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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필리핀 민다나오를 방문한 지 3일째 되는 날입니다. 오늘은 돈카를로스 군의 원주민 마을에 있는 데겝뎁 학교 준공식과 카딩일란에 있는 특수교육(SPED) 학교 준공식을 했습니다.

스님과 JTS 방문단은 오전 7시 30분에 발렌시아를 출발해 준공식이 열리는 돈카를로스(Don Carlos) 군의 데겝뎁(Degebdeb) 마을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출발 시간이 많이 늦어져서 모두가 한결 여유로운 얼굴이었습니다.

버스가 출발하자 향훈 법사님이 오늘 준공식을 하는 데겝뎁 학교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돈카를로스 데겝뎁 초등학교는 올해 JTS가 지은 학교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학교입니다. 정규 교실이 네 칸이지만, 네 칸을 다시 분할해서 일곱 칸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올해 5월에 민다나오 전역에서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그때까지 군청에서 예산 집행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를 예상해서 2월에 협약식을 미리 체결해 두었으나 결국 선거 뒤로 연기가 되었고, 7월이 되어서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주까지 아주 바쁘게 야근을 하면서 공사를 끝낼 수가 있었습니다. 군청에서 진입로까지 보수를 해준 상태입니다. 그러나 버스가 들어가기는 어려워서 트럭과 사륜구동 차로 갈아탄 후 학교로 이동하겠습니다.”

이동하는 중에 길가 식당에 내려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8시 20분에 다시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버스로 40분을 이동하자 비포장 도로가 나타났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버스가 이동할 수 없어서 트럭과 사륜구동 차로 갈아타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김홍신 작가님에게 운전석 옆자리를 양보한 후 트럭 뒷칸에 탑승했습니다. 열다섯 명이 옹기종기 앉은 채 탑승을 완료하자 트럭이 비포장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곳곳에 길이 파여서 덜컹거릴 때마다 손잡이를 꼭 잡았습니다. 좁은 길 양쪽으로 넓은 사탕수수 밭이 펼쳐졌습니다.


오전 9시 20분에 드디어 데겝뎁 초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교육청 관계자들과 교사들이 곳곳에서 정성껏 행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학교 전체를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교실은 정규 교실 4칸 중 3칸을 2개로 분할하여 총 7개의 교실이 만들어졌습니다. 크고 넓은 교실이 새로 지어져서 모두가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교실 안으로 들어가 보려고 했으나 페인트가 아직 마르지 않아 접근할 수가 없었습니다. 준공식을 하기 위해 어제까지 많은 사람들이 애를 썼다고 합니다.


잠시 후 교육감과 군수가 도착하자 오전 10시에 준공식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JTS 방문단과 군청, 교육청 관계자들이 모두 한 줄로 서서 리본 커팅식과 제막식을 했습니다.
"원, 투, 쓰리!"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은 크게 환호하며 기뻐했습니다.

이어서 필리핀 국가와 애국가를 함께 불렀습니다.


먼저 마을 이장님이 JTS 방문단을 환영하는 인사말을 한 후 필리핀JTS 노재국 대표가 경과보고를 했습니다.

이번 데겝뎁 학교 건립을 위해 JTS는 건축 자재를 지원하고, 지방 정부(LGU)는 인력 제공과 현장 모니터링을 담당하며 적극적으로 협력했습니다. 이러한 공동 노력 덕분에 학교 건물을 정해진 기간 내에 완공할 수 있었습니다. 노재국 대표는 공사에 참여한 기술자, 학교장, 다투, 원주민 교육 담당관에게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어서 학생들이 축하 공연을 했습니다. 데겝뎁 마을은 마노브 부족의 전통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데겝뎁’이라는 마을 이름도 말발굽 소리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학생들 모두가 마노브 부족의 전통 옷을 입고, 전통 춤을 보여주었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가꾸고 수확하는 등 농사짓는 모습을 재미있는 춤사위로 표현했습니다. 주민들과 JTS 방문단은 큰 박수로 환호했습니다.


다음은 준공 증서 및 열쇠, 시계 전달식을 했습니다. 스님이 군수님에게 증서를 전달하고, 박지나 JTS 대표가 부키드논주 교육감에게 열쇠를 전달하고, 노재국 필리핀JTS 대표가 교장 선생님에게 시계를 전달했습니다.


