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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님은 오늘 새벽 울력과 금요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스님은 새벽수행과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원고를 교정했습니다. 어젯밤부터 두북에는 비가 올 듯 했는데 결국은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원고 교정을 마치고 행자님들과 울력 할 준비를 했습니다.
“일기 예보상으로는 오늘부터 열흘 간 비가 온다고 되어있으니 아마 주말에는 들깨를 심을 수 있을거예요. 오늘은 사전 답사겸 들깨 심을 윗밭을 점검하고, 정토농장 논 밭을 둘러 봅시다.”

윗밭에 올라갔더니 농사팀에서 밭을 잘 갈아둔 상태였습니다.

스님은 모종이 얼마나 필요할지 간단하게 실측 해 보았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보폭으로 밭의 가로세로 길이를 알아보았습니다.


“한 고랑은 80센티미터, 모종과 모종사이 간격은 50센티미터로 생각해서 계산을 해보니 약 1200개 모종이 필요하겠네요. 한 사람이 1분에 2개 정도 심는다고 하면 6명이 2시간 만에 심을 수 있겠어요. 행자님들 도움 받아서 내일 금방 심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스님은 도라지 밭 사이 잡초를 뽑고, 칡넝쿨을 정리하고 산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다음은 마을 앞에 있는 저수지 수위를 확인하기 위해 가 보았습니다. 물이 다 말라서 저수지 바닥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비가 안 와서 저수지가 다 말라버렸네요.”
논으로 이동하는 중에 속상해 하고 있는 마을회관 앞집에 사는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행자님이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할머니 무슨일이세요?”
“고라니가 자꾸 우리 밭에 들어오니까 울타리를 쳐 뒀는데, 큰 차들이 우리 밭 옆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울타리를 다 망가뜨렸어요. 몇 번을 다시 고치고 고쳤는데 오늘은 고라니가 밭을 다 망쳐놓아 버렸네요. 심어 놓은 콩도 고구마도 파까지 다 먹어버렸어요.”
무더운 날씨에 할머니가 호미 한자루를 손에 쥐고 땀을 뻘뻘흘리며 무척 속상해 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계속해서 속상한 마음을 토로하자 스님은 말없이 차에서 내려서 할머니 밭 울타리를 쭉 둘러보았습니다.

밭 울타리 중에 일부 구간의 말뚝이 쓰러져 있었고, 울타리 사이를 엮고있던 철사도 모두 엉켜있었습니다.
할머니는 행자에게 계속 말했습니다.
“내가 혼자 다시 울타리 말뚝을 박으려하니 말뚝이 땅에 도통 들어가지도 않아요. 오늘은 날도 뜨겁고 혼자 이것을 고치려다보니 너무 속이 상해요”
스님은 정토 농장 창고로 들어가서 울타리를 다시 세울 철봉과, 망치, 끈, 호미, 괭이, 니퍼등을 가지고 왔습니다.
먼저 엉켜있던 철사를 모두 풀었습니다. 철사가 단단히 얽혀있어서 풀어내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철사를 모두 풀어낸 후에는 망가져 있는 울타리 말뚝을 모두 뽑고 다시 새로이 세웠습니다.

날이 가물어서 땅도 많이 단단한데다가 할머니가 갖고 있는 말뚝이 휘어지고 끝이 뾰족하지 않아서 아무리 세게 내려쳐도 말뚝이 박히지를 않았습니다.

스님은 정토 농장에서 가져온 끝이 뾰족한 튼튼한 말뚝으로 교체를 했습니다. 그리고 풀어낸 철사를 팽팽하게 말뚝에 엮어서 울타리를 재정비 해 나갔습니다.


스님은 행자들과 함께 말뚝을 세우고, 울타리를 치고, 말뚝 주변을 튼튼한 돌로 다시 메우고를 반복했습니다.


할머니 밭의 망가진 울타리가 완성 되었습니다.

스님은 위쪽으로 연결된 할머니 밭의 울타리를 전체적으로 점검했습니다.

“자 이제 마무리합시다.”
일을 하다보니 거의 세 시간 정도가 지났습니다. 스님은 도구를 챙겨서 다시 창고에 넣어두었습니다.
고추밭 사이에서 일을 하고 있던 할머니가 행자를 붙잡고 물어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스님이 일 하고 있었능교?”
“네.(웃음)”
“아이구, 스님 항상 동네일이라면 뭐든 베푸는 분이신데, 내가 말을 말아야하는데 오늘은 내가 많이 속상했나봐요. 고맙습니다. 나 혼자서는 도저히 못하는 일이었어요”
할머니 얼굴이 이제야 말갛게 피었습니다.

