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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구미 도리사와 아도모례원을 방문하고, 서울로 이동해 내년도 일정을 논의했습니다.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치고 아침 식사를 한 후 오전 9시 10분, 두북수련원을 출발해 구미로 향했습니다.

약 두 시간을 달려 오전 11시, 구미 도리사에 도착했습니다. 도리사는 신라 시대 아도 화상이 창건한 사찰로, 한반도에 불교가 전래된 시원을 상징하는 유서 깊은 도량입니다. 먼저 법당에 들러 참배를 한 후 도리사 회주 법등 스님께 인사를 드리고 수경 스님과 함께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이후 불교 전래 성지 가꾸기를 비롯해 한국 불교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한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12시가 넘어 공양간으로 자리를 옮겨 점심 공양을 했습니다. 도리사를 찾아온 분들과 점심 공양을 준비해 주신 분들의 요청으로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 오후 12시 50분, 도리사를 출발해 수경 스님과 함께 아도모례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아도모례원은 아도 화상이 신라에 처음 불교를 전한 곳으로 알려진 신라불교 초전 법륜 성지입니다. 정토회는 아도 화상의 수행 정신을 계승하고자 이곳을 정비하고 가꾸는 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스님은 수경 스님과 함께 아도모례원 곳곳을 둘러보고 이곳을 어떻게 성지로 가꾸어 나갈지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이어서 수경 스님과 차를 마시며 수행자의 삶과 죽음, 그리고 한국 불교의 현실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 끝에는 내년에 정토회에서 주관하는 세계 명상 심포지엄에 관한 이야기도 오갔습니다.


오후 2시 40분, 수경 스님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아도모례원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차에서 잠시 눈을 붙인 사이 해가 저물었습니다.


세 시간을 달려 오후 5시 20분이 되어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6시부터는 온라인으로 2026년 일정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각 단위 책임자와 함께 내년 계획을 점검하고 일정을 조율했습니다.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가능하면 제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일정을 잡아봅시다.”(웃음)

