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6.2.13. 둥게스와리 마을 방문, 금요즉문즉설
“나쁘게 살아도 잘 사는 사람들, 정직한 나만 손해 보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둥게스와리 마을 주민들이 생활하면서 필요한 것이나 어려운 점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마을을 답사하고,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했습니다.

스님은 새벽에 수행과 명상을 하고, 원고를 교정한 후 아침 공양을 했습니다. 어제 마을 지도자들과의 대화에서 약속한 대로 오늘은 하루 종일 마을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오후 4시에 즉문즉설 방송이 예정되어 있어 오후 3시 30분까지는 마을 방문을 마쳐야 했기 때문에, 오전 7시에 마을로 출발했습니다.

오전에는 전정각산 너머에 있는 마을을 모두 가보기로 했습니다. 7시 30분에 가왈비가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가왈비가 유치원에 가보았습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학생들은 없었지만 마을 지도자가 유치원에서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붕의 채광판이 오래되어 햇빛이 잘 들지 않았고, 교실 안이 매우 어두웠습니다.

"유치원 지붕을 갈아야겠네요. 마을 하수로를 보러 갑시다.“

마을 바깥쪽 공터에는 하수로가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았지만, 마을 안 집 앞에는 하수로가 놓여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스님이 마을 지도자에게 물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시멘트와 벽돌 등 건축 자재를 제공하면 하수로 시설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네, 스님. 가능합니다.“

스님은 가왈비가를 떠나면서 큰 도로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보며 말했습니다.

“이렇게 경사가 급하면 수레를 끌고 다니기 위험해요. 이 진입로도 보완할 수 있을지 구상해 보세요.”

8시에 까나홀에 도착했습니다. 까나홀에는 전정각산 너머에 사는 아이들을 위해 세운 수자타아카데미 분교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 분교 부지 안에 정부 청사를 신축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수자타아카데미 분교 마당에 정부 청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물었습니다.

“학교와 청사 사이에 벽을 만들어준대요? 학교 마당이 정부 청사 마당이 되겠어요.”

스님은 조례를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다가갔습니다.

"나마스떼(안녕하세요). 잘 지냈어요?"

"나마스떼, 스님!"

"공부하는데 필요한 것은 없어요?“

아이들은 빙그레 웃기만 했습니다.

"그래요, 공부 열심히 하세요.“

스님은 학교 건물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공동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분교를 정리하고 정부 학교와 통합하게 되면, 이 건물을 마을 회관으로 쓰는 것도 한 방법이겠네요."

스님은 학교 밖으로 나와 주변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담장 뒤에 공터가 있었지만, 접근성이 좋지 않아 마을 회관을 짓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학교 앞에는 작은 힌두 절이 있고 그 옆으로 공터가 있었습니다. 스님이 그곳을 보며 말했습니다.

"마을 회관 부지로 저곳이 좋겠어요.“

스님은 공터 가까이로 가서 살펴보았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그곳이 좋겠다며 동의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다 동의하면 이곳에 마을 회관을 지어주세요. 물론 마을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 지어야 합니다.”


이어서 마을 안으로 들어가 하수로를 살펴보았습니다. 어제 마을 지도자와의 대화에서 들었듯이, 까나홀은 다른 마을에 비해 골목길이 무척 좁았습니다. 다만 이번에 와서 보니 정부에서 일부 길을 넓혀 놓은 곳이 있었습니다.


마을을 다 둘러보고 난 후 스님은 까나홀 마을 지도자에게 말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각자 자기 집 담장을 조금씩만 안쪽으로 옮기면 집 앞 골목을 넓힐 수 있어요. 곧 있으면 밀도 수확해서 옮겨야 할 텐데, 전부 손으로 들고 옮기나요? 여러분이야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니 하고 있지만, 젊은 사람들은 그렇게 안 해요. 여러분도 점점 나이가 들면 더 이상 손으로 물건을 옮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수레가 들어갈 수 있도록 골목길을 넓혀야 합니다. 아마 10년 정도 기다리면 정부에서 해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고 우리가 사는 마을을 우리 손으로 가꾸겠다고 하면 JTS에서 자재를 지원하겠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한번 의논해 보세요.“

8시 50분, 까나홀을 나와 바가히로 가서 유치원과 하수로를 살펴본 후 스리람푸르로 이동했습니다.


