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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미국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도착하여 전국지원소임자대회에 참석한 후, 저녁에는 두북수련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스님은 미국 뉴어크에서 출발해 15시간의 비행 끝에 한국 시간으로 새벽 5시 30분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아 나오니 법등법사님이 마중을 나와 있었습니다.

“스님, 잘 다녀오셨습니까?”
“네, 잘 다녀왔어요.”
오전 6시가 넘어 인천공항을 출발해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공항을 빠져나가는 길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차 안에서도 지난 15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느라 처리하지 못했던 업무들을 하나씩 처리했습니다.
어느덧 해가 떠오르며 서울에도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전 7시, 정토회관에 도착한 스님은 아침을 먹고 짐을 정리한 후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는 전국지원소임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에 도착한 스님은 현관 앞에서 오랜만에 만난 봉사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시네요. 어쩐 일로 나오셨습니까?”
“주차 봉사하러 나왔습니다.”
전국지원소임자대회는 정토회에서 국장, 팀장, 담당 등의 소임을 맡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고,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이날 전국에서 270여 명의 지원소임자가 정토사회문화회관 대강당에 모였습니다.
스님이 대강당에 들어섰을 때는 정토사회문화회관 특별지부에서 준비한 여는 공연이 한창이었습니다. 흰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봉사자들이 노래 〈페스티벌〉에 맞춰 신나는 율동을 선보였습니다. 참석자들도 박수와 환호로 호응하며 대회장은 웃음과 활기로 가득했습니다.


이어 정토회 대표인 양윤덕 님의 여는 인사가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정토회 지원소임자대회에 참석하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그동안 지원소임자 여러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조직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오셨습니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여러분이 주인공입니다. 오늘 하루는 소임을 잠시 내려놓고 편안하게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정토회의 활동이 빛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 주시는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 대회가 지원소임자로서 자긍심을 가득 채워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어서 참가자 소개가 진행되었습니다. 전국 각 지부의 지원소임자들이 차례로 일어나 준비한 구호를 외쳤습니다. 강원경기동부, 인천경기, 대전충청, 광주전라, 대구경북, 부산울산, 경남 등 각 지부에서 개성 넘치는 구호와 율동을 선보이자, 대강당은 웃음과 박수로 가득했습니다.


스님도 미소를 지으며 참가자 소개를 들었습니다.

참가자 소개를 마친 후에는 사무처장 박수정 님이 사전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설문에는 전국 지원소임자 438명 중 364명이 참여했습니다. 지원소임자들은 정토회 전체 사업의 흐름을 이해하고 도반들과 함께 일하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면서 겪는 피로감과 과중한 업무, 잦은 회의 등을 어려움으로 꼽았습니다. 특히 활동가 부족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혔으며, 업무 분담과 소통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었습니다.
박수정 님은 설문에 담긴 의견을 하나하나 읽으며 제기된 의견들을 잘 살펴보고 함께 의논해 나가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지원소임자들이 활동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어려움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이어서 이러한 고민을 어떻게 바라보고 풀어나가야 할지 스님께 기조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지원소임자들의 노고를 격려하며 가벼운 이야기로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원래 제 계획은 여러분들이 그동안 수고하셨으니까 가을 산길을 산책하기 위해 문경연수원에 모여 용추 계곡을 함께 걷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갑자기 일정이 변경되어서 장소를 서울로 잡게 되었습니다. 계곡 산책은 못 하더라도 점심 후에 예술의전당과 뒤에 있는 대성사를 산책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어서 오늘 대회에 참석한 지원소임자들의 역할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정토회에서 주로 행정 사무를 담당하는, 즉 활동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정토회를 운영하는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조직을 담당하는 역할이고, 다른 하나는 행정 실무를 지원하는 역할입니다.
조직을 운영한다는 것은 대중의 의견을 모아서 의사를 결정하고, 결정된 것을 집행하는 것입니다. 정토회에서는 대표, 지부장, 지회장, 모둠장이 이런 역할을 합니다. 대중의 의견을 잘 수렴해야 참여도가 높아지고, 결정된 것을 잘 집행해야 성과가 납니다. 집행이 안 되면 결국 탁상공론에 그치게 됩니다.
그런데 의사를 결정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행정 실무적인 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람을 잘 관리하는 사람은 주로 대표나 지부장, 지회장, 모둠장 같은 역할을 맡고, 전문성이 있어서 행정 실무를 잘하는 사람은 실무 지원을 맡습니다. 행정 실무 지원을 하는 사람은 성실해야 하고 재주도 좀 있어야 합니다.
전국 정토회의 행정 실무를 총괄하는 사람이 사무처장이고, 그 아래에 국장, 팀장, 담당이 있습니다. 지부에도 지원국장과 팀장, 담당이 있고, 지회에도 지원 담당이 있습니다. 이분들이 정토회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합니다.
현재 정토회에는 전법행자가 2천여 명 있는데, 불교대학이나 경전대학, 행복학교 등에서 직접 전법 활동을 하는 사람이 절반쯤 되고, 나머지 절반은 정토회를 운영하는 일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모둠장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지원소임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함께 듣고,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정토회가 운영되기 위해 지원소임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법과 자신이 하는 일에 좀 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여기 지부장님들도 참석해 있으니까 개선할 점이 있다면 지부장 회의에서 논의해서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스님은 행사 하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섭외하고, 장소를 마련하고, 일정을 조정하는 등 수많은 행정 업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겉으로는 발표자나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만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일을 조율하고 준비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행사가 열리면 누가 보입니까? 발표하는 사람은 발표한다고 얼굴이 나오고, 스님은 인사말을 한다고 얼굴이 나오잖아요. 하지만 그 밑에서 보이지 않게 일한 사람들은 이름이라도 나옵니까? 영화는 그래도 끝나고 나면 출연진 이름이라도 나오잖아요. 우리 정토회도 앞으로는 그런 걸 좀 해야겠어요. (웃음)