스님은 정토행자들이 논에서 피를 뽑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논으로 이동했습니다. 저 멀리에서 피를 뽑기 위해 논장화를 신고 준비하는 정토행자들이 보였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스님을 본 정토행자들이 반가운 모습으로 스님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어느 지회에서 왔어요?”
“동래에서 왔어요.”
“수성에서 왔습니다.”
“더운데 괜찮겠어요?”
“네 괜찮습니다!”
“너무 무리는 하지 마세요. 고맙습니다.”

정토행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동하는 중, 마을사람 한 분이 스님께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는지요. 날이 많이 무덥지요”

“많이 덥네요. 그런데 길 옆에 나무와 풀이 무성해서 매년 우리가 예초기 작업을 했었는데, 올해도 정리하려고 보니 나무가 빨갛게 말라서 죽는 것 같아요. 누가 예초하기 어렵다고 제초제를 뿌렸을까요?”
“아닙니다 스님, 제초제를 뿌린게 아니라 날이 너무 가물고 더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이구, 그렇군요”
스님은 아침겸 점심으로 공양을 하고 휴식한 후, 오후 4시경 두북수련원에서 백일출가 재입재 행자님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행자들이 스님께 삼배로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자 스님이 물었습니다.

“행자님들은 뭐 하다가 절에 왔어요?”
“학교 다니다가 왔습니다.”
“연극 하다가 왔습니다.”
“치킨집을 운영하다가 왔습니다.”

“운동 트레이너 였습니다.”
“놀다가 왔습니다.”
“다양하네요.(웃음)”

“어떠한 인생을 사는게 더 좋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면 그저 남을 해치지 않고, 손해 끼치지 않고, 괴롭히지 않고, 그 세가지만 지킨다면 어떻게 살든지 누가 잘 살았다 못살았다 말 할 수 없습니다. 산에 사는 토끼를 보고 토끼가 잘 살았다 못 살았다 말 할 수 없잖아요.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사는 것도 없고, 못 사는 것도 없고 그냥 살았다고만 말 할 수 있습니다.

결혼을 하든 출세를 하든 대학원을 졸업하든 치킨집을 하든 농사를 짓든 다 자기 나름대로 살면 됩니다. 어떻게 살든지 내가 만족하고 살면돼요.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렇게 사는게 좋다’ 하는 것을 알려주는게 아니예요. 사람들이 세상에서 괴롭게 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사는게 아니라고 알려주는 것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살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권유 해 본다면, 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뭔가를 발명해야겠다’ ‘국회의원이 되어야겠다’ ‘사업가가 되어야겠다’처럼 하고 싶은 게 분명하다면 그렇게 살면됩니다. 하지만 특별하게 없다면 세상에는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죽어가는 것을 살려주는 쪽으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쪽으로, 괴로운 사람의 괴로움을 들어주는 쪽으로 인생을 살다보면 보람이 있습니다. 이 것을 지악수선(止惡修善)이라고 합니다. 나쁜 행위를 멈추고 좋은 행위를 실천한다는 뜻이예요. 그러한 의미에서 수행 공동체 정토회는 남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살고자 모인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정토회가 하는 일은 모두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연중에 타인에게 폐를 끼치면서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요즘 우리 논밭 농사를 어떻게 짓는지 둘러 보고 있었는데, 동네 할머니 한 분이 계속 혼잣말을 하고 있었어요. 제가 행자들에게 ‘할머니가 뭐라고 하시느냐’고 물으니까 큰 차들이 오가다가 울타리를 망가뜨려서 고라니가 콩을 다 뜯어먹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울타리를 망가뜨릴 사람은 정토회밖에 없어요. (웃음) 그 할머니 밭을 지나서 우리 밭이 있다보니 늘 트럭이나 트랙터를 몰고 왔다 갔다 하게 되거든요.
제가 가만히 할머니 말을 들어봤어요. ‘스님이 내 조카 같아서 내가 말은 안하지만은...’ 하고 말 하는데 속에 원망이 많은 것 같았어요.(웃음) 할머니는 정토회 사람들이 마을에 들어와 일 하면서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 하는 거예요. 본인이 울타리를 고쳐보려 했는데 늙어서 힘이 없어 잘 안되니, 화가 더 났던거죠.
그래서 아침에 할머니 울타리 고쳐준다고 세 시간 정도 일 한 것 같아요. (웃음) 앞으로는 ‘아이고, 정토회 사람들이 이웃에 있으니 좋네. 울타리도 고쳐주고, 밭도 갈아 주고, 참 좋은 사람 들이다’라는 소리를 듣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우리도 일이 많고 힘들다 보니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는거예요.

