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6.8.26. 종교인 모임, 수행법회, 연구세미나
“아픈 몸 때문에 직장에서 자꾸 눈치가 보이고 위축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과 수행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종교인 모임을 하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신부님, 주교님, 교령님, 교무님, 목사님도 차례로 지하 1층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봉사자들이 정성껏 준비한 아침 밥상으로 식사를 한 후 평화재단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기후위기로 물 부족과 폭염, 홍수가 심해지고 농업 환경도 크게 달라지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생활 방식과 정책만으로는 이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로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남북관계에 대한 대화도 나누었습니다. 북한이 과거와 달리 경제 규모와 생활상이 크게 변해, 인도적 지원 중심의 기존 남북교류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남북관계에서는 ‘두 국가론’을 현실적으로 검토하되,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국가연합이나 특별한 관계를 유지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대화는 AI와 신기술의 발달에 대한 주제로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AI와 바이오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사회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철기시대가 들어오면서 작은 왕국들을 통합하여 결국 제국으로 발전하지 않았습니까? 자본주의가 들어오고 신기술이 나오면서 제국주의가 생겨났잖아요. 저는 지금 AI나 신기술이 나오면서 그런 역사적인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경제적인 빈부격차가 급속도로 벌어질 겁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빈부격차가 급속도로 벌어지면 반드시 권력이 한쪽으로 집중됩니다. 그러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져요. 돈을 가진 사람에게 권력까지 집중되는 현상이 일어나는 거죠. 거기에 옛날에는 없었던 새로운 문제가 있습니다. 바이오기술이 발달하면서 수명과 건강의 격차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진시황도 결국 죽었는데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수명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의 문제이고, 건강뿐만 아니라 미용까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데에서도 빈부격차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성(性)의 불균형입니다. 잘난 남자에게는 많은 여자들이 관심을 갖고, 여성은 마음에 드는 남자와 연애하거나 결혼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안 하겠다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조건이 좋지 않은 남성은 여성을 만날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현상이 벌써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녀의 불균형까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큰 변화의 밑바닥에는 기술의 변화가 있습니다. 이것은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입니다. 이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은 어느 정도 개선할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제국주의 시대를 어느 정도 청산하면서 만들어진 가치관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가치관만 가지고는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북문제가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지금의 핵심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세상을 완전히 다르게 보고 대응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가 생긴 겁니다. 우리가 지금 사고를 너무 과거의 진보적 가치관에만 두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뒤처진 그룹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시대의 변화라고 해서 무조건 따라가 버리면 이런 모든 격차를 다 수용하게 됩니다. 예수님이나 부처님도 당시의 사회 변화에 대응하신 분들이거든요. ‘이런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하고 기존의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제시했습니다. 성공적이었느냐 아니냐를 떠나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어떤 삶의 가치를 잡을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인공지능이 나오면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까? 유럽은 인공지능이 갖는 위험성 때문에 규제하기 시작하는데 중국과 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유럽은 이제 끝났다. 저렇게 해서는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치관의 측면에서 보면 유럽이야말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기술 변화의 측면에서 보면 유럽이 뒤처질 위험이 있는 거죠.

우리 역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청동기 시대에 높은 문명을 이루었는데 고조선이 청동기 문명에 너무 안주해서 철기 문명을 발달시키지 못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철기 문명을 받아들이면서 강남을 개척하고 생산량을 크게 늘렸습니다. 그러면서 국력의 차이가 벌어지고 결국 세력 관계가 뒤집어졌습니다. 한나라 무제 때에는 결국 고조선이 멸망했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우리도 국가적인 측면에서는 신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됩니다. 그러나 가치관의 측면에서는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를 전부 그대로 받아들여서도 안 됩니다.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기술적인 진보로 보면 제가 어릴 때와 지금은 천지 차이입니다. 그런데 과연 삶 자체는 얼마나 달라졌습니까? 제가 어릴 때나 지금이나 인간이 괴로워하고 번뇌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기술과 사회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변할 수는 있겠지만, 다시 인간의 삶으로 돌아와 보면 기본적인 인간의 고뇌는 그렇게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박남수 교령님이 말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종교 지도자들의 역할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AI가 종교적인 가르침이나 설교까지 대신할 수 있게 되면 사제의 역할도 크게 달라질 것 같습니다. 모든 문제를 AI가 다 해결해 버리는 시대가 되어버리니까 그때 우리 종교의 역할은 뭘까 하는 고민이 됩니다.”