이렇게 하나의 행사가 이루어지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일을 합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그걸 잘 몰라요. 정토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사람들 뒤에는 사무처장과 국장, 팀장, 담당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이 수많은 일을 조율하고 준비하기 때문에 정토회가 운영되는 것입니다.”
이어서 스님은 행정 업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불필요한 업무는 줄여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는 그 일을 처리하는 데 행정력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아무리 행정력이 많이 들어도 꼭 해야 할 일이 있고, 일만 많고 별 효과가 없는 일도 있습니다. 이런 것은 행정 업무를 간단하게 처리해야 해요. 이게 사무 간소화입니다.
예를 들어 통계를 내라고 해서 열심히 자료를 조사했는데, 정작 그 통계를 쓰지도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정토회에도 그런 일이 많지 않을까요? 제가 볼 때는 많은 것 같아요. 법륜스님한테 보고서 한 장 올리려고 수많은 사람이 머리를 싸매고 일해야 한단 말이에요. 그런 일은 멈추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조사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세부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하지 않으면 행정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도 중도가 필요합니다. 꼭 필요한 일은 제대로 하되, 불필요한 행정 업무는 간소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말을 안 하니까 스님은 모르겠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일을 많이 할수록 섭섭해지기가 쉽습니다. 일을 대충 하면 누가 안 알아줘도 별로 섭섭하지 않아요. 그런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죽어라고 일했는데 아무도 안 알아주면 섭섭한 마음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스님이 다 못 알아주니까 법사든 대표든 지부장이든 지회장이든 국장이든 팀장이든 서로의 수고를 좀 알아줘야 합니다.
그런데 수행의 관점에서는 좀 달라요. 수행자는 남이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거기에 구애받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무주상보시를 이야기하잖아요.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끌려다니면 평생 남의 시선과 말에 따라 기뻐하고 슬퍼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기대하는 마음 없이 일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수행을 지향한다고 해도 아직은 중생이잖아요. 그러므로 지도부에 있는 사람들은 실무자들의 수고를 알아주는 데 너무 인색하면 안 됩니다. 자기는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는 수행을 해야 하지만, 다른 사람이 한 일에 대해서는 그 공덕을 알아줘야 합니다. 꼭 물질적인 보상을 하거나 칭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함께 일하면서 그 사람의 수고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같이 일하면 굳이 알아달라고 할 필요가 없어요. 같이 일하면 저절로 알게 되니까요.”


