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월간정토
번뇌의 바다 속에서 찾은 진주,
정토회 소임

오늘의 주인공 신동찬 님은 자신의 10대와 20대를 돌아보며, 외롭고 혼자 남겨졌다는 생각에 방황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정토회를 만나 마음공부를 하고, 실천 활동팀에서 복지 담당 소임을 해나가면서 인정 욕구나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나아가 지금처럼 앞으로도 좋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믿음이 있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어떻게 그런 마음의 변화가 나타나게 된 것일까요?

마음공부로 시작한 인연

2020년도에 어떤 분을 만나게 됐는데 사려 깊고 따뜻한 분이라 관심을 갖고 잘 지냈습니다. 서로 친해지면서 그분이 읽은 책과 시청한 영상을 공유해주었습니다. 검색을 해보고 마음공부와 관련된 책과 영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분과 관계를 이어가면서 관심사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었고,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지침을 얻을 것 같은 기대가 들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관점이 거의 잡혀 있지 않았기에 사소한 갈등이 몇 번 생기자, 상대를 탓하게 되면서 결국 헤어졌습니다.

괴로운 마음에 당시 읽고 있던 금강경을 더 열심히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책으로 공부를 하던 중 부족함이 느껴져 마음공부에 대해 검색해보았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정토회라는 수행공동체를 알게 되었고, 불교대학에 입학을 하면서 정토회와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고뇌에 찬 청년

저는 시골에서 태어나 10대를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매일 술을 마시고 가족에게 행패를 부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몰랐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고 인생 자체가 좋아 보이지 않아 괴롭게만 느껴졌습니다. 제 주변에는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삶인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10대에는 내적인 방황을 많이 하면서 답을 구하지 못한 상태로 시류에 휩쓸려 살았습니다. 대학교에 진학하고서도 방황은 여전했지만, 다행히 우연한 기회에 인문학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머릿속에 맴돌고 있던 문제는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도 고민한 것임을 알았고, 지혜롭고 행복하게 살려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이해하고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제가 기대하는 이상과 현실은 괴리가 있었고 그에 따른 생각이 점점 많아져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취직을 하고 사회 실천을 해보려 했지만, 구호단체에 기부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배운 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답답함에 여기저기 이 모임 저 모임 기웃거려봤지만, 사람들이 보통 좋아하는 소재로 대화를 하게 되니 마음의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겉으로는 사람들과 잘 지냈지만, 마음의 문은 닫혔습니다. 외롭고 혼자 남겨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고뇌에 찬 청년이었습니다.

6‧13 대법회 무대지원팀 소임을 마친 신동찬 님
▲ 6‧13 대법회 무대지원팀 소임을 마친 신동찬 님

인생의 전환점이 된 소임

2022년 2월 경전대학 졸업 후 당시 지부장님에게 청년특별지부 활동을 권유받았습니다. 청년특별지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역사 기행, 연탄 지원사업, 영양 꾸러미 전달, JTS 거리 캠페인, 수해 복구 봉사활동 등 시간이 날 때마다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니 실천 활동 팀에서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후 실천 활동 팀이 환경, 복지, 평화통일 세 분야로 나뉘면서 복지 담당 꼭지를 맡았습니다. 사업을 담당하면서 소임이 ‘내 일’이 된다는 게 좋았습니다.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돕는 복지 사업은 제 가치관에 맞는 활동이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이 소임을 꾸준히 지속하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직장 생활과 병행하려니 힘들 때도 있지만 제가 선택한 일인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주인 된 자세를 연습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소득입니다. 더불어 기존 사업을 보완하고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부를 하게 되고 식견이 넓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JTS에 보시하는 것도 뿌듯하지만, 복지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직접 보고 사회에 더 효율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을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귀중한 공부가 됩니다.

직장 생활과 병행하다 보니 몸이 지치고 아무래도 직장 업무에 충분히 시간을 쏟기 어려운 점이 힘들었습니다. 상사는 “너 자신을 위해서라도 다른 동료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라고 압박을 주지만, 그 의견을 따르다 보면 정토회 활동이 어려웠습니다. 상사의 의견을 따르지 않고 활동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커리어에 대한 갈등과 외부에서의 모임을 전처럼 하지 못하게 되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도 생겼습니다. 왜 이런 마음이 생기는지 아침 정진을 하면서 꾸준히 살펴보았습니다.