스님이 말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종교의 역할은 계속 축소되어 왔습니다. 옛날에는 해를 움직이고 달을 움직이는 것도 다 신이 한다고 생각했고, 만물을 키우는 것도 신이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연과학이 종교에서 떨어져 나갔고, 생물학도 떨어져 나갔습니다. 옛날에는 병을 고치는 것도 종교인이 했는데 의학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다음에는 정신적인 문제를 종교가 다루었는데 이것도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으로 떨어져 나갔습니다. 이런 식으로 종교가 담당하던 영역이 점점 축소되어 왔습니다.

그렇다고 종교가 완전히 없어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원시시대의 종교인 무당 같은 것도 이제는 없어져야 할 것 같지만 지금도 그 역할을 하고 있잖아요. 오히려 요즘 20대가 기복적인 성향이 기성세대보다 더 강한 측면도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산에 가서 기를 받는다든지, 절에 가서 어떤 상징적인 행동을 하면서 소원을 빈다든지 하는 식의 새로운 문화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했던 엄격한 의미에서의 종교 역할은 계속 축소되겠지만, 문화적인 형태로는 계속 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느덧 마칠 시간이 되어 다음 모임을 기약했습니다.

“9월 30일에 다시 만납시다.”

스님은 종교인 분들을 배웅한 후 수행법회를 하기 위해 3층 설법전으로 향했습니다.

오전 10시가 되자 삼귀의와 반야심경 독송으로 수행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정토행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8월의 마지막 수행법회입니다. 예전 같으면 8월 하순에는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한 공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올해는 8월 하순인데도 남부 지방에는 한낮에 36~37도의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종교계 어르신들과 아침 공양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눴는데, 단연 첫 번째 주제가 기후위기 문제였습니다. 계속되는 무더위와 거제, 통영 지역에 쏟아진 홍수 이야기를 시작으로 기후 변화가 가져오는 여러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기후 변화는 식생에도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어떤 분이 철원에 땅을 가지고 계시는데, 요즘 농촌 땅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가격이 오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살 사람이 없어 가격도 내려간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분이 80세가 넘으셨는데 본인이 직접 가서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하셔서 우리가 웃었습니다. ‘사과가 열리려면 5년은 있어야 하는데, 언제 그 사과를 드시려고 하십니까?’, ‘내일 지구가 망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말을 직접 실천하시려는 겁니까?’ 하며 웃었습니다. 그랬더니 본인은 정작 ‘5년밖에 안 걸려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아차! 120살까지 사실 테니, 아직 몇십 년 남았네요’ 하며 웃었습니다.