박수를 치는 마을 주민들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다음은 스님이 축사를 했습니다.

“학생,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렇게 데겝뎁 초등학교가 훌륭하게 완공되어 오늘 준공식을 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많이 기쁘시죠?”
“YES!”

“이렇게 좋은 학교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은 여러 단체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JTS에서는 물자를 지원하였고, 돈 카를로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기술자를, 교육부에서는 선생님을 파견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세 단체가 힘을 합쳐 오늘의 결실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돈 카를로스 군수님께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힘을 모아 학교를 지은 것은 어린이 여러분이 더 좋은 환경과 조건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세 단체 말고도 이 학교를 짓는 데 특별한 기여를 해주신 분이 한 분 있습니다. 누구일까요? 그분은 바로 이 학교가 세워진 땅을 기증해 주신 분입니다. 잠시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큰 박수로 환영해 주십시오.”

마을을 이끌고 있는 부족장 다투가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바로 이런 분이 있어서 우리 어린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고, 지역 발전도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분은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앞으로 고등학교까지 지어질 수 있도록 넓은 땅을 기증했다고 합니다.”
스님은 다투에게 꽃목걸이를 걸어 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교육청과 선생님의 힘만으로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처럼 지방 자치 단체와 지역 유지, 그리고 JTS와 같은 외부의 지원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제대로 된 교육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학교 건물만 지어졌다고 해서 교육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안에서 선생님은 좋은 가르침을 학생에게 주어야 하고, 학생은 그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받아 배워야 합니다. 여러분이 이곳에서 배우고 성장한 경험은, 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 좋은 추억으로 남아 여러분의 삶에 든든한 기초가 될 것입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시골에서 자라 학교가 있는 먼 곳까지 걸어 다니며 공부했습니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오히려 그 경험이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학교에서 선생님들로부터 공부뿐 아니라 여러 새로운 것을 배웠던 기억은 지금도 참으로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선생님들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이 아이들이 자라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이곳 데겝뎁 초등학교에서 그런 좋은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다시 한 번 학교 준공을 축하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한 분 더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바로 이 학교 건립을 위해 애써 주신 미스터 제시(Mr. Jesse)입니다. 제시는 다물록 군의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은퇴한 뒤, JTS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여 이 학교가 잘 지어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리해 주셨습니다.”
스님은 제시를 무대 앞으로 불러내어 꽃목걸이를 걸어 준 후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제시뿐만 아니라 오늘 함께해 주신 공무원 여러분도 은퇴 후에 이런 의미 있는 일에 적극 참여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학부모, 학생들, 교사들 모두 기쁜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다음은 군수님이 답사를 했습니다.

“JTS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의 친절은 물질적 지원을 훨씬 넘어섭니다. 사랑하는 원주민 학생 여러분, 이 교실은 바로 여러분을 위한 공간입니다. 이제 더 이상 먼 길을 걸어 학교에 오지 않아도 됩니다. 여러분은 이 공동체의 심장이며 미래입니다. 이곳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정체성을 소중히 여기며, 한계 없이 꿈을 키워 가길 바랍니다.”
이어서 부키드논 주 교육감이 축사를 했습니다. 교육감은 JTS 방문단과 함께 모든 준공식 일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참으로 기쁜 날입니다. 아이들이 이 아름다운 교실을 갖게 되어 얼마나 기뻐하는지 얼굴에서 그대로 느껴집니다. JTS가 이곳에 와 주셔서 ‘교육은 모두의 책임’이라는 말을 현실로 만들어 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어서 다투이자 면장(시티오 리더)이 축사를 했습니다.

“이 학교는 우리 아이들과 가정에 큰 축복입니다. 우리는 이 교실을 소중히 관리하고, 교사들과 학교를 적극 지원하여 더 많은 아이들이 배움을 이어 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교장 선생님이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오늘은 단순히 건물을 인수하는 날이 아니라, 희망과 기회, 그리고 아이들의 더 밝은 미래를 함께 나누는 뜻깊은 날입니다.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이제 이 학교는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이 공간을 소중히 아끼고 잘 가꾸어, 다음 세대에게도 도움이 되는 배움의 터전으로 지켜 주기 바랍니다.”
준공식을 마친 후 다 함께 학교 앞마당으로 이동하여 기념식수를 했습니다. 삽으로 나무를 심으며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다 함께 기원했습니다.