우리가 나쁜 마음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그 사실을 모를 때가 있어요. 수행이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함께 살면서 작은일이라도 타인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보람된 삶을 사는 것입니다. ”
스님은 행자님들과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업무를 보았습니다.
오후 6시경 드디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후두둑 소나기가 세게 내리다가 멈추다가를 반복하고 곧 한바탕 쏟아질 것처럼 천둥번개가 치기도 했습니다.

오후 7시 30분, 스님은 두북 스튜디오에서 금요즉문즉설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지난 일주일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선풍기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운, 아주 무더운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공기가 맑아서 햇살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도로변에 심어진 연산홍 꽃나무들이 말라 죽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 제초제를 뿌렸나 싶어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가뭄이 심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 했습니다. 어느 지역은 홍수가 날 정도로 비가 오는데 이곳은 저수지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가뭄이 심한 상태입니다. 중부지역에는 비가 많이 내려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이곳은 비 한 방울 오지 않고 가뭄이 오래도록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처음으로 한줄기 소나기가 내려서 땅이 촉촉해졌습니다. 오늘부터 열흘 동안 비가 계속 온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입니다. 가뭄 끝에 단비가 올 때는 비를 맞고 다녀도 기분이 좋습니다. 반면에 비가 지나치게 많이 내리는 곳은 수해를 입기도 합니다. 기상이 수시로 달라지는 여름철이니 모두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부탄에서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더위를 먹어서 요즘 식욕 부진, 의욕 상실로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두북에 내려와서는 아침 저녁으로 몸을 움직이는 노동을 하면서 자꾸 가라앉는 몸과 마음에 활기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2주 정도 되어가는데 조금 나아졌습니다.

오늘은 대한민국 헌법 제정을 기념하는 ‘제헌절’입니다. 우리는 지난 6천여 년의 유구한 역사 동안 왕이 나라의 주인인 왕조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그러다가 조선 말기에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고 하는 동학사상이 나오게 됩니다. 왕조 시대에는 ‘왕은 하늘의 아들이다’라고 해서 ‘천자’라고 했죠. 그런데 동학은 사람이 ‘하느님의 아들’도 아니고 바로 ‘하느님’이라고 한 겁니다. 이것은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다.’라고 하는 새로운 선언이 되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후천개벽(後天開闢)’이라고 말합니다. 선천(先天) 시대에는 임금이 나라의 주인이었지만, 후천 시대에는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조선 왕조는 동학사상이 어리석은 백성들을 현혹시킨다고 하여 동학사상을 창시한 최제우 선생을 사형에 처했습니다. 30여년 후에 그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이 동학혁명을 일으켜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려고 했지만, 조선 왕조는 일본군과 청나라 군대를 끌어들여 이들을 무참히 학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과 청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고 일본이 승리함으로써 나라의 주권을 일본에 빼앗기게 됩니다.