요즘은 대구 사과가 문경 사과가 되고, 문경 사과가 철원 사과가 되고, 나중에는 북한 사과가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남해안이 고향인 분은 요즘 남해안에 열대어가 많이 잡히는데, 맛이 없어서 다시 놓아주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만큼 기후 변화가 우리 삶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기야 작년에도 8월 말까지 더웠습니다. 보통 8월 말에는 김장 배추와 무를 심어야 하는데, 기온이 32~33도까지 올라가 심기가 어려웠습니다. 과수 종류, 어류 분포 등 많은 부분이 이제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이런 기후 변화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기술 변화에 관한 대화 중에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종교인이 필요할까?’, ‘앞으로 사제 계급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세상은 변해도 인간의 고뇌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제 어린 시절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정말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전깃불도 없던 시절에서 전기가 들어오고, 차가 다니지 않던 곳에 차가 다니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것이지요. 그런데 인간의 고뇌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옛날에는 설이나 추석에 양말 한 켤레라도 선물 받을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습니다. 지금은 옷이 너무 많아서 무엇을 사야 할지, 사놓은 옷 중에서 무엇을 입어야 할지가 고민입니다.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옛날에는 ‘어떤 집이냐’가 아니라 ‘집이 있느냐, 없느냐’가 고민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떤 집을 구할지가 고민입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보면 고민이 늘었습니다. ‘먹나, 못 먹나’에서 ‘무엇을 먹어야 하나’로, ‘입나, 못 입나’에서 ‘무엇을 입어야 하나’로 고민이 바뀐 것입니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고뇌와 번뇌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고민도 늘어납니다. 옛날에는 시집이나 장가를 갈 수 있는지가 고민이었다면, 지금은 누구와 결혼할지가 고민입니다. 사람이 없어서 결혼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그것이 어려워서 못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앞으로 10년, 50년, 100년이 지나 우리 삶의 환경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변해도 결국 인간의 고뇌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옛날에는 능력이 없어서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음식도, 옷도 누가 줘야 했습니다. 그래서 누구든 나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을 우러러보고 빌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정권이 나에게 있지 않았어요. 어쩌면 이것이 종교가 필요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선택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누구와 결혼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즉문즉설을 해보면 선택을 못 하는 것이 큰 고민 가운데 하나입니다. 요즘은 인공지능에 이런 일들을 묻는 사람은 있다고 합니다. 선택권과 결정권을 줬는데도 선택할 줄 모르고, 결정할 줄 모르면 선택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대신 결정해 줘야 하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선택할 능력이 없어서 선택권이 없었다면, 지금은 선택할 줄 몰라서 선택권이 없는 거예요.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세상에 큰 변화가 왔는데도 인간이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 어떤 시대가 오더라도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도록 하는 가르침입니다. 복을 빌며 ‘무엇을 주세요’ 하는 것이 종교라면, 그것은 이미 수명이 다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이 가르침의 핵심이라면, 이런 가르침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법을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은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법의 성격은 달라져야 합니다. 옛날에는 부처님의 법을 통해 무언가를 얻으려 했습니다. 첫째, 금강경을 읽으면 병이 낫거나 복이 온다는 식의 종교적 성격이었습니다. 둘째, 불교가 무엇인지, 공(空)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지적 욕구의 충족이었습니다. 이제 그런 지식은 외부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식은 어렵게 공부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을 찾을 줄만 알면 됩니다.

반면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문제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누가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불교는 바로 그 문제를 다루는 불교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여러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일찍 이 법을 이해하고, 행하고, 지혜를 증득한다면 여러분에게 큰 이익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어떻게 사느냐입니다

역사 속 진시황은 천하를 통일한 뒤, 영생하기 위해 불로초를 구했습니다. 그것이 안 되자 죽어서라도 영생하려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지하 무덤 도시까지 건설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허망한 일이었지요. 오늘 아침 대화에서는 수명을 연장하는 현대 기술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저는 이런 기술에 대한 지나친 기대나 맹신이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헤매던 것과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삶의 가치를 오래 사는 데 둘 것인지, 재물을 많이 가지는 데 둘 것인지, 권력을 많이 가지는 데 둘 것인지는 예로부터 인간이 추구해 온 행복의 기준이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권력이나 부, 장수에 가치를 두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도를 이루고 저녁에 죽어도 좋다.’ 이 말은 지금 내가 자유롭고 행복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내일 죽느냐 모레 죽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는 스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일 죽을지 모레 죽을지 모르는 사람도 오늘까지 주식 투자를 한다고 합니다. 집착이라는 게 참 무섭지요. 앞서 말씀드린 80세가 넘으신 분이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이야기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분의 행동을 집착이라기보다 희망으로 해석했습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말처럼, 그것은 집착이 아니라 희망일 수도 있습니다.

집착은 모든 괴로움의 원인입니다

하지만 집착은 다릅니다. 어떤 것에 집착하면 그것이 자기 인생의 전부가 되고 세계관의 전부가 됩니다. 강아지에게 집착하면 강아지가 아프거나 죽을까 걱정하는 것에서부터 무엇을 입히고 먹일지, 여행할 때는 누구에게 맡길지, 온갖 걱정을 하게 됩니다. 집착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별일 아닌 것이 집착하는 사람에게는 큰 괴로움이 됩니다. 그래서 죽은 강아지를 위해 49재를 지내고, 무덤을 만들고, 탑을 만들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다 그렇습니다.

