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실천

지회의 날
공주에 간 젊은 그대

2025년 9월 20일, 충남 공주의 마곡사에서 전주지회의 날 행사가 열렸습니다. 비도 내렸습니다. 완벽한 가을입니다.

전주에서 마곡사까지는 1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50명이 넘는 회원이 참가하니, 버스를 빌렸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군산모둠, 익산모둠
▲ 버스를 기다리는 군산모둠, 익산모둠

전주지회의 ‘전주’는 전북특별자치도를 대표하는 이름일 뿐, 전주지회에는 전북에 있는 모든 도시의 회원들이 속해있습니다. 오늘처럼 함께 모이는 날을 일부러 만들지 않으면 다른 모둠의 회원들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마곡사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색깔로 자신을 표현하여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재치 있는 회원들이 많아 이름과 얼굴이 쉽게 기억에 남습니다. 어느새 버스 안에 무지개가 뜬 한폭의 풍경화가 그려졌습니다.


천년고찰 마곡사

마곡사 주차장 도착!
▲ 마곡사 주차장 도착!

버스 주차장에서 마곡사까지 천천히 걸으면 25분 정도 걸립니다. 계곡을 따라 놓인 데크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비가 슬슬 내려 생각보다 물이 많습니다.




마곡사는 643년 신라의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천년 고찰입니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우리나라의 7개 사찰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비가 그치지 않아 고찰의 은은한 나무 냄새가 회원들을 감쌉니다.



마곡사는 한국전쟁 당시 외국군은 물론 국군도 들어오지 못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의 은둔 사찰로 유명합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약 1년간 승려가 되어 피신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성보박물관으로 향합니다. 문화재가 많은 사찰에는 사찰 문화재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지어진 성보박물관이 더러 있습니다. 마곡사에는 지정문화재인 ‘세조대왕연(世祖大王輦, 충청남도 민속문화유산)’을 비롯해 22건의 문화재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문화재 해설사 님의 잔잔한 해설을 들으며 오전을 보냅니다. 조선의 천재 문인이었던 김시습(1435~1493)을 만나기 위해 세조가 직접 행차했지만, 그가 먼저 떠나버리자 이곳에 임금의 연(輦, 가마)을 남긴 채 소를 타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김시습이 나를 버리니 가마를 타고 갈 수 없다.”
▲ “김시습이 나를 버리니 가마를 타고 갈 수 없다.”

500년의 세월이 흘러 파손된 부분도 있고 채색도 희미해졌지만, 위용이 단단합니다. 반 천년의 먼지와 습기도 역사로서 가마를 이루고 있습니다.

국보 제348호, 마곡사 오층 석탑 앞에서
▲ 국보 제348호, 마곡사 오층 석탑 앞에서

사찰 순례와 자유 관람을 마치고 조금 일찍 식사 장소로 향합니다. 먼 길을 이동해 다들 배가 고픕니다.


점심 공양

식사 장소는 사찰 주차장 뒤편의 공터입니다. 주변에 공사 자재도 보이고 몇몇 모기와 풀벌레도 함께 있지만, 막상 돗자리를 깔고 앉아 고개를 드니 보이는 것은 나를 둘러싼 회원들뿐입니다.



오늘 행사에는 어린이 회원들이 4명이나 같이 왔습니다. 6살부터 10살까지 다양합니다. 아이들도 울퉁불퉁한 바닥에 함께 앉았습니다.


전주지회가 이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은, 친구와 만나 집에서 싸 온 간단한 먹거리를 나눠 먹기 위해 꼭 멋진 공간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마음을 청정히 하고 누우면 여기가 내 집 안방이지
▲ 마음을 청정히 하고 누우면 여기가 내 집 안방이지

어울림마당

곽미정 님의 진행으로 오후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입정하는 회원들의 머리 위로, 보슬보슬 비가 내립니다. 눈을 감으니 이 고요한 숲에 아무도 없는 것만 같습니다.




적막을 깨는 첫 순서는 모둠별 구호 자랑입니다. 버스에서는 자기를 소개했지만, 이번에는 자기 모둠을 소개합니다. 전주지회에는 7개 모둠이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다른 모둠의 회원들을 봐 왔지만 이렇게 직접 눈앞에 있으니 그 존재가 생생하고 뚜렷합니다.

목소리는 덕진모둠이 가장 컸습니다.
▲ 목소리는 덕진모둠이 가장 컸습니다.

익산모둠은 휴대전화로 아이돌을 응원하듯 모둠을 소개했습니다.
▲ 익산모둠은 휴대전화로 아이돌을 응원하듯 모둠을 소개했습니다.


언제나 준비성이 좋은 효자모둠은 전속 댄서 어린이와 함께 카드섹션을 선보입니다.

완산모둠은 춤을 준비했습니다.
▲ 완산모둠은 춤을 준비했습니다.