이어서 스님은 수행의 가르침을 자신에게 적용하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은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서로 좀 알아줘야 해요. 그런데 정토회 사람들은 서로 알아주는 데 인색한 면이 있습니다. 수행자는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하니까, 자기도 안 알아달라고 하고 남도 안 알아주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정토회가 인정머리가 없어요. 일반 교회나 절보다 정토회 사람들이 더 무뚝뚝하고 불친절할 때가 있습니다.

부처님 말씀은 항상 자기에게 적용할 때는 수행의 관점에서 엄격하게 적용하고, 다른 사람에게 적용할 때는 상대가 아직 중생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화를 내면 ‘화날 일이 없는데 왜 화를 내지?’ 이렇게 수행 지도를 할 게 아니라 ‘아이고, 화가 나셨네요. 미안합니다’ 하고 받아줘야 합니다.
자기 정진은 딱 부러지게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조금 알아주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도 서로의 수고를 알아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 더 부드럽고 친절한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스님의 법문이 끝나고 잠시 입정한 뒤, 사회자가 스님의 말씀을 받아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지원소임자의 위상과 역할을 안내해 주신 지도법사님의 귀한 법문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면 법문에 맞춰 우리 서로 좀 알아주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옆 사람 얼굴을 한번 보시고요. (웃음)”


참가자들이 옆 사람과 얼굴을 마주 보았습니다. 서로의 수고를 알아주는 시간을 갖자, 대강당에는 따뜻하고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이어서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 공양간에서는 평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애써 온 지원소임자들을 위해 정성껏 점심 공양을 준비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푸짐한 음식을 먹으며 오랜만에 오프라인에서 만난 도반들과 정겨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배도 마음도 든든해지는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스님도 공양간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점심식사를 한 참가자들은 우면산, 예술의 전당, 대성사로 산책을 하고 스님은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오후 1시 40분부터 오후 프로그램이 시작되어 스님도 다시 대강당으로 향했습니다. 먼저 지부별 장기자랑이 펼쳐졌습니다. 강원경기동부지부의 재미있는 춤 공연에 참가자들은 박장대소했습니다.


이어 청년지부 활동가가 노래를 부르자 대강당은 순식간에 콘서트장으로 변했습니다.


