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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평화재단 통일의병들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진 후 서원행자 수계식에 참석하여 수계 법문을 하고, 배우 김우빈 신민아 님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주례사를 했습니다.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8시부터 공동체 법사단 회의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전 10시 30분부터는 평화재단 통일의병 정기총회에 참석했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 9층 강당에는 평화재단 통일의병 50여 명이 자리했습니다.

통일의병들은 여는 공연으로 ‘내 나라 내 겨레’와 ‘서울에서 평양까지’를 함께 부르며, 정기총회에 임하는 열기를 한껏 고조시켰습니다.


이어서 신입 통일의병 두 명의 소감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통일의병학교 평화시민편 강의를 수강하면서 내 마음속에 평화통일에 대한 희망이 불씨처럼 다시 살아남을 느꼈습니다. 통일의병편 교육까지 모두 수료하고 나서는 나와 후손들이 이 땅에서 주인이 된 자세로 하나 되어 살아갈 수 있도록 의병장 법륜스님의 가르침 대로 남은 여생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여기까지 이끌어주신 선배 의병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통일의병학교를 수료하면서 나와 이웃, 우리나라와 이웃나라가 서로 존중하는 길을 배웠고, 적지 않은 나이에도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제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수많은 분들 덕분이었습니다. 이렇게 바른 길을 인도해 주시는 법륜스님과 활동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스님이 직접 신입 통일의병 다섯 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습니다.


“귀하는 통일의병학교 전 과정을 이수하였기에 새로운 백 년을 여는 통일의병으로 임명합니다.”
스님은 신입 통일의병들과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이어서 임명장을 받은 신입 통일의병들이 ‘통일의병의 약속’을 함께 낭독했습니다.

선배 통일의병들은 큰 박수로 신입 통일의병들을 환영했습니다.

