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6.10.19. 두부 만들기, 전법법회
“내가 옳다는 생각 때문에 동료들과 갈등이 생깁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새벽에 두부를 만들고, 오전과 저녁에는 전법회원 법회를 진행했습니다.

새벽 3시 30분, 스님은 두북수련원에서 두부를 만들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두북공동체 대중들의 아침 공양 준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아침 일찍 서둘러 두부를 만들었습니다.

“5시 전에 일을 마칩시다.”

올여름에도 여러 차례 두부를 만들어 본 터라 스님과 일행은 손발이 척척 맞았습니다. 마치 두부 공장처럼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콩을 곱게 갈아 끓인 다음 면보에 걸러 콩물을 받아냈습니다. 콩물에 간수를 넣자, 조금씩 몽글몽글하게 엉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엉기자, 두부 틀에 붓고 모양을 잡았습니다.

“간수가 적었는지 두부가 너무 연하게 만들어졌네요.”

계획대로 오전 5시가 되기 전에 두부 만들기를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은 두부를 만든 흔적이 남지 않도록 공양간 구석구석을 청소했습니다. 청소를 마치고 나니 공양간은 사용하기 전보다 더 깨끗해졌습니다.

두부 만들기를 마친 스님은 원고를 수정하고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오전 8시 40분부터는 결사행자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오늘 회의에서는 정토회 1차 만일결사의 역사를 정리한 대중활동사 책자 출간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결사행자회의를 마치고 나오자, 정토회를 견학하기 위해 찾아온 베트남 청년들이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청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베트남 청년 단체 VCIL(Vietnamese Community of Independent Learners)은 20대 청년들이 모여 활동을 시작한 단체로, 주로 대안 교육을 개발하고 실천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친환경 운동과 지속 가능한 개발을 지향하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정토회의 사상과 실천 활동에 관심이 많아 매년 정토회를 견학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청년들에게 언제 한국에 도착했는지 묻고, 두북수련원에서 생활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폈습니다. 청년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22일에 다시 만나 대화를 하기로 하고 인사를 마쳤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두북수련원 방송실에서 전법회원 법회를 생방송으로 진행했습니다. 오늘 법회는 대중부 활동가들을 위한 수련 프로그램인 ‘정일사’ 입재식을 겸해 열렸습니다.

먼저 연수원장 향광명 법사님이 정일사(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수련 프로그램에 대해 안내했습니다. 이어 스님은 정일사 수련에 임하는 마음 자세를 주제로 입재 법문을 했습니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전법 행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어느덧 가을이 깊어져 가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두북수련원 방송실에서 여러분을 만나고 있습니다. 두북 정토 농장에서도 어제 벼 베기를 마쳤습니다. 황금빛으로 물들었던 들판이 며칠 사이에 텅 빈 들로 바뀌었습니다.

어제는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간절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우리는 부모나 자식, 배우자와 생이별한 것도 아니니 그들에 비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이 훨씬 많습니다. 밥을 굶는 것과 비교하면 배부른 것이 큰 행복이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살다가 거주 이전의 자유를 누리는 것도 큰 행복입니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과 헤어져 있다가 원할 때 마음껏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큰 행복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조건들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르고 살아갑니다.

앞으로 기술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우리가 겪는 고뇌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어릴 때는 밥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주된 관심사였다면, 요즘은 먹을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엇을 먹을지 선택하는 것이 고민입니다. 못 먹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먹어서 비만을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어요. 살을 빼려면 덜 먹으면 되는데, 먹는 것을 줄이기는 어려우니 살 빼는 주사를 맞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아예 집을 떠나셨습니다. 먹는 것은 얻어먹고, 입는 것은 주워 입고, 자는 곳은 나무 밑이나 동굴로 정해 버렸어요. 조금 더 좋은 것을 바라고, 조금 더 가지려는 욕구가 끝없이 이어지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하신 것입니다. 그 결과 어디에도 걸림 없는 대자유를 얻으셨습니다. 이런 부처님처럼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까지는 못 하더라도 부처님을 기준으로 삼아보면 좋겠습니다. 내가 무엇을 먹든, 무엇을 입든, 어디에서 자든, 어떤 조건에 놓여 있든 부처님보다 좋은 조건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괴로움은 단순히 주어진 조건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 조건에 대한 미련과 집착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좀 더 분명히 안다면 오늘 우리의 삶은 훨씬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늘 말씀드리지만, 우리 마음이 작용하는 원리를 살펴보면 사랑받지 못해서 괴로운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을 내지 않기 때문에 괴롭습니다. 누가 나를 이해해 주지 않아서 답답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이해하는 마음을 내지 않기 때문에 답답한 것입니다.