부처님은 ‘집착을 놓아라. 집착이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집착을 놓지 못합니다. 집착된 상태를 비유하면, 누에가 자기 입에서 나온 실로 고치를 만들어 그 속에 갇힌 것과 같습니다. 자기가 일으킨 생각에 스스로 집착해 그 안에 갇혀 있으면서, 속박받고 있다고 아우성을 치고 자유를 외치는 것입니다. 마치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세상이 어둡다고 하면서 불을 켜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에게 부처님의 법을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부처님의 법에 접근하는 방식이 조금은 진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고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길이 그 속에 있는데도 건성으로 대충대충 하면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집착을 놓아야 자유와 행복이 있는데, 오히려 자기가 집착하고 있는 것이 이루어져 즐거움을 느끼면 그것을 부처님의 가피라고 하고, 자기가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큰 괴로움에 빠져 ‘10년 동안 헛공부했다’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비하게 접근하라는 것도 아니고, 너무 무겁거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라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조금 더 진중하게 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법은 아는 것이 아니라 직접 행할 때 증득됩니다

작은 것이라도 직접 경험해 보면 그 의미가 더 분명해집니다. 고뇌와 속박에서 벗어나는 자유는 여러분이 법을 듣고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행할 때 증득됩니다. 그런데 정토회가 온라인 활동이 주가 되다 보니 시청각 교재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직접 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기쁨이나 믿음이 오래가지 못합니다. 잠시 좋아했다가 곧 시큰둥해져 그만두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법에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주에 제가 법문을 한다고 개인 질문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주에 하세요’ 했더니, 두 분 다 잊지 않고 다시 질문하셨네요. 네,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두 명의 사전 질문 신청자가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그중 질문 하나를 소개합니다.

아픈 몸 때문에 직장에서 자꾸 눈치가 보이고 위축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난치성질환과 여러 가지 만성 질환으로 병원에 자주 갑니다. 그러다 보니 자주 자리를 비우게 되어서 직장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눈치가 보여 괴롭습니다. 그리고 결혼도 못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내가 만약에 신체장애가 있거나 난치성질환이 있으면 병원 진료 기록이 있을 것 아니에요? 그걸 회사나 동료들에게 이야기하면 됩니다. ‘제가 이런 질환이 있어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느라 자리를 비울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하면 되지, 그게 큰 문제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자랑할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숨길 일도 아니잖아요. 다리가 불편해서 절뚝거리는데 그걸 숨기려고 사람들이 있을 때는 계속 앉아 있다가 다 간 뒤에 걷는다면 괜히 나만 불편하잖아요. 난치병이 있으면 난치병이 있다고 이야기하면 되지, 숨긴다고 해서 무엇을 더 얻을 수 있겠어요?

그렇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그 범위 안에서 생활하면 됩니다. 회사에도 이야기해서 내가 일을 조금 적게 한다면 월급을 조금 적게 받아도 감사하게 생각하면 되잖아요. 내가 그런 문제로 능력 면에서 조금 부족하다면 ‘그만큼 월급을 적게 주고 채용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일을 적게 하면서 다른 사람과 똑같이 월급을 받겠다고 하면 문제가 되겠죠. 내가 다른 사람의 70퍼센트 정도 일한다면 70퍼센트만큼 월급을 받으면 되는 겁니다. 회사에는 자신의 상황을 공개해서 양해를 구할 수 있고, 동료들에게도 공개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문제 삼지 않는데 내가 자리를 비우면서 동료들에게 조금 피해를 준다고 생각한다면 그만큼 동료들에게 보답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생각해 봤을 때 동료들이 내 일을 10퍼센트 정도 더 맡는다고 합시다. 월급을 300만 원 받는다면 30만 원 정도는 매달 동료들을 위해서 쓸 수도 있잖아요. 차를 사든지, 점심을 사든지 무엇을 사든지 하면 됩니다. 내가 조금 자리를 비우기는 하지만 커피도 잘 사고 밥도 잘 사는 사람이면 동료들이 싫어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왜 자꾸 사느냐?’ 그러면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내가 자리를 비울 때 여러분이 내 일을 도와주니까 미안해서 그러는 겁니다. 부담 갖지 마세요.’ 이렇게 지내면 됩니다.