다음은 의병장인 법륜스님을 모시고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질문을 받기 전에 먼저 스님이 인사말과 더불어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와 이에 따른 통일의병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저희가 평화재단을 만들고 이후 통일의병을 시작할 때는 아직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지금처럼 가열되기 전입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어떻게든 미국과 북한을 설득해서 북미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남북 관계를 개선해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더 나아가 남북통일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 대한민국은 미국의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고, 북한도 중국의 정책을 따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1950년에 한국 전쟁이라는 비극이 일어난 것도 사실은 미국과 소련의 패권 경쟁 아래에서 북한은 소련의 하위 변수가 되고 남한은 미국의 하위 변수가 되어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남한과 북한은 그 당시 자신들의 뜻과 상관없이 각자 미국과 소련 편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미·중 패권 경쟁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의 미·중 갈등을 보면 한반도와 대만, 즉 동아시아에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매우 큽니다. 그래서 우리 통일의병의 궁극적인 목표는 남북통일이지만, 그전에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이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통일의병보다 평화의병의 역할을 먼저 해야 합니다. 평화라는 발판을 딛고 나서 우리는 통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국제 정세에서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평화를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로 보입니다. 우리가 통일의병이라는 이름으로 의병 활동을 시작했지만, 그것은 평화적 통일을 위한 의병 운동입니다. 현재 상황은 통일보다 평화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할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외부 상황과 우리의 정체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통일의병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인 것 같습니다.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할 만한 일이 마땅히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준비 기간이 자꾸 길어진다면 의병들이 현실에 안주하면서 목표 의식이 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상황이 되었을 때 정작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는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통일의병이 딱히 해야 할 역할이 없을 때의 과제는 ‘내실을 다지고 역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사람은 막상 상황에 닥치면 대부분 부랴부랴 급하게 대응하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민중이 분노해도 혁명 세력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대부분 폭동으로 그치고 맙니다. 그래서 혁명을 이루려면 면밀한 사전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폭동이 일어날 만한 사회 분위기에 준비된 혁명 세력이 결합해서 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혁명 세력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대부분 폭동으로 그치고 맙니다. 혁명 세력이 아무리 준비되었다 하더라도 사회 분위기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그 세력은 단순히 쿠데타를 도모하는 세력으로 전락하고 해산하게 됩니다. 그래서 현재 우리가 놓인 조건은 딱히 활동할 만한 역할이 없는 사회 분위기이지만, 그래도 우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준비를 꾸준히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현재 통일의병의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하기는 사실 어렵습니다. 그래서 교육이 매우 중요합니다. 매달 또는 분기마다 한 번씩 긴급 소집해서 비상사태에 일사불란하게 대비하는 훈련도 해야 합니다. 이런 훈련은 평소에 늘 연습해 두어야 합니다. 의병의 역사에서 보면 외세 침략 초기에 분개한 민중이 농기구를 들거나 죽창을 만들어서 나섰다가 전멸한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그들은 병사로 싸워 본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실패를 몇 번 경험하면서 지도자도 세우고 그 중심으로 조직화하고 훈련하기 시작합니다. 지역별로 독자적으로 모인 의병들이 전국적으로 연대해서 규모를 키우고 전략도 세우며 외세 침략군에 대응해 나갔습니다. 물론 관군의 외면과 무시도 있었습니다. 지배층 세력의 처지에서 보면 의병은 나중에 반군이 될 수도 있는 위험한 세력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지배층의 처지에서 의병이라는 것은, 사실 외세보다 더 주의해야 할 위험한 세력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역사 속에서 의병은 늘 역적으로 몰려서 죽임을 당하거나 피해를 본 사례가 많습니다.
그래서 통일의병도 국내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관점을 분명히 해야 과거에 의병이 받은 누명이나 오해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관군이 힘이 없거나 지도자의 지도력이 부족할 때, 의병들은 외세보다 기존 정권이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기존 정권을 먼저 개혁하고 외세에 대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역사적 경험으로 기성 지배층은 의병의 존재를 별로 탐탁지 않게 여깁니다. 또 항상 감시할 수밖에 없고요. 그 힘을 언제 사회혁명에 사용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의병들은 늘 당시 사회에서 입지가 매우 좁았습니다.
외세로 국가가 무너질 지경까지 가면 기존 정권은 의병에 대한 견제보다 그들의 도움이 더 필요해집니다. 그래서 관군과 의병이 힘을 합쳐 외세에 대응하게 되죠. 이 상황까지 오면 의병은 국가로부터 어느 정도 공식적 인정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역사에 일부 의병들의 기록이 남은 것은 그들이 대부분 후대에서라도 정부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역사에 남은 의병보다 인정받지 못한 이름 없는 의병의 수가 훨씬 더 많습니다. 결국 의병은 역사 속에서 대부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어요. 또는 오히려 역적으로 몰려서 치욕스럽게 처형 당한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의병의 활동은 자칫 정치에 개입한다고 오해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국내 정치 상황에서 보면 통일의병이 어떤 정당을 지지하면 그 반대의 정당이 여당이 되었을 때 우리는 역적 무리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의병은 늘 이런 어려움을 안고 있어서 ‘통일의병은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라는 관점으로 활동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대부분은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큰 영향을 받는 걸 보면서 정치 활동에 관심을 자꾸 갖게 됩니다. 여러분만 그런 게 아니라 세계 역사에서도 늘 이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그래서 통일의병의 이름으로 활동할 때는 국내 정치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는 관점을 가지며 외부의 공격에 대응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내 정치에 힘을 실어야 할 때라고 판단되면 통일의병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개인적으로 활동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치 상황의 변화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지금 국내 정치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종교단체의 정치 개입입니다. 종교인이 개인적으로 정치 활동에 힘을 쏟으면 문제 되지 않았을텐데, 해당 종교 지도층의 명령으로 정치에 개입해서 문제가 된 겁니다. 제가 보기에 여러분이 아직 이런 부분까지 고려하면서 사물을 보는 눈은 부족해 보입니다. 통일의병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정치에 참여하고 싶은 여러분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통일의병을 시작할 때부터 국내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활동한다는 원칙을 갖고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만약 우리가 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국내의 다른 NGO 단체나 정치적 단체의 위상과 다른 역할을 해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통일의병 역할을 할 때 여러분이 대외적으로 좀 잘난 척하고 싶은 관점을 갖고 있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의병의 역할은 아닙니다. 우리는 통일의병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그저 해야 할 역할을 할 뿐입니다. 우리의 활동으로 어떤 성과가 있다면 그 공은 국민에게 돌리고, 우리는 우리의 역할만 꾸준히 한다는 관점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이런 관점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 시간 동안 네 명이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12시가 되어 대화를 마치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1부 프로그램을 모두 마쳤습니다.
“통일, 의병! 의병! 의병!”

