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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좋은벗들은 남한에 정착하는 초기의 새터민(정식 명칭 ‘북한이탈주민')에게 밥상 등의 소박한 첫 살림살이 등을 선물하고 인연 된 가정에 지속적으로 방문하며 이웃으로서의 정을 나누는 활동인 ‘좋은이웃되기’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남한 생활이 낯 설어 도움이 필요로 할 경우엔 지역 사회 생활에 대한 조언도 하면서 새로 온 이웃이 우리 동네에 잘 뿌리내리기를 응원하기도 합니다. 이런 작은 활동들은 이후 다가올 통일 사회에서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 좋은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는 씨앗이 되어 미래의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통일이라는 열매를 맺게 되리라는 비전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인권, 평화, 난민지원센터인 사단법인 좋은벗들은 민족의 통일과 사회평화를 위해 1996년 설립된 ‘우리민족서로돕기 불교운동본부’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탈북 난민의 인권개선을 위한 활동, 그리고 재외동포들과의 협력 활동을 통해 평화통일을 앞당기는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1999년 통일부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좋은이웃되기'라는 이름의 남북한 주민 교류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고,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전국 좋은이웃 나들이'와 ‘체육통일축전' 등의 큰 행사를 국내 최장수 진행할 정도로 꾸준히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김장 행사는 2016년에 처음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법당 봉사자들이 각자 집에서 김장한 것을 십시일반 모아서, 새터민 봉사회 회장과 함께 형편이 어려운 다섯 가구를 소개받아 나누었습니다. 이듬해는 조금 더 발전하여, 후원받은 배추로 봉사자들이 모여 함께 김장한 것을 갓 출산한 형편이 어려운 새터민 가정에 전달했습니다.
그러다 2019년에는 ‘좋은벗들과 함께하는 새터민 김장 어울마당’ 행사를 아도모례원에서 진행했습니다. 사전준비부터 당일까지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어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절인 배추는 11월 초에 예약 주문하여 김장 전날 도착하도록 했습니다. 김장 이틀 전에 장을 보고, 하루 전에 아도모례원에서 양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당일 점심 준비까지 각자 소임을 정해 순조롭게 진행했습니다.
이전의 큰행사 때 인연맺었던 분들께 김장 나눔의 취지와 일시를 안내드렸더니 그분들이 또 지인들에게 알려 24 가정이 참여했습니다. 봉사자도 20여 명 참여하여 꽤 규모 있는 행사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구미 청소년 JTS 동아리’ 학생들도 함께했습니다. 중학교 동아리로 시작하여 졸업 후 고등학교로 진학, 각자 학교에서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다른 학교로 옮긴 교사가 또 동아리를 만들어 지금은 구미지역 7개 중고등학교 동아리가 활동합니다. JTS 거리모금 담당으로 활동하던 교사 한 사람의 의지로 이처럼 성장했습니다.
학생들이 전국 청소년자원봉사대회에서 받은 수상금으로 찹쌀을 구매해, 행사 전 접수 봉사를 하며 참여한 가정에 하나씩 전달했습니다. 학생들 마음만큼 따뜻한 선물이었습니다. 학생들은 행사를 마치고 김장할 때 깔았던 돗자리를 깨끗이 닦는 뒷정리까지 했습니다. 청소년기부터 남에게 베풀고, 돕는 봉사를 하니 이들이 어른이 되면 한층 밝고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희망이 생깁니다. 참여한 학생들의 소감 전합니다.
"시험 기간이라 참여할지 말지 고민했었는데 이렇게 좋은 활동을 하고 나니, 왜 그런 필요 없는 고민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우리가 받은 상금으로 작은 선물도 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새터민과는 처음 만났는데 우리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저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라는 것을 느낀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항상 거리모금만 하다가 다른 활동을 해보니 색다르고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뻤고, 다음에도 이런 활동이 있다면 하고 싶습니다. 모두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번 영양꾸러미 활동을 하지 못해서 아주 아쉬웠는데, 새터민도 만나고 많이 힘들지 않아서 더 즐거웠으며 흔치 않은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이분들은 우리와 다를 거라로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서 대화를 해보니 크게 다르지 않아 평범한 우리 이웃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또 찹쌀을 받고 좋아하시는 것을 보니 뿌듯하고 보람있었습니다."
좋은벗들에서 지원되는 기본 김장 행사 비용이 있지만, 지원받는 재료비만으로는 행사비가 조금 부족합니다. 그런데 따로 후원금이 들어오기도 하고, 손수 농사지은 고춧가루와 재료를 후원받아서, 다하고 나니 오히려 돈이 남게 되어 남은 돈은 다시 좋은벗들에 후원했습니다. 직접 참여하여 힘을 보태준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김장 행사는 사전에 참가자들에게 김치를 담아갈 김치통과 앞치마, 고무장갑을 각자 가져오고, 차량은 새터민끼리 카풀해서 함께 오도록 안내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일이라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니란 진리를 새삼 깨닫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원칙은 김장 행사에 참여한 분만 김치를 가져갈 수 있는데, 행사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항의 전화를 하거나, 참여하려 했으나 당일 사정이 생겨 참여하지 못하니 따로 챙겨달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행사에 오지 않고 김치만 받는 분들에게는 양을 적게 담았더니 공평하지 않다는 전화도 받았습니다. 김장 나눔은 굉장히 인기가 있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다음에는 미리 원칙을 잘 설명하고 그대로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김장 행사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으니 사전 신청을 받고, 빈 그릇 운동을 안내해 음식물 쓰레기도 나오지않게 행사를 진행해야겠습니다.