1919년 3월 1일, 전국민이 일어나 나라의 독립을 선언하고 독립 만세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상해임시정부를 세우고 나라의 이름을 ‘대한민국(大韓民國)’이라고 정했습니다. 민(民), 즉 백성이 나라의 주인인 국가라는 뜻입니다. 나라 이름은 ‘대한’이고 ‘민’이 주인이라고 해서 ‘민국(民國)’을 선포한 겁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하면서 우리는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세계대전의 승전국인 미국과 소련이 우리나라의 즉각적 독립을 불허하고 한반도를 38선으로 나누어 점령하면서 우리는 다시 3년 동안 미국과 소련의 통치를 받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1948년에 남쪽은 ‘대한민국’이 북쪽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수립이 된 것입니다.
헌법은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를 알리고, 국가 정체성을 밝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헌법은 이후에도 여러 번의 개정을 통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동학혁명이 있고, 3.1운동, 상해임시정부 수립이 있습니다. 이후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하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정부, 대한민국 국가가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나라의 법제, 즉 제도적 체계가 완성된 것이 바로 ‘헌법 제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나라를 독립시키려고, 그리고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 되도록 끝없이 투쟁해 준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민주 열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스님의 인사말이 끝나고,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총 4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 중 사고로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와 스님의 즉문즉설을 소개합니다.
“스물다섯 살 아들이 하늘에 별이 된 지 100일이 되었습니다. 너무나 선하고 삶의 의욕도 강했던 아들이 불법 주차된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로 사망하였습니다. 아들이 너무 어린 나이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몸도 마음도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사고가 나는 순간 아들이 얼마나 놀라고 아팠을까 생각하면 너무 괴롭고 힘듭니다. 하루빨리 이 아픔과 슬픔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또한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로 살고 싶습니다.
저는 30년 가까이 신앙 생활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신앙의 근본이 흔들리는 제 마음을 보았습니다. 이 시간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겨내야 할까요?”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가 돌아가시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정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부모보다 자식이 먼저 죽으면 부모는 완전히 혼이 빠진다고 하지요. 어떤 말을 해도 질문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이 문제는 잠시 내려놓고 몇 가지를 살펴봅시다.
제가 어제 어떤 물건을 비싸게 샀는데 오늘 깨졌다면 돈이 아깝게 느껴집니다. 또 가격은 비싸지 않더라도 30년 동안 사용한 물건이 깨지면 역시 아깝습니다.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물건이라도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면 애착이 생기고, 그것이 사라졌을 때는 굉장한 상실감이 생깁니다. 하물며 내가 사랑하는 부모나, 자식이 죽었다면 그 상실감은 너무나 클 것입니다.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자식의 죽음은 부모에게 큰 충격을 준다는 뜻이죠. 게다가 질문자는 이혼하고 혼자서 아이를 키웠기 때문에 아들과의 애착 관계가 더 깊었을 것입니다. 즉, 질문자가 매우 고통스러운 이유는 오랫동안 아들에게 의지하고 살아온 애착 관계가 컸던 만큼 상실감의 고통도 크기 때문입니다. 만약 남편과 함께 살고있거나 아이가 셋이었다면 애착이 분산되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모든 애착이 외아들에게 쏠려 있었기 때문에 지금 정신을 못 차리는 정도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신앙이 흔들린다고 했는데 가톨릭이나 개신교인가요?”
“개신교입니다.”
“질문자의 신앙에 따르면 사람 머리카락 하나를 희게 하고 검게 하는 것도 창조주인 하나님께서 하신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살고 죽는 것은 우리 뜻대로 하는 건가요, 아니면 하나님께서 하시는 건가요?”
“하나님께서 하십니다.”
“그런데 애착이 너무 강하면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도 불만이 생기게 됩니다. 어느 정도의 일이라면 ‘주님의 뜻이라면 그렇게 하십시오’라는 마음이 들지만, 애착이 강한 대상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아무리 하나님의 처사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신앙의 가장 핵심은 ‘주의 뜻대로 하옵소서’라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입니다.
사고는 우연히 일어납니다. 질문자의 아들도 우연한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만약 스님이 탄 비행기가 추락한다면 스님도 당연히 죽게 됩니다. 그런데 이를 신앙적으로 잘못 해석해서 ‘하나님을 제대로 믿지 않아서 죽었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혼 후 홀로 키운 아들이었기에 애착이 남달리 강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아들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났으니 정신적인 충격이 큰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현재는 큰 상실감으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아 몸과 마음에 병이 난 상태입니다. 이때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서 극도로 긴장되고 혼란해진 신경을 완화시키는 약을 복용하면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생물학적으로 뇌신경이 과도하게 긴장한 상태이기 때문에 의학적인 도움을 받아 이를 가라앉히면 한결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몇 년이 흐른 뒤에는 마음도 많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질문자는 애착이 컸던 마음 속 공간이 텅 비어버려서 허전하고 정신이 없는 거예요. 당장은 정신과에 가서 치료를 받고 마음에 가해진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질문자는 지금의 신앙을 지켜야 한다거나 종교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신앙이든 본인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신앙을 유지하면서 ‘좀 불만이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님이 하신 일이니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기도를 할 때도 ‘주님의 뜻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주님의 뜻이라면 내 아이를 먼저 데려가신 것도 신앙인으로서 수용하겠습니다’라고 마음을 모으다 보면 편안해질 것입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기도를 이어가면 마음이 점차 안정을 찾게 됩니다”
스님이 즉문즉설을 마치며 질문자에게 소감을 묻자 질문자가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스님 오늘 해 주신 말씀 귀하게 잘 들었습니다. 아들이 살아 있었을 때 자기는 사람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며 인명 구조대를 준비 하고 있었습니다. 아들 생전의 뜻을 이어주고 싶습니다. 아들을 위해 제가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을 힘들고 어려운 분들과 낮은 곳에 있는 분들을 위해 쓰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흔들리는 제 신앙심에 대한 스님 말씀을 들으니, 결국은 죽는 날까지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 신앙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아들을 잃은 이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스님 말씀 대로 잘 버티고 이겨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감히 헤아릴 수는 없지만, 끝까지 아들을 기억하며 그 뜻을 세상에 나누고자 하는 어머니의 절절한 마음이 전해져 소감을 듣는 사람들도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제가 명상수련에 때문에 직접 대화를 나누지는 못합니다. 그다음 주에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스님은 즉문즉설을 마치면서 오늘 하루 일과를 정리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내일은 행자들과 밭에 들깨를 심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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