점심 식사를 한 후 통일의병들은 2부 총회와 3부 감사와 다짐의 시간을 오후 내내 가졌습니다. 스님은 3층 설법전으로 이동하여 오후 2시부터 정토회 서원행자 수계식에 참석했습니다.

오늘 수계를 받게 될 대중은 서원행자 교육과 자격 심사를 모두 통과한 28명의 대중입니다. 다 함께 예불과 반야심경 봉독을 한 후 수계 법사인 법륜스님에게 청법가로 법을 청했습니다.

수계 대중이 삼배의 예로 법을 청하자 스님은 수계식의 유래와 오계와 팔계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목 디스크로 인해 어깨와 팔에 통증이 심해서 고개를 숙인 채 법문을 했습니다.

“오늘 정토회에서는 그동안 발심행자로 꾸준히 정진해 온 사람 중에서 대중의 모범이 되는 분들에게 서원행자 수계식을 하는 날입니다. 서원행자는 앞으로 대중의 지도자 역할을 하게 될 사람들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타인의 괴로움을 덜어주거나 타인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져야 할 자세는, 소극적으로는 남을 해치지 않고, 남에게 손해 끼치지 않고, 남을 괴롭히지 않아야 합니다. 적극적으로는 다른 이를 살리고, 다른 이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고, 다른 이를 기쁘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정토행자 가운데서 대중의 리더가 되는 서원행자가 가져야 할 기본자세입니다.
범부 중생은 어리석어서 나를 위해 타인을 해치는데 그것이 결국 자기도 해치게 됩니다. 내 이익을 위해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게 되는데, 그것이 되돌아와서 나에게 큰 손해를 끼치게 되는 것입니다. 나의 기쁨을 위해서 타인에게 괴롭힘을 주고, 그것이 나에게 되돌아와서 나에게 괴로움이 되는 겁니다. 이렇게 남을 괴롭혀서 결국 나도 손해를 입고 괴로움에 빠지는 사람들을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해서 ‘범부 중생’이라고 부릅니다.

범부 중생이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그것이 행동이든 말이든 적어도 남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고, 남에게 손해 끼쳐서는 안 되고, 남에게 괴로움을 줘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나쁜 과보가 나에게 돌아오지 않도록 악업을 쌓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이 수행자의 첫걸음입니다. 첫째, 남을 해치지 말아야 합니다. 즉,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말아야 합니다. 즉, 타인의 동의 없이 남의 재물을 뺏거나 훔치거나 가져가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남을 괴롭히지 말아야 합니다. 즉, 타인의 동의 없이 내가 좋다고 상대를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하거나 성희롱하지 말아야 합니다. 넷째, 이 세 가지를 행동으로도 하지 말아야 할 뿐만 아니라 말로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이 수행자가 지켜야 할 최소의 요건입니다.
그런데 이것만 하게 되면 산에 있는 바위나 나무나 짐승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것도 안 하면 그런 뭇 짐승들보다도 못하기 때문에 범부 중생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발심행자의 계율을 지킨다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삶,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삶, 자립하는 삶을 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원행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합니다. 보다 적극적인 행동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게 아니라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주는 것입니다. 남에게 손해 끼치는 것을 넘어서서 가난한 자를 위해서 베풀고, 배고픈 사람은 밥 먹게 하고, 병든 사람은 치료해 주고, 고통받는 사람은 돌봐주는 것입니다. 남을 괴롭히지 않는 것에 머물지 않고 그를 기쁘게 하는 것입니다. 행동으로 뿐만 아니라 말로도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대승 수행자란 소승과 대승이 따로 있는 대승이 아닌 소승을 포함한 대승을 행하는 자입니다. 그래서 대승 수행자는 남을 해치지 않고 남을 적극적으로 살리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남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남을 괴롭히지 않고 남이 기뻐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서원행자가 가져야 할 기본자세입니다.

