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6.1.9. 인도네시아 홍수 피해지역 답사 2일째
“잘 살아야 한다는 압박을 내려놓고 일해도 괜찮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인도네시아 아체 지역의 홍수 피해 현장 답사 2일째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6시 30분에 숙소를 출발해 아체 북부 지역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9개 마을을 찾아 나섰습니다.

가는 길에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아체주의 푸상안(Peusangan) 지역에 위치한 크룽부카(Krueng Beukah) 마을이었습니다.

이 마을은 약 95 가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가구당 평균 인원은 5명 정도로 전체 인구는 5백 명가량 됩니다. 마을 전체가 침수되고 진흙으로 뒤덮여 거의 모든 가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진흙이 1m 이상 집을 덮쳐서 문도 열 수가 없었습니다. 주변 땅 전체가 1m 이상 높아져 있었습니다. 주민들이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흙이 집과 마을을 전부 덮쳐 버렸습니다. 집 안의 흙을 열심히 파내어도 비만 오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버립니다.”

스님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했습니다.

“집 안에 들어간 흙을 전부 퍼 내든지, 그게 어려우면 쌓인 흙 위에 다시 집을 지어야 하지 않을까요? 집집마다 사람들이 안 보이는데 다들 어디로 갔어요?”

“지금은 모스크에 기도를 하러 갔습니다. 기도를 마치면 집으로 돌아와서 잠을 잡니다. 집 안에 흙이 가득 차 있지만 그 위에 카펫을 깔고 잡니다. 아무리 흙을 퍼내도 비만 오면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수마가 덮친 마을을 지나자 넓은 강이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강이 범람해서 마을까지 덮친 거네요. 얼마나 비가 많이 왔으면 이 강이 범람을 했을까요? 건너편 마을은 피해가 더 심해 보이네요. 왜냐하면 건너편 마을이 여기보다 지대가 더 낮아 보이거든요.”

강을 건너 다음으로 방문한 마을은 쿠부(Kubu)입니다. 같은 푸상안 지역에 속해 있으며 235 가구 규모의 큰 마을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모스크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일순간에 집이 사라져 버린 주민들은 모스크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놀고 있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주민들이 현재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절반은 이곳 모스크에서 숙식하고 있고, 절반은 아직 집의 형채가 남아 있어서 집에 가서 잠만 잡니다. 아침과 저녁은 마을 주민들 모두가 모스크에서 먹습니다. 주민들 대부분이 쌀농사를 짓는데 논이 모두 소실되어 버렸습니다.”

설명을 듣고 나서 스님이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면 땅을 새로 정비를 해야 농사를 지을 수 있나요?”

“우리가 농사를 지을 수 있게 정부가 땅을 정비해 주기를 희망합니다.”

“흙이 마을을 덮쳐서 집이 전부 땅보다 낮아졌는데, 비가 올 때마다 흙이 집 안으로 쓸려 들어갑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아무런 해결책이 없습니다.”

“지대가 좀 높은 곳으로 전부 이사를 가면 안 되나요?”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살기 때문에 여기를 떠날 수가 없습니다.”

모스크 한쪽 편에는 천막을 쳐서 공동으로 취사를 할 수 있게 각종 부엌 도구들을 쌓아 놓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함께 모여서 밥을 먹는 이유는 집집마다 그릇이 없어서 그런가요?”

“집 안에 흙이 가득 차서 조리를 할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몇 명이 밥을 먹어요?”

“700명 정도가 먹습니다.”

집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주민들은 임시 천막을 쳐놓고 그 속에 살고 있었습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입구에 이장님이 사는 집이 나타났습니다. 스님은 이장님에게 다시 질문했습니다.

“집 안에 들어간 흙을 다 퍼내면 여기서 살 수 있어요? 아무리 흙을 퍼내도 소용이 없나요?”

“땅을 먼저 고른 다음에 어떻게든 이 집에서 살아야 합니다. 트랙터로 흙을 밀어내야 하는데, 저희는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정부에서 집집마다 흙을 치워주는 일을 해줄 가능성은 없어요?”

“정부는 큰 도로만 해결해 주지 집집마다 해결해 줄 가능성은 없습니다.”

“마을마다 포클레인을 보내줘서 흙을 치우고, 집 주위 둑을 쌓아서 비가 와도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게 해주는 게 필요할 것 같네요. 빗물이 빠져나가도록 수로도 만들어야 하고요.”


집집마다 입은 피해 상황은 모두 비슷했습니다. 논도 피해가 심각하다고 해서 논이 어떻게 되었는지 찾아가 보았습니다.

주민들의 삶터였던 논도 온통 진흙에 뒤덮여 있었습니다. 농사를 생계로 삼는 이들에게 있어 논의 피해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생존의 위기였습니다.


“이 땅에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나요?”

