 대중들의 염불 소리가 남산 전체에 은은히 울려퍼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이 기운이 한반도 전체에 평화의 기운으로 자리잡길 다함께 발원하고, 다시 산행을 계속했습니다.  산길에는 때죽 나무에 흰꽃이 만발해 있었습니다. 

 

능선에 이르니 비교적 넓은 평지가 나타났는데 이곳에서 물도 마시며 뒤쳐진 사람들이 모두 올라올 때까지 잠시 쉬었습니다. 대중들은 스님과 한번이라도 같이 기념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며 삼삼오오 짝을 지어 스님 뒤에 서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삼십여분 동안이나 계속 웃으시며 대중들의 촬영 모델이 되어주셨습니다. 사진 촬영이 끝나자 노래나 한번 불러보라며 스님께서 제안하셨습니다. 장정윤 보살님의 선창으로 ‘고향의 봄’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이어서 ‘과수원길’ 등 어릴적 불렀던 동요들이 연달아 릴레이로 함께 따라 불러졌습니다. 맑은 공기에 즐거운 웃음이 넘쳐나는 산행이었습니다. 

 

오후 3시가 되자 정말로 스님말씀처럼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두북정토마을에 도착하자 대중들은 휴식시간을 가졌고, 스님께서는 문수팀 행자님들과 함께 대중들을 위한 공양 준비를 시작하셨습니다. 공양간에 들어간 스님은 제일 먼저 앞치마를 두루시고 정성껏 요리를 하셨습니다. 

 

스님과 행자님들이 정성껏 지어준 밥을 대중들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스님께서는 대중들과 함께 저녁예불을 올린 후, 곧바로 대중부 활동가 수련 입재 법문을 해주셨습니다. 이번 수련을 어떤 취지에서 열게 되었는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세상을 위하는 일도, 남을 위하는 일도, 필요하다면 죽는 일까지도, 내가 즐거워야 됩니다. 힘이 들어도 땀방울은 흐르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나야 됩니다. 그래야 우리가 수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수행자로서 전법을 하고 환경운동을 하는 것이지 그냥 환경운동가는 아닙니다. 북한동포돕기를 해도 수행자들이 북한동포돕기를 하는 것이고, 수행자들이 구호활동을 하는 것이고, 수행자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겁니다.

 

‘수행자’라고 할 때 이 수행자의 의미가 뭐냐? 그것은 자기 일로 한다는 것입니다. 남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는 게 아닙니다. 힘들어도 나를 위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 원칙을 놓치지 않을 때 우리가 수행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수행을 기초로 한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일을 하더라도 세상을 위해서 내가 희생한다는 불쌍한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세상을 위해서 목숨을 버리더라도 누구를 위해서 희생하는 불쌍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내 인생은 세상보다 어쩌면 더 소중하기 때문에.  

세상을 위해서 내가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기꺼이 웃으면서 한 점 후회 없이 나를 위해서 한다는 이런 자세여야 합니다. 그래서 수행자가 하는 어떤 일은 남을 위해서 하더라도 희생은 아닙니다. 누구를 위해서 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진정으로 사실은 나를 위해서다. 이것을 놓치지 않아야 수행자입니다. 이걸 놓쳐버리면 수행자가 아닌 세상 사람으로서 남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이 세상에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굉장히 존경받고 칭찬받는데 본인은 굉장히 괴로워하면서 살다 간 사람도 많습니다. 남으로부터 위대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본인은 굉장히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것은 세상 사람으로서는 훌륭한 사람이지만 수행자는 아닙니다. 수행자라고 하는 것은 자기를 소중하게 여기는 자입니다.



반대로 자기만 알고 세상을 모른다. 이것은 이기주의자이지 수행자는 아닙니다. 이타행을 하되 그것이야말로 진짜 자기를 위하는 길임을 아는 자, 이것이 수행자입니다. 처음에는 내 인생이 힘들었는데 부처님 법 만나서 내 인생이 가벼워졌다, 그러다보니 세상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 했는데, 그 도움이 되는 일을 하다가 또 내가 괴로워졌다 이런 얘기입니다. 옛날에는 나를 위해서 살면서 힘들어 했는데, 이제는 세상을 위해서 살면서 내가 힘들어졌어요. 이런 문제까지 치유를 해야 수행자로서 세상을 위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토행자의 목표 중에 첫 번째가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인다는 원칙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아침 끊임없이 이 원칙을 되새기며 수행을 하는 것입니다. 항상 세상을 위하는 일을 할 때도 그것이 자기에게 기쁨이 되도록 이 원칙을 놓치지 않아야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일반 대중들보다 여러분들이 더 정진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또 경계에 팔려서 정토회가 내 인생의 무거운 짐이 되어 버립니다. 이번 수련은 그런 것들을 치유해 나가는 자리가 되겠습니다. 편안한 자리에서 서로 대화해 봅시다.“  

입재 법문이 끝나고 자기소개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전국에서 활동가들이 모였는데, 새로 생긴 법당도 많고 아직 서로 간에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아서 한명 한명 일어나서 자기 소개를 했습니다. 언제 처음으로 정토회를 만나게 되었는지, 우여곡절 끝에 어떤 과정을 겪고 자원활동을 해왔는지, 등등 참으로 감동적인 사연들이 소개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간단히 소개하는 정도로 마련되었는데, 각각의 사연들 속에 감동과 웃음이 넘쳐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되다가 어느덧 취침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스님께서는 “서로 누가 누군지 몰랐는데 각자 자기를 소개하는 내용 중에 서로를 알아가게 되기도 하고, 활동하는 중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애환도 묻어나고, 함께 나눌 이야기 거리들도 나오는 것 같다” 하시며, “마침 비도 오고 하니까 내일 아침 산책시간 대신에 자기 소개하는 시간을 더 가져보자” 라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대중들도 모두 동의를 했고, 밤11시 무렵이 되어서 잠자리를 정돈하고 대중들 모두 취침에 들었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자기소개하는 시간을 더 갖고 나서, 스님과의 즉문즉설 형식의 간담회가 하루종일 계속 될 것 같습니다. 대중부 활동가들이 그간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들이 많이 질문될 것 같고요. 각각에 해당하는 스님의 지혜로운 답변도 기대가 됩니다.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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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해서 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진정으로 사실은 나를 위해서다. 이것을 놓치지 않아야 수행자입니다. 이걸 놓쳐버리면 수행자가 아닌 세상 사람으로서 남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좋은 말씀들 모두 다 참 감동적입니다^^*

2013-06-26 00:11:20

진제희

스님, 밥하시는 모습 정말 아름답고 존경스럽습니다.

2013-06-01 09:51:02

법륜스님짱

청년 법륜스님^^ 밥하시는 모습이 청년같으십니다.~~ 멋져요~~

2013-05-28 23: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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