발심행자가 남을 해치지 않고, 남에게 손해 끼치지 않고, 남을 말로도 괴롭히지 않고, 술 먹고 취해서도 남을 괴롭히지 않는 기본 계율을 지키는 사람이라면, 서원행자는 그런 바탕 위에서 내가 아무리 돈이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검소하게 살고 남는 것을 어려운 사람을 위해 베푸는 사람입니다. 내가 아무리 신분이나 지위가 높다고 하더라도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여 그 덕을 어려운 사람에게 베푸는 사람입니다. 사람이 돈이 생기면 사치하기가 쉽고, 좋은 옷을 사거나 좋은 집을 짓거나 패물을 사거나 해서 꾸미기 쉽습니다. 그러나 서원행자는 대중의 존경을 받아야 하므로 사치하지 않고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세 가지 계율이 덧붙여 있는 것입니다.
당시에 사람들은 자기를 꾸밀 때 주로 꽃으로 장식하거나 향을 발라서 향수를 뿌리는 방식으로 가꾸었습니다. 그래서 ‘꽃다발을 쓰거나 향을 바르지 말라’ 하는 것은 ‘사치하지 말라’는 겁니다. 검소하게 살라는 의미입니다. 또 ‘높은 평상에 앉지 말라’는 것은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게 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수행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마음이 괴롭거나 들떠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마음이 들뜨는 즐거움, 즉 노래하고 춤추며 ‘기분이다!’ 하고 소리치는 이런 쾌락을 추구하지 말아야 합니다. 항상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재가 수행자로서 대중의 모범이 되는 법사가 되려면 이 세 가지를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세속에 살다 보면 형편이 될 때 사치품을 사고, 비싼 화장품을 쓰고, 비싼 명품을 사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서원행자가 되면 깨끗하고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이 말은 ‘가난하게 살아라’, ‘지저분하게 살아라’ 하는 뜻이 아닙니다. 어떤 물건으로 치장해서 나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과 수행력으로 나를 세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검소한 삶, 겸손한 자세, 들뜨지 않는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대중의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대중의 리더가 되려면 대중의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서원행자 수계를 받는 여러분은 이 부분을 꼭 명심하셔야 합니다.
정토회는 이 8계를 가지고 세분화해서 40 계본을 만들었습니다. 발심행자를 위해서는 5계를 현실에 맞게 세분화해서 18계를 만든 것이고, 서원행자를 위해서는 8계를 세분화해서 40계를 만든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서원행자가 되시는 여러분은 40 계본을 잘 숙지하시고, 그 안에 담긴 계율의 정신을 삶 속에서 실천하시기를 바랍니다.
기후 위기 시대, 갈등과 분쟁이 격화되는 시대에 검소하게 살아 타인에게 나눌 줄 알고, 겸손하게 살아서 세상 사람들을 사랑하고 연민할 줄 알고, 흥분하고 들뜨지 않아서 항상 스스로 고요함을 유지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대중이 원하면 지회장도 될 수 있고, 지부장도 될 수 있고, 팀장도 국장도 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대중이 원하면 법사도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바로 그런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서원행자가 되는 것입니다.

첫째, 대중의 지도자는 대중이 갖는 각각의 특성을 알아야 하고, 둘째, 그 특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특성을 살려서 대중이 어떤 일이든 잘할 수 있도록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조율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대중이 역할을 잘할 수 있게 돕는 데서 지도자의 역할이 드러납니다. 특히 내가 대중의 모범이 될 때, 그런 일은 훨씬 수월해집니다. 지회장이나 지부장이 되면 많은 정토회 회원들을 관리해야 합니다. 그들이 하는 일을 지원하고, 그들의 수행도 관찰해야 합니다. 수행과 관련된 문제는 법사님과 의논해서 해결하겠지만, 서원행자는 혼자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타인들이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서원행자가 된 뒤에 개인 수행을 게을리하면 발심행자로서의 자격도 부족해지고, 또 대중을 이익 되게 하지 못한다면 서원행자의 자격 또한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정토회 임원으로서 앞으로 정토회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적인 사람들입니다. 지부장, 지회장, 사무국장 등 모두 서원행자가 맡는 역할이기 때문에 서원행자는 정토회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정토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오늘 수계를 받고 서원행자가 되었다고 해서 이런 역할을 당장 내일부터 맡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가까운 미래에 이런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정진을 꾸준히 해서 대중을 조화롭고 화목하게 만드는 역할을 겸허히 잘 해내야 합니다.
우리는 보통 나는 잘하지만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는 서툴거나, 반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시키는 것은 잘하는 데 정작 자신은 실천하지 않아 대중의 반발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내가 계율을 지키고 수행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서원행자가 되면 그 바탕 위에 타인을 돕고 다른 사람을 거느리는 역할까지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수계자들은 계율을 울타리 삼아 자신을 정화해 나갈 것을 다짐했습니다.