장기자랑을 보며 모두 한바탕 웃고 난 뒤, 스님과의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오후 즉문즉설에서는 총 9명이 질문했습니다. 지원소임을 맡으며 겪는 어려움부터 가족 문제, 봉사에 대한 집착, 인정받고 싶은 마음, 조직 운영과 한반도 평화 문제까지 다양한 고민이 나왔습니다.
그중 여러 소임을 맡아 바쁘게 활동하다 보니 때때로 수행의 관점을 놓치게 된다며 고민을 털어놓은 참가자의 질문과 이에 대한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저는 전법 활동 팀장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에 서원행자 수계를 받았는데, 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제게는 크고 과분한 소임을 맡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행정 업무도 보고 여러 담당자를 챙겨야 합니다. 행사가 있으면 지원도 나가야 하고요. 이렇게 바쁘게 살다 보니 솔직히 수행적 관점을 놓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정토회 일을 하면서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라는 법문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제가 정토회 소임을 부담스럽게 받아들이지 않고 온전히 제 수행으로 삼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놀이 삼아 하면 됩니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 뭐 하겠어요? 그런데 놀이도 지나치면 피곤할 수 있습니다. 등산을 가든, 뭘 하든, 노는 것도 때로는 피로를 가져올 수 있어요. 그래서 과로했다면 좀 쉬어야 합니다. 그러나 여러 소임을 맡아서 피곤하다면, 그건 육체적인 과로보다 정신적인 문제로 봐야 합니다.
한 가지 일을 열 번 하든, 열 가지 일을 한 번씩 하든 실제로 몸이 쓰는 에너지는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 가지 일을 열 번 하라고 하면 지루해합니다. ‘맨날 똑같은 일만 시키네’ 하면서요. 그런데 열 가지 일을 한 번씩 하라고 하면 ‘어떻게 열 가지 일을 나 혼자 다 해?’라며 불평합니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정해진 시간 동안 하는 일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아무리 일을 많이 한다고 해도 하루 24시간을 더 늘릴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잠을 적게 잔다고 해도 죽지 않을 만큼은 자면서 다닙니다. 밤에 누워서 자는 시간은 보통 사람들보다 적을지 몰라도, 비행기나 차로 이동할 때 잠을 자기도 하고 졸기도 합니다.
질문자의 어려움도 정신적인 부분에서 오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일을 맡았다고 반드시 일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한 가지 일을 맡았다고 적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한 가지 일을 해도 열 가지 일을 맡았을 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질문자는 집착을 좀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저는 여러 가지 일을 맡아서 힘든 건 아닙니다. 일정이 겹칠 때가 있어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일정이 겹치면 저절로 정리되지 않던가요? 저도 일정이 겹치면 결재를 늦게 해주거나 다른 일정을 취소하거나 미룹니다. 결국 어떻게든 조율이 돼요. 이번에도 미국에 가기 전에 일을 다 마치고 출국하려다 보니, 출국일 새벽부터 사람들과 미팅을 네다섯 번 했어요. 그랬더니 좀 피곤하더라고요. 어차피 겹친 일정은 결국 다 조절하게 됩니다.
예전에 제가 너무 과로한다는 말이 있어서 목사님들처럼 월요일을 휴일로 정하고 활동해 본 적이 있습니다. 월요일에는 일정은 잡지 않기로 했는데 잘 지켜지지 않더라고요. 제가 가만히 있는 걸 못 견뎌서 그런 게 아니고, 마땅한 이유가 있어서 거절하기 어려운 일정들이 들어왔기 때문이에요. 또 누군가가 월요일밖에 강연 일정을 잡을 수 없다고 요청하면, 월요일이 비어 있는데 거절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휴일을 정해놓아도 다른 일정이 다 비집고 들어왔어요. 그 뒤로는 휴일을 따로 정하지 않고 일정을 잡고 있어요. 일정을 미리 정하지 않고 비워 두면 약속을 잡을 수 있지만, 이미 강의를 잡아 놓았거나 다른 일정이 있으면 새롭게 더 잡을 방법이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질문자의 어려움도 심리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여러 가지 일을 너무 많이 한다고 생각하니까 부담이 되는 거죠. 가볍게 생각하고, 못 하는 건 못 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자꾸 알아차려야 합니다. 스님도 계획한 일을 다 하고 사는 것 같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해야 할 일과 계획한 일의 10분의 1도 못하고 살아요.
내년에는 사회적인 업무가 많을 것 같아 정토회 업무를 일부 줄여야 합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그만둘 수는 없잖아요. 일단 약속을 덜 잡거나 아예 잡지 않는 식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이죠. 그렇다고 노는 게 아니에요. 업무가 겹치면 순서를 정하거나 비중을 조절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런 것들은 전체 업무를 보면서 결국 조금씩 조절해 나가면 됩니다.”
“스님, 사실 육체적인 부담보다는 정신적인 부담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전에 법문을 들으면서 스님께서 제 마음을 알아주셨고, 그 덕분에 많은 부분이 해소되었습니다. 어쨌든 오늘 오전 법문을 통해 그동안 쌓였던 마음이 많이 풀렸습니다. 감사합니다.”
“그것 보세요. 알아주니까 스트레스가 확 풀리잖아요. (웃음) 여러분도 서로서로 알아주면 훨씬 도움이 되겠죠. 상담을 해 보면 ‘남편의 어려움을 부인이 알아주지 못한다’는 경우가 많을까요, 아니면 ‘부인의 어려움을 남편이 알아주지 못한다’는 경우가 많을까요?”
“부인의 어려움을 남편이 알아주지 못하는 경우요.”
“그게 왜 그러냐 하면, 남편의 어려움을 부인이 알아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남편이 하는 일은 비교적 성과가 바깥으로 드러납니다. 요즘은 좀 다르지만 옛날에는 더 그랬죠. 회사를 나가고 월급을 받잖아요. 월급이라는 성과가 들어오고, 회사를 나간다는 구체적인 행동도 있습니다. 그런데 부인이 하는 일은 집 안에서 이루어지니까 표가 잘나지 않아요. 설거지하고 방을 청소해도 그걸 하든 안 하든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죠. 하루 종일 일해도 돈으로 계산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성과로 표시되는 것도 아닙니다. 집을 지었다면 집이라도 한 채가 남지만, 집안일은 그렇지 않아요.
이렇게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 일일수록 ‘아이고, 여보, 고생했지’ 하고 알아줘야 만족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말다툼할 때 ‘네가 한 게 뭐 있나?’ 하고 말한다는 거예요. ‘네가 돈을 버나, 집에서 한 게 뭐가 있나?’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사람이 기가 탁 막힌다는 거예요. 그래서 예전에는 여성들이 꼭 돈이 궁해서가 아니라, 차라리 나도 나가서 돈을 벌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집에 있으니까 무시당하는 것 같다는 거예요. ‘내가 맨날 노는 것처럼 보이나?’ 싶어서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있었어요.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정토회에서 지회장이나 지부장 같은 사람들은 여러 사람을 모아 회의도 하고 이런저런 일을 하잖아요. 물론 그분들이 겪는 고통이나 어려움을 우리가 다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 일이 드러납니다. 그런데 지원 담당자들이 하는 일은 표가 별로 나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한 겁니다. 이 세상이 돌아가려면 표가 나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렇게 알아주니까 질문할 거리도 없어졌다잖아요. (웃음) 그런데 알아주는 것만으로 될까요, 표현도 해야 할까요?”
“표현도 해야 해요.”
“이게 참 문제인데, 저도 알아주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됩니다. 저도 고생을 많이 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알아주는 건 되는데, 경상도 남자라서 그런지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그걸 표현하는 건 잘 안돼요. 법문할 때는 이렇게 잘 얘기하면서도 막상 옆에 있는 사람에게는 표현이 잘 안 나옵니다. 그리고 누가 ‘알아달라’고 하면 경상도식으로 ‘뭐했는데?’ 이렇게 말이 나와 버려요. 말투가 그렇게 나옵니다. 속으로는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는 거예요. (웃음) 이게 문화이고 습관이기는 하지만, 함께 살아가려면 이런 부분은 개선해 나가는 게 좋겠죠. 제가 스님이 되어 혼자 사니까 그나마 괜찮지, 만약에 결혼해서 살았다면 저도 부부간에 참 문제가 많았을 것 같아요. (웃음) 아내가 있었다면 그 사람도 나 같은 스님한테 가서 하소연하지 않았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이렇게 출가한 것이 참 잘된 일이죠.