“모래가 섞여 버려서 다시 논농사를 짓기 어렵습니다. 쌀농사를 지으려면 1m 이상 쌓인 모래를 모두 퍼 내야 합니다. 다른 땅을 찾아야 합니다. 모든 농토가 파괴되었습니다.”

“쌀농사를 못 지으면 마을 사람들은 앞으로 어떤 농사를 지을 수 있나요?”

마을 주민들은 절망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우리는 쌀농사만 지어왔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아무런 계획을 세울 수가 없습니다.”

스님도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치며 말했습니다.

“당장 살 집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 생계를 이어갈 방법이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네요. 농지 구획이 모두 사라져 버린 상황이니, 오히려 이를 계기로 바나나나 카사바 같은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집단농장 형태로 전환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어 찾은 마을은 판테 바로 쿰방(Pante Baro Kumbang)입니다. 이곳 역시 푸상안 지역에 속해 있으며 316 가구로 비교적 큰 마을입니다.


외관상 정돈돼 보이지만 마을 깊숙이 들어가자 홍수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진흙더미 위에 쓰러진 가옥과 방치된 생활 도구들이 무너진 삶의 터전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가장 필요한 게 무엇입니까?”

“집이 가장 필요합니다.”

“집 안에 흙을 퍼내달라는 거예요, 새로 지어 달라는 거예요?”

“새로 집을 지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집 안의 흙을 다 퍼낸다 해도 집터가 주변 땅보다 낮아졌기 때문에 비가 올 때마다 흙이 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작은 포클레인을 가져와서 집집마다 흙을 파주는 일도 해야 할 것 같고, 삽과 빗자루 같은 청소도구도 지원을 해줘야겠네요.”

점심 식사 후에는 아체 지역의 사왕 주(Sawang District)로 이동해 세 개의 마을을 답사했습니다. 첫 번째로 방문한 마을은 리세바로(Riseh Baroh)였습니다. 총 88 가구 중 28 가구는 홍수와 산사태로 완전히 떠내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는 이제 강바닥이 되어버렸습니다. 주민들은 겨우 끼니만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곧이어 리세투농(Riseh Tunong) 마을로 향했습니다. 695 가구로 구성된 대형 마을로, 47 가구는 완전히 떠내려가 버렸고, 170 가구는 파손되었다고 주민들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물에 잠긴 것은 아니라서 피해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일단 이 마을은 집이 없어진 가구만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어서 방문한 리세뜽오(Riseh Teungoh)는 비교적 소규모 마을로, 32 가구가 홍수와 산사태로 완전히 유실되었습니다. 마을 입구에는 흙더미와 쓰레기, 부서진 가재도구들이 쌓여 있어 외부인의 접근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해가 저물 무렵, 마지막으로 외딴곳에 있는 세 마을을 더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로카자(Lhok Aja), 끄롱바(Krueng Baro), 록바유(Lhok Bayu) 세 마을은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가 끊어져서 접근할 수가 없었습니다. 건너편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는 것으로 대신해야 했습니다.


답사를 마친 후 반다아체(Kota Banda Aceh)로 돌아오는 길에 활동가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숙소에는 새벽 2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3시간 가까이 긴급회의를 했습니다. 내일 일정을 조율하고, 각 마을에 어떤 물품을 어떤 방식으로 우선 지원할지 구체적으로 논의했습니다.

반다아체에는 물자가 부족하여 내일 메단(Medan) 시로 가서 구호 물품을 주문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필리핀 민나다오로 가서 5일간 답사를 하고, 주문한 물품이 도착할 시간에 맞춰 다시 반다아체로 와서 구호물품을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항공권을 알아보는데 오고 가는 항공편이 없어서, 항공권을 검색하고 발권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스님은 결국 밤을 꼬박 새웠습니다.

새벽 5시에 회의를 마친 스님은 원고 교정을 하고, 6시에는 공동체 법사단과 온라인으로 공동체 인사 배치에 대해 회의했습니다. 하루 종일 진흙과 쓰레기, 파손된 가옥들 사이를 땀 흘리며 걷고 나니 몸은 피로했지만,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밤을 새우는 일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는 지역구호단체 대표들과 누구에게 어떤 구호물품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의논하고, 오후에는 메단시로 이동해 하루 종일 긴급 구호 물품을 구입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작년 11월 24일 부산에서 열린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에서 질문자와 스님이 대화 나눈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잘 살아야 한다는 압박을 내려놓고 일해도 괜찮을까요?

