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2014년 스님의 세계100강 강연회에서 질문하게 된 인연으로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열린법회와 불교대학을 개설하게 된 고명주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고명주 님은 일요일 오전에는 교회에 나가고 오후에는 불교대학을 열고, 매일 새벽 4시에 남편 김경필 님과 천일결사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2014년 세계 100강 때 포스터를 보고 좋은 소리나 좀 들어보자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 갔습니다. 솔직히 강연장에 가서도 제가 들어본 유일한 스님은 법정 스님이라 강연하는 분이 법정 스님인지 법륜 스님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전에 스님의 즉문즉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저는 질문 하라기에 겁 없이 질문을 했습니다. 한 마디로 무식해서 용감했던 거지요. 아마 그전에 유튜브를 통해 질문자가 스님께 깨지는 모습을 봤더라면 겁이 나서 질문을 못 했을 겁니다.
“제가 채식, 자연식을 하려고 하는데 집에서는 그게 가능한데 여행을 가거나 사람을 만나면 쉽지가 않아요. 스님은 여러 곳을 여행하신다는데 어떻게 음식 문제를 해결하세요? 그리고 아이들이 너무 안 좋은 가공식품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극히 상식적이고 나름 멋진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스님의 답은 헉~~ 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배가 부르다 이거죠? 이게 바로 배부른 소리예요. 얼마나 배가 부르면 저런 소리를 하고 있노.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도 많은데 그런 사람들을 좀 생각해요.”
이외에도 엄청나게 심한 말로 여지없이 깨졌는데, 나름 환경도 생각하며 세상 잘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스님 말씀 몇 마디에 무너지기 시작하니 머리가 하얘져서 이후로는 스님 말씀이 거의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부끄러움에 다리가 후들거려서 앉으려고 하니 앉지 말고 서 있으라고 해서 더 미칠 노릇이었습니다. 너무 깨져서 부끄럽고, 부끄러우니 분하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부끄러운지 누가 알아볼까 봐 다음날 집 밖에 나가기가 싫어질 정도였고 옆에 있던 남편도 부끄러워서 “모르는 사람하고 싶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 이후 내 몸, 내 식구 잘 챙기며 좋은 거 먹고 여행하면서 법정 스님인지 법륜 스님인지 하는 분은 까마득히 잊고 평온한 날들을 지내는데, 한 번씩 “그러니까 배가 부르단 소리죠?” 하는 말이 생각나서 마음을 어지럽히곤 했습니다.
그러다 누군가가 2015년 8월쯤 남편에게 카톡으로 스님의하루를 보내 왔고 남편은 스님의하루를 제게 보내줬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카톡에 치여서 거의 보지 않았는데 우연히 읽어보고 감동을 했습니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그 후부터는 스님의하루 읽는 것이 매일매일 빠지지 않는 일과가 됐습니다.
스님의하루를 보다가 불교대학생 모집 광고를 보게 됐고, ‘저거 공부하고 싶다.’ 하는 마음이 났습니다. 한국 정토회에 전화를 해보니 아직 하노이에는 불교대학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럼 공부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보니 “직접 만들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불교대학이 뭔지 열린법회가 뭔지 전혀 모르고 그저 공부하고 싶은데, 누군가가 먼저 차려놓은 밥상이 있었다면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없었는데, 없다 하니 밥은 먹어야겠고 그러다 보니 밥 차리는 일부터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정토회에서 안내해 주는 대로 해오다 보니 불교대학도 열고 열린법회도 열게 됐습니다.
스님의하루를 통해서 업식을 바꾸려면 108배를 해야 한다는 말은 많이 접했지만, 평생 설날 세뱃돈 받으려고 한 절, 제삿날에 한 절 밖에 해 본 적이 없는 저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마음이 특별히 괴로운 날 108배를 해 본 적이 있었는데, 그전까지 절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저는 절하는 법도 모르고 특히나 절을 하면서 108번을 헤아리는데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한국에 깨달음의장을 하러 갔는데 마침 깨달음의장 전날이 천일결사 입재식이었고, 입재식이 문경 수련원에서 가까운 곳에서 있다고 해, 방콕 홍정혜 님의 권유로 가보게 되었습니다. 천일결사가 뭔지 전혀 사전 지식 없이 그냥 갔습니다. 무슨 체육관 같은 곳에 사람들이 모여서 스님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내는데 그 모습이 무슨 교회 부흥회 같아서 시비심이 많이 일었습니다.
그러다 점심시간에 4천여명의 사람이 점심을 먹는데 먹고 난 자리가 표시도 안 나고, 먹고 난 쓰레기가 쓰레기봉투로 2~3개밖에 되지 않는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도 나름 환경 생각한다고 샴푸, 세제, 종이컵 안 쓰고 가능하면 일회용 안 쓰고 살던 사람이었는데 도시락을 꺼내니 비닐봉지에 음식을 싸온 사람은 저밖에 없었습니다. ‘어 이건 뭐지…’ 싶었습니다.