그러나 스님이 참석해야 할 행사들은 여전히 많았습니다. 일 년 치 일정을 조율하다 보니 회의가 길어졌습니다. 밤 9시가 되어서야 회의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내일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에 참석하고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송년 법회를 한 후 오후에는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1월 18일 고양시에서 열린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해 드립니다.
“저희 부부는 올해 결혼 20년 차입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남편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마음을 다칠 때가 있습니다. 그냥 참기엔 아이들도 아직 어려서, 남편의 변화가 간절합니다. 오늘도 남편에게 이 자리에 함께 가보자고 했지만 싫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남편이 변하기를 바라며 문자도 보내보고, 편지도 써보고, 스님 법문도 틈틈이 공유했지만, 변화는 쉽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남은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하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얼마 전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만날까 하고 온 세상이 궁금해했습니다. 트럼프가 은연중에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여러 번 비췄기 때문이죠.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이 가장 가난한 나라의 지도자에게 구애하는 모습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그런데 결국 만나지 못했습니다. 세계 최강의 권력자도 자기 뜻대로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질문자는 남편을 자기 뜻대로 바꾸려고 하네요.”
“저는 그냥 대화를 하고 싶어요.”
“트럼프도 대화하고 싶었지만, 상대가 응하지 않았잖아요.”
“그러면 저도 협상을 해야 할까요?” (웃음)
“만나야 협상도 할 수 있죠. 안 만나주잖아요. 질문자는 그래도 남편을 만나기는 하잖아요. 다만 대화가 잘 안될 뿐이죠. 질문자가 오늘 강연을 들으러 가자고 하거나 문자나 편지를 쓴 일들은 사실 순수한 마음에서 한 행동이 아닙니다. 속뜻은 ‘당신이 문제니까 고쳐라.’인 거예요. 관심은 오직 ‘남편이 바뀌어야 한다.’에만 쏠려 있습니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요? 만나면 ‘비핵화하라.’라고 요구할 게 뻔하기 때문에 김정은은 만날 생각이 없는 겁니다. 이처럼 질문자도 남편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니, 남편은 ‘나는 바꿀 게 없다’라고 느끼는 거예요. 본인은 문제가 없다는데, 왜 질문자가 있다고 하는 거예요?”
“아이들도 남편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아이들이 질문자의 영향을 받은 거예요. 질문자는 남편을 어떻게든 바꾸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잖아요. 싸워서든 달래서든 스님 강의를 듣게 해서든, 온 관심이 거기에만 쏠려 있습니다. 반면 남편은 질문자와 대화를 해봐야 ‘결국 나보고 바꾸라는 거구나.’ 하고 아니까 대화 자체를 피하는 겁니다.”
“그래도 저는 불만이 있으면 말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묻거든요. 그런데 없다고 하면서도 표정을 보면 뭔가 있는 것 같아요.”
“당연히 있겠죠. 하지만 말하면 질문자가 가만있지 않을 걸 아니까 안 하는 겁니다. 옛날 군대에서 높은 사람이 병사들에게 ‘어려운 점 있으면 말해라.’ 하고 소원 수리를 쓰라 해도, 누구도 안 써냈습니다. 겉으로는 ‘편하게 말해라.’ 해도, 실제로 말하면 문제로 돌아오니까 안 쓰는 거예요. 20년을 함께 살았으면, 서로 이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알 겁니다. 그래서 남편은 절대로 대화하려 하지 않는 거예요. 이 문제를 풀려면 남편에게 바뀌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내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나부터 바꿔야 해요. 그런데 막상 ‘내가 뭘 바꿔야 하지?’ 하면 대부분 모릅니다. 스스로는 별문제가 없어 보이니까요. 남편도 자기가 뭐가 문제인지 몰라요. 오늘 확실히 아는 건 질문자가 ‘남편이 변해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편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요구를 하지 말아보세요.”
“그럼 같이 변화해야 할까요?”
“‘같이’라는 말도 결국 ‘당신이 변해야 한다.’라는 뜻이에요. ‘나도 바뀔 테니까 너도 바꿔라.’ 하면서 거래하는 겁니다. 질문자는 ‘남편만 바꿔라.’ 하다가, 스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당신이 바뀌면 나도 바뀔게요.’라고 말하는 거죠. 요구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바꿀 수 있으면 그냥 내가 알아서 바뀌면 됩니다. 상대에게는 일절 요구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면 제가 계속 노력하면 언젠가는 남편이 변할까요?”
“노력할 것 없이 그냥 놔두라니까요. 남편이 지금 질문자와 안 살겠다고 하나요?”
“아니요. 절대 살죠.”
“‘절대’라며 너무 확신해도 안 돼요. 그러다 어느 날 남편이 없어질 수가 있어요. (웃음) 질문자가 모르는 범위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남편이 바람을 피우거나 하진 않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술 마시고 돈을 함부로 쓰거나 하진 않나요?”
“아니요. 성실하고 가정적인데 다만 말을 좀 안 예쁘게 합니다.”
“주로 어떻게 말하는데요?”
“예를 들어 오랜만에 집에 들어와 밥을 먹는데, 꽃게탕을 끓여놨더니 ‘왜 이렇게 간이 안 맞아?’ 이렇게 말합니다.”
“간이 안 맞는 걸 간이 안 맞다고 하지, 어떻게 얘기해야 해요?”
“제가 ‘소금을 줄까?’ 하면, ‘너희들은 괜찮아?’하고 아이들에게 되묻기도 합니다.”
“그게 왜 문제죠?”
“또 얼마 전에는 결혼기념일이라고 커피 쿠폰이 생겨서 남편에게 차 한잔하러 가자고 했더니 ‘내가 왜?’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남편과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사람인 건가?’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글플 일이 아니에요. 질문자야말로 별일 아닌데 갑자기 차 마시러 가자고 한 거잖아요. 얘기 들어보니 질문자 남편이 저와 비슷한 점이 있네요. 간이 안 맞으면 간이 안 맞다고 해야죠. 저는 밥이 설익으면 체해서 밥에 민감합니다. 그래서 밥을 푹 익혀달라고 하면 ‘스님은 진밥을 좋아한다.’라고 소문이 나요. (웃음) 그래서 가끔 밥을 질게 해서는 안 익힌 밥을 가져오기도 해요. 저는 뜸을 좀 더 들여달라는 뜻이거든요. 대신 다른 반찬에는 신경을 안 써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게 제일 까다롭다고 말해요. 그런데 저는 스스로 음식에 까다롭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요구 조건은 단 하나, 밥만 좀 뜸 들여 달라는 거예요.
요즘은 김밥이든 볶음밥이든 전체적으로 밥을 꼬들꼬들하게 먹는 추세라, 제가 밥을 잘 못 먹을 때도 있습니다. 식사할 때 밥이 꼬들꼬들하면, 밥은 그냥 두고 반찬만 몇 젓가락 먹고 나옵니다. 그런데도 밥을 맞춰주지를 않아요. 제 요구는 정말 간단합니다. 밥만 좀 뜸 들여주면 되는 거예요. 제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얼마나 일을 많이 합니까? 이렇게 바쁘게 다니는데, 밥 좀 뜸 들여주는 게 안 되나요? (웃음) 하지만 세상은 그것조차 잘 안되죠. 질문자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조금 더 살갑게 지내고 싶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남편이 어느 지역 출신이에요?”
“전라도입니다.”
“전라도 사람들은 살가운 편인데, 핏줄로 따지면 경상도 아닐까요?” (웃음)
“사람은 살면서 학습하기도 하잖아요. 저도 학습이 돼서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대화로 잘 풀고 싶은데, 남편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요. 남편의 성향이 한국 사람 특성처럼 느껴지니, 자꾸 화가 납니다.”
“그래서 남편 문제가 아니라 질문자 문제라는 겁니다. 본인이 한국 사람 특성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물론 저도 그런 성향이 있겠죠.”

