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남양주지회
나는 자랑스러운 '정토인' 입니다

지회장으로부터 추천받은 이름을 보고 입가에 웃음이 번집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반 활동을 같이한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남양주지회의 웃음전도사로서 도반들에게는 밝고 유쾌함을 선물한 도반. 그에게도 모든 사람이 그렇듯 많은 아픔이 있었습니다. 정토회를 만나기 전에는 행복한 척, 쉬운 척, 했습니다. 이제는 뭐 뭐 하는 척이 아닌 아프지만 진실을 담담하게 받아드리고 가볍게 살아갑니다. 남양주지회의 9월 경전반 담당 소임을 맡은 박선정 님의 수행담, 지금 들어 봅니다.

아이들이 저에게 왔습니다

저는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애타게 기다린 후 얻게 된 아이들입니다. 결혼 후 당연히 올 줄 알았던 아이였으나 오지 않았습니다. 저를 위해 엄마는 유명한 사찰을 찾아다니며 기도를 많이 했습니다. 저도 엄마와 함께 이 절 저 절 다니며 기도를 많이 했고 노력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는 오지 않았습니다. 포기하고 마음을 내려놓을 즈음 기도의 감응이었는지 아이가 저에게 왔습니다. 너무 행복했습니다. 태교에 힘써야 할 시기였으나 미술 심리치료 공부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뒤처지지 않고 잘하려는 욕심으로 불안과 초조, 긴장과 피곤함으로 임신기간을 지냈습니다. 그런 것들이 태아를 힘들게 하는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제가 아주 크게 잘못했다는 것은 아이를 낳고서야 알았습니다.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이는 먹는 것도 부실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저와 조금만 떨어져도 불안 하여 늘 제 등에서만 살았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아이였는데 저는 전혀 행복하지 않고, 숨 쉬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돌 지난 아이를 언니에게 맡기고 직장으로 도피했습니다.

2019 나비 장터
▲ 2019 나비 장터

다시 고통스러워지다

그렇게 문제를 외면하고 즐거운척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이의 불안감이 심해져 5살 무렵 틱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식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 저의 인생도 실패한 인생이 될 거라고 염려하는 엄마의 말에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에게 전념했습니다. 그러다가 둘째가 생겼습니다. 둘째는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잘 먹고 잘 자는 아이와 함께 다시 행복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은 길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3살 무렵, 다른 아이들과 뭔가 다름을 직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외면했습니다. 눈감고 귀 막고 지내다 2년 후 용기 내어 상담하였습니다. 경계성 아이라고 진단받았습니다.

2019 시무식 장기자랑(맨 앞줄)
▲ 2019 시무식 장기자랑(맨 앞줄)

이번에도 저의 잘못임을 알았습니다.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우쭐대는 마음에 다른 아이들의 상담과 치료를 하느라 내 아이는 봐주지 않았습니다. 일을 잘 못 한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제 일에만 최선을 다하느라 제 아이가 병드는 줄도 몰랐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어리석을 수 있는지, 제 욕심으로 빚어진 결과에 참담했습니다. 다시 힘겨운 하루하루가 이어졌습니다. 우울증으로 심한 고통도 겪었습니다. 저로 인해 아이들이 잘못되었다는 죄책감이 저를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외로웠습니다. 남편에게는 화내고 달려들었습니다. 저, 남편, 아이들, 모두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2021, 9월 불교대학수업
▲ 2021, 9월 불교대학수업

눈물바다가 된 돌잔치

우연히 보게 된 즉문즉설 영상에서 “사람은 누구든지 행복할 수 있다”라는 스님의 말씀에 많은 위안을 받았습니다. 아프지만 현재를 받아들이니 조금씩 평온해지고 셋째 아이가 생겼습니다. 남편과 저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셋째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생후 4개월 화농성 골수염으로 아주 위급한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은 잘 되었지만 잘못하면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하늘이 무너지는 말을 들었습니다. 돌이 지나야 확실히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돌 때까지 기다리던 수개월이 마치 몇십 년 같은 긴 시간이었습니다. 돌잔치 하던 날, 아이가 걸었습니다. 돌잔치가 눈물의 바다가 되었습니다. 그때의 환희심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감사했습니다.