축하의 분위기 속에서 새로 지은 학교 앞에 모두가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Thank you, JTS! 데겝뎁!"

이어서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공평하게 나눠 주기 위해 줄을 나란히 세웠습니다. 아이들은 과자를 받고 너무나 행복해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과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직접 농사지은 걸로 만든 음식들이 소박하게 나왔습니다.

모두가 다과를 드는 동안 스님은 기존에 학교로 사용하던 임시 건물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주민들이 손수 대나무로 지은 임시 건물이었습니다. 칠판과 낡은 책상 몇 개가 전부였습니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선생님들은 불편을 감수하며 아이들을 가르쳐 왔다고 합니다.


마침 아이들이 책상 위에 도시락을 펼쳐 놓고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아이를 칠판 앞으로 부른 후 칠판에 붙어 있는 글자를 읽어 보게 했습니다.
“이거 한번 읽어 보세요.”
아이는 스님의 질문에 곧잘 대답했습니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해준 후 다시 새로 지은 학교 앞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은 학교가 지어질 수 있도록 땅을 기증한 다투와 공사가 진행될 수 있게 많은 노력을 기울인 교육청 원주민 교육 담당관 에드윈 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다투는 현재 마을 주민들이 갖고 있는 고민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 지역에 델몬트를 비롯하여 거대 기업이 파인애플 농장을 확장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부족은 벌써 땅을 팔아 버릴 의향을 갖고 있는 상황이고, 우리 부족은 절대 땅을 팔지 않을 생각입니다.”
스님은 아주 잘했다고 칭찬하며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잘하셨어요. 땅을 팔아 버리면 결국 그 부족이 이 땅에서 쫓겨나 노동자가 되어 버립니다. 학교가 새로 생겨서 좋은 점도 많지만, 그로 인해 전통문화와 신앙을 잃어버릴 위험도 있습니다. 또한 외국에서 선교를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겁니다.”
에드윈 님은 스님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스님이 우려하는 바가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큰 기업이 침투해 들어와서 그들이 가르치고 보여주는 대로 영향을 받다 보니 갈등이 점점 커지는 상황입니다. 우리 부족은 땅, 공기, 하늘을 지키고 싶은데, 외부인들에 의해 그것들을 자꾸 잃게 되는 것 같아서 상당히 우려가 됩니다. 자연을 지키지 못하면 우리의 정체성도 사라집니다.”
스님은 에드윈 님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것도 JTS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첫째, 땅과 자연을 지켜야 되고, 둘째, 신앙을 지켜야 되고, 셋째, 문화를 지켜야 됩니다. 그럴 때 우리의 마음속에 자존감이 생겨납니다. 사실은 마음속에 자존감을 갖는 것이 건물을 짓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당신이 원주민 교육 담당관이니까 각 부족들의 정체성을 해치는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도래한 이유도 인간이 자연을 파괴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기독교, 불교, 이런 종교적인 구분보다도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대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짓는 것뿐만 아니라 원주민 부족이 전부 모여서 학교별로 전통 춤 경연 대회를 한다든지, 아이들이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연설하는 웅변대회를 열어서 시상을 한다든지, 이런 프로그램도 진행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예산 역시 JTS가 지원해 주겠습니다.”
원주민 교육 담당관인 에드윈 님이 스님의 말에 적극 공감하며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현재 원주민들의 정체성 교육을 하도록 지정된 학교가 267개가 있습니다. 제안하신 프로그램은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님께서 주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나무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거대 기업이 벌목을 엄청나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나무 한 그루에도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정신이 보존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싶습니다.”
“나무 심기 운동을 하고 싶다면 JTS가 나무를 지원해 주겠습니다. 만약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한 목적의 건물이 필요하다면 그것도 지원해 주겠습니다.”
스님의 답변을 듣고 에드윈 님은 아주 기뻐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안서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학교를 나왔습니다.