9시가 넘어 스리람푸르 유치원에 도착했습니다. 선생님 두 분이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곳도 슬레이트 지붕의 채광판이 낡아 교실이 무척 어두웠습니다. 지붕을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이 선생님들에게 물었습니다.

"교실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나요?“

"담장이 너무 낮아서 마을 사람들이 담장에 걸터앉아 의자처럼 사용합니다. 때로는 수업 중인데 담장 위에 마을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있기도 합니다. 학교가 끝나고 문을 잠그고 나가도 담장이 낮으니 사람들이 넘어 들어와서 소변을 보기도 합니다. 유치원 관리를 위해 담장을 높여 주면 좋겠습니다. 또 학교 안에 있는 핸드펌프는 식수로 쓸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마실 물이 없어서 학교 뒤에 있는 마을 핸드펌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마을 개발 담당자에게 이 내용을 정리해서 올려주세요.”

스님은 선생님들의 의견을 경청한 후 스리람푸르를 나왔습니다.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을 지나 9시 20분에 자르하리 유치원에 도착했습니다.

자르하리 유치원은 건물 벽에 금이 심하게 가 있었습니다. 건물을 증축하면서 기존 건물과의 연결 부위가 부실하여 생긴 것이었습니다. 스님은 구조를 살펴본 후 마을 개발 담당 스태프인 삼부 님에게 전문가와 함께 유치원을 점검하고 보수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자르하리도 하수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습니다. 공용 핸드펌프에서 빨래하고 설거지한 물이 그대로 밭으로 흘러가거나 공터에 고여 있었고, 고인 물 때문에 날파리가 많았습니다. 스님은 자르하리 마을 지도자에게 말했습니다.


"하수로를 놓되, 밭을 지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도 오수를 농업용수로 써야 한다면, 정화 시스템을 만들어서 정화한 후 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마을 중앙에 있는 물탱크는 비어 있었습니다. 물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줄 알았는데, 사람들의 물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물 부족 문제가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자르하리 마을 지도자가 물 부족 문제를 꺼냈습니다.

"여름이 되면 여전히 물이 부족합니다. 정부에서 여름에는 물탱크를 채워 주지만, 그것도 한 번씩 빠뜨릴 때가 있습니다.“

10시에 자르하리를 떠나 산티나가르로 이동했습니다. 산티나가르에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집 없는 두 남매의 집을 지어 준 사례가 있습니다. 산티나가르 유치원을 살펴본 후 그 집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깨끗하게 지어진 집에 남학생이 있었습니다. 학생은 맑은 얼굴로 스님과 JTS에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모여든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저 학생의 집을 지을 때 도왔습니까?“

"저는 나이도 많고 여자라 힘이 없어서 못 갔는데, 아들이 가서 일했어요. 한 달에 한 다섯 번은 가서 일한 것 같아요."

스님은 하수로를 점검한 후 산티나가르를 나왔습니다. 아마르푸르로 가는 길에 집 없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지붕이 없는 흙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집 안에 들어가 보니 벽체와 뼈대만 있을 뿐,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왜 집이 이 지경이냐고 물으니, 정부 지원금을 급한 곳에 써버려서 지금 살기도 빠듯해 집을 짓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11시에 아마르푸르에 도착했습니다. 핸드펌프 옆에 하수로가 정비되어 있었지만 하수로가 핸드펌프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서 물이 빠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마을 지도자에게 물이 빠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고, 마을 주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하수로를 개선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다음으로 안투비가와 아자드비가를 방문했습니다. 두 마을 모두 물 부족이 심각하다며 핸드펌프를 추가로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어서 소라즈비가를 방문했는데, 이곳도 핸드펌프를 추가로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오전 7시부터 5시간 동안 쉬지 않고 10개 마을을 답사했습니다. 12시 10분에 수자타아카데미로 돌아와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동행하는 스태프들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오후 4시부터 즉문즉설 방송이 있어서 답사를 빨리 마무리해야 합니다. 조금 힘들겠지만 30분 만에 점심식사를 마치고, 12시 40분에 출발하겠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라훌나가르로 갔습니다.