설과 추석 등의 명절에는 고향이 더 그립겠지요. 그래서 친척과 지인을 방문하는 마음으로 소박한 선물을 사서 방문을 합니다. 전달하는 선물은 소박하지만 받는 분들이 좋아했습니다. 몇 번 같은 선물을 드려서 만족도를 조사했는데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선물로 받은 콩으로 두유를 만들어 드신다는 분도 있었고, 찹쌀을 섞어 밥을 하니 훨씬 맛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개별 집을 방문하니 개인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어떻게 남한에 왔는지, 목숨 걸고 내려온 사연을 들으며 같이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어린이가 중국에서 지낸 일이 기억난다'며 전해주는 이야기에 가슴이 저렸습니다. '엄마가 일하러 가는 동안 혼자 집에서 지낸다'는 아이의 말을 들으니 인근 지역아동센터라도 찾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긍정적으로 열심히 사는 모습에 오히려 좋은 기운을 받아왔습니다. 북한 음식에 대해 들으니 재미있고 먹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렇게 직접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립할 수 있는 일자리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이렇게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보람되고 뿌듯할 때도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다음은 이번에 명절 방문을 담당했던 윤미란 님의 이야기입니다.
일어나는 마음을 보는 공부
설은 바로 코 앞인데 처음 맡은 일이라 어찌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도움을 요청하니 행복한 회의1를 통해 의논하자고 했습니다. 그때는 시간이 촉박하여 급하고 답답한 마음이었습니다. 일정이 맞는 24분의 가정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개별 방문하는 시간을 맞추기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시간을 정해놓고도 계속 변경하는 분까지 있어서, 그 과정에서 짜증스러운 마음도 올라왔지만 그런 제 마음을 보는 것도 공부라 여기며 했습니다. 다행히 여러 봉사자들이 마음을 내주어 모두 요청 시간에 맞춰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일 했다고 다 좋은 말을 듣는 건 아니다
선물 전달 시 책을 요청하는 분이 있어 《좋은벗들》 책자를 갖다 드렸더니 법륜스님이 쓰신 책 중 두꺼운 것으로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스님이 걸어오신 길과 통일에 대한 내용인 《새로운 백년》이 적당할 것 같아 구해서 연락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엔 전달하기가 쉽지 않아 고생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이 일을 겪으니 좋은 일 했다고 다 좋은 말을 듣는 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어 공부가 많이 되었습니다.
선물을 전달하려면 사전에 선물 품목을 확정하여 금액을 신청해야 합니다. 한번은 신청 마감 시기를 정확하게 알지 못해 신청 시기를 놓쳐 일을 진행한 다음 사후에 신청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업무 인수인계서나 매뉴얼이 있어서 후임자에게 문서로 전달하면 일하기가 훨씬 쉬울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서, 제가 하는 동안에는 자료와 정보를 정리, 보관하여 업무 체계를 잡는 것이 과제입니다.
소감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좋은 이웃이 되면 좋은데 활동가가 많지 않아 담당자가 없을 때도 있어 일회적이고 행사를 위한 행사가 됩니다. 그런데도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참여를 안내하니, 행사에 꾸준히 참가하는 분들이 생기고, 때가 되면 행사를 기다려 언제 하느냐고 먼저 묻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사전에 문자로 여러 가지 소통을 하고 방문하니 경계심도 줄고, 오히려 약속을 자꾸 변경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고마워해서 힘이 되었습니다.
일회성이고 시혜적인 행사가 이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것보다는 거리가 가까운 봉사자가 지속해서 이웃이라는 인연을 맺으면 좋겠습니다. 안부 전화도 하고 평상시 생활에 필요한 것을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봉사자가 많아야 하고, 봉사자들이 사업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새터민 강사 초청 강연, 조선 영화 보기, 책 읽고 토론하기, 북한 말 퀴즈대회 같은 활동으로 새터민을 이해할 수 있는 사전교육이 필요합니다. 북한 음식 만들기, 명절놀이(전통놀이) 함께 하기, 남북한 역사 바로 알기와 같은 함께하는 일상적인 프로그램도 개발하면 좋겠습니다.
직접 이분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반드시, 하루빨리 통일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하나씩 하다 보면 이 작은 행보가 통일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글_도경화 희망리포터 (달서정토회 구미법당)
편집_강현아 (대구경북지부)
정토회에서 운영하는 회의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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