다시 트럭을 타고 비포장 도로를 달렸습니다. 이동하는 동안 스님은 JTS 활동가들에게도 학교 교육의 필요성과 부작용 사이에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

“학교를 새로 지어 주면 문맹 퇴치를 할 수 있다는 좋은 점도 많지만, 자칫 잘못해서 서구화된 교육이 스며들게 되면 전통문화와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위험도 생겨납니다. 아이들이 배우게 되니까 지식은 늘어나지만 자연과 노동의 소중함을 소홀히 여길 수도 있습니다. 이런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큰 과제입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비포장 도로가 끝나고 포장도로가 나왔습니다. 모두 트럭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탔습니다.

버스로 다시 30분을 이동하여 12시 50분에 카딩일란 중앙 초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JTS 방문단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다양한 장식들로 채워진 길을 걸어 본관 건물을 지나자 바로 옆에 새로 지은 장애인 특수학교(SPED)가 보였습니다. 본관 바로 옆에 나란히 특수학교를 지어 장애 아동들이 일반 학생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스님은 새로 지은 교실을 둘러본 후 교실 안에서 잠시 땀을 식혔습니다. 낮 기온이 33도까지 올라가자 가만히 있어도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잠시 후 교육감과 시장님이 도착하자 오후 1시 30분에 카딩일란 장애 아동 특수학교(SPED) 준공식을 시작했습니다. 참석한 내빈들이 앞으로 나와 리본을 자르고 제막식을 했습니다.
"원, 투, 쓰리"

카딩일란 시에도 드디어 장애 아동을 위한 특수학교가 생겼습니다.

이어서 학생들이 나와 수화를 하며 성가를 부른 후 필리핀 국가와 애국가를 함께 불렀습니다.


다음은 시장님이 JTS 방문단을 환영하는 인사말을 했습니다. 시장님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하고 활기차게 인사를 건넨 후 이야기를 이어 갔습니다.

“한국 친구인 JTS 여러분께 진심 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 교실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안전함을 느끼며 존중받을 수 있는 배움의 터전입니다. 특수 교육에 대한 투자는 능력의 차이와 상관없이 모든 아이가 양질의 교육 환경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중요한 약속입니다.
사랑하는 어린이 여러분, 이곳이 여러분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존중받으며, 자신의 가능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시장으로서 저는 앞으로도 포용적 교육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 번 드립니다.”
이어서 필리핀JTS 노재국 대표가 학교가 지어지기까지의 경과보고를 해주었습니다.

이번 카딩일란 SPED 특수 학교 건립을 위해 JTS는 건축 자재를 지원했고, 지방정부(LGU)는 인력을 제공하고 공사 현장을 지속적으로 감독하며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했습니다. 이 학교는 2025년 2월에 진행된 착공식을 시작으로 공사가 진행되었으며, 모두의 협력 덕분에 정해진 일정에 맞춰 건물이 완공될 수 있었습니다. 노재국 대표는 건물을 완공할 수 있게 애써 준 시장님 이하 공무원들과 프로젝트에 기여한 기술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어서 학생들이 앞으로 나와 축하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음은 스님이 시장님에게 준공 증서를 전달했습니다.

이어서 JTS 박지나 대표가 교육감에게 열쇠를 전달하고, 필리핀JTS 노재국 대표가 교장 선생님에게 교실마다 시계를 걸 수 있게 시계를 전달했습니다.

다음은 스님이 큰 박수를 받으며 앞으로 나와 축사를 했습니다.

“오늘 카딩일란 중앙초등학교(Kadingilan Central Elementary School) 내에 특수교육(SPED) 교실이 준공된 것을 여러분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축하드립니다. 학부모님, 그리고 학생 여러분, 기분이 좋으신가요?”
“YES!”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손짓 발짓으로 기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여러분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이 교실을 짓기 위해 애쓰신 많은 분들도 큰 보람을 느끼실 것 같습니다. 이 교실은 필리핀JTS, 카딩일란 지방 정부, 그리고 교육청이 함께 힘을 모아 지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협력하여 교실을 지은 이유는 어린이 여러분이 좀 더 편리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함입니다.

