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전주지회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 정진

7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정진을 이어온 조춘숙 님! 괴로움에서 벗어나겠다는 대결정심을 내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온 모습이 너무나도 멋집니다. 법당에 처음 왔을 때는 까칠했지만, 지금은 맡겨지는 소임 마다 “예! 하고 합니다”를 실천하여 도반들을 놀라게 합니다. 어떤 마음을 내었기에 이렇게 달라지고, 7년을 하루같이 정진할 수 있었을까요? 그 이야기 들어봅니다.

2026년 익산시 모현동 작은도서관에서 반나절 템플스테이(앞줄 왼쪽 두 번째 조춘숙 님)
▲ 2026년 익산시 모현동 작은도서관에서 반나절 템플스테이(앞줄 왼쪽 두 번째 조춘숙 님)

포도나무밭에서 귀가 번쩍

동생이 하는 포도 과수원에 일손이 부족해 도와주러 갔습니다. 반복되는 작업으로 지루했는데 동생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틀어주었습니다. 질문자들과 대화하는 스님의 말씀을 듣고 있자니 귀가 번쩍 뜨였고, 스님의 지혜로운 말씀에 감동했습니다. 스님과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후 길에서 정토불교대학 홍보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바로 2019년 불교대학에 신청하였습니다. 직장을 다니고 있어 저녁부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직장 일로 피곤한 탓에 저녁 시간 영상 법문을 들으면서 졸았습니다. 즉문즉설로 처음 스님의 법문을 들었을 때와 다르게 불교대학 수업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리석음을 깨우치면 괴로움이 없어진다”라는 말씀 하나만은 마음에 새겼습니다.

7년, 하루도 빠지지 않은 정진

저는 오랜 세월 괴롭게 살았습니다. 괴로움을 없애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런데 법문이 와닿지 않았습니다. ‘법문대로 하면 정말 괴로움이 사라질까?’라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에 천일결사 맛보기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정진을 꾸준히 하면 업식이 바뀌고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비로소 법문이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2021년 불교대학 봄학기 홍보 현수막 앞에서
▲ 2021년 불교대학 봄학기 홍보 현수막 앞에서

‘정진이 나를 바꿀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진을 통해 괴로움에서 벗어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일주일간 수행 맛보기를 한 뒤 스님의 책 《기도》에서 읽은 대로 대결정심을 내었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백일 동안 정진했고, 2020년 3월 1차 만일결사 10-1차에 입재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5시에 일어나 정진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나의 부처님

결혼한 지 2년이 지난 어느 날 남편은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이후 직업을 갖지 않았습니다. 저는 가장이라면 어떻게든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남편이 다시 직업을 갖기를 기대했지만, 결국 제가 생계를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그때 둘째 딸이 겨우 백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책 대여점을 했고, 그다음에는 십자수 가게를 했습니다. 다행히 사업이 잘 됐습니다. 생활비는 물론이고 집도 사고, 차도 살 수 있었습니다. 제가 돈을 잘 벌수록 남편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생활에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가장이라면 밖에 나가 일을 하고 식구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저는 화가 날 때마다 남편을 가차 없이 몰아세웠습니다.

2017년 덕유산 향적봉
▲ 2017년 덕유산 향적봉

남편은 제가 쏟아내는 거친 말을 그저 묵묵히 들었습니다. 변명도 하지 않고 묻는 말에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너무 답답했습니다. 남편이 밖으로 나가 일하기를 바랐습니다. 남편을 뒷바라지할 각오까지 했지만, 남편은 일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제 상식으로는 남편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답답했고, 남편을 원망했습니다. 25년 동안 제 마음은 미움과 원망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저 자신과 남편을 괴롭히며 살았습니다.