스님의 법문이 끝나자 모두 무릎을 꿇고 자리에 앉아 호궤 합장 자세를 하고 법사님들로부터 연비를 받고 참회를 했습니다. 따끔한 찰나에 모든 죄업이 사라지기를 발원했습니다.

“저희 수계제자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옵니다.
한량없는 옛적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부처님 법을 알기 전에 이미 지었던
살생과 투도와 사음 등 몸의 세 가지 죄업이 한량없을 것이 온대,
이제 저희는 몸과 말과 생각을 가다듬어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겠나이다.”
참회와 연비를 마친 대중은 이제 서원행자가 되어 계율을 청정히 지키는 삶을 살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부처님 앞에 나아가 한 사람씩 꽃을 헌화하며 다시 한번 계율을 청정히 지킬 것을 다짐했습니다.




스님은 수계를 받은 대중을 위해 축원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축원 기도가 끝나고 수계첩을 수여했습니다.


수계 대중은 바른 길로 인도해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스님에게 꽃을 선물하고 삼배를 올렸습니다.

이어서 법사단 단장인 선주법사님이 수계 대중을 환영하는 영접사를 해주었습니다.

“서원행자가 되신 스물여덟 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정토회에서 서원행자가 되어 계를 받는다는 것은 수행공동체 정토회의 주인이자 리더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정진과 적극적인 활동을 기대합니다. 인류의 위기를 극복하고 정토세상을 이 땅에 구현할 때까지 서로 화합하고 함께 정진하고 실천하는 도반이 되어주실 것을 간절히 바랍니다.”