자꾸 숨기려고 하고,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도 이익은 똑같이 받고 평가도 똑같이 받으려고 하기 때문에 자꾸 눈치를 보게 되고 불안이 생기는 겁니다. 꼭 동료들에게 공개하지 않아도 됩니다. 회사에는 공개해서 양해를 구하고, 동료들에게는 공개하지 않은 채 점심을 사도 됩니다. 아니면 공개하고 이렇게 말해도 됩니다. ‘제가 한 달에 두 번 정도 자리를 비워서 여러분이 제 일을 조금씩 도와주니까 제가 그만큼 보답하겠습니다.’ 이렇게 딱 이야기하고 지내면 되지, 조마조마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그리고 결혼은 자기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상대도 결혼하겠다고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지금 질문하는 것을 보면 결혼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요. 결혼은 상대가 받아들여야 합니다. 자기의 그런 상태를 상대가 보고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요. 장애가 있는 사람도 결혼을 하잖아요. 몸이 조금 불편하지만 성격이 좋다든지, 돈을 잘 번다든지, 다 이유가 있어서 결혼하는 겁니다. 그런데 자기는 몸도 조금 불편하면서 상대는 학벌도 좋아야 하고, 얼굴도 예뻐야 하고, 성격도 좋아야 한다고 하면 결혼하기 어렵겠죠. 그것은 욕심의 문제입니다.

내 조건에도 만족할 만한 여성을 자기가 선택하면 결혼이 되는 것이고, 내 조건에 만족하지 못하는 여성을 자꾸 쳐다보면 그 사람이 결혼하지 않으려고 하겠죠. 내 신체에 문제가 있어서 결혼을 못 하는 것이 아니에요. 자기가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신체에 아무 이상이 없어도 욕심을 부리면 결혼이 안 돼요. 자기보다 신체 조건이 훨씬 더 좋지 않아도 자신의 조건에 맞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할 수 있습니다.

또 결혼 상대의 나이가 몇 살이어야 한다든지 그런 것을 꼭 따질 필요가 뭐가 있어요? 나만 좋아하면 결혼했다가 헤어진 사람도 괜찮고, 아이가 한 명 있는 사람도 괜찮고, 외국인도 괜찮고, 이렇게 범위를 넓히면 결혼이 왜 걱정이겠어요? 자기가 지금 걱정하는 것은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데, 내 몸이 이래서 가능할까?’ 하는 겁니다. 그래서 욕심을 내려놓으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또 결혼을 안 하면 어때요? 스님도 잘살잖아요. 몸이 불편해서 자기 몸을 돌보기도 어려운데 꼭 결혼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 결혼하고 싶다면 해도 괜찮습니다. 그러면 자기 조건에 맞는 사람을 선택하면 되지, 왜 자기 조건은 생각하지 않고 다른 조건의 사람만 선택하려고 해요? 그게 자기 욕심이고 어리석음입니다. 그래서 자기가 사실에 입각해서 접근하면 아무 걱정할 것이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스님은 법회를 마친 후 지하 공양간에서 점심 공양을 한 후 오후 1시부터는 평화재단 회의실에서 연구세미나에 참여했습니다.

오늘 연구세미나에서는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주한규 교수님이 ‘AI와 탄소중립 시대에 부응하는 원자력’을 주제로 강의했습니다.

주한규 교수님은 AI의 급속한 발전과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원자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I와 데이터센터의 확대로 전력 수요가 많이 늘어나는 한편,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전력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적은 연료로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이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원전의 안전성과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원전 사고의 위험성은 있지만 여러 안전장치와 기술을 통해 관리할 수 있으며, 사용후핵연료 역시 지하 깊은 곳에 처분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확대가 필요하지만, 풍력은 국내 여건상 발전 비용이 많이 들고, 태양광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 대규모 전력저장장치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보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는 대형 원전뿐 아니라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SMR은 안전성을 높이고 규모를 줄인 원자로로, 데이터센터와 산업단지의 전력 공급, 노후 석탄발전소 대체, 수소 생산과 선박 추진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AI와 반도체 산업의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많이 늘어날 미래에 대비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 공급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강의가 끝난 뒤 본격적인 질의응답이 시작되고, 스님도 질문을 하였습니다.