정토회를 만나고,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새벽 5시에 어김없이 일어나 하루도 빠짐없이 정진했습니다. 7년 동안 정진한 지금은 남편을 이해합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 남편은 우울증을 앓았을 수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만 빠져 남편의 병을 몰랐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삶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데 제 방식만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어리석음을 확연히 깨달았습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저는 가난한 농부의 5자녀 중 둘째입니다. 부모님은 농사일로 바빠 할머니가 우리 5남매를 돌봐주었습니다. 저는 비 오는 날이 싫었습니다. 방과 후 비가 오면 다른 아이들의 엄마는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왔습니다. 저도 엄마와 우산을 나누어 쓰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한 번도 오지 않았고, 저는 비를 맞으며 뚜벅뚜벅 걸어서 집으로 갔습니다. 그때 느꼈던 서운함 때문인지 저는 아직도 비를 싫어합니다.

2025년 무안 미륵사 초파일 연등달기
▲ 2025년 무안 미륵사 초파일 연등달기

중학교 시절에도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난했던 부모님은 왕복 버스비만 주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 간식을 사 먹으러 매점에 갔지만, 저는 갈 수 없었습니다. 간식을 사 먹으면 집까지 2시간을 걸어와야 했기 때문입니다.

저를 작아지게 만드는 가난이 너무너무 싫었습니다. 어려서부터 경험한 가난으로 저는 돈에 집착했습니다. 부자로 잘살고 싶었는데, 남편이 일을 하지 않아 돈이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니 남편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데는 돈에 대한 제 욕구도 한몫했습니다.

두 딸은 잘살고 있습니다

저의 두 딸은 부부가 갈등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제가 남편을 미워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첫째 딸은 고등학교를 힘들게 졸업했습니다. 직장도 없고 돈 문제도 많이 일으켰습니다. 처음 몇 차례는 딸아이의 돈 문제를 해결해 주었습니다. 제가 한두 번 도와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뒤로는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딸아이의 연락을 받지 않자 자연스럽게 연락도 끊겼습니다. 둘째 딸은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우울증을 앓고있지만 직장 생활도 잘하고, 치료도 받고 있습니다. 자기 앞가림을 하는 모습이 참 대견합니다.

2026년 여름방학 영양꾸러미 지원사업 (맨오른쪽 조춘숙 님)
▲ 2026년 여름방학 영양꾸러미 지원사업 (맨오른쪽 조춘숙 님)

부모 사이가 좋아야 자녀에게 좋다는 스님의 말씀을 체감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직장을 다니거나, 우울증이 낫기를 바라는 기도는 하지 않습니다. 스무 살이 넘은 성인이니 지금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합니다. ‘잘 살아가겠지.‘ 하고 믿습니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제가 다 받아들인다는 그런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정진, 그냥 합니다

경전대를 마치고 〈깨달음의 장〉에 갔습니다. 다른 도반들은 저마다 깨우쳐서 얼굴이 환해지는데 저만 불만이 가득했습니다. 답답했습니다. 중간에 집으로 오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천일결사 정진으로 오래 몸을 숙이고 나서, 제가 정말 고집이 세고, '내가 옳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깨달음의 장〉에서 깨달음을 얻지 못한 것도 그 고집 때문이었습니다. 그 고집과 아집 때문에 오랜 세월 괴롭게 살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2025년 정토사회문화회관 옥상에서(왼쪽에서 세 번째 조춘숙 님)
▲ 2025년 정토사회문화회관 옥상에서(왼쪽에서 세 번째 조춘숙 님)

정토회 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수순하는 법, 상대에게 맞춰주는 법, 인연 따라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꾸준히 정진하면서 저 자신과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봅니다. 제가 행복해지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합니다. 불법을 만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는 내일도 새벽 5시에 일어나 108배 정진을 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산들산들 부는 바람을 맞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깜깜한 동굴 속에서 괴롭게 살다가 꾸준한 정진으로 인연 따라 사는 법, 지금 이대로 만족하는 법을 체험하고 계신 조춘숙 님! 천둥과 비바람이 지나고 말간 얼굴로 우리 앞에 서 계신 조춘숙 님을 응원합니다.

글_김수경 희망리포터(서제지부 송파지회)
편집_최미영 (국제지부 한국호주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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