학부모 여러분,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을 낳을 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아이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조금이라도 장애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부모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겠습니까? 하지만 여러분의 신앙에 따르자면, 이 아이들은 어떤 잘못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주신 선물입니다. 그러나 부모 혼자 힘만으로는 아이들을 돌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이 아이들을 돌봐야 합니다. 이 아이들이 공부하려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금 더 많은 노력과 더 많은 가르침, 그리고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과정은 조금 어렵겠지만, 교육을 받게 되면 조금 전에 보셨듯이 아이들은 노래도 하고 춤도 추며 자신의 의사를 잘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 시각 장애가 있는 분이 공부하여 국회 의원이 되었고,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강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자랐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부모님들께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 아이들에게 각자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해주어야 합니다. 교육 당국에서도 아이들의 장애 특성에 맞춰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들을 훈련하여 배정해야 합니다. 또한 많은 교육 기자재도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이 아이들이 보통 아동들과 다름없이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갑시다.
현재 부키드논(Bukidnon) 주에서는 각 지자체마다 특수학교를 하나씩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교육감님께서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신 덕분입니다. 어떤 아이에게나 똑같이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특별히 장애 아동들의 교육을 위해 관심을 가져 주신 교육감님께 다시 한 번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모두가 교육감님에게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교육청의 연대 사업 담당관인 롤렌 님은 학교를 하나라도 더 짓기 위해 JTS를 설득하며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지난 몇 년 간 보여준 롤렌 님의 적극적인 도움과 지원에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의 의미로 롤렌 님에게 책을 한 권 선물하겠습니다.”
스님은 롤렌 님을 무대 앞으로 불러내어 영문 저서를 선물한 후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또한 원주민 교육을 위해 애써주신 에드윈 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스님은 에드윈 님도 무대 앞으로 불러내어 영문 저서를 선물했습니다.
“부키드논 교육청에 아이들을 위해 이토록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교육 공무원들이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린이 여러분, 많은 분들이 여러분을 위해 이렇게 사랑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심과 사랑 속에서 여러분이 잘 자라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특수교육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선생님들을 위해서도 박수 한번 부탁드립니다.”

모두가 선생님들을 향해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오늘 이 행사가 단순히 건물을 짓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이것을 계기로 우리가 힘을 합해 장애 아동들의 교육을 위해 계속 관심을 두고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지방 예산이 매우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특수학교를 위해 건축 예산을 편성해 주신 시장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학부모와 선생님들 모두 크게 환호하고 손뼉을 치며 기뻐했습니다.
스님의 축사를 듣고 나서 많은 현지 관계자들이 답사를 했습니다. 먼저 시장님이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카딩일란 지방 정부를 대표하여 JTS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동안 다른 지방 정부들이 JTS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을 느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JTS가 마침내 카딩일란을 찾아와 주셔서, 이곳의 특수교육 아동을 위한 뜻깊은 사업을 함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매우 감사드리며 큰 축복으로 생각합니다. 카딩일란 지방 정부는 앞으로도 JTS와의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진심으로 이어 가고자 합니다.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어서 부키드논 주 교육감이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그동안 선생님들은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했습니다. 아이들이 더 행복해지고, 선생님들이 보람을 느끼게 되면, 학부모님들 또한 가장 큰 안도와 기쁨을 느끼실 것입니다. 이제 부모님들께서 ‘우리 아이들이 안전할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제 훌륭한 교육 환경이 마련된 만큼, 우리 선생님들이 더 이상 해외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지 않아도 되기를 바랍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을 위해 마음껏 역량을 펼쳐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JTS와 지방 정부에 백 번 감사드립니다.”
이어서 면장님이 기쁜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렇게 귀한 사업을 선물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며, 그중 한 아이가 카딩일란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JTS 가족 여러분의 도움 덕분에 제 아이를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이제 더 좋은 환경에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모님들이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 역시 큰 기쁨을 느낍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학부모회 대표가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준공식을 마쳤습니다.

“한국의 후원자 여러분, 모든 아이의 가능성을 믿어 주시고 관대함을 베풀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공간은 특수교육 아이들을 격려하고 성장이 이루어지는 집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친절은 이 교실을 넘어 아이들의 삶에 깊이 남을 것입니다. 매 수업마다 그리고 아이들의 모든 성장 순간에 그 울림이 이어질 것입니다. 앞으로도 손을 맞잡고 더 밝고 포용적인 미래를 만들어 갑시다.”
다 함께 학교 앞마당으로 가서 기념식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 주었습니다.