그것처럼 우리의 카르마, 즉 성격이나 습관도 자기 특성에 맞게 활용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 성격이 맞지 않으면 고쳐야 할 게 너무 많아지니까 힘든 거예요. 마치 내가 문제인 것 같고, 나한테 문제가 많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누구도 그 자체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 모두 생긴 그대로 아무 문제가 없어요. 다른 사람과 협업하다가 갈등이 생기면, 그걸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게 문제네’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사와 나사 구멍의 크기가 서로 다른 것 자체는 아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나사를 그 구멍에 끼우려고 하니 크기가 맞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깎아 내거나 자르거나 붙여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말입니다. 즉, 문제는 인연을 따라 생기는 것이지 존재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질문자의 문제는 이미 다 해결됐는데 제가 괜히 설명을 덧붙였네요. (웃음) 여러분이 주로 겪는 어려움은 심리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육체적으로 피곤한 것은 쉬어야 해결됩니다. 예를 들어 매일 하던 청소를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한다거나, 활동량을 줄이거나, 정토회 활동에서 미팅을 좀 줄이면 됩니다. 과하면 조금 줄일 수밖에 없어요.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이라면 감당하면 됩니다. 그게 아니라 육체적으로 과하게 일을 하고 있다면 조정해야 하고요.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문제라면 우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을 조금 줄이는 게 좋겠죠. 하지만 우리는 수행자잖아요. 그러니 우리는 그 문제를 수행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어서 재미있구나’ 하고 관점을 바꾸는 거예요. 반대로 한 가지 일만 하는 게 힘들다면 ‘익숙한 일을 하니 쉽잖아!’하고 관점을 바꾸면 됩니다.
여러분의 법명에도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첫째는 자신의 특성을 살리는 것입니다. 자신의 재주나 카르마(Karma, 業)를 살려 효율을 높이는 거죠. 둘째는 자신의 문제점이나 약점을 개선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약점을 개선하는 데만 너무 집중하면 힘들고 지쳐서 그만둘 확률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장점을 살리는 데만 치우치면 수행이 잘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를 적절히 잘 섞는 게 중요해요. 고쳐지지 않는 부분을 너무 붙들고 있으면 스트레스만 받잖아요. 때로는 장점을 살리고, 때로는 약점을 보완하면서 자신을 잘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여러분이 팀장이 되면 실무도 담당하고 사람도 관리해야 하잖아요. 모둠장이나 지회장, 지부장의 주된 업무는 사람을 관리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팀장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에요. 그런데 일의 규모가 크면 혼자 다 할 수 없으니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관리해야 합니다. 자기 일은 아주 깔끔하게 잘하지만, 사람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팀장 업무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카르마에 맞는 일만 하면 조직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개인의 발전은 없겠죠. 그래서 때로는 도전해야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잘 맞지 않더라도 부딪쳐 가며 일하다 보면 점점 익숙해지고, 자신의 카르마를 바꿔 나갈 수 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위기가 닥쳐야 카르마가 바뀌지, 생각만 해서는 습관이 잘 안 바뀝니다. 그래서 우리가 ‘소임이 복이다’라고도 하는 거예요. 회사 일이라면 사표를 써버릴 수 있지만, 정토회 소임은 죽으나 사나 사표도 못 내고 그냥 해야 하잖아요. 수행이란 게 꼭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절하고 기도하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 수행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 나가는 것이 수행의 가장 핵심입니다. 그리고 내가 안 된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게 중요합니다. 일을 하면서 화가 나고 답답해지는 것을 알아차리는 거예요. 안 되는 것을 알아차려야 되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잖아요. 자신이 안 된다는 사실조차 모르면 개선할 수가 없습니다.
정리하면, 관점을 바꿔서 부딪쳐도 소리가 안 나도록 수행하는 것입니다. 부딪쳐서 소리가 나면 그걸 알아차리고, 다음에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하면 됩니다. 일상에서 이렇게 알아차리는 게 중요한데, 여러분은 아직 초심자라 잘 안되기 때문에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 시간을 정해놓고 108배와 명상으로 연습하는 것입니다.”
모든 질문에 답변을 마친 스님은 마지막으로 지원소임자들을 격려하며 즉문즉설을 마무리했습니다.

