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6.1.18. 인도네시아 홍수 피해 긴급 구호 물품 배분 2일째
“비록 지금은 힘들지만, 여러분이 믿는 알라신의 보살핌 안에서 함께 이겨냅시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인도네시아 홍수 피해 긴급구호 물품을 배분하는 2일째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숙소에서 오전 7시에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박지나 JTS 대표님과 오늘 구호품 배분 계획에 대해 의논한 후 8시에 마을로 향했습니다.

마을이 가까워지자, 지난 홍수 때 범람해서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강이 보였습니다. 스님이 강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비가 엄청나게 많이 오니까 저 강이 범람을 해서 마을을 덮친 겁니다. 특히 강이 굽이치는 곳은 피해가 더 컸어요.”

어젯밤에 내린 비로 또다시 마을 입구 진입로가 금세 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어제 쿠룽부카 마을 주민들에게 구호 물품을 배분했던 곳도 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비가 많이 내린 것도 아닌데 금세 침수된 마을을 보니 주민들의 어려움이 느껴졌습니다.

오늘 첫 번째로 구호품을 배분하기로 한 마을은 꾸부(Kubu) 마을입니다. 어제 배분할 계획이었지만 손수레를 조립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오늘 오전에 배분하기로 했습니다.

차로 한 시간을 이동하여 오전 9시에 꾸부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구호품을 받기 위해 모스크에 마을 주민들이 하나둘씩 모이고 있었습니다.

어제 마을 주민들은 밤늦게까지 손수레를 조립했다고 합니다. 스님이 도착하자 200개의 손수레가 가지런하게 정렬되어 아침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감동이었습니다.

“다들 정말 수고 많았어요.”

스님은 마을 주민들과 FDP 활동가들을 격려했습니다. 이어서 나눠줄 구호 물품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손수레, 삽, 스퀴즈, 괭이, 장갑 5개의 청소도구와 가스스토브까지 모두 가구 숫자에 맞춰 세팅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모스크 옆에는 마을 주민 700여 명이 공동 취사를 하고 있는 천막이 있었습니다. 여성들이 모여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흙이 가득 차 있는 집 안에서는 조리를 하지 못하니까 여기서 공동으로 밥을 하여 함께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님은 삽을 하나 들고 흙을 퍼내 보았습니다.

“삽이 아주 튼튼하네요.”

이어서 손수레를 하나 끌고 모스크 옆으로 가서 직접 삽으로 흙을 퍼 손수레에 담아 옮겨보았습니다.

“손수레도 잘 굴러가네요. 집 안에 흙이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이렇게 삽으로 흙을 퍼서 손수레에 담아 집밖으로 퍼내는 겁니다. 마을 주민들이 이게 가장 필요하다고 했어요.”

스님은 수레에 담긴 흙을 패인 땅에 붓고 평평하게 골랐습니다.

물품을 하나씩 점검하는 사이 주민들이 모두 모스크에 모였습니다. 스님은 JTS가 이곳에 구호품을 갖고 온 과정에 대해 설명한 후 조금이라도 피해 복구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했습니다.

“앗살라무 알라이쿰!”

“와알라이쿰 살람!”

길이 뚫려 다시 왔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재난을 극복합시다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갑자기 큰 홍수가 나서 많이 놀라셨죠? 저도 한국에서 그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박지나 JTS 대표님이 이곳에 와서 여러분을 돕고자 했지만, 길이 막혀서 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차가 다닐 수 있는 큰길 근처에서 긴급한 지원만 하고 돌아갔습니다. 그 후 대표님이 저에게 '가보지 못한 곳의 피해가 아주 심각하니, 길이 뚫리면 그곳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건의했습니다. 그래서 길이 뚫렸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이곳 마을을 방문해 보았습니다.

집집마다 흙이 허리만큼 쌓여서 아직 퍼내지도 못하고 있었고, 농토도 전부 흙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우선 집안에 있는 흙을 퍼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려면 삽, 손수레, 괭이가 필요했습니다. 또한 집에 그릇과 주방용품이 없어서 모스크 옆에 모여 700여 명이 공동 취사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곧 라마단 기간이 되면 집에서 밥을 해 먹어야 하는데 집집마다 가스스토브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가스스토브를 준비했습니다.