우리의 심리는 그렇게 작용합니다. 이 원리를 안다면 답답하지 않으려면 이해하는 마음을 내면 되고, 행복하려면 그것이 하늘이든 신이든 사람이든 좋아하고 사랑하면 됩니다. 부족함 없이 살고 싶다면 만족할 줄 알면 됩니다. 공연히 애걸복걸하거나 비굴하게 구걸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원리를 모르면 이제라도 알면 되고, 알아도 잘 안되면 꾸준히 연습하면 됩니다.

내가 당당하게 살지 못하는 것은 남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때 더 두드러집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받으면 기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위축되기도 합니다. 반면에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뿌듯해지고 어깨가 펴지며 고개가 들립니다. 교만해지는 것이 아니라 당당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행복하게 살려면 긍정적인 마음을 내면 되고, 당당하게 살려면 다른 사람에게 쓰임새가 있는 사람이 되면 됩니다.

부처님의 법을 제대로 알면 경제적으로 가난하든, 지위가 낮든, 혼자 살든 어떤 조건에도 얽매이지 않고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농사를 지어도 괜찮고 사무실에서 일해도 괜찮습니다. 지시받는 위치에 있어도 괜찮고 지휘하는 위치에 있어도 괜찮습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그렇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한 번 살아보시기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결혼했기 때문에 속박받는 것이 아니에요.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속박받는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테두리와 범주에 매여 있기에 자신을 속박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세상이 변하면 변하는 대로 맞춰 살면 됩니다. 차가 없으면 걸어 다니고, 차가 있으면 타고 다니면 됩니다. 휴대전화가 있으면 쓰면 되고, 인공지능(AI) 시대가 오면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되지, 그것이 없다고 못 사는 것도 아니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위험한 것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확고한 자세입니다. 그 바탕 위에서 주어진 조건을 자유롭게 활용하며 살아가면 됩니다.

수행은 우리의 기초이자 기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수행이 먼저다’라고 말합니다. 수행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뜻이 아닙니다. 수행이 우리 삶의 기초이자 기본이며, 모든 것의 근본이라는 의미입니다. 그 바탕 위에서 당당함과 뿌듯함을 유지하려면 세상에 쓰임새가 있어야 합니다. 아이든, 몸이 불편한 사람이든, 가난하고 괴로운 사람이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다양한 활동을 하고 봉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좁은 의미로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나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 수행이라면, 넓은 의미로는 보시하고 봉사하는 것 또한 수행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때 우리 마음에는 뿌듯함이 차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좋은 조건이 주어져도 며칠만 지나면 금세 익숙해집니다. 이른바 ‘일상성(日常性)’에 젖어버리는 것이죠. 객관적으로는 아주 좋은 조건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일상이 되면 다시 자신을 잃어버리고 행복과 자유를 놓친 채 살아갑니다. 이처럼 일상성에 젖어 자신이 삶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아가다가, 그것을 자각하고 다시 자유로운 상태로 돌아가는 것. 이것이 수행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적어도 봄과 가을, 1년에 두 차례씩 일상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수행하는 것조차 기계적인 일상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것입니다. ‘아, 내가 수행자지!’, ‘관점을 어떻게 잡아야 하지?’ 하고 자신을 돌이켜 비추어 봅니다. 한문으로는 이를 ‘회광반조(回光返照)’라고 합니다. 자신을 다시 일깨우기 위해 ‘정일사(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수련’을 하는 것입니다.

이번 10월은 유독 행사가 많습니다. 저도 달력을 보니 경주에 내려와서 치러야 할 행사만 일곱 번이나 됩니다. 콘텐츠팀, 행복운동팀, 통일의병팀, 국립공원관리팀 행사부터 노인 잔치와 애광원 나들이까지 여러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이렇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도 왜 굳이 하루에 300배씩 절을 하라고 할까요? 바쁠수록 천천히 가고, 급할수록 잠시 멈춰 숨을 돌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상이 편안할 때 마음을 편히 갖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쁘게 뜀박질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마음이 들뜨거나 쫓기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10월의 여러 행사를 오히려 수행의 과제로 삼아 정진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하는 정일사 수련의 목표입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변합니다

최근의 일들은 여러분도 다 잘 아실 테니 길게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혼란 속에서도 북한이 지난 70년 동안 일관되게 유지해 온 목표가 있었습니다. 남쪽을 해방하여 한반도 전체를 통일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무력을 쓰든, 정치를 이용하든, 대화를 하든 방법만 달라졌을 뿐, 그 목표는 꾸준히 유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은 통일을 포기하고 민족이라는 개념마저 부정하는 새로운 노선을 선언했습니다. 남한을 해방하겠다는 목표를 버리고, 현재의 영역만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유지할 테니 서로 간섭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이처럼 북한의 노선이 크게 바뀐 것은 70년 만에 일어난 변화입니다.