사홍서원으로 수계 법회를 마친 후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개인은 행복하고 세상은 평화로운 정토세상을 만들겠다고 서원한 28명의 서원행자가 새로 탄생했습니다.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수계 대중은 2부 프로그램을 이어나갔습니다. 2부에서는 한 명 한 명의 수계자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수행담 발표를 듣고 난 후 지부별로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스님은 결혼식 주례를 하기 위해 서울 중구 신라호텔로 향했습니다. 얼마 전 배우 김우빈 님이 스님을 찾아와 결혼식 주례를 요청했습니다. 김우빈 님은 2017년 비인두암 투병 당시 스님과의 상담을 통해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고, 배우 신민아 님도 옆에서 간병을 하는 과정에서 스님의 위로가 큰 힘이 되었던 인연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결혼에 앞서 스님이 설립한 평화인권난민지원센터인 ‘좋은벗들’을 비롯하여 여러 다른 기관에 3억 원을 기부하여 나눔을 실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인연이 있기에 스님도 흔쾌히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저녁 7시, 신라호텔에 도착하자 결혼식장은 하객 면면만으로도 시상식을 연상케 할 정도였습니다. 방탄소년단 뷔를 비롯해 공효진, 류준열, 김태리, 엄정화, 배정남, 유해진, 김의성, 고두심, 남주혁, 박경림, 안보현, 이세영, 이병헌, 윤경호, 나영석 PD, 김은숙 작가, 노희경 작가 등 영화와 드라마, 예능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사회는 김우빈 님과 각별한 우정을 쌓아 온 배우 이광수 님이 맡았습니다.
주례를 맡은 스님이 무대에 먼저 오른 후 웨딩 마치가 울리는 가운데 신랑과 신부가 입장했습니다. 두 사람은 결혼 서약을 나눈 뒤 성혼이 선언되자 두 사람은 스님께 주례사를 청했습니다. 나란히 선 두 사람을 바라보며 스님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차분히 일러주었습니다.
“먼저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저는 두 분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습니다. 민아 양은 마음이 따뜻하고 착해서 10여 년 전부터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 일에 꾸준히 후원을 해왔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온 이탈주민들의 애환을 덜어주는 일에 많은 지원을 했습니다. 이탈주민과 함께 온 아이들은 한국 사회에 적응을 못 해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일들이 빈번한데, 그 아이들을 방과 후에 돌보는 프로그램에 늘 후원을 해오셨습니다. 우빈 군은 한때 건강이 좋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민아 양이 공양미를 머리에 이고 경주 남산 관세음보살 앞에 가서 종교를 넘어서서 함께 기도를 했습니다. 그 후 우빈 군이 다시 건강을 되찾고 오늘 이 자리에서 두 분이 손잡고 함께 일생을 살아가겠다며 결혼을 약속하게 된 것은 정말 깊은 인연의 결과입니다.
그러나 같이 산다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늘 오늘과 같은 마음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살다 보면 견해가 다름이 생기고, 그로 인해서 갈등이 생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을 하면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기 때문에 서로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결혼의 좋음도 있지만 결혼이 개인의 자유를 속박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결혼한 부부가 서로 의지하는 따뜻함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매우 존중하는 게 필요합니다.
반쪽과 반쪽이 모여서 온 쪽이 되는 그런 결혼은 둥근달이 되어도 가운데 금이 있습니다. 그러나 온 쪽과 온 쪽이 만나서 둥근달이 되면 가운데 금이 없습니다. 그래서 온전하게 결합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다가 설령 어떤 이유로 헤어짐이 온다 하더라도 반쪽을 잃어버려서 겪는 고통 없이 스스로 온 쪽이 되어 설 수 있는 그런 두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결혼이 속박이 아니라 서로를 더 자유롭게 만드는 결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을 좋아함이라고 생각하는데, 좋아함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욕망일 때가 많습니다. 좋아함이 식으면 싫어함이나 미움으로 바뀔 수가 있습니다. 방금 전에 우빈 군이 서약에서 얘기했듯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아무리 결혼한 부부라 하더라도 생각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고, 믿음이 다르고, 견해가 다를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는 것을 ‘존중’이라고 말합니다. 즉, 상대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 ‘아내 입장에서는 그럴 수가 있겠다’, ‘남편 입장에서는 그럴 수가 있겠다’ 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해가 동반되지 않는 사랑은 때로는 폭력으로 바뀔 수가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자식에게는 그것이 엄청난 고통이 될 때가 많잖아요. 그래서 항상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에 바탕을 둔 사랑을 해야 합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존중과 상대에 대한 이해, 이 두 가지를 꼭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아내로서의 책임, 남편으로서의 책임뿐만 아니라 두 분은 우리 사회에서 국민의 사랑을 받는 널리 알려진 분들입니다. 그래서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갈등이 생기면 두 사람 개인의 문제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이 갖고 있는 명예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남편으로서의 책임, 존경하는 남편에 대한 아내로서의 책임뿐만 아니라 두 분은 많은 국민들이 여러분을 사랑하는 만큼 거기에 어긋나지 않도록 살아가는 사회적 책임을 가지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첫째, 결혼이 속박이 아니라 더 높은 자유로 나아가는 길이 되려면 서로 의지하면서도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둘째,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해야말로 진정한 사랑입니다. 셋째, 아내로서의 책임, 남편으로서의 책임뿐만 아니라 자녀가 생긴다면 부모로서의 책임을 가져야 하고, 또한 두 분은 우리 사회에서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랑에 어긋나지 않는 사회적인 책임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점을 늘 명심하고 산다면, 오늘의 이 좋음이 앞으로도 내내 더 좋음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다시 한번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두 사람은 스님의 주례사를 가슴에 새겼습니다. 참석한 하객들 모두가 큰 박수로 두 분의 결혼을 축하했습니다.
결혼식장을 나온 스님은 조문을 하기 위해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이금림 작가의 남편인 김춘섭 전남대 명예교수가 별세를 했다고 하여 밤늦게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이금림 작가는 방송문화예술인들의 마음공부 모임인 길벗이 생길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셨고 오랫동안 정토회를 후원해 주고 계신 분입니다. 스님은 작가님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밤 11시가 되어 정토회관에 돌아온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전 세계 정토담마스쿨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즉문즉설 시간을 가진 후 정토불교대학 학생들과 온라인 즉문즉설 시간을 갖고, 오후에는 서울 봉은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유엔 세계명상의날 기념행사 및 한국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정토사회문화회관 3층 설법전에서 온라인 생중계로 세계 명상의 날 기념 15분 명상 법회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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