논에 가보니까 모래가 1미터 이상 쌓여 있어서 논농사는 더 이상 지을 수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여기에 카사바를 심든지, 감자를 심든지, 모래 위에 자랄 수 있는 식물을 심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FDP와 계속 의논해서 힘이 닿는 데까지 여러분을 돕겠습니다. 저도 이번 일을 계기로 아체에 FDP처럼 좋은 분들이 모인 단체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FDP와 협력하여 여러분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보겠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처한 상황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믿는 알라신께서 여러분을 버리지 않고 보호하실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지원하는 물건들이 비록 작지만 여러분 모두가 유용하게 써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어제 밤늦게까지 손수레를 조립해 준 남자분들을 위해 감사의 박수를 보내 주십시오.”

주민들 모두가 환호하며 크게 박수를 치고 기뻐했습니다.

이어서 구호품 배분을 시작했습니다. FDP 활동가들이 가구별로 번호표를 미리 나누어 주었기 때문에 입구에서 번호표와 이름이 정확하게 일치하는지 확인이 된 사람들만 구호품을 받아갈 수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쿠폰 번호 순서대로 길게 줄을 서서 한 명씩 입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손수레를 받아서 모스크 앞마당을 한 바퀴 돌면서 구호품을 손수레에 모두 담아서 나갈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첫 번째 순서인 손수레 배분을 맡았습니다.

“자, 이렇게 끌고 가세요.”

“Thank you.”(고맙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온 아버지, 가족을 대표하여 나온 할머니, 부르카를 쓰고 있는 여성들 등 각양각색의 주민들이 스님과 JTS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구호품을 받았습니다.

남자들은 스님과 악수를 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스님은 사람들이 계속 악수를 청하자 한쪽 장갑을 벗고 배분을 했습니다.

“You are a good man!”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손수레를 받은 주민들은 다음 순서로 가스스토브를 받았습니다. 가스스토브가 손수레에 담길 때마다 ‘통’ 하는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려 퍼졌습니다. 이어서 장갑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배분하는 FDP 활동가들도 기뻐하고, 구호품을 받는 주민들도 기뻤습니다.

다음은 삽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손수레를 끄는 긴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이어서 스퀴즈를 배분하고, 마지막으로 괭이를 얹어 주었습니다.

손수레에 가스스토브, 장갑, 괭이, 삽, 스퀴즈를 가득 싣고 모스크를 빠져나가는 주민들의 얼굴에는 모처럼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점점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기 시작하자 스님은 온몸이 땀으로 젖었습니다. 하지만 손수레를 받고 기뻐하는 주민들의 얼굴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났습니다.

“뜨리마 까시(Terima kasih).”

(감사합니다.)

주민들은 거듭 감사 인사를 전하며 기뻐했습니다. 구호품 배분을 시작한 지 한 시간 만에 210 가구 배분을 모두 마쳤습니다. 이어서 집이 완전히 파괴되어 임시 천막에서 지내는 분들에게는 청소도구가 필요 없으므로 가스스토브만 지급했습니다.

가스스토브 25개를 나눠주고 나니 준비한 물품이 완전히 소진되었습니다. 사전에 피해 주민들의 가구수를 조사해 놓은 것과 준비한 물품이 정확하게 숫자가 맞았습니다.

“마지막입니다. 수고했어요!”

임시 거주처인 모스크에서 지내고 있는 아이들은 한국인 활동가들과 마주칠 때마다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 "언니, 오빠"라며 연신 환하게 웃었습니다.

구호품 배분을 마치고 모스크를 빠져나가는데,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한 여성이 스님을 따라와 편지를 전달했습니다. 편지는 한글로 정성껏 쓰여 있었습니다. 한국어를 아는 줄 알았더니, 번역을 보고 따라 썼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의 지원이 저희에게 다시 일어설 희망을 주었습니다

“법륜스님께, 존경하는 스님.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이번 홍수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체 꾸부 마을의 주민들입니다.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모든 것이 막막하고 마음이 무거웠던 차에, 스님께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저희 마을을 직접 찾아주신 것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스님의 따뜻한 미소와 전해주신 도움의 손길은 저희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큰 희망이 되었습니다.

