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실천

복지
세상을 향한 따뜻한 발걸음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한 문장에 꽂혀 정토회와 인연 맺은 강종윤 님. 그 인연이 고려인 좋은 이웃 되기 사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인천 연수구에는 6,500여 명의 고려인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 온 고려인들은 독립운동 후손들이 많습니다. 이번 설을 맞아 새롭게 시행한 고려인 방문 봉사, 그 복짓는 현장을 소개합니다.

2022년 복 짓는 봉사

인천지회 송도 모둠의 전법활동가 강종윤 님은 2018년 가을 불교대학 입학을 시작으로 5년째 정토행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경전대학 진행자 소임과 인천지회 지역활동 실천꼭지, 통일꼭지 소임까지 맡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토회에서 활동한 지 오래된 도반과 함께 ‘고려인 좋은 이웃 되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강종윤님을 따라 2022년 설 연휴를 맞이하여 처음 시행되는 고려인들 방문 봉사를 소개합니다.

고려인 좋은 이웃 되기 사업에 참여한 봉사자 사전모임
▲ 고려인 좋은 이웃 되기 사업에 참여한 봉사자 사전모임

인천 연수구에 함박마을이라는 곳에 고려인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비교적 집값이 싼 빌라와 원룸들이 있어 형편이 어려운 고려인들 약 6,500명 정도가 이곳에 모여 삽니다. 이는 면적대비 전국 최대인원입니다. 일부는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해 가게도 열며 생업을 이어가지만 많은 수의 고려인들은 언어로 인한 안정적 일자리 및 자녀 교육, 육아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이주해 온 이들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우리 선조의 후손들입니다. JTS 안산 다문화 센터에서는 형편이 어려운 고려인들 11가구의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사)좋은 벗들에서 진행하는 ‘좋은 이웃 되기’ 사업에서는 새터민뿐만 아니라 고려인, 미안마 인까지도 포함하여 이들을 지원합니다. 인천지회에서는 이 가정들을 중심으로 ‘좋은 이웃 되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원고려인 문화원 원장님과 소통하면서 방문 취지를 고려인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습니다.

고려인 좋은 이웃 되기 봉사자들
▲ 고려인 좋은 이웃 되기 봉사자들

고려인 마음을 헤아린 선물

1월 23일 일요일 봉사자 19명이 참석하여 사전모임 및 교육을 진행한 뒤, 후원 받은 물품을 전달하였습니다. 다음날 선물을 구입해 1월 29일, 봉사자 13명은 ‘설맞이 고려인 방문 봉사’도 진행하였습니다. 준비과정은 다행히도 여타의 봉사활동과 마찬가지로 자율적으로 봉사자를 모집했습니다. 문화원 청소 봉사활동, JTS 식료품 전달 봉사, 김장 지원 행사 등 코로나 상황에서도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기에 큰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원활한 첫 방문을 위해 몇 차례의 사전회의와 원고려인 문화원 원장님과의 소통 등을 실시하였기에 여법하게 행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첫 방문이라 대상자들의 성향을 파악할 수가 없었는데 문화원 원장님의 조언이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입던 옷(중고)을 입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불쾌감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점과 고려인들은 쌀과, 김 등을 선호한다는 조언대로 ‘김’을 일괄 구입했습니다. 봉사자들 중에는 본인에게 들어온 선물을 더 주고 싶어 했지만, 선물 숫자가 맞지 않아 고려인들 상황을 파악하면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순간순간에도 중도(中道)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봉사자가 기부한 물품
▲ 봉사자가 기부한 물품