“자, 이 정도로 마쳐도 되겠죠? 스님이 알아주고 있으니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웃음)
오후 4시 20분, 즉문즉설을 마친 스님은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출발해 두북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은 차 안에서도 해외 출장 일정과 관련해 각 담당자와 끊임없이 소통했습니다. 통화가 이어지자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이고, 점점 일정이 빼곡해지네요.”

통화를 마치고 잠시 차창 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돌렸습니다. 어느새 차는 감곡과 장원 지역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함께 이동하던 행자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예전에는 문경수련원에 가려면 국도로 이곳을 꼭 지나가야 했어요. 지금은 고속도로로 다니지만요.”
이어서 스님은 행자들과 정토회를 처음 시작하던 시절의 추억을 나누었습니다. 아버지가 편찮으신 행자에게는 아버지의 근황을 물었고, 병원에 계신 형님 이야기도 꺼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인생 70여 년이 쏜살같이 지나갔네요. 얼마 안 있으면 나도 누워서 병문안 온 여러분에게 ‘어서 오너라’ 하고 인사를 하겠지요.” (웃음)
그러자 한 행자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스님, 그때도 저희에게 경상도식으로 인사해 주실 거죠? ‘뭐 하러 놨노, 시간이 남아도나’라고요.” (웃음)
스님도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때쯤 되면 죽을 때가 되었으니까 내 업도 좀 바뀌어 있지 않을까요?” (웃음)
스님의 대답에 차 안에 웃음이 번졌습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저녁 8시가 되어 두북수련원에 도착한 스님은 저녁 식사를 하고 휴식을 하였습니다.

내일은 통일축전과 콘텐츠봉사자의 날 행사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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