저희를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며 이 시련을 잘 이겨내겠습니다. 스님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부디 항상 건강하십시오. 정말 감사합니다. 인도네시아 아체 꾸부 마을 주민 드림.”

스님이 한글로 적힌 편지를 차분히 읽은 후 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글을 모르니, 이 많은 글자를 쓰려면 그림을 그려야 했겠네요." (웃음)

스님은 편지를 선물한 여학생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어서 마을 이장님을 비롯하여 FDP 활동가들, 여성 주민들과도 차례대로 사진을 찍은 후 오전 10시에 모스크를 나왔습니다.

다음 배분 장소로 빠르게 이동했습니다. 차로 15분을 이동하여 판테 바로 쿰방(Pante Baro Kumbang)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어제처럼 이 마을도 FDP 활동가들과 주민들이 손수레를 열심히 조립하고 있었습니다.

손수레 조립에 필요한 부품이 대부분 도착했지만, 아직 손잡이 부분이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박지나 대표님은 상황을 파악한 후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부품을 실은 트럭이 몇 시에 도착하나요?”

“오후 2시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부품이 도착하지 않아 예정된 시간에 배분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좋아요. 그럼 구호품 배분을 오후 4시로 연기하겠습니다. 오후 2시에 손잡이가 도착하면 빠르게 조립을 완성하고, 오후 4시에 배분을 시작할게요.”

“네, 가능합니다.”

일단 철수를 하고 상황 파악을 더 해보기로 했습니다. 박지나 대표님과 FDP 활동가들은 점심 식사를 하며 대책 회의를 이어갔고, 스님은 숙소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마지막 구호품 배분 장소인 사왕(Sawang) 지역이었습니다. 이곳은 손수레 부품 전체가 아직 도착을 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여러 번 확인을 했지만 처음에는 오후 5시에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가,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도착 예정 시간이 점점 늦어졌습니다.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동안 판테 바로 쿰방 마을에 물품을 실은 트럭이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곧바로 다시 마을로 향했습니다.

오후 4시에 판테 바로 쿰방 마을에 도착하여 구호품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주민들과 FDP활동가들은 손잡이가 도착하자마자 부지런히 작업을 해서 배분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았습니다.

이 마을은 316 가구가 사는 마을인데 이번 긴급구호 대상 중 가장 규모가 큰 마을입니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이자 스님이 주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습니다.

“앗살라무 알라이쿰!”

“와알라이쿰 살람!”

갑작스러운 홍수에 얼마나 놀라셨습니까?

“여러분들이 홍수와 산사태가 나서 큰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난주에 제가 직접 와서 보니까 집이 전부 흙에 묻혀 있었고, 살림 도구가 떠내려가고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집에 있는 흙을 퍼내려면 삽도 필요하고, 괭이도 필요하고, 손수레도 필요해 보였습니다.

살림 도구가 없어져서 모스크에 모여서 같이 밥을 먹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스스토브와 그릇, 주방도구들도 지원해 주고 싶었는데,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서 이번 1차 지원에서는 가스스토브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물건들이지만 여러분들이 집을 청소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이 농사를 짓고 삶터를 다시 일구어나갈 수 있도록 FDP와 의논해서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 보겠습니다. FDP 활동가들은 전부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회원들이 와서 봉사를 해주셨습니다. 또한 주민들 중에 남자들이 손수레를 조립하기 위해 많은 수고를 해주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힘들지만, 알라신의 은혜 아래 함께 이겨냅시다

비록 우리가 지금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힘을 합해서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갑시다. 여러분이 믿는 알라신께서 여러분들을 버리지 않고 잘 보살펴 주실 것입니다.”

통역을 하고 있던 FDP 대표 아자르 님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주민들도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어서 구호품 배분을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이 손수레를 받아서 끌고 오면 먼저 스님이 가스스토브를 손수레에 담아 주었습니다.

“마까시(Makasih)”
(고맙습니다.)

이어서 스퀴즈, 장갑, 삽, 괭이를 차례대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손수레에 담긴 청소도구만큼 주민들의 마음도 희망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이 입장하는 속도가 갈수록 느려졌습니다. 박지나 대표님이 원인 파악에 나섰습니다. 알고 보니 FDP 활동가들이 주민들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여 불러내고 있었습니다. 이름을 호명하니 그 사람을 찾느라 시간이 걸렸던 것입니다.