두 번째 순서는 백일장입니다. 김시습이 머무른 마곡사에서 시 한 수 짓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제목 : 갱년기
▲ 제목 : 갱년기

'오늘도 집에 가기 싫다. 꽃보다 아름답던 우리 여보. 호랑이도 잡겠네' 라는 시구가 인상적입니다. 가정의 평화를 빕니다.

제목 : 부처님
▲ 제목 : 부처님

'남원 모둠 부처님들 큰일 났다. 아무 생각이 없어.' 를 읽고 나니 가슴이 뜨끔합니다. 더 큰 일 나기 전에 생각을 해야겠습니다.

제목 : 코스모스, 정읍모둠
▲ 제목 : 코스모스, 정읍모둠

제목 : 하늘, 군산모둠
▲ 제목 : 하늘, 군산모둠

'하트 하트 하늘에 가득하네, 우주 속으로 날아가네'라는 시구가 문미라 님의 목소리와 어울려, 현실을 떠난 느낌을 주었습니다.

심사를 맡은 전주지회장 고경희 님과 명일법사 님이 심사숙고합니다.

장원을 발표하는 명일법사 님
▲ 장원을 발표하는 명일법사 님

제목 : 추석, 완산모둠
▲ 제목 : 추석, 완산모둠

장원은 ‘추석’을 쓴 완산모둠입니다.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한 작품인데, ‘보름달 아래 몸과 마음 고요히 앉아요’부분을 보니 아이들은 어른들에게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부상으로 '부침가루'를 수여합니다.
▲ 부상으로 '부침가루'를 수여합니다.

두 번째 게임은 ‘몸으로 말해요’ 입니다. 출제자는 동작으로만 문제를 표현하고, 문제를 풀러 나온 회원들은 스무고개로 답을 찾아갑니다.

게임을 시작하지.
▲ 게임을 시작하지.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를 표현해 보는 김경남 님
▲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를 표현해 보는 김경남 님

바로 정답! 배가 아프면 똥이죠.
▲ 바로 정답! 배가 아프면 똥이죠.

마지막 게임은 OX 퀴즈입니다. 상식으로는 풀 수 없는 퀴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생각할 시간도 충분히 주지 않습니다.

▲ "법륜스님은 개띠다. 맞으면 오, 틀리면 엑스. 하나 둘 셋!!”

어차피 생각으로도 풀 수 없습니다.

뒤늦게 답을 바꾸려는 자와 온몸으로 저지하는 지회장님
▲ 뒤늦게 답을 바꾸려는 자와 온몸으로 저지하는 지회장님

모두 다 이어져 있다

아쉬우니 마지막으로 연기법을 체험하는 몸놀이를 한 판 하고 헤어집니다. 전주지회의 심장, 영상감독 배기숙 님이 준비한 율동에 맞추어 몇 바퀴 춤을 춥니다. 오늘의 노래는 김수철의 ‘젊은 그대’. 숲이 떠나가도록 젊은 그대를 깨워봅니다.

젊은 그대, 잠 깨어 오라!
▲ 젊은 그대, 잠 깨어 오라!

태양같은 전주지회!
▲ 태양같은 전주지회!

2025년 9월 20일, 전주지회의 날
▲ 2025년 9월 20일, 전주지회의 날

▲ 영상제작 : 배기숙(광주전라지부 전주지회)

정토의 어린이들은 오늘을 어떤 모습으로 기억해 줄까요. 50인의 젊은 그대들이 왜 좋은 식당을 마다하고 지붕도 없는 바닥에 앉아 비를 맞으며 밥을 나눠 먹었는지. 상품으로 빛나는 물건 대신 부침가루를 골랐는지. 왜 우리가 고요히 함께 앉아 눈을 감았을 때, 이 숲에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았는지. 알려 주고 싶은 게 많습니다.

글_이승준(광주전라지부 전주지회)
영상_배기숙(광주전라지부 전주지회)
사진_고경희, 구정주, 김경순, 김순자, 김형기, 배기숙, 전경병, 전미정, 전옥진, 이승준, 이효진, 최평화(모두 전주지회)


2025 청년페스타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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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광 변상용

마곡사 가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도반들 모여서 활동하기엔 넓고 조용하고 분위기도 딱 맞고 알맞은 장소네요.
날이 쨍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표정들엔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라고 쓰여져 있네요.
재미있는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전주지회 도반님들 화팅!

2025-10-24 19:27:11

김민선

"사랑스런 전주지회, 태양같은 전주지회"
귓가에 맴도는 젊은 그대.
흥많은 전주지회 도반님들 덕분입니다.
부부도반의 노래 또한 감동 그 자체~♡
고맙습니다~^^

2025-10-24 16:58:48

정미영

글과 사진만으로도 지회의 날 도반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오래 두고두고 간직할 추억의 날이 되었을것 같아요.
사랑스런 전주지회. 영상도 넘 멋져요

2025-10-24 12: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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