“질문자도 그런 성향이 있는 게 아니라 질문자의 문제인 거예요. ‘도’자는 왜 붙입니까? (웃음) 남편은 그냥 음식 간이 안 맞는다고 말한 것뿐이에요. 옆에 아이들이 있으니까 ‘너희들은 괜찮니?’ 하고 물어본 거고요. 밥을 먹으면서 ‘밥에 뜸이 안 들었네, 다시 한번 끓여오면 안 될까?’ 하는 것처럼, 아무리 정성 들여도 안 맞는 건 안 맞는 거예요. 그런데 그 말투를 시비해서 문제라고 느끼니, 얘기할수록 누가 문제 같나요? (웃음)
그리고 커피 쿠폰이 생겨서 ‘여보, 쿠폰 생겼는데 커피 한잔할까?’라고 물을 수는 있어요. 남편이 ‘그래, 같이 가자.’ 하면 좋죠. 그런데 남편 입장에서는 ‘집에서 마시면 되지, 거길 왜 가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는 이런 이유로 이혼한 분이 있습니다. 그 여자분은 비 오는 날 통유리 창이 있는 호텔 커피숍에서 내리는 비를 보며 커피를 마시는 게 로망이었대요. 그런데 남편은 한국 최고의 대학을 나오고, 좋은 회사에 다니고, 시간 되면 정확하게 출퇴근하는 성실한 사람이었어요. 비 오는 날 ‘여보, 커피 한잔하러 나가요.’ 하면 남편은 ‘비 오는 데 집에서 마시면 되지, 왜 비싼 호텔에 가?’ 이렇게 말한다는 거예요. 이런 점이 안 맞아서 못 살겠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은 ‘그런 성실한 남자가 뭐가 문제냐’며 미쳤다고 했죠. 경상도 말로는 ‘호강에 받쳐 요강 깬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이혼했고, 나이가 여덟 살 정도 많은 남자를 만났어요. 비 오는 날 같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남자였어요. (웃음)
주변에서 정신 나갔다고 할지 몰라도, 사람 성향이 그런 걸 어떡하겠어요. 그런 것처럼 질문자가 낭만을 즐기고 싶은 성향은 이해가 되지만, 그런 걸 맞춰주는 남자라면 바람피울 확률이 높고, 돈을 허투루 쓸 확률이 높고 늦게 들어올 확률도 높습니다. 그러니 조금 맞춰주지만 사고도 치는 사람이 나을까요, 아니면 조금 못 맞추더라도 지금처럼 성실한 사람이 나을까요?"
“지금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요?”
“네, 잘 알겠습니다.”
“남편은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이에요. 다만 질문자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지 않을 뿐이에요. 그것이 나쁘거나 고쳐야 할 문제는 아니라는 거예요. 이를테면 일요일에 성당에 가자고 했을 때 성당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은 아니듯이 말이에요. 질문자가 남편과 타협해서 고치려거나, 협박이나 유혹해서 고치려는 생각 자체를 안 해야 합니다. 남편이 또 음식 간이 안 맞다고 하면, ‘아, 간이 안 맞는구나!’ 하고 소금을 가져다주면 돼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질문자가 차 한잔 마시러 가자고 했는데 남편이 ‘거길 왜 가?’하면, ‘그럼 같이 갈 다른 남자를 찾아봐야겠네.’ 하고 유머 있게 받아넘기세요. 남편이 ‘결혼했는데 무슨 연애야?’ 하면, ‘이게 무슨 결혼 생활이에요? 그냥 합숙하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유머로 넘기는 것도 필요합니다.”
“유머 감각을 키워보겠습니다. 오늘 강연의 핵심은 유머인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유머 감각을 키우면 세상이 조금 더 밝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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