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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인도에서 2일차 일정을 보냈습니다.

내일은 수자타아카데미에 방문하여 일정을 보낼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으므로, 지난 수요일 수행법회에서 진행된 즉문즉설의 내용을 소개하고 글을 마칩니다.
“살면서 기쁜 일도 있고, 슬픈 일도 있는데, 그런 감정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나눌 수 있다면 큰 위로가 됩니다. 그런데 나이 들면서, 가까운 사람들이 떠나가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기도 쉽지 않아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이런 마음을 어떤 관점으로 살아야 할까요?”
“어떻게 살기는요? 그냥 살지요. (청중 웃음) 나이가 들면 몸이 아프겠죠. 자동차를 오래 타면, 여기저기 고장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에 왼쪽 무릎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연골판이 파열됐다고 합니다. 스님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곳곳을 다니며, 답사하다 보면 높은 산도 오르내려야 되는데, 다리를 조심하라고 하면 활동 범위가 좁아집니다. 마치 축구 선수한테 발 쓰지 말라는 말만큼이나 큰일처럼 느껴졌어요. 제가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다리가 아파서 마음껏 다니지 못하는 것은 참 큰일입니다만, 그렇다고 두려워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습니다. 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산에 안 가는 게 아니라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주의하면서 천천히 조금씩 다닙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왼팔이 아프기 시작해서 진료받았는데 잘 안 나았어요. 여기저기 다녀봐도 잘 낫지를 않아서 MRI를 찍어봤더니 목 디스크라고 하더라고요. 수술할 정도는 아니지만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겨우 어떻게 어떻게 해서 조금 좋아졌어요. 그런데 이번에 오른팔 어깨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힘줄이 파열됐다고 해요. 그러다가 왼쪽 옆구리가 많이 아파서 고생을 또 했어요. 겨우 좀 나아지니까 이번에는 오른쪽 다리가 아파서 침도 맞고, 접골 교정을 해봐도 낫지를 않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MRI를 찍어보니까 허리 디스크가 오래돼서 신경을 눌러서 다리 통증이 심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서 병원에 가는 게 쉽지 않으니까 아파도 참고, 참다 보면 낫고 하던 습관이 있어서, 아플 때 바로 치료받지 못하고 참다가 병을 키운 겁니다. 이가 아팠는데, 몇 년을 참다가 치과에 갔더니 뿌리가 상해서 이를 빼야 한다는 거예요. 안 그러면 염증으로 잇몸이 내려앉는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갑자기 하나씩 몸에 이상이 연쇄적으로 생겼어요. 여러분들 중에는 삼재가 들었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웃음) 그런데 이건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 나이에 맞춰서 조심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살아온 습관대로 사는데, 몸이 못 따라가니 여기저기 고장 나는 것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이거는 도를 닦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안 아픈 게 도가 아니고, 시간이 지나고 나이 들어감에 따라서 생기는 하나의 현상이므로 이런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도입니다. 나이가 들면 주위에 문상 갈 일이 많이 생겨요. 하루가 멀다고 부고를 받게 돼요. 주변에서 누가 죽었다는 말이 자꾸 들린다는 건 내가 늙었다는 말입니다. 나이가 들면 부모가 죽어서 괴롭고, 친구가 죽어서 괴롭고 이런 순서로 겪게 됩니다. 주위에 요양원에 가는 사람도 많아지고, 그래서 병문안 갈 일도 많아집니다. 이게 다 늙어간다는 반증입니다. 이렇게 인생이 흘러갑니다.
이렇게 세월이 오래 흐르다 보면, 알고 지내던 사람과는 헤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반대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도 많아집니다.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어릴 때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친해지는 데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처음 만나도 바로 쉽게 친해집니다. 서로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으니까 금방 같이 친하게 놀아요. 그런데 어른들은 새로 만나서 친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자기가 지금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게 힘들고 부담이 된다는 건 나이 들었다는 이 말과 같아요. 다 늙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가까운 지인들과 헤어지는 게 걱정이 되고,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게 어려운 게 다 늙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누가 죽었다 해도 내가 늙었구나, 누가 떠났다고 해도 내가 늙었구나,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도 내가 늙었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이건 병도 아니고, 문제도 아닙니다. 내가 늙었음을 자각하고 인정하면 됩니다. 몸이 늙었는데 마음만 젊어서 똑같이 생활하면 여기저기 고장 나듯이, 질문자는 젊었을 때처럼 생각해서 걱정이 많이 생기는 겁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었어요.
늙으니까 헤어지는 사람도 많이 생기고, 죽는 사람도 생기고, 또 새로운 사람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늙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부담된다면 만나는 사람을 줄이면 됩니다. 만약 내가 아는 사람이 100명이라고 할 때 하나씩 헤어지거나 죽든지 하면 관계 맺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게 돼요. 안 그래도 복잡한데 늙어서까지 그것을 보충할 필요가 있어요? 필요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되고, 부담이 된다면 새로운 만남을 안 만나도 괜찮아요. 명상하면서 혼자 놀 수도 있고요.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시간이 좀 걸리는 것은 서로가 가진 게 많아서 그렇습니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던 가진 것이 많기 때문이에요. 어린아이는 아무 가진 것이 없어 금방 사귑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진 것이 많으니까 어떤 남자나 여자를 사귀어도 ‘저 사람이 내 재산을 탐내나?’, ‘다른 사람이 볼 때 이 사람을 괜찮게 보나?’ 이런 식의 생각을 자꾸 하므로 사귀기가 어려운 겁니다. 어린애들은 그런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죠. 그래서 금방 서로 어울려 놀아요. 자석 붙듯이 금방 착 붙어서 친해집니다.