위로를 주며 보람을 느끼다

저의 관심이 막내에게 있는 사이 둘째 아이의 상태가 더 안 좋아졌습니다. 아이들의 안정과 치료를 위해 저 혼자 아이 셋을 데리고 바다와 산이 인접해 있는 포항으로 이사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조용한 곳에서 아이들에게만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을 겪고 나니 우울증이 다시 찾아와 힘들기도 했지만, 오롯이 아이들을 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상처를 가지고 도피한 곳에서 도리어 더 많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 위로받고 저도 그들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내가 배운 심리상담 공부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것에 보람도 느꼈습니다.

새벽 정진 인증샷
▲ 새벽 정진 인증샷

정토회에 입문 후 진정한 행복을 찾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편안해져 1년 후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갑자기 허탈감과 외로움이 밀려들었습니다. 그렇게 바랬던 아이들이 커다란 짐으로 다가왔습니다. 내 아이 때문에 멀어진 엄마에게도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스님의 즉문즉설을 꾸준히 듣다 보니 엄마에게 들었던 죄책감에서 벗어났고, 2016년 정토회 구리법당의 불교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처음부터 바로 행복을 찾은 건 아니었습니다. 가볍게 들었던 즉문즉설과 달리 불교 이론은 조금 어렵고 낯설었습니다. 〈깨달음의 장1〉과 일상에서 깨어있기 프로그램에도 다녀왔지만 제게는 답답하기만 할 뿐, 괴로움이 전혀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법당에서 봉사하며 도반들과의 관계에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아, 이래서 도반이 그때 그런 말을 했구나'를 서서히 이해했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있으면 너무 좋습니다. 도반들과의 대화가 마치 법문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서서히 스며들듯 정토인이 되었습니다.

2019불대 갈무리
▲ 2019불대 갈무리

나는 자랑스러운 정토인 입니다

어떤 조건이 이루어져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행복의 조건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불행한 삶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걸 드러내지도 못하고 행복한 척, 즐거운 척하며 살았습니다. 정토회를 만나기 전에는 일을 못 한다는 말을 들을까 두려웠습니다. 저의 부족한 면을 상대가 알아차릴까 불안했고, 제 자리를 빼앗길까 초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못난 모습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부족한 면을 수치라 생각하지 않고 저를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제가 행복하면 아이들도 행복할 거라는 확신도 생겼습니다 “그 누구든지 행복할 수 있다”는 법륜스님의 법문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지금 이대로 좋습니다. 아무에게나 ‘나는 정토인이다’ 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정토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절대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박선정 님. 지금은 능력이 부족하여 소임이 오면 주저하기도 하지만, 어떤 소임이 오더라도 ‘네’ 하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또,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불교대학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합니다. 알 수 없는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이고 어떤 조건과 환경에서도 행복하다면 그것이 진정한 정토인이 아닐까, 박선정 님의 인생에서 배워봅니다.

글_이삼월 희망리포터 (강원경기동부 남양주지회)
편집_최미영(서제지부 서초지회)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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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반장

박선정보살님 멋져요♡밝은모습과유모어는
쾌활함과행복감을 줍니다.우리가 같은도반이라서
좋아요♡♡♡

2023-02-12 18:49:56

향등

항상 밝은 모습으로 부지런히 꾸준히 정진하는 보살님이 진정한 정토행자의 모습입니다. 정진할 수 있는 우리는 행복할 수행자입니다. ()()()

2022-10-24 16:56:59

김경미

행복은 내가 만드는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도반님 응원합니다~ 행복한 모습 멋지십니다.

2022-10-24 06: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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