“저는 곧 서른을 앞둔 20대 청년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치열하게 살았고, 원하는 자격이나 회사 등 마음먹은 것은 기를 쓰고 성취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2년 정도 회사 생활을 하다 자영업을 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왜 그렇게 아등바등 쫓기듯이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어린 시절의 상처에 대한 심리 상담도 받고, 스님 영상도 많이 보며 마음 수행을 통해 불안함을 다스렸습니다. 최근에는 자영업을 그만두고 다시 회사 생활을 하려고 합니다. 예전처럼 쫓기는 마음 없이 무언가를 시작하려니 마음 깊은 곳에서 ‘그래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과 어색함이 듭니다. 제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다시 회사 생활과 삶을 살아가야 할지 스님의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본인이 좋을 대로 하세요. (웃음) 젊은 시절에는 물불 가리지 않고 죽기 살기로 한 번 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젊은 사람이 너무 60대, 70대처럼 행동하면 ‘애늙은이’라고 하잖아요. 좋게 말하면 ‘젊은이가 점잖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젊은이는 약간 과로도 하고, 때로는 애쓰기도 하고, 도전도 해보고, 실패도 해봐야 합니다.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젊은이가 욕심을 좀 내도 ‘그 친구 야망이 있더라’ 이렇게 말하지, 그것을 추하게 보지는 않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마구 욕심을 부리면 ‘노욕(老慾)’이라고 합니다. 이 말 자체에 이미 부정적인 이미지가 담겨 있지요. 젊은이가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면 ‘그 친구 참 활달하네’라고 하지만, 나이 든 사람이 재빠르게 다니면 ‘점잖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또 젊은이가 말이 많으면 ‘말을 참 잘하네’라고 하지만, 나이 든 사람이 말을 많이 하면 ‘잔소리가 많다’며 흉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연령과 상황에 따라 사람들의 평가 기준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아직 20대 후반이라면 조금 무리를 해도 괜찮습니다. 물론 너무 무리해서 아프면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지나치게 노숙하게 굴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젊을 때는 그렇게 애써 보고, 이것저것 해보고, 실패도 해보는 것이 괜찮습니다.

그러다 나이가 서른, 마흔, 쉰 살이 되어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꼭 그렇게까지 살 필요가 있었을까?’ 하고 반성할 때가 옵니다. 예를 들어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월말고사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고 울고불고했지만, 지금 50대나 60대가 되어 그때를 돌아보면 그 성적이 오르내린 게 무슨 큰일이겠습니까? 20대에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졌다고 울고불고 몸져눕기도 했지만, 50대나 60대가 되어 돌아보면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중요했을까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시험에 떨어져 재수할 때, 친구는 대학에 다니고 나는 재수를 하고 있으면 그때는 엄청난 좌절을 느낍니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30년이 지나 돌아보면, 재수한 사람이나 안 한 사람이나 1년 차이는 별것 아닙니다. 이렇게 세월이 흐르고 여러 경험을 하고 나면 ‘그렇게 아등바등할 필요는 없었네’ 하고 알게 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너무 아등바등하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젊을 때부터 여유 있게 살면 좋겠지만, 꼭 젊을 때부터 그래야 한다고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젊은 시절에 했던 약간의 쓸데없는 짓들도 지나고 보면 그 경험 자체가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 됩니다. 그래서 제가 ‘본인이 좋을 대로 하세요’라고 말한 것은 농담이 아닙니다. 야망을 가지고 이것저것 도전해 보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것도 괜찮고, 연세 드신 분들과 대화하면서 ‘아, 이렇게까지 아등바등할 필요는 없구나’ 하고 깨닫는 것도 좋습니다. 인생은 여유를 가지고 살아도 사실 큰 문제가 없습니다. 세월이 흐른 뒤에 돌아보면 그렇게 느끼게 됩니다. 다만 그 당시에는 그런 말이 현실성 없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직접 겪지 않더라도 타인의 경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고, 그것 또한 지혜로운 일입니다.

인생을 길게 보면 조급하게 살 필요는 없습니다. 조금 여유롭게 살아도 괜찮습니다. 친구와 비교하면서 ‘쟤는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는 여유를 부리면 뒤처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내가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말고 ‘저 친구는 아직 철이 없어서 저러는구나. 열심히 해봐라. 괜찮다. 한 30년 후에는 나처럼 천천히 하게 될 거다’ 하고 여유 있게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를 보고 나도 친구처럼 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아 불안하다면, 그런 생각만 하느니 차라리 나도 함께 토끼처럼 뛰는 것이 낫습니다.

그러나 토끼가 뛰든 말든, 거북이는 자기 능력에 맞게 천천히 갑니다. 토끼가 중간에 쉬고 있을 때도 그냥 지나가면 됩니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토끼와 거북이 중 누가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각각 토끼의 스타일이고, 거북이의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토끼식으로 살아도 되고, 거북이식으로 살아도 되는 것입니다.”

“네. 스님 말씀대로 즐기며 여유롭게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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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오행

늘 함께 합니다.고맙습니다.()()()

2026-01-12 08:28:38

정 명

타국 이재민을 위해 밤까지 새우시는 스님 🙏

2026-01-12 08:12:13

진영

법륜스님 명예욕이 대단하네요. 자기의 일상을 왜 이렇게 공개하실까요?

2026-01-12 07: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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