우리가 늙어서도 집착을 놓으면 뭐 누구하고도 쉽게 사귈 수도 있습니다. 경험도 많으니까요. 그리고 오래 살아보면 뭐 별사람 없다는 것을 못 느껴요?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 이 사람 저 사람이 서로 다르지만 오래 살아보면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별 차이 없이 그냥 사람일 뿐이에요. 그래서 부담이 덜 되지요. 그냥 만나도 안 만나도 다 괜찮습니다.
만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거예요? (웃음) 뭐 때문에 만남이 부담돼요? 그냥 만나서 얘기하고 헤어지면 되죠.”
“좀 취향이 비슷하거나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좋기야 하지만 그런 사람과의 만남이 나이가 들면 드물죠. 그래서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다행이지만 비슷한 사람을 찾을 확률이 매우 낮으니까 그런 사람을 만나려면 많이 기다려야 합니다.
취향이 다르면 다양성이 있어서 좋습니다. 식당에 갈 때 똑같이 라면을 먹거나 자장면을 먹어야 해요? 난 자장면을 먹고 상대는 짬뽕을 먹거나 비빔밥을 먹으면 되죠. 그런 것처럼, 같이 들판에 가도 한 사람은 산책하고, 한 사람은 풀을 뽑고, 한 사람은 꽃을 보면 되잖아요. 꼭 둘이 똑같이 꽃을 보거나 풀을 뽑아야 하나요? 나이 들면 이렇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나이가 들면 조금 더 개인 취향을 살려줘야 합니다.
일본에서는 늙어서 졸혼한다는 얘기 들어보셨죠? 일본에서는 늙어서 황혼 이혼을 많이 해요. 그 이유가 뭘까요? 옛날에는 무조건 부부가 같이 살아야 하는데 우리가 늙으면 자연히 개성이 드러나잖아요. 그런데 꼭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면 답답해 헤어지는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헤어진 사람처럼 각자 사는 겁니다. 예를 들어 남자는 시골에서 자랐다면 나이 들어 시골로 가서 농사지으며 전원생활을 하고 싶어 하고, 여자는 시골에 가면 벌레가 많고 일도 많아서 안 가겠다고 합니다. 부인은 그림이나 그리고 다른 거 하겠다고 할 때 자꾸 하나로 통일하려고 하지 말고, 각자 자기 자유롭게 사는 거예요.
학창 시절에 마음에 들던 남학생이 있었다면 죽기 전에 한 번 만나봐야 하지 않겠어요? 꼭 이성적인 연애가 아니라도 만나서 대화를 한번 해볼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하지 않아요? 결혼했다고 그것도 못 해보나요? 남자도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때 내가 좋아했던 여학생이 있으면 한 번 찾아가 보고, 어떻게 사는지도 보고, 그렇게 직접 만나보면 오히려 이상이 깨지죠. (웃음) 그러니 졸혼하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졸혼이나 이혼을 안 해도 나이 들어서는 개인에게 조금 더 다양한 자유를 서로 허용해야 합니다. 결혼이 행복하기 위해 있는 것인데 왜 속박으로 묶여있어야 하나요? 유럽에서는 원래 부부를 보호하기 위해서 결혼과 관련한 법이 생겼잖아요. 그런데 그 법이 도리어 개인의 자유를 많이 제한하니까 ‘우리 둘이 같이 살고 헤어지는 것은 우리가 결정하면 되지, 왜 법원에 가서 결정해야 하느냐?’라고 생각해서 아예 혼인신고를 안 합니다. 그렇게 혼인신고를 안 한 사람이 결혼한 사람의 절반을 넘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자기 마음대로 부도덕하게 산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가 같이 살고 헤어지는 것은 우리가 결정하면 되지, 왜 국가가 그것에 관여하느냐 하는 문제의식입니다. 그게 좋다거나 나쁘다는 것이 아니에요. 서로의 의견과 자유를 존중하는 결혼생활이 필요합니다. 결혼해도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데 질문자는 친구를 사귀는데도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고, 자기 취향대로 사람을 만나겠다는 것은 매우 개인 중심적인 얘기예요.
그러니 그런 취향이나 관심사를 고집하지 말고, 이런 사람도 좋고, 저런 사람도 좋다고 하며 다양하게 만나보세요. 꼭 개만 좋아하지 말고, 고양이도 보고, 다람쥐도 보듯이요. 꽃도 한 개의 꽃만 좋아한다고 하지 말고, 여러 가지 꽃을 보듯이요. 그래서 우리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그런 관점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네. 스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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