“주민들에게 나눠준 쿠폰에 번호가 적혀 있으니까 번호 순서대로 주민들이 줄을 서게 합시다. 그러면 배분하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박 대표님이 배분하는 시스템을 조정하자 속도가 엄청 빨라졌습니다. 구호품을 받고자 하는 주민들의 행렬이 쉴 틈 없이 이어졌습니다.

손수레를 끌고 집으로 향하는 주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이곳은 가구수가 많다 보니 배분하는 데에 2시간이 걸렸습니다. 스님은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날씨가 정말 덥네요.”

배분을 마치고 스님이 땀을 닦자 마을 청년이 과일을 정성껏 가져와서 건넸습니다. 과일 이름이 ‘보기리 마탕’이라고 합니다. 이 지역에서 자라는 과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멀리서 저희 마을을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과일로 목을 축인 후 스님은 FDP 활동가들과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마을에 대한 구호품 배분 계획을 의논했습니다.

“사왕 마을에는 물품이 언제 도착하나요?”

“저녁 7시는 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홍수로 다리가 다 무너져서 임시 다리를 놓았는데 일방통행입니다. 그래서 교통 체증이 심합니다. 마을에 언제 도착할지 예상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둡더라도 오늘 밤에 배분을 할래요? 내일 새벽 일찍 배분을 하고 반다아체로 바로 이동할래요? 여러분들이 내일은 출근을 해야 하잖아요.”

“늦더라도 오늘 밤에 배분을 하면 좋겠습니다. 배분을 마치고 밤새 차를 타고 가면 내일 직장에 출근을 할 수 있습니다.”

“좋아요! 그럼 사왕 마을로 지금 갑시다.”

FDP 활동가들은 모두 자원봉사자이기 때문에 내일 아침 직장에 출근을 해야 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모두 밤샐 각오를 했습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저녁 6시에 판테 바로 쿰방 마을을 출발하여 사왕 마을로 향했습니다.

예상대로 임시로 지어놓은 다리가 가까워지자 차가 엄청 막혔습니다. 구호 물품을 실은 차량도 저녁 8시는 넘어야 마을에 도착할 것 같았습니다.

이동하는 중에 저녁 7시가 되자 FDP 활동가들은 가장 가까운 모스크에 차를 세우고 기도를 했습니다. 발을 씻고 모스크로 들어가는 FDP 활동가들을 보고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정토행자들보다 더 철저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이에요. 기도 시간만 되면 무조건 차를 세우고 기도를 하거든요.”

기도를 마치고 다시 가던 길을 갔습니다. 해가 완전히 저물자 고불고불한 비포장 도로와 포장도로가 번갈아가며 계속 산 쪽으로 나아갔습니다.

사왕 마을에 가까워질 무렵 드디어 구호 물품을 실은 트럭을 만났습니다. 운전 봉사를 해주는 아미르 님이 무척 기뻐했습니다.

“드디어 트럭을 만났습니다!”

반가운 마음을 뒤로하고 사왕 마을을 향해 계속 달렸습니다. 구호품을 기다리고 있을 주민들을 생각하니 쉴 수가 없었습니다.

시골 길이여서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길을 만나 다른 길을 찾아 되돌아갔습니다. 드디어 저 멀리 마을 주민들이 모여 있는 곳에 불빛이 보였습니다. 밤 9시에 사왕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늦은 밤이었지만 마을 주민들 모두가 나와서 구호품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동네에는 외국 사람이 처음 왔다고 합니다. 한국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나온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먼저 박지나 JTS 대표님이 피해 주민들의 가구수를 확인했습니다. 준비한 물품 수와 피해를 입은 가구수가 일치해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확인을 해도 숫자가 맞지 않았습니다. FDP 활동가 한 명이 집이 완파되어 청소도구가 필요 없고 가스스토브만 받기로 한 가구수가 153 가구라고 계속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153 가구는 그동안 사전 조사에서 한 번도 거론되지 않은 숫자였습니다.

