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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가을, 오늘은 두북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잔칫날입니다. 이날은 농사일로 힘드셨을 어르신들께 행복한 휴식을 드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부산울산지부 동래정토회가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로 이 행사를 주관했습니다. 2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달 전부터 파트별로 일감을 나누고, 봉사자를 꾸리고 소통방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서면, 사하, 해운대정토회도 봉사자와 음식 준비를 나눠서 맡았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시장을 보고 두북수련원 청소와 강당 및 수련원 꾸미기를 했습니다. 바쁜 일정이었지만 함께하는 도반들이 있어 그 시간이 놀이처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11월 8일! 하늘은 더없이 높고 푸르렀고 들판과 산에는 온통 단풍이 물든 날입니다. 마을 입구엔 ‘두북 어르신 큰잔치’를 알리는 현수막이 바람에 흥겹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아침 7시 30분부터 선발대를 시작으로 봉사자들이 두북에 도착하고 법회준비, 음식준비, 차량대기 등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9시 전 각 마을에 계시는 어르신들을 모시러 차량들이 출발하고 잠시 후 어르신들이 두북수련원 강당에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봉사자들은 환한 미소와 함께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반갑게 맞이하고 안내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아이구, 해마다 애쓴다”고 하시며 몇 년 동안 봉사를 한 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의 얼굴을 알아보고 그간의 안부를 묻기도 했습니다. 17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자리한 강당은 서로 인사를 나누느라 웃음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10시가 되자 스님이 오시고 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따스하고 친근한 스님의 법문에 어르신들의 표정이 마냥 행복해 보였습니다. 법문이 시작되기 전부터 봉사자들은 분주히 어르신들을 대접할 점심을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준비해나갔습니다. 며칠 동안 정성스럽게 준비한 맛 난 음식들이 상이 부족할 만큼 가득했습니다. 자신의 부모님을 모시듯 봉사자들 모두 기쁜 마음으로 준비하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어르신들의 건강과 장수를 바라는 스님의 축원으로 법회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왔습니다. 봉사자들의 안내로 각방으로 이동한 어르신들은 다양하게 차려진 음식을 칭찬하며 맛있게 드셨습니다. 혹여 불편하거나 부족한 건 없는지, 국은 따뜻한지, 어르신들 곁을 분주히 다니며 부족한 것을 나르느라 봉사자들의 발걸음은 더욱더 바빴습니다. 부모님께 따뜻한 밥 한 끼를 차려드린 듯 뿌듯한 점심시간이 어느새 끝났습니다.
강당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여흥 준비가 한창입니다. 설거지와 뒷정리를 맡은 봉사자들은 정토회에서 배운 대로 물은 아껴 쓰되 효율적으로 산더미같이 쌓인 설거지를 시작했습니다. 남은 음식도 종류별로 분류하고 쓰레기도 분리했습니다. 역시 정토행자입니다.
그 사이 저 멀리 사물놀이패의 꽹과리와 장구 소리로 여흥이 시작되었습니다. 두북수련원을 한 바퀴 돌아 강당으로 들어서자 어르신들도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강당은 어느새 어르신들과 봉사자들의 웃음소리와 노랫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일어나서 함께 춤추고 싶지만, 평생 힘든 농사일로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이 많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반짝이 조끼와 토끼 머리띠로 치장한 봉사자들은 어르신들의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추며 노래도 불렀습니다. 신나는 노래자랑과 함께 봉사자들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행복해하는 어르신들을 보는 마음이 더 행복했습니다.
어느덧 여흥시간도 끝나고 선물을 받아든 어르신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왔습니다. “잘 가시고 내년에 꼭 봬요”하고 인사하니 “내가 내년에 살아있겠나” 하시는 모습에 봉사자들은 어르신들 모두 건강하길 간절히 바랬습니다. “다들 수고했대이, 해마다 이런 호사가 어딨노” 하시며 봉사자들의 수고에 칭찬을 한 가득 주고 가셨습니다.
행사 후 뒷정리가 끝나자 꼭지별로 나누기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행사에 대한 평가와 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화광법사님은 오늘 함께한 모든 봉사자들에게 수고했다는 격려와 앞으로 참고했으면 하는 말씀도 해주었습니다. 함께 한 도반들은 ‘어르신들이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부모님께 맛난 것을 사서 가야겠다’, ‘어르신의 손을 잡고 걷는데 부모님 손을 잡고 걸은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을 꼭 잡고 걸어봐야겠다’, ‘세 번째 봉사하다 보니 좀 더 여유 있게 잔치를 즐길 수 있었다’, ‘힘든데도 함께 해준 도반들이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등 마음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행사팀장을 맡았던 동래정토회 안진수 님은 “디테일하지 못한 성격이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했지만, 봉사자들이 잘 도와주어서 소임을 마무리하게 되어 행복합니다.”라고 소감을 나누어주었습니다.
행사를 주관하고 실무총괄을 맡은 동래정토회 총무 이혜옥 님은 “벌써 3년째하고 있는 큰 행사인데 늘 긴장이 됩니다. ‘국은 따시게, 음식은 맛있게, 어르신들은 즐겁게’ 그리고 안전하게 해야 한다는 마음에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부산, 울산 각 정토회에서 음식을 해오시고 법당에서 봉사도 지원해주셔서 수월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행사가 끝난 지금 마음은 뿌듯하고 홀가분합니다.”라고 마음을 나누어주었습니다.
하루 종일 힘들었을 텐데도 드린 것보다 배운 게 더 많다는 도반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모자이크 붓다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내년 행사에 잘 참고하기로 하고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몇백 년은 되었을 두북수련원 마당의 큰 은행 나뭇잎들이 떨어져 노란 카펫이 되었습니다. 오늘 함께한 봉사자 모두 은행잎 카펫 위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두북 잔치 파이팅”하며 활짝 웃는 봉사자들의 모습이 은행나무와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어느덧 서쪽 하늘엔 붉은 단풍빛 노을이 펼쳐졌습니다. 부처님 법이라는 기둥에 의지하고 그 기둥을 더욱 단단하게 할 70명이 넘는 모자이크 붓다들이 함께해서 오늘이 더욱 빛나고 소중했습니다. 어르신들도 봉사자들도 모두 건강하고 내년 두북에서 또 만나요!
글_최인정 희망리포터(동래정토회 동래법당)
편집_방현주(부산울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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