“오늘 강의 잘 들었습니다.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핵 문제는 에너지 문제도 있지만 국가 안보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우리의 주변국이 핵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거나 ‘잠재적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두 번째는 경제성 문제입니다. 현재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서 원료가 들어가고 에너지가 나오는 것만 계산하면 단가가 싸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부지를 선정할 때 워낙 반대가 심하니까 그 반대 지역에 지원해야 하고, 건설 비용도 들어갑니다. 또 화력발전소 같은 것과 달리 인구 밀집 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송전 비용도 많이 듭니다. 그리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비용, 마지막으로 핵발전소를 폐쇄했을 때 안전하게 폐쇄하는 비용도 들어갑니다. 이런 것을 다 포함해서 100년이나 몇백 년 정도를 놓고 계산한다면 원자력발전의 발전 단가와 화력발전의 단가, 현재 재생에너지의 단가를 비교했을 때 LNG하고 비교하면 단가 차이가 어느 정도가 되는지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다음 문제는 어차피 핵발전소를 계속 지어갈 수밖에 없다는 관점에 서 있다면, 왜 핵폐기물 처리장 짓는 것을 계속 미루느냐는 겁니다. 앞으로 더 이상 핵발전소를 안 짓겠다고 하면 모르겠는데, 계속 짓는다면서 폐기물 처리장은 계속 미루고 임시로 처리해 나가는 정책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또 소형원자로 얘기를 들으면서 궁금한 게 있습니다. 핵추진 잠수함이나 핵항공모함에는 소형원자로가 들어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왜 갑자기 소형원자로를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것처럼 얘기하는지요. 이미 소형원자로를 사용하고 있는데도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경제성이나 단가 문제 때문인지, 다른 군사적인 문제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수소 전기에 대한 대안은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재생에너지, 풍력, 태양광이 나오고 수소 발전도 얘기하는데, 어떤 문제가 있어서 대안이 되지 못하는 걸까요? 경제성 때문인지, 안전 때문인지요. 수소전기차까지 나온다고 하면서도 에너지원으로는 왜 대안이 안 되는지 궁금합니다.”

“5가지의 의미심장한 질문이지만, 제가 다행히 답변을 잘 드릴 수 있는 질문입니다. (웃음)”

주한규 교수님은 원자력 기술이 에너지뿐 아니라 국가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답변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원전에 필요한 농축 우라늄을 수입하고 있어 공급이 중단될 경우 에너지 안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도 폐기물의 양과 독성을 줄이는 데 필요하지만, 핵무기로 전용될 가능성 때문에 국제적으로 엄격한 제한을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주 교수님은 국내에서 연구하는 파이로프로세싱은 플루토늄만 따로 분리하기 어려워 핵확산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핵추진 잠수함은 장기간 잠항할 수 있어 적국 잠수함을 추적하고 대응하는 데 유리하다고 했습니다. 원자력발전 단가에는 원전 폐로와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건설 등 사후 처리 비용도 포함되어 있으며, 발전 단가의 약 20%가 이런 비용으로 적립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건설은 기술적인 문제뿐 아니라 국민의 인식과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군사용 소형 원자로와 민간용 SMR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군사용은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할 수 있지만 민간용은 핵무기 전용 위험 때문에 저농축 연료를 사용해야 하므로, 원자로를 작게 만들면서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수소에너지는 생산 과정에서 많은 전기가 필요하고, 재생에너지를 이용할 경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ESS 등이 필요해 비용이 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원자력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도 여러 차례 에너지 변환을 거치면서 효율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원자력에서 생산한 전기는 수소로 전환하기보다 전력망에 직접 공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답변을 들은 스님이 말했습니다.

“교수님은 과학자니까 기술적이고 과학적인 얘기를 주로 하시는데, 핵물질의 위험 문제나 송전선 위험 문제는 과학과 기술만의 설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집 앞으로 고압선이 지나간다고 해봅시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설명하고 측정해서 이상이 없다고 하는 것과, 실제로 우리 동네 앞으로 고압선이 지나가는 것은 다른 문제예요. 물론 환경단체가 때로는 근거 없이 주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로 지나가는 것도 문제예요. 내가 그 동네에 산다고 생각해 봐야 해요. 이런 문제는 실제로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정서를 생각하면 과학적인 설명만 가지고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도 고려해 주셔야 합니다.”

강의가 끝난 후 참석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연구세미나를 마치자 곧바로 오후 4시부터 평화재단 기획위원회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기획위원회 회의에서는 최근 국내 정치 현안과 주요 쟁점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앞으로의 정세를 전망해 보았습니다.

연구세미나를 마치고, 스님은 원고 수정을 했습니다.

7시 30분 저녁 수행법회를 위해 설법전으로 이동했습니다. 삼귀의와 반야심경으로 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정토행자 여러분. 오늘은 8월 마지막 법회가 되겠습니다.