이어서 학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학교 이름을 힘차게 불렀습니다.
"Thank you, JTS! 카딩일란!"

사진 촬영이 끝나고 아이들이 JTS 활동가들에게 다가와 직접 쓴 감사 편지를 수줍게 건넸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었습니다.

음식을 먹고 나서 선생님,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버스 창밖으로 JTS 방문단이 손을 흔들자 학생들도 '바이 바이'를 외쳤습니다.


오후 2시 50분에 카딩일란을 출발한 버스는 1시간 10분을 이동하여 오후 4시에 발렌시아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각자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뒤 해가 저물고 저녁 6시에 숙소 1층 식당에 모여 함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오늘 준공식을 참여하면서 느낀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저녁 8시부터는 필리핀JTS 활동가들과 간담회를 했습니다. 활동가들이 스님에게 삼배로 법문을 청하자 스님은 수고한 활동가들을 격려했습니다.

“올해는 학교를 15개나 짓느라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옛날 같으면 3년 동안 할 일을 1년 만에 완공했으니, 여러분들의 업무가 그만큼 가중된 면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활동하면서 의논하고 싶거나 개인적으로 고민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이어서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의문점에 대해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자유롭게 스님에게 묻고 싶은 것을 묻고, 건의사항도 이야기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손해 보고 싶지 않고 억울한 마음이 자주 든다며, 피해의식을 내려놓고 어떤 일이든 가볍게 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저는 피해의식이 있습니다. 문경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누군가가 공양 당번에서 배려를 받아 저보다 일을 조금 하는 모습을 볼 때 시기하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또한 청소나 울력처럼 함께하기로 정한 일이 있을 때, 빠지는 사람들이 있으면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막내라 이것저것 솔선수범해야 할 텐데, 그럴 때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하는 마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조금만 손해를 본다고 생각되어도 마음이 움츠러들고 몸이 멈추는 것 같습니다.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은데 업식이 쉽게 발동합니다. 그래서 힘들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고 때로는 괴롭습니다. 이런 피해의식을 어떻게 하면 멈출 수 있을까요? 솔선수범하는 사람들을 볼 때 부러운 마음이 들고 ‘나는 왜 저렇게 하지 못하지!’ 하며 자책할 때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피해의식을 멈추고 어떤 일이든 가볍게 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피해의식은 사실 극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가진 카르마 중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 중의 하나가 피해의식입니다. 어릴 때 경험한 피해의식이 인생을 살면서 늘 보이지 않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시비분별의 기초가 됩니다.
이것을 어느 정도 극복하려면 남을 쳐다보지 말고 살아야 합니다. 만약 질문자가 회사에 다니게 된다면, 다른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하든지 신경을 쓰지 않아야 합니다. 청소하기로 했으면 주어진 시간에 청소하고, 일하기로 했으면 일하고, 나에게 주어진 것과 정해진 일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질문자가 볼 때는 분명 저 사람이 주어진 시간에 제 할 일을 하지 않는 것 같겠지만 사실은 다른 사람이 보면 질문자도 정해진 일을 하지 않고, 시간도 안 지키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피해의식은 자기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보지 말아야 합니다. 그냥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정해진 대로 하고, 다른 사람이 일을 하든지 말든지 신경을 쓰지 않아야 합니다. 회사에서 ‘왜 저런 인간에게 월급을 주지?’ 하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건 회사의 사장이 알아서 할 일이지, 질문자가 관여할 일이 아니에요. 그 사람이 늦게 오든 말든, 일을 하든 말든, 회사의 사장이 판단할 일입니다. 그래도 그 사람이 회사 일에 이익이 되니까 그냥 놔두는 겁니다. 인사 결정은 사장의 권한이지 자기 일은 아니라는 관점을 가지고 바라봐야 합니다.
만약 공동체에서 산다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든 규칙은 자신에게만 적용해야 합니다. 남에게 적용하지 말고, 남과 비교하지도 말고, 오로지 내 할 일만 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남이 자기 일을 다 못해도 그건 그 사람의 일입니다. 내가 할 일을 다 못했으면 참회하는 마음을 내고, 오직 자기 자신만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교육 연수 사업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스님께서 앞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더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SPED(특수교육) 교사 연수를 미국의 정신과 의사와 연계해 진행하는 방법을 추진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육 연수 프로그램에 대해 스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저는 건물의 규모나 시설보다 실질적인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나무 아래에서도 할 수 있고, 움막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교육의 기회가 없는 것이 문제이지, 교사가 있고 배움의 기회만 주어진다면 장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도 교실이 없어서 대부분 이동 수업을 하며 배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시대인 만큼 ‘나무 밑에서 공부해도 된다.’는 말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학교 건물을 짓는 일이 필요해진 것입니다.
원래 JTS 사업의 핵심 목표는 학교 건축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기회가 없는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하니 ‘교실이 있어야 교사를 파견할 수 있다.’는 행정 원칙 때문에 학교를 짓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학교 건축을 위해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만약 천막만 설치해도 교사를 파견해 주겠다고 했다면 이렇게 학교를 짓지 않았을 것입니다. 초기에는 교실을 마련해도 교사가 제대로 파견되지 않아 어려움이 컸습니다. 결국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학교를 짓는 일이 중요한 사업이 되었습니다.
학교를 짓는 것은 단순히 교실을 짓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이 지역을 살펴보았을 때, 많은 아이들이 전혀 학교를 다니지 않거나, 약 20% 정도만 큰 마을에 있는 친척집에 머물며 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좀 더 든 아이들은 8~10km를 걸어서 학교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곱 살 정도의 아이가 그 거리를 오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곳에 학교가 필요했고, 그에 따라 학교를 짓는 사업이 계속 이루어졌습니다. 요즘은 우리가 마치 학교를 짓는 사람처럼 보일 정도가 되었습니다. (웃음)