유치원 담당자 라훌 님이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스님, 라훌나가르의 도로 상태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차가 다니기도 어려울 정도인데, 문제는 비가 오면 그 길이 진흙길이 되어서 아이들이든 어른이든 걸어 다니다가 미끄러진다는 것입니다. 그 길이 꼭 정비되면 좋겠습니다.“

"가서 봅시다."

직접 가서 보니 길이 온통 흙투성이인 데다 군데군데 무너져 내려 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우리 수준에서 도로를 수리해봐야 트랙터가 계속 다니기 때문에 금방 망가질 겁니다. 그러니 일단 아이들이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인도를 만듭시다. 전기, 도로, 상수도 같은 인프라는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에요."

마을 안으로 들어가 하수로도 살펴보았습니다. 이곳도 흙을 파서 물길만 내어 놓은 수준이라 오수가 그대로 공터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두면 우기에 오수가 넘쳐 마을 전체 위생에 문제가 됩니다.

하수로를 살펴보고 떠나려는데, 라훌나가르 마을 지도자가 말했습니다.

"스님, 여름이 되면 마을에 물이 부족합니다. JTS에서 만들어 준 핸드펌프를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열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핸드펌프를 한 번 봅시다.“

스님이 핸드펌프를 살펴보러 가자 마을 사람들이 주변으로 몰려왔습니다. 마을 개발 책임자에 따르면 이 핸드펌프는 물이 잘 나오지만, 마을 사람들끼리 다투는 바람에 폐쇄되었다고 합니다. 스님이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이 핸드펌프가 지금도 필요합니까?“

"네, 필요합니다.“

”반대하는 사람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그러면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자재를 지원할 테니, 마을 사람들이 주변 정리를 할 수 있겠습니까?“

"네, 저희 마을의 일은 언제나 저희가 나서서 했습니다. 재료만 지원해 주시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알겠습니다.”

라훌나가르를 나와 맘꼬시힐, 방갈비가, 드루가푸르, 자그디스푸르를 차례로 방문했습니다.


마을마다 유치원을 살펴보고 마을 지도자들과 하수로를 점검하며 마을에 필요한 것들을 확인했습니다. 가장 요청이 많았던 것은 하수로 시설이었습니다. 스님은 각 마을에서 주민들이 직접 하수로를 정비하겠다고 하면 자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그디스푸르 학교 주변의 공터를 살펴본 뒤 오후 3시에 수자타아카데미로 돌아왔습니다.


수자타아카데미에 도착해 답사 내용을 정리하는 회의를 했습니다. 하루 종일 답사를 함께한 마을 개발 담당 삼부 님, 학교 담당 아자이 님, 유치원 담당 라훌 님과 한국인 스태프들이 참석했습니다. 스님은 오늘 답사에서 확인한 과제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는 유치원 수리입니다. 슬레이트 지붕의 채광판을 교체해야 하는 곳들이 있었습니다. 자르하리 유치원은 건물에 금이 가고 있어 점검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마을마다 하수로를 놓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마을에 대규모로 시행하기보다, 마을마다 한두 곳을 먼저 시작해 보고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지원을 넓혀 가는 방식이 좋겠습니다. 기다리면 정부에서 해줄 수도 있지만, 정부가 만들어 놓고도 지금 막혀 있는 하수로들이 있었습니다. 막힌 곳은 뚫고 수리가 필요한 부분은 수리하되,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해 보겠다고 하면 자재를 지원하여 직접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세 번째는 집 없는 사람에게 집을 지어 주는 것입니다. 이 일은 동네 사람들 전체가 동의해야 합니다. 신청이 들어오면 여러분이 직접 마을에 가서 동네 사람들이 정말 함께 돕겠다고 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네 번째는 까나홀 마을 회관입니다. 열린 홀 형태로 짓되, 사람이 많이 모일 때는 무대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원래 유치원을 처음 만들 때 마을 회관을 겸하려 했으나, 관리가 어려워 포기했습니다. 이제 마을에서도 공동 공간이 필요하다고 하니 까나홀부터 시작해 봅시다.

다섯 번째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인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도 마을 사람들이 나와서 함께할 수 있다면 같이 진행해 보겠습니다.