우리는 한미 군사동맹을 바탕으로 미국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갑자기 뒤통수를 치듯 거액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지금까지 없던 일이에요. 과거에는 미국이 국제질서를 지키는 쪽에 섰다면, 지금은 오히려 국제질서를 허물어뜨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역시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현상이에요.

라디오가 나오고 텔레비전이 나오고, 휴대전화와 스마트폰이 등장하는 등 변화가 이어지다가 이제는 인공지능(AI)까지 등장했습니다. 아직 인공지능을 많이 활용하지 않는 분들은 그 영향력을 실감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흔히 젊은이는 진보적이고 나이가 들면 보수화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20~30대의 여론이 70대보다 더 보수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과거에 우리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역사적 가치를 조롱하는 것이 하나의 놀이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수십 년 동안 변화하지 않던 것들도 갑자기 달라집니다. 기후변화도 그런 거예요. 세상은 늘 변하지만,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것들까지 변하니까 우리가 혼란스러운 겁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대로 세상을 바라보니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변화가 단순히 양적으로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질적인 변화가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기준이 오늘도 옳은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 옳다고 여겼던 것이 오늘도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처음 프레온 가스가 나왔을 때는 무색·무취하고 인체에 해롭지 않은 물질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사용한 결과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결국 사용이 규제됐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늘 현실을 살펴야 합니다. 서울로 가는 길이 인천 사람에게는 동쪽이라고 해도 강릉 사람에게까지 동쪽인 것은 아닙니다. 어제 동쪽이었다고 해서 오늘도 반드시 동쪽인 것은 아니에요. 상황과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무유정법(無有定法)이며 중도(中道)의 관점입니다. 고정된 절대 기준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진리는 동쪽이다’라고 하면 장소가 바뀌고 시간이 흘러도 늘 동쪽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제 정의라고 여겼던 것이 오늘은 큰 불의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사유체계를 고정해 두지 말아야 합니다. 마치 고체가 아니라 액체처럼 인연을 따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해요. 언제나 사실과 진실에 깨어있어야 합니다.

변화에 대응하려면 사고가 유연해야 합니다

정토회 안에서도 10년 전의 관점이 지금까지 유효한 것이 있는가 하면, 지금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도 있습니다. 북한도 바뀌고 미국도 바뀌고 국제 정세와 기술, 세대도 바뀌고 있습니다. 이렇게 달라진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을지 관점을 세워야 합니다. 그래서 정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저 절만 많이 한다고 정진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나누기를 잘한다고 정진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사고 체계가 늘 유연해야 해요. 닫혀 있어서도 안 되고, 고정되어 있어서도 안 됩니다. 노자도 ‘도를 도라고 하면 이미 도가 아니다 (道可道 非常道)’라고 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연기법과 중도는 오늘날 우리의 괴로움을 해결하는 데 더욱 중요한 양약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지금 사람들도 이 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쉽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필요한 사람들에게 널리 전하는 일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런 일을 해 나갈 때 삶은 더욱 보람 있어집니다.

어떤 변화에도 삶의 주인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1차 만일결사를 마치고 2차 만일결사에 들어오면서, 사실 이런 변화에 대비하는 준비를 몇 년 전부터 해야 했습니다. 변화의 조짐이 물밑에 있었지만, 우리가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고, 이제는 누구나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변화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큰 틀에서 2차 만일결사의 방향은 잡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보완해야 합니다. 무엇이 일어날지 예측하고 공부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일이 생기든, 어떤 변화가 오든, 주어진 조건에서 주인의 자세로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관점과 함께 삶의 뿌듯함과 떳떳함을 지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를 지키려면 수행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부터 시작하는 정일사 수련이 힘들더라도 꾸준히 정진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어 스님은 전법행자들에게 한 가지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안타까운 소식이 있습니다. 천룡사 책임을 맡고 계신 보명법사님께서 어제 문경수련원에 가서 수련생들에게 법문해 주시고 돌아오시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어제 저녁 비가 오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가운데 정토회원의 차를 타고 돌아오시다가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저도 어제 저녁에는 이 소식을 모르고 있다가 오늘 아침에야 전해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 법사님의 명복을 빌고, 그분의 삶이 헛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정진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 다 함께 해탈주 한 편을 독송하겠습니다.”

