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하나 하나의 가슴에 살아있는 설거사님!
시작일2004.01.17.
종료일2004.01.17.
1,779 읽음
법륜스님의 글은 조아조아게시판에 주로 올려집니다만 설거사님을 추모하는 내용이라서 여기에 옮겨놓습니다.
---------------------------------------------
아이들 하나 하나의 가슴에 살아있는 설거사님!
정토가족 여러분께.
전정각산의 달은 다시 밝습니다.
그러나 달밤에 함께 노래하고, 의논하고, 주위를 살피던 설성봉 거사님은 다시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오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주말 전체회의를 하면서 지난번 회의 때 성지순례 준비며 개교기념식 준비를 위해 마지막 회의를 함께 했는데 설거사님만 빠지게 되어 다들 섭섭해했습니다. 설거사님을 위한 잠시 묵념을 시작으로 회의를 하면서 우리 모두는 그 분이 없는 빈 공간이 너무나 큼을 느꼈습니다.
오늘은 인도 공화국 창건 52주년 기념일입니다.
아이들이 각 유치원에서 행사를 하고, 10시에 수자타 아카데미에 모여 함께 행사를 했습니다. 소라즈비가에서 행진을 해와서 학교 운동장에 모여 국기를 게양하고, 국가를 부르고, 연설을 하는 그런 일반 행사를 마치고, 강당에 모여 설거사님 추모식을 가졌습니다.
인도 풍속으로 장례를 치른 후 13일이 지나면 마을 사람들이 문상을 하고, 식사를 대접한답니다. 그래서 오늘 그 행사를 함께 하기로 하였습니다.
9시경부터 설거사님을 가족같이 생각하는 사람들 10여명이 모여 다비장에서 삭발을 하였습니다. 원래는 가족이나 친척이 하는데, 두 마을 사람들이 가족이 되어 삭발을 한 것이지요. 그리고 10시에는 각 마을에서 온 학생, 어머니회 회원, 청년 회원 등 1000여명이 모여 모두 설거사님 영전에 꽃 공양을 올리고 명복을 비는 묵념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온갖 고통을 겪다가 독립하였듯이, 우리도 가난과 질병, 문맹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듭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의 먹을 것보다도, 장래를 위해 아이들 공부 가르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설거사님은 바로 그런 일을 하기 위하여 가족도 남겨두고, 먼 이 곳까지 와서 학생들을 위해서 학교를, 환자를 위해서 병원을 짓다가 불행한 일을 당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설거사님의 그 숭고한 뜻을 계속 이어나갑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함께 해야만 가능합니다.' 는 취지의 인사말을 하고 곧 아이들의 문화공연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웃는 얼굴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저 아이들이 구걸을 하다가 학교에 다니면서 저렇게 의젓하고 예쁘고 발랄해졌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친 선생님, 학교를 지으신 분, 보시하신 분 등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이수진 법우의 노고가 얼마나 큰 성과로 나타났는지 모릅니다. 태권도를 하는 우렁찬 목소리와 힘찬 동작, 부채춤 등 한국문화도 선보였습니다. 설거사님이 마지막까지 꾸민 무대며, 또 파트나까지 가서 사 온 엠프가 좋아서 공연이 더욱 돋보였습니다.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설거사님 영전에 촛불 공양을 올리며 '설지 사랑해요' 할 때는 설거사님은 결코 비명에 돌아가신게 아니라 이 아이들을 위해서 전정각산의 산신이 되어 보살피고 계실 뿐만 아니라 아이들 하나 하나의 가슴에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그 동안 공부 잘 한 학생, 결석 안한 학생들에게 상을 주고, 또 참석한 모든 학생들에게는 옷과 연필, 노트를 주고, 마을 사람들에게는 비누를 주고, 모든 분들에게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부터는 JTS컵 쟁탈 축구대회 결승전이 있었는데 '바가히'와 '가왈비가'가 격렬한 결승전을 치렀는데 결승에 올라온 팀답게 경기를 아주 잘 했어요. 맨발로 뛰는데도 정말이지 프로축구 보는 것보다 더 재기가 있었어요. 결국 '바가히'가 2:1로 이겼어요. 중간에 심판 판정에 불만족하여 불상사가 있기는 했지만 그러나 잘 끝났습니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둥게스와리 마을은 이제 지난날과 다를 바 없이 조용합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약간의 긴장감 속에서 지내고 있답니다. '한국 사람들이 철수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결의는 더욱 굳건합니다. 설거사님을 보조하며 공사장에서 자원봉사하던 정상민씨가 복학을 연기하고 공사를 마무리짓겠다고 원을 세웠습니다. 6개월간 비자를 연장해서 설거사님이 하시던 일을 마무리 짓겠답니다. 얼마나 장한 행동입니까. 모두들 내일 회향인데 나갔다가 27일 49재 때는 모두 다시 오겠답니다.
사건은 단순강도사건으로 밝혀졌습니다.
우리가 저녁 6시에 문을 닫으니 그 전에 들어오려다가 설거사님께 발견되어 실패하자 총기를 난사하여 그 총알이 심장을 맞아 바로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경찰이 원한관계라고 발표한 것은 설거사님이 기술자니까 노동자들과 갈등이 있지 않았겠는가 하는 선입견으로 그렇게 생각한 것이었고, 현재는 단순강도사건으로 한 명이 체포되어 있는 상태이고, 나머지 6∼7명은 도망가고 잡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 동안 기도해주시고, 염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들이 후원해주시고, 염려해주신 덕분으로 그나마 잘 정리가 되었습니다.
달라이라마님께서도 설거사님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시고 '좋은 곳에서 좋은 일 하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반드시 좋은 곳에 태어날 것입니다' 하며 위로해주셨습니다.
불행을 다행으로 여기며, 더 큰 원력으로 수행정진 할 것을 다짐하며 이만 줄이고 인사드립니다. 편히 주무십시오.
불기 2546년 1월 26일 밤 전정각산 아래에서 법륜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