JTS가 민다나오에 센터를 지은 것도 사실은 다른 목적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농업 기술 센터를 만들기 위해 지은 건물입니다. 현장 조사를 해보니 아이들의 교육만큼이나 농민들의 소득 증대가 매우 중요했습니다. 농업 기술 센터를 운영하려면 시범 농장이 필요했기 때문에 땅을 구입하게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추 재배가 실제 소득으로 이어지려면 농민들이 직접 6개월 동안 시범 재배를 해보고, 가능성이 있으면 농장 융자를 지원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려고 농업 기술 센터를 지었습니다. JTS는 원래 시내에 사무실만 있었는데, 농업 기술 센터를 만들기 위해 이곳에 땅을 구입하고 3층 건물을 짓게 된 겁니다. 그리고 건물 아래에 시범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 땅을 더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이 농업 기술 센터를 JTS의 역량만으로 운영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은 1년에 학교 세 곳을 짓는 정도입니다. 농업 기술 센터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농업 전문가가 상주하며 농민들을 교육해야 하고, 그 전문가에게 월급을 지급해야 하는데 JTS는 월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는 사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농업 기술 센터 건물을 짓기는 했지만, 현재로서는 운영할 마땅한 대안이 없습니다. 한국에서 은퇴한 농업 전문가가 이곳에 와서 자원 봉사자로 참여한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런 분이 오기 전까지는 운영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JTS와 파트너가 되어 자원봉사를 오래 했던 트렐 씨는 ‘이 건물을 지역 NGO들의 연수 시설로 활용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연수 시설로 쓰려면 식사 준비, 침실 정리 등 운영 인력이 필요한데, JTS에는 그런 일을 맡을 인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것 또한 실행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서울의 정토사회문화회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하 대강당이 비어 있어 여러 NGO들이 그 공간을 쓰게 해 달라고 요청해 오지만, 영상 장비를 관리할 인력이 없어서 빌려줄 수가 없습니다. 영상팀은 내부 작업만으로도 일정이 바빠 가끔 외부 인력을 하루씩 비용을 들여 부르는 경우가 있을 정도여서 지원이 어렵습니다. 이렇게 인력 문제 때문에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재작년부터는 ‘건물을 짓는 일에만 머무르지 말고, 지역 아이들과 더 가까이 지내며 교육 활동을 해야 한다.’는 논의가 조금씩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소풍 지원, 원주민 학교 교사 연수, 장애 아동 지원 등의 활동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교육, 지원 활동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현재는 학교 건축 문제가 눈앞에 큰 현안으로 남아 있어, 그 전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다른 활동으로 부담을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기 신앙과 전통문화를 잃고 고유의 언어까지 버리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외래 사상과 자본주의에 물들어 원주민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입니다.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면 전통을 지킬 수 있지만, 학교에 다니면 전통을 잃게 되는, 이런 딜레마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원주민 학교 교사들을 연수하여 그들의 전통 신앙과 문화를 지키면서도 교육을 이어 갈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신앙이 특이한 것은 아닙니다. 흔히 ‘샤머니즘(shamanism)’이라고 하면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입니다. 반면 외래 사상은 자연으로부터 사람을 분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전통 의상과 춤, 노래, 신앙을 지키고, 땅을 팔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대기업이 들어와 땅을 매점하고 있습니다. 부족들 간의 의견 차이로 갈등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3년 전 부족장의 아들이 암살당하는 사건도 있었다고 합니다. 범인은 아직 잡지 못했고, 마을 사람들이 큰 아픔을 겪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원주민 교육 담당관인 에드윈 님에게 땅과 자연을 지키기 위한 나무 심기 운동,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문화관 건립, 학교별 전통문화 춤 경연 대회, ‘자연과 사람이 하나’라는 사상을 발표하는 웅변대회 등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구해 보라고 제안했습니다. 이런 활동을 연수 형식으로 진행하면 JTS에서 지원할 생각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동물원이나 바다 체험도 중요하지만, 학교 교육을 통해 세상을 배우면서도 자신들의 신앙과 전통에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입니다.