스님과 법회에 참석한 전법행자들은 고인의 왕생극락을 발원하며 함께 해탈주를 독송했습니다.

이어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전 법회에서는 자신이 하지 않은 내부 고발을 했다는 오해를 받아 직장에서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질문자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스님은 질문자의 고민을 듣고 답변한 후 오전 법회를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는 가까이에 사시는 연로하신 누님 댁을 방문해서 안부를 묻고, 오후 4시부터는 두북 농사팀원들과 함께 다가오는 김장 준비에 대해 의논했습니다.

“김장 날짜는 11월 17일부터지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6일간 잡아 놓았고요.”

그동안 김장은 매년 이틀에서 사흘에 걸쳐 진행해 왔습니다. 올해는 스님이 김장 기간을 6일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내가 지금 이렇게 바꾸려고 하는 이유는 큰 풀장에 배추를 절이면 한 번 절이고 나서 소금물을 다 버려야 하잖아요. 그러면 소금값도 많이 들고 낭비가 생겨요. 그래서 배추를 매일 조금씩 다듬어서 절이고, 한쪽에서는 절인 배추를 꺼내고, 남은 소금물에 소금을 더 넣어서 다시 절이는 식으로 해보자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일이 너무 복잡하지 않게 진행될 것 같아요. 그래서 김장 기간도 2박 3일에서 6일로 늘려 보려고 해요.”

이어 김장에 필요한 인원과 숙소, 식사 준비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기보다 10~15명씩 1박 2일 동안 머물며 김장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오후 5시 15분부터는 부탄 JTS 사업 운영위원회 회의가 온라인으로 열렸습니다.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스님이 먼저 회의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지난 운영위원회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안건이 있어 오늘 다시 회의를 열게 되었습니다. 추가로 신청된 사업과 취소된 사업을 검토하고, 물가 상승으로 변경된 예산을 조정하려고 합니다.”

이어 트롱사와 젬강 지역에서 추진하는 JTS 지원사업의 변경 사항을 검토했습니다. 주민들의 요청으로 취소된 사업과 새롭게 추가된 사업을 확인하고, 물가 상승과 운송비 변동에 따른 예산을 조정했습니다.

그 결과 트롱사 지역은 79개 사업에 약 2,064만 눌트럼, 젬강 지역은 248개 사업에 약 5,826만 눌트럼의 예산을 승인했습니다. 특히 젬강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전통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트롱 헤리티지 빌리지 보수 사업도 별도로 승인했습니다.

스님은 이어폰으로 동시통역을 들으며 회의에 참여했습니다.

이어서 사업 현장에서 사용할 덤프트럭과 굴착기의 구입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스님은 부탄의 험한 지형을 고려해 장비의 종류와 규모를 추가로 검토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회의를 마친 스님은 서울로 가져갈 짐을 정리하고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오후 7시 30분부터 저녁 전법회원 법회가 예정되어 있어 다시 방송실로 향했습니다.

저녁 법회도 오전과 마찬가지로 정일사 수련에 대한 안내와 스님의 기조 법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어 스님은 1993년부터 2022년까지 30년간 이어진 정토회 1차 만일결사의 활동 역사를 정리한 대중활동사 출간 계획을 안내했습니다.

이후 전법행자들의 질문을 받고 즉문즉설을 이어갔습니다. 그중 한 모둠장이 모둠원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자신이 옳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며, 도반들과 화합하려면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도반들과 화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님, 안녕하세요. 저는 모둠장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모둠장 소임을 맡은 초기에 한 분의 모둠원이 다른 모둠으로 이동하셨고, 최근에도 저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서로 불편해지는 일이 한두 번 생기면서 또 한 분이 이동하시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제 마음을 돌아보니, 제가 옳다는 생각이 강하고 일이 제 뜻대로 되지 않으면 마음이 많이 불편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상대방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듣기보다 제 생각과 기준으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해 서로 불편해지거나 제 마음도 상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제 생각에 치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모둠장으로서 해야 할 말은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도록 지혜롭게 전달하면서 도반들과 화합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황이 생기면 제 생각이 앞서고 감정에 휩쓸리게 됩니다.