예년 같으면 8월 말이면 낮에는 덥더라도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한 기운이 도는데, 올해는 8월 말인데도 한여름처럼 아주 뜨겁네요. 올해 유난히 더웠는데 일부 학자들은 그렇게 말하네요. 내년이 되면 ‘그래도 작년은 좋았다.’라고 할 거라고요. 그만큼 기온 상승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이제는 우리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빈부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양극화 현상도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주식에 투자했다가 급격한 변동으로 손실을 보는 사람들도 많고,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는 일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 정토회원들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니까 이런 어려움을 함께 겪고 있겠죠. 정토회원들은 교사나 공무원처럼 비교적 월급이 일정한 사람들이 많은 편입니다. 형편이 너무 어려우면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봉사하기가 어렵고, 또 너무 부유한 사람들은 정토회 활동에 봉사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보니 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토회는 사실 경기 변화에 덜 영향을 받는 단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큰 보시에 의존하기보다 많은 분들의 작은 보시가 꾸준히 모여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경제적 어려움이 꽤 심한가 봐요. 정토회 안에서도 돈을 빌려달라고 하거나 투자를 권유하는 일이 생기면서 계속 사고가 나고 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개인적으로 돈거래를 하지 못하게 합니다. 돈을 빌려도 안 되고, 빌려줘도 안 됩니다. 또 경제적 거래와 관계된 일을 서로 알선해서도 안 됩니다. 왜냐하면 나중에 분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병원에 갔는데 병이 낫지 않으면 ‘정토회원이라고 믿고 갔는데 그럴 수 있느냐.’ 고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인테리어를 맡겼는데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다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경제적인 이해관계로 분쟁이 생기면 결국 어느 한쪽이 정토회에 나오기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수행단체입니다. 돈을 벌고 거래해서 이익을 얻는 것보다 10배, 100배 더 중요한 것이 괴로움이 없는 삶,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수행입니다. 그래서 정토회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경제적 거래를 하지 않도록 정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변호사인데 ‘어려운 일이 있으면 무료로 변론해 드리겠습니다.’ 하거나, 의사가 ‘무료로 진료해 드리겠습니다.’ 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우리 식당에 오면 무료로 밥을 드리겠습니다.’ 하는 것도 괜찮아요. 거래가 아니라 돕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돈 거래 문제가 계속 생기고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 돈을 빌렸다가 다시 두 사람, 세 사람, 네 사람으로 확대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누군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거나 투자를 권유하면 처음 제안을 받은 사람이 바로 알려달라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정토회에서는 이런 거래를 하면 안 됩니다.’ 하고 알려주면 피해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이고, 오죽하면 그러겠나. 나만 빌려주지 않으면 되지.’ 하고 덮어두면 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게 됩니다. 돈을 빌린 사람은 물론이고, 규정을 알면서도 돈을 빌려준 사람 역시 심하면 제명되거나 회원 자격이 정지될 수 있습니다. ‘너무 가혹하지 않으냐?’ 할 수 있지만, 이것은 수행공동체를 청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수행자 사이에서는 경제적인 이해관계로 관계를 맺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 거래를 하려면 정토회 밖에서 해야지 수행 대중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정토회 안에서도 이런 일이 몇 년에 한 번 생기는 것이 아니라 1년에 몇 번씩 일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요즘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렇다고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을 수행 대중을 통해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이 정토회에 들어올 때 이미 약속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이런 제안을 받으면 ‘정토회에서는 이런 거래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고 알려주시고 바로 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면 아무도 피해를 입지 않고 그 자리에서 멈출 수 있습니다. 법륜스님이 ‘급하다. 돈 좀 빌려달라.’ 해도 빌려주면 안 됩니다. 바로 정토회에 알려야 해요. 공적인 일이라면 지회나 지부를 통해 보고하고 정식으로 결재를 받아 진행해야 합니다.

자, 그러면 여러분들의 질문을 한번 받아보겠습니다.”

두 명의 사전 질문 신청자가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 중학생 딸이 등교를 어려워하고 대화를 하지 않으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지만, 상담 치료는 거부하고 있습니다. 저도 암 투병 중이라 곁에서 충분히 돌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딸을 어떻게 이해하고 도와야 할지 고민입니다.
  • 정토회의 가르침과 활동에는 공감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매일 108배를 해야 한다는 것에는 의문이 있습니다. 자기 수행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아침마다 108배를 꼭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법회를 마치고 스님은 휴식을 하였습니다.

내일은 백중 회향 법회와 미팅 일정이 있습니다.


2026 9월 정토불교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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