언어는 달라도 마음은 한마음

한편, 사전 교육 전에 좋은 벗들 소개 동영상과 안산시에서 제작한 '고려인을 말하다'를 시청했습니다. 회의 때는 “고려인을 왜 지원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스님 법문을 듣고 고려인 돕는 취지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봉사자 한 분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양면 점퍼 30벌, 털 장화 40켤레, 털 실내화 40켤레, 면바지 60벌을 고려인 마을에 깜짝 후원해서 고려인 가족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또, 러시아말 배우기도 흥미로웠는데 ‘안녕하세요’는 ‘(스)드라스쩨’, ‘안녕’은 ‘쁘라뷋’,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스노븸고덤’, 헤어질 때 인사는 ‘뻐까…’ 등 새로운 언어를 접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 쓰며,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의사 소통을 하며 서로를 알아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폐암인 엄마와 중학생 아들이 함께 살고 있으며, 집이 좁아 불편하고, 우즈베키스탄에는 커다란 집과 정원이 있었다는 얘기, 그래도 한국이 좋고 계속 살고 싶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하나 아프기도 하고 그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려인 좋은 이웃 되기 봉사자들
▲ 고려인 좋은 이웃 되기 봉사자들

한 방울의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이러한 봉사의 이름에 걸맞게 진실로 고려인 가족과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서는 동일한 봉사자가 지속적으로 방문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고정적이며 동일한 봉사자를 정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또 언어 소통의 어려움, 고려인 가족이 대부분 주중에는 직장을 다니고 주일에는 집안일, 종교 활동 등으로 바빠 토요일만 시간이 된다는 것이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특히, 방문 봉사자를 고정으로 하면 좋은데 봉사자들고 각기 다른 일정 및 사정있습니다. 무엇보다 봉사자들이 함께 모여 원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한 소통과 연대의식을 갖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전의 JTS 국내복지사업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대상을 찾는 것이 과제였습니다. 그래서 발로 직접 뛰면서 찾거나, 행정복지센터 사회복지담당을 통해 찾아서, JTS 심사를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고려인 지원 좋은 이웃 되기 사업은 아직 사업 초기라 그들에게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시기니만큼 초석을 잘 다져야 하겠습니다.

또 (사)좋은 벗들이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인권 개선, 민족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일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새터민 지원을 주된 대상으로 하였는데 2022년부터 고려인과 미안마 인으로 대상이 확대되어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고려인 지원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라 고려인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고,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아직 동포 지위를 못 받고 재외국민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 등 힘겹게 살아가는 상황이라 지원이 시급합니다.

기부물품 전달 후, 아이들과 함께
▲ 기부물품 전달 후, 아이들과 함께

오미크론 등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시대입니다. 정토회 활동이 온라인으로 대부분 전환되어 비교적 손쉽게 만나 사업을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영상자료를 잘 활용하고 공유도 하며 이후 실제 활동에서 만나면 더욱 반갑고 재미도 두 배라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될 것 같습니다.


고려인 가정 방문을 하면서 좁은 원룸에 많은 식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기반도 없고 언어도 다른 '조국'에 정착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고용 현실도 안타까웠지만, 무엇보다도 청소년 자녀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여 살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컸습니다.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는 이웃이 되기를 소망하였습니다. 봉사활동은 사실 본인이 좋고, 즐겁기에 ‘봉사’가 아닌 ‘감사 활동’이라 생각합니다. 행복해진 나! 잘 쓰이는 나! 말랑말랑해지는 길! 여유 있고 넘치는 길! 이것이 진정한 봉사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글_방민영 희망리포터(인천경기서부 인천지회)
편집_권영숙(서울제주지부, 서초지회)

전체댓글 12

0/200

김정희

"감사활동"
딱 맞는말입니다 ^^*
고려인들 자녀들이 잘 자라 한국이 내나라가 되엇으면 좋겟습니다.

2022-02-15 06:23:49

혜당

멋진 삶이십니다..
본 받겠습니다..

2022-02-09 09:53:41

보리심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을 지원하는 일이라니 더 뜻깊게 다가옵니다. 봉사자들이 선물준비부터 찾아가기까지 많은 준비를 하셨네요. 고맙습니다~ 고려인 지원이 앞으로 잘 자리를 잡아 그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2022-02-05 09:01:00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실천 ‘복지’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