회사에서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사람들에게는 애정을 구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들여다보니 회사에서 인정받는 게 크게 자랑스럽지 않았고, 외로움에 원했던 애정은 마음에 빗장을 걸어두었기에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알아차리니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녹아내렸고 바깥에서 구하는 마음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제가 구해오던 것이 근본적인 해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고, 힘들다는 감정은 다름 아닌 스스로 지어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구하지 않고도 지금 이대로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2023년 부처님오신날 청년 행사 후(맨 오른쪽이 신동찬 님)
▲ 2023년 부처님오신날 청년 행사 후(맨 오른쪽이 신동찬 님)

새벽 정진에 대한 분별심

아침 정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 많이 피곤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절을 하고 회사에 출근해서는 졸다가 사람들이 쓱 지나가면 눈치가 보였습니다. ‘내가 행복하게 살려고 정진하는데 이렇게 남들 눈치 보고 피곤해하는 게 바람직한 삶일까?’ 고민스러웠습니다. 기도하면서 ‘졸리다, 하기 싫다’ 이런 마음이 계속 올라와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보통 자정이 넘어서 잔다는 걸 알았습니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려니 당연히 피곤했습니다. 밤에 특별히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잠들기 아쉬워 늦게 자다 보니 절대적인 수면시간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첫 번째 원인을 찾아내면서 일찍 자면 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두 번째로 기도하면서 마음을 보기보다 생각에 끌려가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가령 피곤하다 했을 때 ‘왜 피곤할까? 이 피곤함을 어떻게 해소할까?’ 이런 식으로 생각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생각은 마음이라는 뿌리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줄기처럼 파생되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피곤하구나’ 하고 알아차리기만 하면 생각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피곤하구나’에서 멈춥니다. 그렇게 기도하는 동안 만큼은 제 마음에 온전히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을 보내면서 괴로운 일이나 마음에 걸리는 일 그리고 참회해야 할 일을 되돌아보고 더욱 마음의 변화에 집중했습니다. 이렇게 살피는 과정에서 자신의 변화를 조금씩 느끼고 이전에 괴로웠던 것이 하나씩 해소되면서 정진이 왜 필요한지 자각했습니다.

지금도 피곤하면 제시간에 정진을 놓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진을 하는 것이 저에게 도움이 되고 괴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편이라는 관점이 잡히니 더 이상 아침 정진에 대해 분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2024년 기후 정의 행진 중 청년도반들과 함께(앞줄 왼쪽이 신동찬 님)
▲ 2024년 기후 정의 행진 중 청년도반들과 함께(앞줄 왼쪽이 신동찬 님)

미움을 이해와 화해로

마음공부를 하면서 아버지가 자주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렸지만,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할아버지를 여의고 고등학교 학업도 중단한 아버지는 하루 종일 험한 환경에서 일한 후 농사일까지 해야 했습니다. 고된 일상 중에도 퇴근길에는 잊지 않고 형과 제가 좋아하는 호떡과 붕어빵을 사다 주셨습니다. 툭하면 행패를 부리던 아버지가 미웠지만, 돌이켜보면 아버지는 저보다 훨씬 더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하였고, 마음공부는커녕 기본적인 교육조차 받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오죽 괴로웠으면 그랬을까?’라는 마음으로 아버지를 이해하면서 술을 마시고 가족들에게 보였던 행동이 아버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최선이었다고 받아들여졌습니다. 알아차림으로 한 생각 돌이키고 나니 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2주 전 쓰러지셨고, 지금은 저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얼마나 더 가족들 곁에 계실지 모르지만, 평생 힘들고 외롭게 살아오신 아버지를 보니 마음이 아픕니다.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잘 보살펴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생각을 실천으로, 주체적인 삶

정토회에서 마음공부를 하고 소임을 맡아 활동하기를 정말 잘했습니다. 수행을 기초로 한 활동들은 제 마음을 계속 살피게 하고 소비적이기보다는 공익적이라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과 자부심이 느껴지고 활동을 통해 진정으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20대의 저처럼 생각만으로 해답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관점을 바로잡고 실천하며 그 과정에서 알아차림과 자기화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저는 생각이 앞서고 실천이 부족한 사람이었는데 불법을 만나 생각보다는 마음을 살피고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이제는 생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 것을 실천하고 책임지며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실질적인 에너지를 얻고 있습니다. 이런 제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지금도 좋고 앞으로도 좋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믿음이 있습니다. 이 긍정적인 마음을 깊이 뿌리내려 정토회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자 합니다.

2024년 여름방학 영양꾸러미 전달(뒷줄 왼쪽 두 번째가 신동찬 님)
▲ 2024년 여름방학 영양꾸러미 전달(뒷줄 왼쪽 두 번째가 신동찬 님)


이 글은 <월간정토> 2025년 2월 호에 수록된 청년수행톡톡입니다.

글_신동찬(청년특별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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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9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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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심

한걸음 한걸음 꾸준히 변화해가는 도반님의 수행담 잘 읽었습니다. 응원합니다.

2025-08-18 19:09:02

김태권

관점을 바꾸는 연구와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자로서 느낌이 팍 옵니다.
잘 읽었습니다.

2025-08-18 17:07:35

승인

고맙습니다

2025-08-18 16: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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