어리벙벙한 가운데 천일결사 입재식을 끝내고 다음 날 깨달음의장에 가기 위해 문경 시내로 가는 택시를 잡는데, 우연히 저랑 사정이 같은 서울에서 오신 여자분을 만났고 바로 호텔로 직행, 처음 만난 사람과 바로 호텔로 직행한 것만도 부담스러워 죽겠는데 이 분이 108배를 같이 하자고 자꾸 권유했습니다. 어색한 마음에 목욕하겠다, 좀 쉬겠다 에둘러 피해도 그래도 한번 해 보자고 자꾸 권했습니다.
‘그래 못 할 것도 없지.’ 싶어 따라 해 보는데 생애 두 번째 하는 108배라 다리가 후들거리고 장딴지가 엄청 당겨 왔습니다. 땀을 한 바가지 쏟으며 어떻게 어떻게 그분 속도에 맞춰 절하랴, 숫자 헤아리랴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분이 어떻게 108번을 헤아리며 절을 하는지가 그렇게 신통방통할 수가 없었습니다. “근데 보살님, 저는 기도 하면서 108번 세기가 너무 힘들던데 어떻게 하시는 거예요?” 그 서울 보살님 기가 막혀서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으며 “아니 염주 있잖아요.”라고 하는 겁니다.
염주가 그렇게 쓰는 물건인지 솔직히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전에는 스님이나 절에서 쓰는 장신구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 이런 좋은 방법을 놔두고 속으로 숫자 세어가며 그 힘든 짓을 하고 있었다니… 나중에 남편한테 이 이야기를 하니 “역시 인간은 도구를 써야 해.”라고 말해서 한참 웃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108배를 낯선 호텔 방에서 낯선 여인과 함께 직접 해보니 조금 엄두가 나고 그 후로는 꾸준히 하게 되었습니다. 천일결사 기도를 꾸준히 하게 되니 왜 기도를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고즈넉한 새벽에 닭이 홰치는 소리를 들으며 고요하게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은 감정의 찌꺼기를 치우고 새로운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입니다.
제가 몸 상태가 안 좋아서 못 일어날 때면 남편이 저를 깨우고, 반대로 남편이 못 일어날 때는 제가 남편을 깨워서 어쨌든 빼먹지 않고 꾸준히 수행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점입니다. 남편이 출장을 가거나 해서 혼자 하게 되면 정말 하기 싫은 마음이 굴뚝같이 올라옵니다. 혼자 새벽 수행하는 분들의 원이 얼마나 큰지 새삼 알 것 같습니다. 아마도 혼자 했으면 꾸준히 하기가 힘들었을 테고 어쩌면 벌써 손을 놓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둘이 하니 귀찮아도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됩니다.
사실 그전에도 우리 부부는 4시에 일어나서 풍욕이라는 자연건강요법을 하고 공원을 산책하며 1~2시간 대화를 하는 생활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풍욕 하는 시간을 기도시간으로만 바꾸면 되는 일이기에 남들처럼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108배로 몸을 깨우고 명상 시간에 온전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기도 후 갖는 산책 시간에 대화가 더 풍성하고 깊이가 있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수행 이전에는 뭔가 끄달리는 일이 있으면 3~4일씩 갔는데, 함께 수행하고 나누기하면 대부분의 일은 하루 안에 마무리가 되고 풀려서 새날을 새 마음으로 맞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워낙 말이 많은 가족이긴 합니다. 남편과도 참 많은 얘기를 나누지만, 가끔 묘하게 틀어지는 불편함이 있었고 그 불편함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몰라서 많이 답답했습니다. 할 줄 아는 거라곤 주로 남편 탓, 내가 문제라는 생각의 전환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대화가 묘하게 틀어질 때면 ‘내가 내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가.’ 하고 돌아보게 되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 라고 인정하게 되면서 나로부터 답을 찾을 수 있으니 덜 답답합니다.

사람들과 관계 맺음이 원활하지 못한 제가 여러 사람과 함께 행사 준비를 잘 마칠 수 있을까 우려가 컸고 두려웠습니다. 나는 한다고 하는데 다른 이를 질리게 했던 과거의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어 무엇을 부탁하고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준비하면서 보니 세상에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너무 많고 도우려는 사람도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그냥 가서 즐기기만 했던 많은 행사가 사실은 그 준비 과정에 참으로 많은 사람의 손길이 닿아 이뤄진 것이었구나! 경이롭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는 한인회 등에서 하는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저 나 하나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참으로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이뤄지는구나. 이런 것이 연기법이구나.’ 지식으로만 알던 연기법을 체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쉬움도 남았지만 제가 사람들과 어울려 큰 마찰 없이 뭔가를 해 낼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된 것이 강연회를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얻은 가장 큰 수확입니다. 행사 당일 희망강연 주황색 티셔츠를 입은 봉사자들을 보는데 마음이 마구 부풀어 올랐습니다. 주황색이 그렇게 좋은 색인지 그때 알았습니다.
내 몸, 내 가족만 잘살면 되지 하는 옹졸한 마음에서,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가치를 실현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주어지는 데로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신나게 해보자 하는 마음입니다.
고명주 님과 김경필 님을 강연회 준비를 하면서 만나보니 ‘아! 수행자답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든지 가볍게 “해보죠” 하며 미소를 짓는 모습에 저도 함께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글_고명주 (하노이 열린법회)
정리_ 황소연 희망리포터 (동남아시아지구 방콕정토회)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
전체댓글 9
전체 댓글 보기정토행자의 하루 ‘’의 다른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