이런 사업들을 진행하려면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각 마을에서 '우리 마을에는 이런 것이 필요하다'는 신청서를 받으세요. 그다음 현장에 직접 나가서 실제로 필요한 사항인지 확인하고, 주민들이 참여할 의지가 있는지 살피세요. 마지막으로 필요한 재료와 예산을 책정해서 제출해 주세요. 이 순서대로 하려면 아마 일이 꽤 많을 거예요.”

스님은 웃으며 마무리했습니다.

"오늘 답사 다니느라 모두 고생 많았어요. 내일은 소풍 일정이 있지요? 내일도 일찍 출발할 예정이니까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푹 쉬세요.“

회의를 마치니 오후 3시 30분이었습니다. 스님은 서둘러 준비를 하고 4시에 즉문즉설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생방송에는 2900여 명이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지금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보드가야에 있는 수자타아카데미에 와 있습니다. 학생들의 교육과 진로 현황을 살펴보고, 주변 열다섯 개 마을을 돌아보았습니다. 주민들의 생활은 어떤지, 거주 환경은 어떤지, 마을에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둘러보고 마을 사람들의 요청도 들었습니다.

뉴스를 보니 설 연휴가 시작되고 밝은 얼굴로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은 인도에서 몇 가지 일을 더 마쳐야 할 것 같아서 설이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 세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나쁘게 살면서도 잘 사는 사람들을 보며, 정직하게 사는 자신이 손해 보는 것 같다는 억울한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나쁘게 살아도 잘 사는 사람들... 정직한 내가 손해 보는 걸까요?

“저는 많은 사람을 알고 지내는데요. 좋은 분들도 많지만 너무 나쁘게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봅니다. 재산을 숨긴 채 차상위 계층 지원금을 받으면서 고급차를 타고 명품을 사는 사람, 부모가 악덕 사채업으로 번 돈을 자식들이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모습도 봤습니다. 그럴 때마다 종교에서 말하는 '악행을 저지르면 벌을 받는다'는 말이 과연 맞는지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선하게 사는 사람일수록 더 힘들게 사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저도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아이들을 키우면서 꼬박꼬박 세금을 내며 살아왔기에 더 억울합니다.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 벌을 받는다면, 그것은 대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걸까요? 또 뒤늦게 참회하고 착하게 살겠다고 마음먹으면, 이전에 저지른 죄는 사라지는 건가요?”

“하신 말씀 모두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는 다시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이 행복하게 산다는 말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좋은 옷 입고 좋은 차 타니까 행복할 것 같지만, 그렇게 못되게 사는 사람들이 정말 행복한지는 알 수 없어요. 제가 하나 물어볼게요. 물고기를 잡는 어부가 있습니다. 착한 어부가 고기를 많이 잡을까요, 나쁜 어부가 고기를 많이 잡을까요?”

“나쁜 사람이 더 많이 잡을 것 같습니다.”

“고기를 많이 잡느냐 적게 잡느냐는 그 사람이 착한가 나쁜가 하는 도덕적 기준이 아니라, 고기가 많이 모이는 곳을 아는지, 좋은 어망이나 배를 가지고 있는지, 경험이 풍부한지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가 결정합니다. 그 어부가 전날 어려운 사람을 도왔는지,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했는지는 고기잡이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저 사람은 비윤리적인데 왜 잘 삽니까, 저는 윤리적인데 왜 어렵게 삽니까?'라고 묻고 있어요. 연관이 없는 것을 연결시키고 있는 겁니다. 착하고 나쁜 것은 존경받거나 비난받는 것과 관계가 있지, 돈을 많이 벌거나 적게 버는 것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돈을 버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예요.

착한 사람이 기술도 있으면 칭찬도 받고 경제적 여유도 있을 겁니다. 착한데 기술이 없으면 착하지만 가난한 사람이 되고요. 나쁜 사람인데 기술이 있으면 비난받으면서도 경제적으로 부유할 수 있어요. 착하게 살면 잘 산다는 것은 칭찬받고 비난받지 않고 산다는 뜻이지, 경제적으로 잘 산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일제 강점기를 생각해 보세요. 친일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잘 살았지만,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 자식들은 부모의 경제력 덕분에 좋은 대학에 가고 유학도 갔지만, 독립이 된 뒤에는 하루아침에 매국노의 자식이 되었어요.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언제나 이런 위험부담을 안고 있어서 안정되지 못합니다. 잘나가다가도 사기친 것이 들통나면 한순간에 무너지죠.