스님, 이렇게 내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상대방의 말을 제 방식대로 해석하는 습관을 어떻게 알아차리고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또 제 생각과 다른 사람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듣고, 해야 할 말은 지혜롭게 전하면서 도반들과 화합하려면 어떤 수행을 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행하는 것은 오랜 습관이 있기 때문에 잘 안되는 거예요. 원리가 어떻게 간단하냐 하면, 사람마다 생각이나 가치관, 윤리, 도덕, 느낌, 이념이 다르다는 거예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항상 이것을 명심해야 해요. 서로 다르다는 거예요.

나는 사과가 맛있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은 배가 맛있다고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사과를 좋아하는 사람이 ‘사과가 맛있는데 어떻게 사과보다 배를 더 좋아하지?’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저 사람은 배를 좋아하는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나는 개를 좋아하는데 다른 사람은 고양이를 좋아할 수도 있어요. 그때 ‘아니, 고양이가 뭐가 좋다고 그래? 개는 그래도 충성심이라도 있지, 고양이는 충성심도 없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저 사람은 고양이를 좋아하는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면 돼요.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 갈등을 일으킬 이유가 없어요. 마음에서 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화를 내고 싶어도 화가 나지 않아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어떻게 그런 걸 좋아할 수 있어?’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를 기준으로 상대방도 나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하고,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고, 결국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이것을 존중이라고 해요. 남을 존중하라, 남의 말을 존중하라고 하잖아요. 이것이 기본 원리이자 관점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것이 잘 안됩니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게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이것이 까르마, 즉 업식이고 업장입니다. 그래서 꾸준히 연습해야 합니다. 안 되는 과정을 수도 없이 겪으면서 조금씩 되어가는 거예요.

질문자는 지금 벌써 조금 자각한 거예요. ‘내가 남의 말을 잘 안 듣는구나. 내 식대로 하는구나. 내 주장이 강하구나’ 옛날에는 이런 것을 본인이 인정하지 않았을 거예요. ‘내가 의견을 내는 거지, 내 주장을 하는 게 아니야. 나도 의견을 낼 수 있잖아’ 이런 식으로 생각했겠죠. 그때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내 주장이 좀 센가? 내가 고집을 부리나?’ 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관점을 갖게 된 거예요. 이것만 해도 큰 변화입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러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연습해야 합니다. 내가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내 생각만 고집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그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알아차린다고 금방 바뀌지는 않지만,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 됩니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새로운 관점을 갖고 그것을 실제로 체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갈등이 생겨서 모둠원이 다른 모둠으로 간다고 해도 괜찮아요. 정토회에서는 3년 임기를 시작할 때 조정할 것이 있으면 미리 다 조정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일단 시작하면 3년 동안은 모든 것을 수행으로 받아들이고 그냥 가자는 거예요. 명상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른쪽 다리를 올릴지 왼쪽 다리를 올릴지는 자기가 알아서 하면 돼요. 그러나 일단 죽비를 치면 끝날 때까지 움직이지 말라는 겁니다. 그때부터 일어나는 일은 모두 수행의 과제로 삼으라는 거예요.

모둠장을 맡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맡기 전에는 ‘아이고, 나는 모둠장 안 할래.’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일단 모둠장을 맡았으면 3년은 가야 합니다. 정토회에서는 모둠장과 모둠원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모둠장이 계율을 어겼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사람을 때리거나, 물건을 빼앗거나, 성추행하거나, 욕설하거나, 사기를 치거나,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리는 등 계율을 어기거나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아니라면, 정토회에서는 대표의 말을 우선하고, 지부장의 말을 우선하고, 지회장의 말을 우선하고, 모둠장의 말을 우선합니다.

모둠원과 모둠장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도 모둠장이 계율을 어기거나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면, 모둠원이 한 명 떨어져 나가더라도 모둠장의 소임을 우선으로 본다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소임이 복이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소임을 맡아서 3년 정도 활동하다 보면 여러 가지 사건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내가 나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이 내 수행에 도움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나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이렇게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아, 나에게 이런 문제가 있구나. 그런데 고치는 것은 쉽지 않으니까, 앞으로 꾸준히 연습해 나가야겠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녁 전법회원 법회를 마친 스님은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늦은 밤 서울에 도착한 스님은 하루 일정을 마치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내일은 병원에 들러 검진하고 보명법사님 천도법회에 참석하고, 성남에서 행복한 대화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0

0/200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