학교 교육과 관련하여 제가 문제를 제기한 부분도 있습니다. 원주민 학교 개원식에서 기독교 의식으로 기도하고 하나님을 언급하는 관행이 있는데, 목사님이나 신부님이 참석하는 행사가 아닐 때는 아니니 그런 테이프를 틀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교사 대부분이 기독교인이라 하나의 문화로 이어져 온 것이겠지만, 이러한 관행은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JTS가 이곳에서 하고자 하는 일은 자연을 지키고, 땅을 보존하고, 전통문화와 신앙을 지키면서도 아이들이 학습을 통해 견문을 넓힐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필리핀 정부 역시 원주민 토지를 보호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종족과 갈등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가 특정 집단의 편을 드는 것으로 보이면 오히려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JTS가 지향하는 바는 학교 교육의 범위 안에서 원주민의 전통과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내용적 지원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건물이 완공된 이후만이 아니라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도 계속 고려해야 할 과제입니다.
장애 아동을 위한 교육도 교사들에 대한 전문 훈련이 더 필요합니다. 마닐라에는 장애인 교육 체계가 상대적으로 더 잘 마련되어 있지만, 이 지역은 장애인 교육이 거의 부재했던 상태에서 이제 막 시작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애 학생 지도 교사들을 위한 연수와 전문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원래 농업 기술 센터로 계획된 연수원이지만 교사 연수 센터로 활용하여 IP(Indigenous People) 교육, 원주민 교육, 장애인 교사 교육 등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카가얀데오로에 있는 대학과 연계하여 공동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인터넷을 활용하여 미국 등 해외 기관과 원격 강의를 진행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다만 교육 수준의 격차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뛰어넘으려 하면 현장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 뉴욕을 방문했을 때, 장애 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생들이 장애 학생 가정에 직접 방문하여 학교 입학 전 단계에서 기본적인 자립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담당자가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며 JTS에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캄보디아의 바탐방 대학과 연계하여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직 해당 교수의 장애 아동 교육 전문 분야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을 활용하여 온라인으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받았습니다. 이런 방식의 교육 프로그램도 앞으로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러한 사업들은 단계적으로 과제를 설정하고 하나씩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일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점점 늘어나고 있네요. 건물만 늘어나는 게 아니고요.” (웃음)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벌써 밤 10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JTS 활동가들은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속에 갖고 있던 의문들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내일은 필리핀 민다나오를 방문한 지 5일째 되는 날이며 준공식 마지막 날입니다. 오전에는 마놀로폴티치 군에 있는 플랜테이션 특수 학교 준공식을 하고, 오후에는 리보나 군에 있는 코로싱 특수 학교 준공식을 하고, 민다나오 JTS 센터로 이동한 후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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