결국 3개 마을의 이장님을 모두 불러 모아서 다시 피해를 입은 가구수를 확인했습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주민들이 없었기에 통역에 통역을 거듭한 끝에 결국 피해를 입은 총 가구수는 사전에 조사한 것과 똑같이 118 가구였음이 드러났습니다.

그제야 안심을 하고 스님이 마을 주민들에게 사과와 더불어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길이 막혀 늦었습니다... 어둠을 뚫고 전한 희망

“여러분들이 수해 피해를 입어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원래는 오늘 오후에 구호품을 나눠주고자 했는데, 길이 막혀서 물품을 실은 트럭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이렇게 밤늦게 여러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번 홍수로 인해 집이 떠내려가고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JTS에서는 우선 여러분들이 제일 필요하다고 요청한 청소도구와 가스스토브를 지원하고자 합니다. 흙을 퍼내려면 삽과 괭이가 필요합니다. 집에 있는 흙탕물을 밀어내려면 스퀴즈도 필요합니다. 흙을 퍼서 집밖으로 내려면 손수레도 필요하고요. 이렇게 청소도구를 준비했습니다.

손수레는 부피가 커서 완성품을 트럭에 싣고 올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품을 가져왔으니 이곳에서 조립해야 합니다. 손수레를 조립하면 거기에 청소도구를 전부 실어서 집으로 가져가시면 됩니다. 지금은 밤이 늦어 조립할 수 없으니, 내일 아침에 조립한 다음 이곳에 와서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 대신 남자분들은 내일 아침 일찍 이곳에 오셔서 손수레 조립을 도와주셔야 합니다.

요리를 하는 데에 필요한 가스스토브도 준비했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에게 나눠주어서 가져갈 수 있게 하면 제일 기분이 좋을 텐데, 너무 어두우니까 내일 아침에 날이 밝으면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모든 가구에 이 물품들을 나눠드리지는 못하고, 피해를 입은 118 가구만 나눠드릴 수 있게 준비가 되었습니다. 제가 한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되셨습니까?”

“YES!” (네!)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FDP 활동가들이 많은 수고를 해주었습니다. 원래는 내일 아침에 여러분을 불러 모으고 물품을 드려야 하는데, FDP 활동가들이 모두 직장에 출근해야 하는 자원봉사자들이기 때문에 일요일인 오늘까지 배분을 끝내려다 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여러분께서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서 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갑시다. 여러분들이 믿는 알라신께서는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고 우리가 힘을 합하여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고자 한다면 늘 우리를 보호하실 것입니다.”

“뜨리마 까시(Terima kasih)”
(감사합니다.)

주민들은 흔쾌히 상황을 수용하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너무 시간이 늦어서 구호품을 나눠주지는 못했습니다. 손수레를 조립하는 일도 해야 하는데 오늘 밤에는 도저히 할 수가 없었습니다. FDP 활동가 몇 명이 남아서 내일 오전에 구호품을 나눠주기로 하고, 밤 10시 25분에 주민들을 모두 귀가시켰습니다.

스님은 이번 긴급구호 활동에 헌신적으로 참여해 준 FDP 활동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FDP가 이 지역에서 정말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네요. 여러분과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이번에도 홍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도울 수가 있었습니다.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우리나라를 도와주시니 저희가 더 감사합니다.”

“오늘 밤에 바로 반다아체로 갑니까?”

“YES.”(네.)

“밤이 늦었으니 운전 조심하세요.”

FDP 활동가들과 작별 인사를 한 후 밤 10시 30분에 사왕 마을을 출발해 숙소로 향했습니다.

밤길을 쉼 없이 달려 새벽 1시에 숙소에 도착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이로써 인도네시아 홍수 피해 긴급 구호 1차 지원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JTS를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내일은 오전에 숙소를 출발하여 반다아체 공항으로 이동한 후 저녁 비행기로 인도네시아를 출발하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경유하여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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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미향

주민들의 희망이 되어 주시는 스님의 행보를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6-01-21 07:59:24

박진현

아침부터 울컥합니다. 빠른 일상회복을 발원합니다.

2026-01-21 07:47:51

차덕환

JTS회원으로써 회원금을 보낼 수있어서 보람이 있습니다.

2026-01-21 07: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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