반면 바르고 정직하게 사는 사람에게는 사고가 아닌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착하게 사는 것이 반드시 돈을 많이 번다는 뜻은 아니지만, 삶의 위험부담을 훨씬 줄여줍니다. 그래서 착하게 살라고 가르치는 거예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차상위 계층 혜택으로 대학에 합격하는 경우처럼, 자식들은 부모의 잘못을 모른 채 그 혜택을 누리잖아요. 그리고 참회 기도를 하면 정말 업장소멸이 되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그 자식은 아버지가 나쁜 사람인지 몰라요. 일제 강점기에 친일파의 자식이 자기 아버지가 매국노인 줄 모르듯이요. 그건 독립이 되어야, 사기가 들통이 나야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질문자는 독립이 되기 전에 친일파 자식을 보면서 억울해하는 것과 같아요.

그리고 우리 사회에 부정의하고 불평등한 요소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떤 세상에도 절대적 평등은 없어요. 조선시대나 1950~70년대와 지금을 비교하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남아 있는 비리는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입니다. 질문자의 억울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다만 내가 착하게 사는 이유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이지, 돈을 많이 벌거나 혜택을 받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나쁘게 사는 것과 착하게 사는 것 중 어느 쪽이 내 양심에 맞는가'라는 관점을 갖는 게 좋겠어요.

그리고 '참회 기도를 하면 죄가 없어진다'는 말의 핵심은 죄가 사라진다는 데 있는 게 아닙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지금부터라도 착하게 살면 된다'는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에요. 만약 '죄는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고 하면, '이미 지은 죄가 많은데 이제 와서 착하게 산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포기해 버릴 테니까요. 젊어서 잘못했더라도 늦게라도 깨달아서 착하게 사는 게, 끝까지 나쁘게 사는 것보다 낫잖아요.

그런데 질문자에게는 약간 복수심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나쁜 짓 한 사람은 벌받아야 속이 시원하다'는 마음이요. 이건 징벌적인 관점입니다. 잘잘못을 하나하나 따져서 처벌과 보상을 한다면, 내가 잘했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우리는 온갖 못된 마음을 먹기 때문에 그런 기준으로 따지면 구제받을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관세음보살이 우리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그저 불쌍히 여겨 구제해 주는 것, 이것을 대자대비라고 합니다.”

“스님 말씀을 들으면서,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벌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했던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경전을 여러 번 읽었지만, 일상 속 실천에서는 부족했구나 싶습니다.”

“내가 징벌적인 관점이 있었구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분별심이 있었구나, 하고 자각한 것만 해도 큰 공부를 한 겁니다. 그걸 부끄럽게 여기지는 마세요. 경전을 읽는 것이 필요 없는 건 아니에요. 다만 읽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되고, 거기에 있는 가르침과 지혜를 조금이라도 닮아 가려는 실천이 필요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제가 만약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고립된 상황이라면, 수행을 하기보다는 밖으로 나가서 사람을 만나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할까요?
  • 명상을 시작하고 더 나은 인격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정신 승리’라는 이름으로 그냥 위로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현지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아 중간에 연결이 끊기기도 했지만 무사히 대화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방송을 마친 후 스님은 보광 법사님과 내일 인도JTS 활동가 소풍 일정을 논의했습니다. 5시 30분에 저녁 공양을 하고 원고를 교정한 후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인도JTS 스태프들과 함께 라즈기르로 소풍을 갈 예정입니다.



2026 3월 정토불교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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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상

네 세상에는 수많은 어리석은일로 괴로움들이 연이어 일어나며 저또한 그러합니다 부디 이것을 똑바로보고 일상을 수행삼고 나부터 바로세우겠습니다

2026-02-16 08:07:07

최영관

고맙습니다...

2026-02-16 07:33:13

김대영

스님 감사합니다🙏

2026-02-16 07: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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